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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이야기

이유리 | 한겨레출판 | 2020년 12월 16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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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12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10g | 135*195*17mm
ISBN13 9791160404494
ISBN10 116040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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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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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어릴 적부터 미술 교과서나 신문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오려 내어 스크랩하던 아이였다. 어학연수를 위해 갔던 영국에서 영어 공부 대신 런던에 있는 갤러리를 훑고 다녔고, 영어 대신 머릿속에 미술지식만 꾹꾹 담고서 돌아왔다. 신문사 사회부 경찰출입기자가 되었지만 미술 전문잡지를 보고 있는 걸 선배에게 들켜 “문화부 가고 싶은 거니?”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결국 운명처럼, 미술 분야의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 어릴 적부터 미술 교과서나 신문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오려 내어 스크랩하던 아이였다. 어학연수를 위해 갔던 영국에서 영어 공부 대신 런던에 있는 갤러리를 훑고 다녔고, 영어 대신 머릿속에 미술지식만 꾹꾹 담고서 돌아왔다. 신문사 사회부 경찰출입기자가 되었지만 미술 전문잡지를 보고 있는 걸 선배에게 들켜 “문화부 가고 싶은 거니?”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결국 운명처럼, 미술 분야의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마티스가 그랬던가. “그림은 책꽂이에 있는 책과 같다”고. 책이 책장에 꽂혀 있을 땐, 고작 몇 단어의 제목만 보일 뿐이다. 그림이 품고 있는 풍부한 세계를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책꽂이에서 그림을 꺼내어 독자들에게 직접 펼쳐 주는 ‘친절한 손’으로 살고 싶다. 지은 책으로 『화가의 출세작』, 『화가의 마지막 그림』,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등이 있고, 『빛나는 아이: 천재적인 젊은 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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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58, 260, 265

출판사 리뷰

여성의 순교인가, 고통인가
삐딱하게 다시 봐야 할 그림 속 ‘진실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여성, 만들어지다〉에서는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게 아닌, 여성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담았다. 여자는 ‘이런’ 작품을 그릴 수 없다며 비난하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고, 가끔은 귀엽고 가끔은 엄마 같으라며 여성에게 주문하는 것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다. 인상주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에드가 드가는 매리 커샛이 그린 〈과일을 따는 젊은 여성〉을 보곤 여성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라며 그녀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드가의 비난은 요즘 말하는, 여성을 향한 ‘가스라이팅’이었다. 위대한 예술가로 평가받는 피카소는 어떤가. 그는 젊고 아름다운 마리 발테즈(49쪽)를 뮤즈로 삼기 위해 온갖 달콤한 말로 그녀를 유혹, 심리적으로 지배했다. 그의 천재성을 차치하고라도 그가 ‘그루밍’ 성범죄자임은 부정할 수 없다. 여성을 도구로 삼아 주무르고, 여성으로 만들려는 욕구, 예술에서도 예외는 없다.

2부 〈여성, 우리는 소유물이 아니다〉는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고, 대상화하던 가부장 사회를 향한 일침을 담았다. 여성을 향해 열등한 존재라며 끊임없이 속삭이는 사회에서 여성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이를 우연으로 여기며 불안해하는 심리인 ‘가면 증후군’에 시달린다.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18세기 프랑스의 화가 베르트 모리조는 에두아르 마네의 무시와 간섭으로 가면 증후군을 겪었고, 이는 21세기 현대 여성 역시 다르지 않다. 내털리 포트먼, 미셸 오바마 등도 가면 증후군에 시달렸다.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착각은 여성을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생각과도 연결된다. 그렇기에 프란체스코 과리노의 〈성 아가타의 순교〉(113쪽),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120쪽), 페테르 파울 루벤스가 그린 〈시몬과 페로〉(128쪽) 속 여성들에게서 더는 아름다움과 효심, 순결을 보아선 안 될 것이다. 책은 여성을 향한 더러운 욕망을 볼 수 있는 만큼이 우리 사회가 달라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해 이들 여성에 대한 다른 해석을 받아들여야 우리 사회가 성숙해질 수 있다며 일갈한다. 여성은 열등한 존재도, 음식도, 도구도, 관음의 대상도 아니다.

3부 〈여성, 안전할 권리가 있다〉에서는 16~18세기 그림 속 여성들이 겪었던 성적 억압과 폭력을 살피고 과연 지금 이 시대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는다. ‘남자는 원래 짐승’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로 여성들의 행실을 단속한 건 아주 오래전부터였다. 16세기 초 암브로시우스 벤손이 그린 〈루크레티아〉(185쪽) 속 여성은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1736년 장 바티스트 그뢰즈는 〈깨진 거울〉(177쪽)에서 정절을 잃은 여성을 그리며, 이 여성이 충동적으로 일을 벌여 사달이 난 것처럼 표현했다. 두 그림 모두 가해자인 남성보다 피해자인 여성에게 사건의 원인을 찾고 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이런 암울한 시대에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밝히며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고발한 화가다. 나는 사회가 원하는 대로 ‘불쌍해져야만’ 하는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화가임을 만천하에 외친 그녀의 〈자화상〉(189쪽)에서 우리는 ‘피해자다움’이 아닌 당당한 ‘생존자다움’을 볼 수 있다. (188쪽) 여성의 안전할 권리를 지키고 또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른 대가는 가해자에게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190쪽)

4부 〈여성, 우리는 우리 자신이다〉는 시대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재능을 뽐낸 여성들의 이야기다. 중국 최초의 여성 유화가이자 이탈리아 미술전에서 중국인 최초로 당선을 한 ‘판위량’, 안경을 쓰고 책을 읽으며 지적인 모습을 한껏 뽐내던, 한마디로 남성들이 싫어하던 모습을 자처하며 자화상을 그린 안나 도로테아 테르부슈, 그리고 당당하게 자기다운 그림을 그리며 실력을 뽐낸 메리 모저와 조지아 오키프까지. 여성에게 주어진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삶을 산 여성 화가들의 이야기를 이곳에 모았다. 반면 남성의 이름을 빌려야만 자신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던 여성들, 제인 에어, 조르주 상드, 크리스티나 여왕의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으로 살고 싶어 하던 여성들의 모습을 함께 담았다. 이제 그녀들에게 진짜 이름을 돌려줘야 할 때다.

메리 모저와 조지아 오키프,
그들은 ‘여성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저 ‘자기다운’ 그림을 그렸을 뿐


가부장 사회에서 해석된 여성상에 반기를 들 때 우리는 진짜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은 지난 세기 그림에서 발견된 여성들에 대해 삐뚤어진 감각을 가질 것을 제시한다. 삐딱하게 볼 수 있어야 진실된 감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제야 그것이 여성의 순교가 아닌 여성의 고통이며, 여성의 헌신이 아닌 여성의 절망과 슬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에 대한 성적 유희를 교묘하게 아름다움과 순결로 지키려는 가부장 사회가 ‘언젠가는 부서지기를 희망하며’(125쪽) 작가는 이 책을 썼다. 이제 여성들은 가부장 사회라는 매트릭스에서 ‘빨간 알약’(125쪽)을 먹었다. 돌이킬 수 없다. 그러니 힘차게 그림 밖으로 걸어 나오는 여성들을 지켜보며,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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