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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례 | 창비 | 2020년 11월 13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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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11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84g | 128*188*20mm
ISBN13 9788936478476
ISBN10 8936478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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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 『햇빛 속에 호랑이』 『붉은 밭』 『레바논 감정』 『캥거루는 캥거루이고 나는 나인데』 『개천은 용의 홈타운』과 번역 시선집 『Instances』, 번역서로 제임스 테이트 산문시집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가 있다.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 『햇빛 속에 호랑이』 『붉은 밭』 『레바논 감정』 『캥거루는 캥거루이고 나는 나인데』 『개천은 용의 홈타운』과 번역 시선집 『Instances』, 번역서로 제임스 테이트 산문시집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가 있다.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1년 1월 16일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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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1mg의 진통제」중에서

출판사 리뷰

원리로 환원할 수 없는 사랑의 빛과 그림자
오래도록 바래지 않을 빛그물로 빚어낸 우연의 순간


최정례의 시는 매혹적이다.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해 끝내 한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는 경이로움이 있다. “이념도 아니고 사상도 아닌/우리의 생활”(「창에 널린 이불」)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의 비밀스러운 면모를 포착해내는 데 최정례만큼 능숙한 시인은 없는 듯하다. 나무에 올라간 염소를 보면서 그들이 먹기 위해서거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올라가기 위해 그냥/올라가서는/내려오지 못해/매달려 있는 것”(「삼단어법으로」)이라고 보는 독특한 시선과 “개미 한마리가 한강 다리를 지나가면 다리가 휘겠니, 안 휘겠니?”라고 물으면서 “거의 무에 가까운 무게지만 무게는 무게”(「개미와 한강 다리」)라는 기발한 발상이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해설에서 “이런 것이 바로 최정례다움의 일면”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시인은 저마다 “각자도생의 길을 가야 하는”(「각자도생의 길」) 고독한 삶에서 ‘시적인 것이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산문과 시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최정례의 시를 읽다보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공간의 유연한 흐름 속으로 빨려드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혼잡한 틈새를 넘나드는 ‘밑도 끝도 없는’ 두가지 이상의 이야기가 홀린 듯 따라가게 만드는 산문시의 구조 속에서 촘촘하게 얽혀 있다. 시인이 보여주는 대로 세계 속에는 많은 것이 얽혀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뒤섞이는 “인간과 인간 사이” “가치와 가치 사이”(신형철, 해설)의 무수한 얽힘을 시인은 ‘빛그물’로 엮어 “내가 모르는 나, 나라는 허상이/복제, 복제되고 있”(「우박」)는 초현실 같은 순간들을 시적인 순간으로 끌어올린다. “어둠을 통과해 더 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이 세계를 말하는 동시에 “그곳으로 영혼이 조용히 앞질러”(「웁살라의 개」) 가는 딴 세상을 보여주면서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조차 “전혀 모르겠”(「젖은 바퀴 소리」)으나 “뭔가 가슴 찢는 게”(「매미」) 있는 삶과 존재의 이면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이수명 시인은 앞 시집(『개천은 용의 홈타운』) 추천사에서 최정례의 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멀리 나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시집은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시인은 “산문으로 된 이야기 속에 시적인 것을 어떻게 밀어넣을 수 있을까의 실험, 아직 끝낼 수는 없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극약 처분의 낭떠러지를/기어올라야 하는”(「1㎎의 진통제」)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새로운 시 쓰기에 대한 시인의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익숙하게 굳어버린 생각을 바꾸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우리를 눈뜨게 하는 ‘산문시를 향한’ 시인의 탐험은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밀려오는 구름의 내일을 내다보며”(「첫눈이라구요」) “울컥 쏟아질 것 같”(「긴 손잡이 달린」)은 심정으로 “병원 무균실에서 교정을 본다”는 시인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을 울린다.

최정례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질의: 편집자)

- 시집 『개천은 용의 홈타운』(창비 2015) 이후 5년 만의 신작입니다. 등단 30주년이기도 하시고요. 간단히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등단 30주년이라니! 저 스스로가 오히려 놀랐습니다. 시는 썼지만 한 일도 없이 세월이 갔네요.

- 현재 투병 생활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를 쓰는 생활이나 일상은 어떻게 변하셨는지요.

병원 들락거린 지 6개월이 됐는데 처음엔 통증 피하느라 정신없다가, 이제는 먹는 것과 자는 것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한식구가 되어 뒤늦게 학교에 들어온 것 같아요. 그동안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다양하게 만나게 되고 그들이 다 자기 생명의 벼랑에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배울 것이 많아요. 사과 한쪽도 나눠 먹고 서로 아픈 것을 위로하며 지내니 이젠 병원이 집이고 학교 같아요.

- '산문시'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인상적인 시집입니다. 선생님께 산문시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 이전 시집에 대하여 “이건 산문이지 시가 아니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어요. 물론 그 사람의 시에 관한 관점은 다소 편협했고 생각 없는 발언이기는 했지만, 전통적인 시 형식으로는 복잡다단한 우리의 현대 생활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게 분명해요, 산문시가 무엇인지 작품으로는 아직 대답이 끝나지 않았고, 그래서 미국식 산문시집을 번역해보기도 했고요. 형식적인 파괴 혹은 형식적인 발견을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제 자신을 좀더 들들 볶으면서 대답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와 이유를 부탁드립니다.

표제시인 「빛그물」에 애착이 가서 발표 후에도 여러번 수정했습니다. 시작 동기는 정치적 사회적 부자유에 대한 반발이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회적 정치적 주장이나 제안이 유치하게 느껴지면서 다 같이 아름다운 골짜기로 가 쓰러지는 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역사가 우리를 그리로 휩쓸고 가겠지요. 그전에 이미 사람들 각자의 생각 속에서는 어떤 자각이 들어서게 될 것이고요.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계획은 늘 ‘시를 잘 쓰자’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자’이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늘어날수록 시를 잘 쓰는 게 가능한 것인지 어렵기만 해요. 시를 통해서건 그 무엇을 통해서건 사람을 사랑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시인의 말

존재의 배면에서 수줍게 숨어 있는 시가 좋다. 발갛게 숯이 되어 타고 있지만 꼿꼿이 서서 무너지지 않는 시가 좋다. 문 없는 문 안에 있는 시를 쓰고 싶었다. 어떻게 들어갔을까 어디로 나갈 수 있을까, 근원을 질문하는 시, 마음과 육신이 만나는 교량 위에서 김수영의 시에서처럼 늙음과 젊음이 만나고, 미움을 사랑으로 포용하는 시를 쓰고 싶었다. 나라를 팔아먹고 그 팔아먹은 나라를 위해 다시 목숨을 바쳤던 이들, 그들이 바로 우리 자신의 두 얼굴이었음을 확인하고자 했다. 우리의 근원을 물으며 돌아가고자 했다. 더운 골짜기와 얼음 골짜기의 물이 만나 하나의 강물이 되어 흐를 때 어느 물 한방울로 그 원천을 증명할 수 있을까, 모순과 아이러니의 두 얼굴, 이 두 얼굴이 우리 근원 속에 도도히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개천은 용의 홈타운』 이후 발표한 시들 중에 산문시 몇편을 덜어내면서 생각해보았다. 산문으로 된 이야기 속에 시적인 것을 어떻게 밀어넣을 수 있을까의 실험, 아직 끝낼 수는 없었다. 물론 시적인 것이란 무엇일까의 더 근원적인 것을 향한 질문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열심히 써냈지만 장치가 느슨할 때는 너무 싱거운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시들을 덜어내었다. 이야기의 한 귀퉁이를 누르면 저쪽 세계에서 반짝이며 대답해줄 것 같은 이야기 시, 공간과 시간의 혼돈 속에서 시적인 물음들을 물으며 자기 갈 길을 가는 시들, 이곳을 말하면서 동시에 저곳을 말하는 알레고리의 시들을 이 시집에 포함하기로 했다
2020년 10월

추천평

최정례는 갈등과 단절과 분리와 공허에서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욕망의 진실을 기록하는 시인이다. 시인은 결핍과 혼란을 청동 재료로 삼아서, ‘생각하는 사람’ 대신 ‘사랑하는 사람’을 조각해내었다. 시인의 우주적인 사랑은 아이와 남편과 부모 같은 가족에서 시작하여 마틸다와 다케후지 같은 친구들을 넘어서 토끼와 앵무와 족제비와 고슴도치 같은 동물들 전체를 향한다. 시인은 자신의 아픈 몸을 방에 갇힌 코끼리라고 부르고 혼의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토끼가 되어 가볍게 춤추고 싶어 한다.

의미의 공백을 의미의 진술만큼 중요하게 활용하는 시인은 현실의 표층을 뚫고 들어가 이념과 사상의 밑바닥에 흐르는 심층의 감각을 회복하고, 자신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자기’라는 저 미지의 세계를 기록한다. 본다는 것은 언제나 보이는 것이다. ‘나’의 눈은 타자의 눈에 보일 때에만 세계를 향하여 열린다. 자기 고유의 내면에서 시인은 단독자가 아니라 자기의 시선과 뗄 수 없이 얽혀 있는 눈길들을 발견한다. 원리로 환원할 수 없는 사랑의 빛과 그림자가 일시적인 것들과 우연적인 것들을 오래도록 바래지 않을 빛그물로 변형해놓은 이 시집에서 우리는 어떠한 위기와 시련에도 손상되지 않는 인간의 신비를 읽을 수 있다.
- 김인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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