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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

이현수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28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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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1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70g | 133*200*20mm
ISBN13 9788954676328
ISBN10 8954676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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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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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라디오 구성작가로 일하다가 1997년 제1회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송순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토란』 『장미나무 식기장』과 장편소설 『사라진 요일』 『나흘』 『신 기생뎐』 『길갓집 여자』 등이 있다. SBS 드라마로도 제작된 『신 기생뎐』은 프랑스, 독일, 러시아 3개 국어로 번역 출간됐으며, 2015년 프랑스 르몽드에 리뷰가 실리기도 했다. 문단에 요... 라디오 구성작가로 일하다가 1997년 제1회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송순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토란』 『장미나무 식기장』과 장편소설 『사라진 요일』 『나흘』 『신 기생뎐』 『길갓집 여자』 등이 있다. SBS 드라마로도 제작된 『신 기생뎐』은 프랑스, 독일, 러시아 3개 국어로 번역 출간됐으며, 2015년 프랑스 르몽드에 리뷰가 실리기도 했다.

문단에 요리 좀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틈틈이 요리와 책, 삶에 관한 폭넓은 칼럼을 썼다. 이 책은 조선일보에 2년간 연재한 요리 칼럼을 모은 글이다. 그동안 눈앞의 산해진미에 홀려 전통 음식을 홀대하진 않았는지, 이대로 가다간 그 맥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향토 음식 조리에 관한 기록을 작정하고 남겼던 참이었다. 최근 음식의 간이 점점 짜진다는 아들의 평가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로 꼭 예순 해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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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중에서

출판사 리뷰

오해에서 피어난 강렬한 진심
결코 거짓일 수 없는 다채로운 만남과 결별에 관하여

 
소설집의 첫 수록작 「리플리 부인」은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신구 세대 여성 간의 엮임을 따라간다. 숙식을 제공한다는 지방의 한 의류매장에 쫓기듯 취직한 ‘나’는 나이든 여자 사장의 화려한 외양에 잠시 혹한다. 그녀는 소싯적에 미스코리아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고, 유명 디자이너의 후배였으며, 모델계의 전설이 된 남자에게 열띤 구애를 받기도 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런데 현재 사장이 ‘나’에게 시키는 일은 라벨 갈이나 구제 옷 되팔기 같은, 현실에 찌든 구질구질한 것들이다. ‘나’는 점점 사장의 눈부신 과거사가 거짓이리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러나 사장이 거짓말할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로 사장이 거짓말을 했을까? 그녀의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걸까? 증폭되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서사는 숨가쁘게 내달린다.

이현수의 최신작인 중편소설 「마리나 나의 마리나」는 이 혼란감을 어느 때보다 선득하게 포착해낸다. 불쌍해 보이는 이웃집 미망인 ‘민자씨’에게 선뜻 마음을 열었던 ‘영숙씨’는 민자씨가 벌인 마리나 사업에 전 재산을 투자한 후 나락으로 떨어진다. 영숙씨는 딸 ‘우희’와 작은 아파트에서 근근이 사는 데 만족해왔던 만큼 민자씨를 깊이 증오하기에 이른다. 민자씨가 투자금을 뜯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녀에게 접근했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영숙씨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민자씨에게 혐의를 씌운 뒤 그녀를 마음껏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면서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나가는 경험”을 통해 “어떤 사람에 대한 판단의 근육을 단련하는”(문학평론가 황예인, 인터뷰) 정신운동을 촉발하는 이 작품은 타인을 믿어보려는 마음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 끝에 선과 악의 경계를 무화하며 삶이라는 거대한 미스터리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게 한다.

「돈의 수사학」의 화자는 돈에 인색한 탓에 두 딸과 손자에게 원망만 받는 외로운 노인이다. 형편이 넉넉함에도 경제적 지원을 아끼는 노인을 가족들은 수전노라고 오해하지만, 사실 이 노인이야말로 경제를 읽는 감각이 탁월한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자영업을 하고 싶은 손자가 노인에게 손을 벌리지만, 그가 실패할 것이 눈에 훤한 노인은 선뜻 돈을 내주지 않는다. 실랑이가 이어지다 건강이 악화된 노인이 정신을 잃는 순간 손자의 비정한 진심이 그의 귓속으로 파고든다. 병실에 누워 가족들의 속내를 마저 엿듣게 된 노인의 굳은 결심과, 노인은 까맣게 잊었지만 딸들에게는 상처로 남은 노인의 과오가 뒤늦게 대비될 때 이 슬픈 가족사는 다층적인 결을 이루며 다시 한번 읽힌다.
 
서로를 서로의 색으로 물들인 끝에 탁해지고 마는 내면의 빛깔
그러나 어떤 ‘엮임’은 그 관계의 채도를 순식간에 끌어올린다

 
살아가는 한 우리는 타인과 엮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관계 맺다보면 어느새 상처 입고 상해버린 내면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타인과 엉겨붙어 뒹구느라 줄곧 탁해져가기만 하는 것일까.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리플리 부인」의 ‘나’에게 사장이, 「마리나 나의 마리나」의 영숙씨에게 민자씨가, 「돈의 수사학」의 노인에게 딸들과 손자가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기는 순간마다 인물들의 시야는 생생하게 채색되고 있다. 살아 있기에 느끼는 강렬한 실감으로 말이다.

그리고 어떤 관계는 강렬하다못해 지극히 투명하게 빛나기도 한다. 「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와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는 ‘노근리 연작’으로 묶어 읽을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노근리 쌍굴에서 벌어진 참사를 겪고 살아남은 ‘남자’가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었던 “육십 년 전의 여자” ‘인영’을 찾기 위해 실버타운에 찾아오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남자의 사연을 듣게 된 안내원 ‘그녀’는 자신과 남자가 지독한 상실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낀다. 살아온 시대도, 겪은 사건도 다르지만 두 사람은 온갖 격차를 뛰어넘어 진심으로 교감한다.

그녀와 남자의 만남은 일 년의 공백을 두고 이어지는데, 앞서 수록된 「천사는 이렇게 탄생한다」가 일 년 후의 재회를, 이어지는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가 첫 만남을 담고 있다. 뒷이야기를 먼저 읽으며 감지했던 빈칸이 다음 단편을 읽을 때 꼭 맞게 채워지는 경험을 통해 그녀와 남자가 그렇듯 두 편의 이야기가 단단하게 결속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다른 존재들을 ‘우리’로 묶어주는 이 결속감에 대해 이현수 소설은 쓴다. 악연이든 선연이든, 그렇게 누군가와 엮였을 때 비로소 삶이 선명해진다고. 그렇게 자꾸만 엮고 엮이며 인생은 문학이 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는 이현수의 첫 소설집 『토란』 개정판과 동시 출간된다. 소설쓰기에 대한 열정과 초심을 잃지 않는 이 믿음직한 작가의 시작과 현재를 나란히 놓고 읽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한 사람을 바라보는 데 여러 겹의 시선이 필요했다고 한 선생님의 말처럼, 나에게도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드는 시차가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니까. 이해하지 못할 악인을 쓰는 게 꿈이라고 한 선생님의 말은 나에게 인간에 대한 이해의 범위를 지금보다 더 넓혀가고 싶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런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는 과정을 거치면서 선생님만의 독특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만들어질지 모르겠다고 상상했다. 언젠가 우리가 또다시 만나 2020년의 11월을 떠올리며 또 한 겹의 시선을 가질 수 있다면. 작가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누구든 자꾸 이해해버린다는 말이 나는 싫지 않았다. _황예인(문학평론가)

추천평

누구의 기억에도 없었더라면 좋았을 공간, 그러나 기억해야 할 공간이 있다. 소설가 이현수의 고향인 충북 영동 노근리에 있는 쌍굴도 그런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그곳에는 남녀노소 사백 명에 이르는 무고하고 무해한 피난민들이 있었다. 미군들은 나흘 동안 그들에게 십이만 발의 총알을 무차별로 발사했고, 그 흔적은 굴 곳곳에 크고 작은 구멍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리고 칠십 년이 지난 오늘,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는 걸 일깨우듯 쌍굴 밑으로 맑은 물이 너무도 조용히 흐르고 있다.

얼마 전 어떤 인연으로 그곳을 찾았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그녀였다. 그곳을 떠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떠올린 사람도. 그녀는 그곳에서 온기로 떠돌며 그들을 끌어안고 가만가만 보듬고 있었다. 늙고 남루해진 인생마저 ‘애썼다, 위대하다’ 토닥여주고 높여주는 법을 터득한 그녀여서 다행이다 싶었다. 덕분에 나는 숙제를 면제받은 학생처럼 조금은 홀가분한 심정으로 그곳을 떠나올 수 있었다. 나이들수록 점점 더 금기어처럼 꺼려지는 ‘우리’라는 말을 그녀의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녀와는 언제까지나 ‘우리’로 엮이고 싶어진다. 그녀가 부디 오래오래 그들을, 저마다의 생의 조건에서 살아남은 자들인 우리를 끌어안아주었으면 좋겠다.
- 김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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