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으로 배운 우리들의 글쓰기
‘글쓰기’ 하면 어렵고 재미없다는 생각부터 든다. 왜? 재미없고 어렵게 배웠으니까.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제대로 배운 적이 있기는 한 걸까? 느낌과 생각을 쓰고, 서론 본론 결론에 맞추어 쓰라는 ‘주문’만 받았다. 그렇게 주문만 받은 엄마 아빠는 똑같이 아이에게 주문만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글자 똑바로 써야지, 생각과 느낌을 써야지… 아이는 짜증이 나고, 어른은 답답하다. 역시 집에서 가르치는 게 아니야 어디 괜찮은 학원은 없나, 어휘력부터 길러야 하니까 단어 공부부터 시켜야지. 이것저것 찾고 아이에게 단어 공부, 문장 쓰기 책을 내밀어 보지만 아이는 도통 재미를 붙이지 못한다.
글쓰기는 공부가 아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한테는 글쓰기를 공부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 아이가 말문이 터져서 엄마 아빠를 말하고 온갖 이야기를 쏟아 내던 시간을 떠올려 보자. 어떻게 저런 말을 할까 싶어 놀라고 감동했던 시간들이다. 누가 가르쳐 준 게 아니라, 제 안에서 쌓이고 쌓여 터져 나온 것이다. 입학을 앞둔 아이들이나 저학년 아이들도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어린이만의 시선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다. 신기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다. 그래서 저자는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마음껏 쏟아 놓을 수 있게 멍석을 깔아 주는 일이 먼저라고 말한다. 이 과정을 무시한 채 쓰라고 밀어붙이거나 어른의 틀로 가르치게 되면 아이는 글쓰기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그러면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글쓰기의 출발점은 아이가 쏟아내는 말이다.
“엄마, 코에서 나오는 게 딱지야?”
“어.”
“코에서 나오는 게 딱지냐니까?”
“그렇다니깐, 그게 코딱지잖아.”
정말 코에서 진짜 딱지가 나왔으면 좋겠다. (‘코딱지’ 1학년)
아이들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이 글을 읽어 주면 어떤 아이든 일순간 무장해제 된다. 그런 거 써도 되냐고, 그런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글쓰기 별거 아니라고 엉덩이 들썩거리며 쓴다. “와, 좋아. 재밌게 잘 쓰네.” 공감과 칭찬 한마디면 더 신이 난다.
말하듯이 글 쓰면 된다는 걸 알게 된 희재와 현지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누가 정해 주는 대로 안 쓰고, 쓰고 싶은 얘기를 쓰니까 쉽고 재미있어요. 닭으로 비유하자면 닭장 안이 아니라 넓은 세상에서 지내는 거죠.”
“글쓰기는 별거 아니다. 연필과 지우개, 용기와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만 있으면 된다.”
쉽고 재밌게 시작해서 아이들이 글쓰기를 만만하게 여기기! 이것이 아이들 글쓰기의 첫걸음이다.
한 발 더 들어가기, 글이 늘려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아이들은 보통 글을 “~해서, ~했고, ~했다. 그래서 참 재미있었다”라거나 “~했다. 왜냐면 ~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줄거리를 설명하듯 쓴다. 그러고서 “참 재미있었다”로 마무리할 때가 많다. 이렇게 쓰면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자세히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참 재미있었다’는 말도 빈말처럼 느껴진다. 이럴 때 아이가 쓸 이야기를 정했다면 그 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있었던 일인지 차근차근 물으면서 재미있게 들어 준다. 서로 주고받은 말이 있다면 “어떻게 말했어?” “우리 말한 것도 그대로 쓰자”고 말해 주고. 아이는 먼저 이야기로 그 일을 한번 정리하니까 쉽게 쓸 수 있고, 부모도 아이가 글을 쓸 때 옆에서 가볍게, 그렇지만 정확하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 샘의 수업 엿보기’ 꼭지에서는 아이들이 쉽게 글을 쓸 수 있게 옆에서 어떻게 말을 걸어 주고 도와주는지 그 모습을 환히 볼 수 있다.
쓸 게 없다는 아이가 있다면 귀 기울여 들어 두었다가 그냥 “써 봐”가 아니라 “아까 체육 시간 이야기?” 하고 구체적으로 건드려 주고, 가끔은 툭 내뱉은 말을 그대로 받아 적어서 말이 글이 되는 경험을 하게 도와주고, 아이 상황을 이해하며 들어 주고 북돋아 주면 글쓰기는 저절로 된다. 아이는 어떤 이야기든 들어 주는 부모 앞에서 이야기가 하고 싶어 쓸거리를 쉽게 찾아낸다. 덤으로 부모와 아이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혀야 아이가 책을 좋아할까?
글쓰기만 아니라 책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는 책을 거부하지 않는다. 부모의 기대치로 몇 살에 어떤 책을 읽고, 학교에 들어가면 글자가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기준을 내려놓고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골라 준다면 아이들은 책에 푹 빠져든다.
그런데 막상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쉽지 않다. 이 책 7장에는 똥 방귀 코딱지에 관한 책, 아름답고 재미난 그림책, 이야기도 그림도 재미난 그림책,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책과 작가별 목록, 시리즈물까지 20년 넘게 저자가 아이들과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사랑받은 책들을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읽어 주기’의 힘과 부모가 읽어 줄 때 어떻게 읽어 주면 좋은지, 독후감 쓰기는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독서 지도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초등 저학년 글쓰기와 책 읽기는 쉽고 재밌게 시작해야 한다. 글쓰기 별거 아니라고 자신만만하게 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신나게 써 보는 경험과 책에 푹 빠져서 읽는 재미를 우리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다면 《말하는 대로 글이 되는 우리 아이 첫 글쓰기》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