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마인드풀니스, 내면으로 들어가면 된다는 거짓말
마음챙김은 유발 하라리, 오프라 윈프리, 박찬호 같은 여러 분야의 유명 인사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으며 세계적인 주류 문화로 확산되고 있는 명상법으로, 실제 수련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도 막연하게 좋은 것,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한국에서도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마음챙김 명상이 자주 언급된다. 대기업, 공공기관, 공무원 대상으로 마음챙김 강의가 열리며(교보생명은 심리적인 안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혜민 스님과 함께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했다), 몇몇 대학교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상담에 마음챙김을 활용하고 있다.
사실, 회사원이 긴장되는 회의를 앞두고 잠깐 스마트폰 앱으로 3분짜리 호흡 수련을 하는 게 뭐가 나쁘겠는가? 그 자체로는 문제 될 게 없다. 문제는 마음챙김의 메시지이다. 우리의 고통은 우리가 내면을 돌아보지 않고 주의를 흩뜨리기 때문에 생기는 ‘내 마음의 문제’이므로, 일단 “내려놓고, 알아차림 하면서, 판단하지 않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챙김 수련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식의 만병통치 약속이 문제이다. 더욱이 마음챙김을 단순한 개인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을 넘어 세계를 변혁할 혁명적인 힘이자 인류의 “사실상 유일한 희망”이라고 과대 포장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과연 그러할까?
맥도날드에 빅맥이 있다면, 마음챙김에는 MBSR이 있다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는 “당장은 배를 불리지만 오래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 식탐 같은 영적 수행”이라는 의미로, 불교 교사이자 심리치료사인 마일즈 닐이 만든 용어다. 《마음챙김의 배신》에서는 맥마인드풀니스의 의미를 더 넓고 깊은 맥락에서 탐구한다. 사업적인 면에서 현대의 마음챙김 유행은 맥도날드의 성장과 유사점이 많다.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은 패스트푸드 산업을 탄생시켰고, MIT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명상가 존 카밧진은 원래 불교 수련에 뿌리를 둔 마음챙김을 종교색을 띠지 않는 세속적인 영성으로 상품화했다. 카밧진은 현대인의 병이 된 “스트레스”를 포착해, 스트레스에 지친 미국인들에게 제공할 상품을 개발했는데, 바로 마음챙김의 대표 상품이자, 마음챙김이 전 세계적 유행이 되도록 만든 ‘MBSR(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이다. 이 프로그램의 체계와 내용은 맥도날드의 빅맥처럼 전 세계 어디에서나 거의 차이가 없다. 맥도날드가 체인점을 늘리고 메뉴를 개발하듯, 마음챙김은 기업, 학교, 정부, 군대 같은 새로운 시장을 알아차리고, 여러 형태의 “마음챙김에 기반한 개입”을 개발해 그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확장해가고 있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었어요”
마음챙김 사업은 불교의 가르침과 수행을 적용하면 병원에 있는 환자들이 육체적 고통, 스트레스, 불안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카밧진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미국 백인들의 주류 감성을 자극하며, 현대과학 및 심리학과 양립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해 성공했다.
과학화는 종교와 거리를 두는 데도, 상품으로서 대중에게 어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따금 달라이 라마의 통역을 맡기도 하는 프랑스 태생의 티베트 승려 리카르는 신경과학자들이 명상 중인 그의 뇌를 촬영한 후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 신경과학은 마음챙김이 과학적 정당성, 의료적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해 애용하는 과학 분야이다. 마음챙김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제시되는 총천연색의 뇌 fMRI 사진은 사람들을 쉽게 현혹하지만, 명상하는 신경과학자들조차 뇌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명상에 의한 뇌 변화에 관한 지식에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한다.
저자인 로널드 퍼서는 또한 과장광고로 결실을 맺는 마음챙김 프로그램의 경제적 이익이 연구진과 출판업계, 그 밖에 마음챙김 산업의 종사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꼬집으며,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돌아가는 마음챙김의 실체를 폭로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은 마음챙김 연구에 1억 달러 이상의 재정을 지원했지만, “마음챙김 효과”는 전혀 과학적 증거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각종 효과를 증명하는 과학적인 연구들을 쏟아져 나오지만, 여러 메타 연구에서는 마음챙김 효과 연구의 상당수가 품질 미달이고, 연구자 자신이 마음챙김 수련자인 경우에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이 보고되며, 마음챙김이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약물이나 운동 같은 적극적인 치료 방법보다 더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퍼서는 마음챙김 옹호자들이 오로지 마음챙김을 주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대로 된 연구 과정을 경시한 채 연구 결과를 과장하는 ‘반과학적’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마케팅을 위해서라면, 불교는 탈부착 가능한 액세서리
마음챙김은 소승불교의 위빠사나(통찰명상) 전통에서 유래했지만, 상업화된 마음챙김은 불교 전통과 맥락, 윤리는 지우고, 명상 기술만 채택한다. 임상과 의료 환경에서 비불교도에게 수용되기 위해 불교 전통과 거리를 유지한다. 마음챙김 관계자들은 ‘불교 없는 명상’으로 홍보하면서, 공공 부문 자금 조달 기관들과 이야기할 때 불교의 기색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불교의 권위와 전통이 필요할 때는 달라이 라마, 틱낫한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어떻게든 불교와 연결되려고 애쓴다. 필요에 따라 불교를 붙였다 뗐다 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비판받고 있지만, 마음챙김 내부에서는 스스로를 “몰래 하는 불교”라고 농담할 정도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MBSR은 불교와 일정부분 거리를 두면서, 불교 명상의 본질을 가져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불교의 상징을 전용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불교의 전통적인 명상이 마음 상태의 존재론적인 변화나 경험하는 주체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데 비해, 마음챙김은 아무것도 질문하지 않은 채 ‘존재한다’는 감각만을 남기는 인식론적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현세에 만족하는 개인을 배양하는데 그친다.
그 결과 불교의 윤리적인 영역, ‘모든 존재들에 자비심을 갖는 것’이나 ‘그릇된 자아의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해탈’은 생략된다. 퍼서에 따르면, 마음챙김은 마케팅을 위해 불교의 가르침을 짜깁기하고, 그마저도 불교의 최종 목표에는 미달하는 ‘가짜’ 깨달음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마음챙김 명상이 가리는 진짜 문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애플 등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마음챙김을 자기들 브랜드의 부속품으로 받아들이며, 집중력 향상, 업무 효율 증진을 위해 적극 활용한다. 마음챙김은 기업뿐 아니라, 학교, 군대, 정치로도 스며들고 있다. 영국에서는 학교 마음챙김 프로젝트를 실시해, 5년 동안 100만 명의 어린이에게 “일대일 집중 마음챙김”을 제공할 4,500여 명의 교사를 훈련시켰다. 미 육군에서는 군인들의 마음챙김 기반의 주의력 훈련 8시간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하원의원 팀 라이언은 《마음챙김 국가》를 썼고, 영국에는 마음챙김하는 정치인 모임이 있다.
이처럼 개인의 스트레스 해소를 통한 집단의 생산력 증대 효과를 명분으로 기업, 학교, 군대, 정치 등 사회의 다양한 영역으로 침투한 마음챙김은 푸코가 말하는 “자기의 테크놀로지techniques of the self”를 통해 부지불식간에 순종적인 개인을 배양하는 ‘규율 권력’이 된다. 규율 권력은 예컨대 ‘자유롭고 진취적인’ 사람들이 자유롭게 기업가처럼 경제활동을 하면 각자의 삶이 개선될 거라고 믿게 만듦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주체로서 자아를 형성하게 만드는 권력 행사 방식이다.
마음챙김은 자본주의의 폐단에서 빚어진 스트레스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환하며, 자본주의에 면죄부를 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자체가 자본주의에 편입돼 일종의 ‘산업’으로 경제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벌어지는 불안과 걱정은, 마음챙김을 통해 완화될 수는 있지만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개인의 정신적 경험으로 축소된 마음챙김은 오히려 자본주의 구조를 강화하면서, 개인의 스트레스를 영구화하는 데 기능한다. 퍼서는 마음챙김이 개인의 경험적 문제로 회귀하는 데서 벗어나, 그러한 경험을 겪게 한 원인과 상황을 알아차리고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를 직시하는 사회적 마음챙김으로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