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는 문학의 무대요 사상의 공간이다
잡지는 여러 문인이나 사상가가 힘을 모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잡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주요’ 문인이나 사상가 중심의 문학사나 사상사를 넘어서고 보완하는 새로운 폭과 깊이의 문학사나 사상사를 그려내게 될 것이다. 저자 조남현 교수는 이 작업을 통해 ‘앞으로 한국현대문학과 한국현대사상은 한층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지니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
그동안 한국현대문학 연구는 시·소설·희곡·평론·수필·논설 등 텍스트를 연구 중심으로 삼아왔고 그 텍스트를 담아놓은 잡지나 신문에 관한 연구는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조남현 교수는 잡지가 단순한 발표무대가 아니라 특정한 사상과 이데올로기의 주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문학잡지사상”은 “문학사상”의 구체적인 영역이요 개념에 해당한다.
한국 문학잡지사를 통해 문학사와 사상사를 바라본다
이 책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개화기부터 1940년대 후반기에 이르는, 대다수의 잡지는 문학작품을 발표하는 무대가 되었다. 모든 문학은 사상을 함유하고 있어 문학 관련지는 말할 것도 없고 순문예지도 한국근대사상사의 형성과 전개에 다대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개화기에서 해방정국까지의 잡지의 역사를 일별하면 많은 유명, 무명 문인들이 잡지 간행에 직접 뛰어들었음을 들 수 있다. 상징적으로 편집인을 맡았든 편집실무를 맡았든 문인들의 잡지 간행 참여는 문학활동이요 사상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문학의 무대요 사상의 공간인 잡지를 연구하는 것은 바로 잡지사에 한정된 것이 아닌 문학사와 사상사를 개방하고 확장하는 계기임을 알 수 있다.
일제의 신문지법의 감시 속에서 검열에 통과하고, 다음호를 발간할 수 있을 만큼 팔려야 하고, 또한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원고를 발굴해야 하는 어려움을 뚫고 발표되는 잡지는 특정 사상이나 이데올로기의 주체이기도 하다.
면밀한 자료 수집을 통해 한국 문학사의 영역을 확장하다
이 책은 문학사적 자료가 주를 이루는 문예지와 종합잡지로 대별되며, 종합잡지 중에서는 비중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문학을 반영한 “문학 관련지”를 그 대상으로 삼는다. ≪개벽≫ ≪동광≫ ≪조선지광≫ ≪현대평론≫ ≪삼천리≫ ≪비판≫ ≪신동아≫ ≪조광≫ ≪신천지≫ 등과 같은 종합지 또는 문학 관련지의 문학사적 기여도는 대부분의 순문예지를 능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개화기, 1910년대, 1920년대, 1930년대, 1940년대 전반기와 후반기의 여섯 시기로 나누어 해당 잡지를 설명하고 있으며 또한 잡지의 창간연월을 시대순으로 배열하고 정리하였다. 각 잡지에 실린 시, 소설, 평론 등을 기준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발간연월 순으로 설명하기도 하는 등, 복합적인 시각을 통해 당시의 잡지와 그것이 대변하는 시대상, 문학사적 의미를 기술하고 있다.
특히 잡지를 원문 제목 그대로 표기하고, 중요한 인용문을 실어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려 했다. 시류에 휩쓸린 나약하고 비열한 지식인의 모습과 반면에 현실을 타개하려 애쓰고 주창하는 진보적이고 열정적인 글이 함께 그려내는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각 작품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한 글들을 읽어가다 보면 그 시대의 고민과 사상을 알 수 있다. 어느새 큰 줄기로 흐르는 사상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백여 년 전의 글이 마치 현재에도 적용되는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한국의 근대를 바라보는 깊고 넓은 시각을 제공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