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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사이보그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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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사이보그가 되다

[ 인쇄 사인본 ]
김초엽, 김원영 | 사계절 | 2021년 01월 15일 리뷰 총점9.7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9점
편집/디자인
4.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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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사이보그가 되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70g | 140*210*21mm
ISBN13 9791160947045
ISBN10 11609470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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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김초엽 소설가와 김원영 변호사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손상된 신체를 보완하는 기계(보청기와 휠체어)와 만났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사색을 통해 사이보그가 그려갈 미래를 논한다. 사이보그의 존재론과 윤리에 관한 두 사람의 통찰이 빛난다. - 손민규 사회정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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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저자 소개 (2명)

소설가. 1993년생.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원통 안의 소녀』 등이 있고, 함께 지은 책 『사이보그가 되다』가 있고,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2... 소설가. 1993년생.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원통 안의 소녀』 등이 있고, 함께 지은 책 『사이보그가 되다』가 있고,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2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우주에 대해 상상하는 걸 좋아하지만 우주에 직접 가고 싶지는 않은 SF 작가. 환상적인 시공간을 여행하고 외계 행성을 탐사하는 이야기에 열광한다. 취미는 두 달마다 바뀌는데, 가장 오래가는 건 게임. 언젠가 집에 모든 종류의 게임 콘솔과 커다란 스크린이 구비된 게임방을 만들고, 스스로를 완전 격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탄다. 열다섯 살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했다.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의 중학부와 일반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일했으며,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에서 연극배우로 활약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인...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탄다. 열다섯 살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했다.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의 중학부와 일반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일했으며,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에서 연극배우로 활약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인정투쟁―예술가 편] 등에 출연했다.

한편에는 장애, 질병, 가난을 이유로 소외받는 동료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좋은 직업, 학벌, 매력적인 외모로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동료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 진동하듯 살면서, 또 사회학과 법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장애인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을 여러 매체에 글로 썼다. 지은 책으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인문의학』(공저) 『희망 대신 욕망』이 있다. [한겨레]와 [시사인], [비마이너] 등에 글을 쓴다. 2019 년 [시사IN]에 ‘김초엽, 김원영의 사이보그가 되다’를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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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99~304

출판사 리뷰

인간의 몸은 과학기술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서로 다른 신체와 감각, 기술과 환경이 결합해
재설계한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인간은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고, 공동체의 생존과 유지, 향상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자연히 과학기술은 더 나은 내일, 위험이나 질병에 덜 노출되고 불편이나 불가능을 최소화한 미래를 목표로 삼는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그리는 미래 역시 물리적 거리나 환경의 제약 없이, 네트워크에 깊숙이 연결된 인간이 자신에게 맞춤형으로 설계된 세상을 매끄럽게 누비는 모습이다. 이 낙관적인 그림 속에서 인간은 기술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거나, 타고난 취약함을 각종 기계나 장비, 의약으로 대체?보완하여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은 존재들로 묘사된다.
각기 보청기, 휠체어라는 테크놀로지와 밀접하게 결합하여 살아온 김초엽과 김원영은 세계적인 테크 기업의 엘리트나 기술 관료, 미래학자들이 제시하는 이와 같은 ‘기술 유토피아’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특히 그 최전선에 기계와 결합한 장애인의 신체를 놓고 ‘포스트휴먼’이니 ‘트랜스휴먼’이니 하는 손쉬운 비유를 끌어오는 논의들의 공허함을 지적한다. 과학기술과 의학의 성과가 질병을 치료하고 손상된 신체의 기능을 개선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삶에서 기계와 결합하는 일은 결코 매끄러운 경험이 아니며, 어떤 기술은 장애인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장애의 종식을 약속하는 말들은 장애를 가진 몸들이 지금, 여기의 환경과 조건에서 더 잘 살아갈 다양한 가능성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소리를 더 잘 듣게 하는 기술보다 수어나 문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로봇 외골격보다 휠체어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장애인들의 몸은 설령 같은 유형의 장애라 해도 규격화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며, 사람마다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한다. (…) 온정과 시혜로 뒤덮인 시선들은 장애인 사이보그의 현실에는 눈을 감고, 미래적인 이미지만을 기술낙관주의의 홍보 대사로 내세운다. 지금 이곳의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고통과 장벽을 해결하는 일을 ‘언젠가’ 기술이 발전할 미래로 자꾸만 유예한다.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수어통역을 실현하는 데 최첨단의 놀라운 기술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 87쪽

기계와의 긴밀한 상호 작용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이동 방식과 소통 수단, 일상의 지혜를 익혀온 장애 당사자로서, 두 저자는 장애인의 신체와 감각이 기술과 결합하여 새롭게 구성한 정체성, 그 고유한 경험을 과감하게 과학기술과 미래 담론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이는 단지 기술낙관주의의 허구, 폐해를 지적하거나 그러한 논의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인간의 존재 조건이 점점 더 기술문명과 깊숙이 결합해가는 시대에 기계와의 연결과 불화,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구축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일상의 덜컹거림, 이음새, 단차를 견디고 통합해온 장애인의 경험이 우리가 다른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아가 단지 손상을 보완하는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장애인의 신체 일부를 구성하여 장애인을 ‘결여된’ 존재가 아니라 ‘확장된’ 존재, 세계 및 타자와 ‘연결된’ 존재로 정의하는 계기로서 기술을 바라본다면, 모든 인간이 본연의 취약함과 의존성을 안고도 동등하고 온전하게 살아가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하나로 움직일 때, 중증 뇌병변장애인이 휠체어와 결합하고 다시 그 휠체어를 밀어주는 활동지원사와 접속할 때,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많은 어긋남, 불화, 이음새의 단차를 넘어 결합해본 경험이야말로 우리가 미래에 ‘증강해야 할’ 역량이다. (…) 나는 장애나 질병 등 취약한 몸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야말로 일부 테크 엘리트들이 꿈꾸는 자동화되고 매끄러운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단차를 용기 있게 드러내고, 어긋난 이음새는 기꺼이 견디는 역량을 지닌 존재로서 말이다. - 250~251쪽

따라서 이 책에서 ‘사이보그’는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라는 사전적 정의를 훌쩍 넘어선다. 김초엽과 김원영은 인간과 과학, 기술, 자연, 환경 및 그 밖의 모든 물리적?문화적 구성 요소가 상호 작용하는 가운데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돌보며 함께 살아나가는 총체를 ‘사이보그’라는 상징으로 표현한다. 이 책은 그 최전선에 있는 ‘장애인 사이보그’의 구체적 현실을 살피며 위계 없는 세계, 정상 혹은 표준의 장벽 너머를 상상해보는 지적 여정이 될 것이다.

고치고 메꾸고 덧대고 수선하여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의 상상력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SF 소설가로 활동하는 여성인 김초엽은 그동안 자신을 구성하는 이런 요소들과 청각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연결 짓지 못했다. SF를 통해 다른 인지 및 감각 세계를 가진 존재들을 묘사하고 그들이 중심이 된 시공간을 창조하는 일은 자신의 장애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파트너인 김원영을 비롯해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불친절한 세계를 돌파해나가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또 공고한 위계와 정상성 규범을 뒤흔들며 세계의 구조 변경을 요청하는 용기를 마주하면서 비로소 자기 안의 여러 정체성을 연결, 통합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그의 신체가 세계와 만나는 방식과 분리될 수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김초엽은 자기 몸에 연결된 기계들을 재구성하거나 변형 혹은 수선하며 과학기술의 현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장애인들, 장애인의 필요와 접근성을 중심에 두고 도구와 환경을 설계하는 개발자들을 소개한다. 요리의 전 과정을 촉각이나 소리로 확인할 수 있도록 꾸며진 시각장애인을 위한 주방, 휠체어의 층간 이동을 위해 경사로를 중심에 두고 설계된 주택,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 서비스, 어떤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이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섬세한 접근성 설정을 갖춘 온라인 게임, 장애인의 일상을 공유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유튜버들에 이르기까지, 장애인들은 더 이상 온정과 시혜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지식 생산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초엽은 최근 장애학 연구에서 제안된 ‘크립 테크노사이언스’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크립 테크노사이언스는 장애인들이 자신의 구체적인 장애 경험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상의 기술을 재구성하고, 세계를 개편하는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장애인은 단순히 세계의 수용자이거나 세계에 의해 형성되는 이들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세계를 재창조하는 사람들이다. (…) 장애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주위 환경은 물론이고 지역 사회와 공동체를 ‘땜질’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장애학자들은 여기에 ‘장애인 세계 만들기’라는 명칭을 붙였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에 적응하며 환경을 독창적으로 수선해온 작업들 (…) 이러한 일상의 지식들이 제대로 포착된다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취약함과 의존성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188~189쪽

이어서 김초엽은 최근의 SF 작품들에서 장애인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 장애인을 둘러싼 세계를 설계하는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SF라는 장르가 각자의 주관적 세계가 불완전한 이해에도 불구하고 공존하는 미래, 타인의 삶을 애써 상상하며 도달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사고 실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F는 다른 존재들을 중심에 두고 세계를 처음부터 다시 쌓아올리는 이야기이며, 과거와 미래, 우주와 심해에 인간을 데려갈 방법을 고안하거나 비인간 존재들이 거주 가능한 환경을 설계하는 등 ‘접근성을 탐색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초엽이 도달하고자 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몸의 상태에 위계를 부여하는, 신체와 정신의 유능함만을 추구하는 능력차별주의가 사라진 세계를 상상하며 ‘사이보그 중립’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사이보그는 언제나 멸시와 우월 사이에 있는 위태롭고 불안정한 존재다. 그렇다면 트랜스휴먼의 최전선에 서 있는 아이콘이 아닌, 마주치는 사람마다 인상을 찌푸리는 소외된 기계 인간도 아닌, 단지 인간이 가진 하나의 중립적 특성으로서 ‘사이보그성’을 상상할 수 있을까. (…) 설령 그것이 아주 어려운 상상이라고 해도 나는 모든 사람이 ‘유능한’ 세계보다 취약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제 자신으로 존재하는 미래가 더 해방적이라고 믿는다. (…)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우주선을 다시 설계해보자. 그러한 설계에는 수많은 도면이 필요할 것이다. (…) 우리가 그 무수한 도면을 함께 살피고 계속해서 수정해나간다면,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 281~282쪽

매끄러운 세계에 등장한 느리고 어긋나고 미끄러지는 몸들
이들이 벌린 틈새에서 써나가는 확장과 연립의 존재론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김초엽과 달리, 남들보다 확연히 짧은 다리에 긴 팔, 걸을 수 없는 몸을 가진 김원영은 어려서부터 자기 몸의 형태와 구조에 관심이 많았다. 표준적인 몸에 비해 어딘가 부족한 ‘없음’의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던 그는 열다섯 살에 처음 만난 휠체어와 함께 거울 앞에 섰을 때 ‘인간+휠체어’의 결합된 모습으로 그곳에 ‘있는’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라는 정체성 물음 앞에 선 것이다. 그는 이 질문을 장애를 제거하려는, 즉 나의 ‘없음’을 없애려는 과학기술의 시선 앞으로 가져간다. 휠체어가 내 결함을 보완하는 도구일 뿐이라면, 아무리 최첨단 휠체어가 개발된다 해도 나는 여전히 ‘결여된’ 인간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휠체어를 내 몸의 일부로 여긴다면, 휠체어에서 내려온 나는 또 어떤 존재일까? 김원영은 자신의 이 오랜 문제의식을 각기 다른 신체 조건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기계, 기술과 한 자리에서 만나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에서 해소한다.

(휠체어를 타고 청각장애가 있는) Y는 오토박스를 장착하기 위해 2020년 늦여름 경기도의 한 자동차 공업사를 방문했다. (…) 장애를 가진 B는 자동차 정비사로서 전문성을 쌓으면서, 아마 그의 주변에 여럿 있을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오토박스에도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J의 아버지 A는 (청각장애가 있는) 자신의 딸이 (…) 보청기와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건축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딸의 친구인 Y의 장애와 기술이 맺는 관계, Y의 직업적 성장에 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나는 Y를 잘 알기에 Y가 마스크를 쓴 사람과 대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Y와 같은 휠체어를 이용하므로 (A는 잘 알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용 차량의 특수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이렇게 Y와 나, J의 아버지 A, 정비사 B, J의 자동차, 오토박스라는 기계는 그 장소에서 만나 이런저런 방식으로 협력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Y에게 적절한 오토박스를 새로운 자동차에 설치했다. - 111~112쪽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장애인의 몸을 사이보그라는 상징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과학기술의 힘으로 장애를 극복한 ‘휴머니즘적 영웅’을 상찬하거나 기계와 인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횡단하는 ‘하이브리드적 존재’를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무 데나 놓여 있다가 사물들 사이를 수선하고 연결하는 청테이프처럼, 인간과 다른 인간, 과학과 기술, 문화와 환경의 긴밀한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의 취약함을 채우며 연립하는 관계에 주목하기 위해서다. 김원영은 이렇게 눈에 띄지 않지만 깊숙이 연결되어 서로를 돌보는 존재들을 (김혜리 기자가 영화 〈마션〉에 관한 글에서 쓴 표현을 빌려) “청테이프처럼 영웅적”이라고 표현한다.
기계와 한 몸을 이룬 장애인의 신체를 새로운 정체성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 몸을 패션화하는 것도 가능할까? 기계를 장착한 신체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우아한 곡선형의 탄소섬유 의족을 신은 채 매끈한 몸매를 드러낸 패럴림픽 육상 선수 에이미 멀린스처럼 휠체어와 함께 아름다울 방법을 찾아야 할지, 휠체어에서 내려온 ‘자연스러운’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야 할지 여전히 갈등하는 김원영은 의족이 없으면 ‘발가벗은 느낌’이 든다는 에이미 멀린스의 말을 인용하며 휠체어와 자신의 관계를 표현한다. 장애인의 몸에 장착된 인공 보철은 단지 도구나 디자인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일종의 집과 같은 장소라고 말이다. 이처럼 김원영은 책 전반에 걸쳐 휠체어, 보청기, 흰 지팡이, 의족 등 인공 보철과 결합한 장애인을 설명할 새로운 존재론을 탐색해나간다. 그는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첨단 테크 기업들이 더욱더 매끄러운 디자인,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편을 호소하는 장애인의 역량에 주목한다. 다수가 편리하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나는 그것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장애인의 존재는 매끄러운 세계에 균열을 내고 이음새를 띄우며 다시 한 번 사유할 기회를 준다. 그 벌어진 틈새에서 우리는 다른 신체와 감각, 정신세계를 가진 타자와 연결되고, 서로의 취약한 부분을 돌보며 곁에 선다. 김원영은 바로 이 틈새에서 출현하는 미래의 기술을 기다린다.

나는 연립이라는 삶의 조건을 (…)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타자’와도 잇닿는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타자는 나를 돕는 활동지원사이고, 안내견이고, 휠체어이며, 보청기이고, 오토박스이고, 청테이프이고, 친구들이며, 관객이고, 독자들이다. (…) 종이를 뜯는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거울 속에서 “너는 도대체 누구냐?”라고 묻는 기묘한 형상의 10대 소년일 수도 있으며, 혜성처럼 나타나 이제껏 본 적 없는 우주 영웅을 그려내는 SF 소설가일 수도 있다. 어쩌면 동물의 얼굴일지도 모른다. 도무지 생각지 못했던 어떤 세계와 정체성으로 우리를 이동시키는 이 ‘타자’들은 확고하다고 믿었던 지식과 기술, 사상, 정치적 신념과 지혜의 매끄러운 질서에 오류로서 등장한다. 돌봄의 공동체는 그런 오류를 배제하고, 몰아세우고, 깔끔히 치료하고 쓸어버리는 대신 오류가 열어둔 이음새 사이에서 새로운 탐사를 시작한다. 타자를 돕고, 타자로서 돕고, 타자를 돕는 일을 도우며, 미래-타자의 출현에 열린 지식과 기술은 어떤 얼굴일까. - 305~307쪽

김원영 × 김초엽, 파트너가 되다

김원영과 김초엽은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장애권리운동의 자장 안에서 성장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자신의 장애를 ‘결여’가 아닌 하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신체의 손상을 장애로 만드는 사회의 구조에 저항하는 관점을 키워왔다. 이런 관점에서는 장애를 치료, 교정, 제거하려는 과학기술의 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또한 과학기술의 성과로 생명을 유지하고 신체의 기능을 개선해온 당사자로서 과학기술을 배제하기보다는 그 방향에 개입하기를 선택했다. 두 사람은 비슷한 방향을 향하지만, 각자의 성별 정체성과 장애 유형, 지적인 배경과 삶의 경로에서 비롯한 서로 다른 주제를 펼쳐 나간다.
지체장애인이자 법률가, 연극배우이며 재활학교와 장애권리운동 공동체를 경험한 김원영은 몸의 형태와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밀고 나아가 그 몸이 인공 보철과 만났을 때의 상태를 무어라 규정할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 표준 혹은 정상적인 신체들로 채워진 공간에 이런 존재들이 등장했을 때 어떤 예상 밖의 만남이 일어나는지를 서술한다. 반면 감각장애인이자 SF 소설가, 과학 전공자이자 여성인 김초엽은 다양한 신체와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과학기술과 창작의 영역 중심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도구와 환경과 세계를 창조해나가는 모습에 더 관심을 둔다. 이 책의 뒤에 실린 대담에서는 서로의 차이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두 사람의 대화가 펼쳐진다. 평소에는 보청기를 잘 착용하지 않는 김초엽은 휠체어를 신체의 일부로 느끼며 그 미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김원영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공동체에 오랜 시간 속해 있던 김원영은 그런 경험 없이도 장애학의 관점을 체화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김초엽의 시각을 놀라워한다. 이들의 경험과 시각이 교차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풍요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 또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큰 즐거움일 것이다.

추천평

김초엽과 김원영은 각자의 몸을 둘러싼 테크놀로지와 세계를 관찰하면서 과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이보그가 되는지 묻는다. 이들은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테크놀로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테크놀로지와 사회가 어떻게 재설계되어야 하는지 상상하고 제안한다. 그 재설계는 깜짝 놀랄 만한 테크놀로지가 나올 50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장애인의 삶을 중심에 두고 시작되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소수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와 그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질문한다. 자신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사회가 보는 시선으로 자기 밖에서 자기를 바라본다. 이 이중 삼중의 시선 속에서 우리는 ‘괴물’ 그리고 ‘사이보그’이다. 그러나 ‘괴물들’은 또한 안다. 그 ‘괴물 됨’의 경험이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사유하고 질문하게 함을.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으며 상상한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일어나고, 걷고, 듣고, 보고, 말하고, 춤추는 장관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상태에 따라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속해 있는 영토를. ‘결여’가 아니라 ‘압도적인 고유성’을 가진 이 아름다운 ‘괴물들’의 시끌벅적한 축제를!
- 김보라 (영화감독)

올해의 책 추천평 (37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1
추천합니다
gw1***** | 2021.11.03
2021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책
dys***** | 2021.11.02
2021
SF
net***** | 2021.11.02
2021
기계와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에 얼마나 많은 편견들이 어려 있었는지
whg***** | 2021.11.02
2021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와 타인들에 관한 책, 세계와 세계를 만나게 하는 책
rac***** | 2021.11.01
2021
사이보그라도 내 옆에 있어만 준다면..
ble***** | 2021.11.01
2021
장애를 장애인이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새롭게 썼다
uri***** | 2021.11.01
2021
장애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 시야가 확장되는 경험
tlf***** |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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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사이보그가 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c****s | 2021-01-31

오래 기대하며 기다려왔던 책을 만났다.

김초엽과 김원영의 '사이보그가 되다'

작년에 이슬아 인터뷰집을 읽으며 김원영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을 준비중인것을 알게되었고 어떤 내용을 담을지도 짧게 언급했었는데 주목받는 두분의 합작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가 되었다.

 

기대반 설레임 반으로 이책을 받아들었을때 놀랐다. 생각보다 더 두툼한 두께감이 내용을 압도해왔다. 장애와 관련된 담론으로 이토록이나 할말이 많았을까 생각이 들었고 책의 마지막에 두사람의 대담을 통해 이 책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상상과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우리사회에 장애에 대한 편견과 제한적 인식들로 인해 다양한 의견들을 마음껏 펼치고 상상해보는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못했었다는 생각과 그래서 이 책을 쓰면서 더 하고픈 말이 많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초엽은 SF작가로 '우리가 빛의 속도로...' 로 처음 알게된 작가였는데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몰랐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되어 놀랐다. 그동안 인터뷰도 본적 있었고 주변에서 이 작가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눠봤지만  청각장애에 대한 언급은 없어서 당연히 비장애인인줄 알았었다. 

(이런저런 강연이나 인터뷰에서 장애와 SF 소설을 쓰는것과 관련해서 가끔 질문을 받기도 하고 했었던 걸 나중에 알게되었다.)

 

생각해보면 인터뷰에 장애를 꼭 드러낼 필요도 없는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이 사실을 처음 책을 통해 알게되었을때 나 역시도 마음에 약간의 동요와 이 젊은 작가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생겨나는건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 대해 갖는 그런 마음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김원영은 골격계관련 질환으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고 김초엽은 보청기를 이용하는 청각장애인이다. 두 사람은 10년정도의 나이차가 있고 (장애를 경험한 세대로서의 시간차를 의미한다) 각각 변호사와 SF 소설가로서 자신의 영역에서 사회생활을 독립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두사람은 장애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가시적 장애인과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김원영은 누가봐도 눈에 띄는 장애인이다) 비가시적 장애인으로서의 (보청기나 인공와우처럼 자신이 말하고 드러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는, 눈에 두드러져보이지 않는 장애) 차이가 있다.

 

이 책에서 두 사람은 여러 주제들을 가지고 각자의 이야기들을 번갈아 담아내고 있다. 

그 안에는 인간의 몸에 대한 이야기부터 과학기술과 몸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들, 장애권리와 비장애인이 장애인에 대해 갖는 시선과 관점의 문제점들, 과학이 발달할수록 장애는 사라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 우리 생활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심리스과학과 장애를 보조하는 기구들의 디자인에 대한 담론들, 포스트 휴머니즘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의 모습, 미래의 과학과 로봇이 장애인과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줄수 있는 영향력과 한계점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책을 덮고 나니 이 다양하고 방대한 담론들은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장애인은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들인가?

그들은 결핍과 손상을 가진 존재들일까?

 

이책을 읽기전 만해도 나는 장애란 불편함을 가진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이고 그들이 정상성에서 벗어난 이들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필요하다면 도와야 하고 언제나 안쓰러운 동정의 시선과 시혜의 마음을 갖고 대해야 하는 이들이라는 생각들을 벗어날 수 없었다.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마음과 그들이 할수 있는 능력들을 인정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그런 마음 저변에는 항상 안타까움과 동정의 마음을 지울수 없었다.

 

(아이가 어릴적 함께 읽었던 일본 동화책 '어떤 느낌일까?' 는 이런 시선을 완전히 뒤집는 전복적 사고를 가져다 준 동화였고 결핍과 부족함이 아닌 다른 감각들의 풍성한 경험과 느낌을 제공해준다는 내용의 동화의 영향으로 어느정도 내 시선과 생각도 개선되긴 했지만 역시나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지배적인 생각과 반응에 나도 크게 벗어나질 못했다)

 

그런데 김초엽의 글을 읽고 머리가 멍해졌다.

2020년  3월 26일 , KT는  '제 이름은 김소희입니다- 마음을  담다' 라는 제목의 광고를 공개했다. KT가 기가지니 AI 음성합성기술을 적용하여 농인인 김씨에게 '목소리'를 선물하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연구원들은 김씨의 목소리를 추론하기 위해 가족들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김씨의 구강구조를 연구해서 목소리를 '복원'해나간다.

다음 화면에서 김씨의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앉아 할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텔레비전이 켜지며 영상하나가 뜬다. 영상 속에서 김씨가 합성된 '목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김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유튜브에서 1100만뷰를 기록한 이 광고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려있다. 

"감동적이다", "눈물이 난다."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겠다"

...

기가지니는 수어를 쓰는 김씨에게 목소리를 '선물'했다.

그런데 이 목소리가 향하는 대상은 청인들이다. 정작 농인인 김씨나 나와 같은 청각장애인들은 기가지니가 만든 목소리를 명확하게 들을 수 없다.

그러니까 기가지니가 김씨에게 선물한 '목소리'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목소리가 아니라, 청인들이 청각장애인에게서  듣고  싶어하는 목소리다.

 

이 CF를 보진 못했지만 나 역시도 이 광고를 보았다면 수많은 사람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청능주의로 묘사된 이 광고외에도 '처음 소리를 듣는 농인들' 등등의 ' 유사한 다른 광고 영상들이 '감동컨텐츠' 로서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란 찬사를 들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 댓글들사이로  '과학은 영예롭다' 등의 댓글도 달리고 있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 이것이 무슨 문제인지 깨닫지 못했을 나는 모든 농인들이 소리를 듣기 원하는것은 아니며 때론 시각장애인들 중 시각이 혼란스러운 이들도 있다는것 자신의 몸에 이미 익숙해진 이들이 혼란을 겪는것들에 대해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들이 가진 장애성이 결핍이나 개선 혹은 치료되어야 할 부분으로만 초점이 맞춰지는 과학 기술, 의학의 시선도 비장애인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인공와우에 대한 의료계와 농인 공동체의 갈등의 오랜 역사가 그런점을 알게 해주었다.

청각장애를 치료의 대상으로만 본 의사들이 인공와우 이식을 권유받았지만 농인을 '소수 언어' 정체성으로 인식했던 농인 공동체에서는 이를 정체성의 대한 '말살'로 여기며 대립했다.

인공와우 이식이 상당히 보편화된 현재에도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처음 장애학을 접했을 때의 충격이 떠오른다.

장애는 손상된 몸을 가진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것, 

손상과 상호 작용하는 사회 및 환경이 어떤 몸을 '장애화'하는 것이라는 명제를 읽어나가던  순간의 놀라움이란.

음성 언어를 쓰지 않고 수어로만 이야기하는 사회, 휠체어 사용자들에게

맞춰진 사회를 상상하면서 나의 장애가 단지 결핍으로만 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해방감을 느꼈다.

 

(p.181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 중)

 

비장애인 관점에서 그럴것이다라고 생각한것이 오만이고 편견임을 알게되었다.

여기서 다시금 우리가 타인을 온전히 이해 한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 타인이 더욱이 내가 자주 접촉할 수 없는 소수자인 경우는 더욱더) 그 한계를 깨닫게 된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와 환경에 대한 이해의 불균형에서 초래한 오해가 가져오는 현상들을 보게된다.

 

더 절망적인것은 장애인에 대해 혐오가 있거나 무관심한 이들이 아닌 장애인을 기꺼이 도울 의지와 마음을 갖고 있는 나와 같은 이들조차도 이토록이나 어긋난 생각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김애란의 우리 이해의 한계에 대한 글이 떠오른다.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 나가는 과정이라는것.

 

타인을 향한 도움의 손길이라고 생각하고 내민 손길들이 때론 그 의도와 상관없이 잘못된 방향임을 깨달을때 어떻게 해야할까. 어차피 우리가 알수 없는 타인에 대한 이런 시도들이 무의미한것일까.

어차피 비장애인으로서는 알수없는 장애인을 위한 여러 시도들이 결과적으론 오해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오랜 생각끝에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식으로 책을 통해서나마 알아가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배움과 이해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고 그 인식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이 세계의 균열을 만들어내며 변화를 만들 힘이 될거라는 믿음때문이다.

정상성과 온전하다는것에서 언제나 한걸음 옆으로 밀려나있었던 장애인들의 삶을 다시금 살펴보며 그들 뿐 아니라 소수자들과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존중받고 환대받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장애는 그 사람의 삶에 새겨지는 경험이며, 치료가 반드시 답이 될 수는 없고,

어떤 이들은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p.277  사이보그 중립 중)

 

장애를 기술로 '제거''하기를 선택할 수 있는 미래에도 여전히 장애는 복잡하고  논쟁적인 자리에 놓이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장애를 치료하기를 원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장애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또는 치료를 선택하면서도 여전히 장애를 자신의 일부로

여길 것인지 누구도 한 사람의 삶과 경험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고서는 쉽게 말할 수 없다.

장애정체성에는 간단히 단정 지을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여러 결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p. 272  장애의 미래를 상상하기 중)

 

환경파괴와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플라스틱 빨대는 일회용품 중에서도 대표적인 퇴출 대상으로 지목당했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 빨대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 빨대 퇴출 운동은 접근성에 대한 요구와 환경운동의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 되었다.

세상에는 빨대가 딸려있는 팩 음료만 마실 수 있는 컨디션을 가진 장애인이나 노약자 분들과 그 보호자들이 분명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고 필요한 사람이 빨대를 얻어 쓰거나 들고 다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는데 여기에는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음료를 마시기 위해 추가로 한 단계의 행위를 더 해야 하는것은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아 부당하다는 반박이 오갔다.

...

적절한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빨대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빨대가 더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으로 넘어가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게이트'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플라스틱 빨대가 꼭 필요한 장애인들은 안전하게 음료를 마실 권리를 환경운동의 목소리에 빼앗겼다고 느낄 수 있다. 펜데믹 상황으로 인한 엄청난 일회용품 소비가 공공의 보건을 위한다며 간단히 합리화되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빨대 퇴출에 대한 장애인들의 지적이 '소수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 들리지 않는것은 분명해 보인다.

...

플라스틱 빨대를 둘러싼 일련의 논쟁은 기술과 장애의 관계가 대단히 복잡하다는것, 더불어 특정한 진보적 가치를 위한 운동이 다른 권리운동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p. 206 빨대 퇴출은 비장애중심주의일까? 중)

 

이 책이 좋았던 지점은 다양한 시선과 관점을 제공하면서도 어느 하나를 강요하지 않는 결론이었다. 어떤 시각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그것이 필요한 이들의 입장도 고려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시선과 담론을 제공하되 모든것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함께 고민하고 상상해보는 것들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를 이 담론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김초엽과 김원영이라는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두 사람의 경험과 사유의 세계를 통해 제기하는 문제들과 그들의 대담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서 소수자들과 다양한 차이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온전함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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