로봇 점원이 인간의 감성을 공략할 수 있을까?
공장에서 고기를 만들면 농업은 어떻게 바뀔까?
다각도로 바라본 미래 시대의 풍경
미래 시대의 3층짜리 상점에서 층별로 물건을 구경하는 것이 책의 큰 흐름이다. 1층은 미래의 가전 제품을 파는 코너다. 배터리 역할을 하는 옷, 스펙 경쟁을 버리고 가격 경쟁에 들어선 컴퓨터, 3D 프린터로 재현한 물시계 등이 있는데, 특히 화려한 기술보다 먼저 발전해야 할 기반 산업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이 미래 상점에서는 로봇 점원이 우리를 맞이한다. 그러나 상상처럼 냉정하고 반복 작업만 잘하는 로봇이 아니다. 곽재식 작가는 1960년대 컴퓨터와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엘리자(ELIZA)를 사례로 들면서, 오히려 사람들은 기계인 인공지능을 더 편하게 여길 것이며, 인공지능이 감성적인 영역에서 가장 먼저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2층은 미래 시대에 새롭게 나온 식재료를 파는 코너다. 바다에서 기르는 소고기, 가정용 초소형 농장, 유전자 편집으로 만든 과일 등을 살펴보면서 인공육, 스마트 농장, 나노 기술 등이 어디까지 발전했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단순히 기술 발전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식재료가 나타나면서 미래 농부는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새로운 농업으로 국가 간 관계는 어떻게 변할지, 기존 농업에 익숙한 이에게 새 기술이 잘 보급될 수 있을지 등 사회, 문화, 경제적 변화까지도 연결한다.
3층은 바비큐를 위한 숯이나 초등학생용 해킹 키보드, 창문 필름 등 잡화를 파는 코너다. 특히 곽재식 작가는 미래에는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제품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기후변화에 도움이 된다는 인증 마크가 붙은 바이오 연료가 제일 잘 팔리고, 녹색 건축과 관련된 인테리어 제품이 인기다. 미래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이겨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미래가 그저 멋지고 좋기만 하지는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마지막 계산대와 특별 판매 코너는 앞에서 살펴본 기술들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로봇이 물건을 쉽게 배달하려면 아파트를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달 기지에서 생활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태양계 바깥을 탐사할 수 있는 우주선 기술은 무엇이 있는지를 다룬다. 특히 달에 진출하기 위해서 바이오 연료, 나노 기술, 스마트 농업 기술을 발전시커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여러 가지 영역의 기술을 자유롭게 섞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작가님 작품 속 우주선은
언제쯤 타고 다닐 수 있나요?“
상상이 현실이 되기 위한 조건
SF는 과학을 소재로 하는 장르라는 점에서 현실의 특성을 어느 정도는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곽재식 작가는 SF 소설을 써 오면서 “작품 속 물건이 언제쯤 현실에서 가능할 것 같나”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 책은 곽재식 작가가 그 답을 고민해 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앞으로 3년에서 30년 후에 새로 생길 15가지 물건을 예측하고, 그 물건들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기발한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솜씨가 돋보이면서, 공학 박사와 화학회사 연구원으로서 과학적 근거도 놓치지 않았다.
우리는 여러 SF 소설과 영화에서 신비한 미래 물건들에 대한 상상을 펼쳐 왔다. 그만큼 미래는 항상 궁금하고 신비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저 신기하게만 생각했던 미래가 얼마나 성큼 다가왔고, 언제 어떻게 실현될지를 알아보자.
"저는 작가로 일하면서 SF 소설을 많이 썼습니다. 아무래도 SF라고 하면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광선총을 든 채 외계인과 모험을 하는 내용이 쉽게 떠오르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당장 저만 해도 그런 이야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SF 작가들에게 미래에 대해 물어볼 때가 자주 있습니다. “작가님 작품에 나오는 우주선은 언제쯤 타고 다닐 수 있을 거 같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중략) 이 책은 그러던 차에 마침 그에 대한 글을 쓸 기회를 만나 답을 고민해 본 결과입니다. 이 책에서 저는 미래 세상에서 유행하는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상점에 가서, 그 상점을 구경하는 이야기를 써보았습니다. 그리고 상점을 돌아다니며 미래에는 어떤 물건이 생겼는지, 그 물건들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