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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도착한 편지들

조해진, 김현 | 미디어창비 | 2020년 12월 28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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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1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18g | 125*200*13mm
ISBN13 9791191248029
ISBN10 11912480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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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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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환한 숨』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대산문학...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환한 숨』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를 장면으로 기억하는 내게는 인생 영화가 딱 한 편 있지 않고, 대신 끊임없이 재생해보는 ‘장면들’이 있다. 지금까지 잊은 적 없고 앞으로도 잊고 싶지 않은 두 장면이 있는데, 슬픔이 차오를 때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하게 일렁이는 차이밍량 감독의 [애정만세] 엔딩 신과 언제라도 나를 웃게 해줄 수 있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허공에의 질주] 속 생일 파티 장면이다.
1980년 출생.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시 「블로우잡Blow Job」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등, 산문집으로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 둘게요』 등이 있고, 앤솔러지 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 1980년 출생.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시 「블로우잡Blow Job」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등, 산문집으로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 둘게요』 등이 있고, 앤솔러지 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등에 참여했다. 2012년 짧은 영화 [영화적인 삶 1/2]를 연출했다. 2021년 『낮의 해변에서 혼자』 시집을 냈다.

심야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듣는다. 토요일에는 되도록 낮잠을 자고, 일요일에는 되도록 글을 쓴다. 어제는 목화송이를 가만히 보다가 모시조개탕을 끓이고 마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눈은 오고요, 다정하여, 족집게로 새치 한 가닥을 뽑았다.

09시까지 출근하고 18시가 되면 퇴근한다. 야근하고 때론 주말에도 일한다. 지난 몇 년간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한의원을 통해 쌍화탕을 종종 복용하였고, 요즘엔 아침마다 홍삼농축액을 미온수에 타 먹고 있다.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언제 쓸까, 하는 것이고 가장 크게 관심이 사라진 것은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출퇴근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그걸 시로 옮겨 적는다. 며칠 전 아침 ‘지옥철’에서는 “아, 씨발, 자빠지겠네.”라는 말을 들었다. 무언가 들킨 기분이 들어서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 앞사람을 힘껏 밀었다. 내 옆에 서 있던 사람은 그 와중에도 태연히 휴대전화로 ‘에코후레쉬세탁조클리너’를 살펴보고 있었다. 인생은 어디까지나 살아 봐야 하는 것.

이런 작가 약력을 보면 누군가는 작가가 신비하지 못하게, 하고 혀를 끌끌 찰 테지만 신비롭게도 이렇게 살고 있음이 작가에게는 가장 신비로운 일이다. 소시집, 시집들과 산문집들을 묶었고, 여러 권의 책에 산문과 소설과 시를 수록했다. 인생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항상 이 영화를 할지, 저 영화를 할지 머뭇거리게 된다. 내일 당신과 영화를 봐야 한다면 그 영화들 중에서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고르겠다.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말했다. “관객들이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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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198

출판사 리뷰

“우리는 생의 어떤 모서리에서 같은 영화를 보며
같은 표정으로 같은 생각을 했으리란 것을요.”
영화도 삶도, 가만히 응시할 때 비로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에 관하여


타자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으로 소설을 쓰는 조해진과 담대하고 힘 있는 시를 쓰는 김현이 함께 나눈 편지를 묶어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미디어창비)를 출간했다. 조해진과 김현은 10년 전 연대와 결집을 위해 소심한 각오를 나누며 처음 만났다. 차츰 일상의 안위를 묻고, 서로가 쓴 글을 응원하며 “머뭇거리는 우정”을 나눴다. 극장 속 1인용 좌석이 가장 평화로웠던 10대 시절을 지난 김현과 어느 한 시절을 영화를 통해 무사히 건널 수 있었던 조해진, 둘 사이에는 ‘영화’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이 두 사람이 영화를 보고 서로를 떠올리며 쓴 편지는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사랑, 행복, 꿈, 믿음, 우정, 시절 등을 찾기 위한 항해의 기록이었다.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 속 등장 영화들은 소설가와 시인의 마음을 투과하고 나면 조금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보며 조금씩 차오르던 슬픔이 경이로움으로 바뀌던 순간, 「인 디 아일」에 등장하는 인물 저마다의 비밀들이 자신과 다르지 않은 외로움의 결과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 패딩턴역에 홀로 남겨진 어린 곰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다정한 얼굴을 내미는 「패딩턴」 속 배우의 얼굴을 보며 절로 열리는 마음을 느끼는 순간, 4월 16일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누군가의 이름을 기꺼이 불러주겠노라 새로이 다짐하게 되는 「생일」을 감상한 순간 등 둘이 나눈 편지 속에 겹겹이 쌓이는 의미들은 한 편의 영화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끈다.
한편으로는 언어를 다루는 시인과 소설가이자 친밀한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 속에는 섬세한 마음이 가득하다. “때론 어렵고 구차하며 절망하는 과정의 연속”인 삶 속에 그것이 전부는 아닐 거라는 위로가 반짝인다. “인간이 아름답니”라는 질문에 기꺼이 “인간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답하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유일한 청자’가 되어주는 일을 사랑”이라고 정의하기도 하며, ‘싫다’는 말 한마디 앞에서도 “싫은 마음과 좋은 마음은 대개 조금씩 섞여 있고 가끔은 어떤 마음도 우세하지 않은 상태”라고 상세히 설명을 덧붙인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비극들 사이에서 “우리에게는 그것을 관조하고 슬퍼하고 기록할 수 있는 감각과 문장이 있”다는 작은 희망을 내미는 두 사람. 독자는 그 희망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책 속에는 펜으로 애틋한 온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봉현 작가의 극장 그림 6컷이 수록되었다. 현존하는 에무시네마, 서울아트시네마, 씨네큐브의 풍경과 지금은 사라진 단성사, 코아아트홀, 명보극장의 그림에는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은 시절의 코멘트가 달렸다. 영화를 보고 서로에게 묻고 듣고 답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던 두 사람의 편지가 이 책을 펼쳐 읽는 당신에게도 틀림없이 다정한 위로로 도착할 것이다.

“구십구 방울의 슬픔이 아니라 한 방울의 기쁨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상영 시간표에 맞춰 표를 찾고 어두컴컴한 극장에 들어가 좌석을 찾아 앉는다. 포근한 좌석에 등을 기대고 있으면 영사기에서 한 줄기 빛이 흘러나오며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이 시작된다. 김현은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질풍노도의 먹고살기, 사무생활기, 인간관계기를 견뎌왔다. 조해진은 영화 자체를 떠나 스크린 바깥의 것들로 그 영화를 기억하기도 한다. 영화를 본 극장의 분위기, 영화를 볼 때의 마음, 엔딩 곡과 자막을 신호로 현실의 스위치가 켜질 때의 아연함……. 시인은 소설가를 “속마음에 걸려 바깥에서 넘어지는 사람”이라 칭하고, 소설가는 시인에게 “멀리 있어도, 자주 만나지 못해도, 나를 걱정하는 시인님의 다정이 전해”진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편지는 말하기에는 쑥스러웠던 속 깊은 이야기와 서로를 향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글자로 된 우정의 숲”으로 탄생한다.
1부 「상영 시간표를 상영해주세요」에서는 각자 품고 있던 고민에서 시작해 ‘슬픔의 형태보다는 기쁨의 방식’을 찾는 방향으로 흐른다. ‘봄의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는 시인의 모습을 떠올려본 조해진의 편지에, 김현은 “바다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길을 어느 봄날엔가 누나와 함께 걸어도 좋을 것 같다”라고 답한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상실의 아픔 앞에서 삶의 유한함을 깨닫는 날들 가운데 “환대하고 환대받은 날을, 웃고 떠들며 맛있는 것을 나눠먹고 체온을 나누고 손끝으로 감정을 느끼던 순간들”은 영화 속 명장면처럼 뇌리에 깊게 박혀 삶의 슬픔을 중화시키는 ‘한 방울의 기쁨’이 된다.
“사는 동안 더 많은 기쁨을 누리자”는 다짐은 소소한 사랑의 모습을 구체적인 형태로 그려보게 한다. 2부 「모모 님이라고 부를게요」는 두 사람이 이 책을 읽는 독자를 ‘모모 님’이라 직접 부르며 좀더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건다. 시인은 친구의 죽음을 통과한 뒤 “먼저 떠난 이를 지나간 추억 속에 두지 않고 앞으로 쌓게 될 추억 속으로 불러들이는 것”으로 산 사람의 몫을 살아가자고 말하고, 소설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추억 채집자’로 규정하며 “맛있는 것을 먹고 달콤한 것을 마시고 길고 긴 길을 산책하고, 그리고 영화와 책과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곧 삶이라는 걸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책 마무리에는 시인과 소설가가 언급한 영화 목록도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계절에 따라 떠오르는 자신만의 영화를 꼽아보고, 본 영화라도 두 사람의 감상을 더해 다시 보고, 아끼는 누군가와 영화를 함께 본 영화관을 추억해보고, 그날 같이 즐겁게 나눠 먹은 식사를 떠올리며 빙긋이 웃게 된다면 더없이 좋겠다. 잃어버린 시절이 이토록이나 가까이 있음을 새삼 깨닫고 자주 들여다보면서 사랑으로 출렁이는 밤을 더 자주 갖게 될 때, 우리의 기쁨은 비로소 환한 빛으로 상영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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