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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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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천수호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16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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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72g | 130*224*20mm
ISBN13 9788954675659
ISBN10 895467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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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옥편에서 ‘미꾸라지 추(鰍)’자 찾기」라는 작품으로 등단을 했고, 민음사에서 『아주 붉은 현기증』을, 문학동네에서 『우울은 허밍』이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지금은 명지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를 읽고 있으며, 횡성 예버덩문학의집 운영위원과,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기획위원이기도 하다.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옥편에서 ‘미꾸라지 추(鰍)’자 찾기」라는 작품으로 등단을 했고, 민음사에서 『아주 붉은 현기증』을, 문학동네에서 『우울은 허밍』이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지금은 명지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를 읽고 있으며, 횡성 예버덩문학의집 운영위원과,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기획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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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벨트 우체통」중에서

출판사 리뷰

“당신이 다시 온다면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해도 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
삶과 연결되어 생동하는 죽음과 이별의 심상(心象)


문학동네시인선 149번째 시집으로 천수호 시인의 세번째 시집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를 펴낸다. 사물을 보는 낯선 시선과 언어에 대한 독특한 감각을 가졌다는 평을 듣는 그는 ‘인간-언어-사물’의 상상적 관계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을 서정적 언어로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첫번째 시집 『아주 붉은 현기증』에서는 시적 언어를 통해 세계의 모습을 시각화하고, 두번째 시집 『우울은 허밍』에서는 ‘귀-청각’을 통해 사물과의 소통을 시화(詩化)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가까운 이가 앓는 병과 죽음을 통해 관계와 가치를 무화시키는 어떤 낯선 것들 안에서 슬픔이나 두려움 이상의 의미를 발견해낸다.

당신은 그렇게 왔고 또 그렇게 떠났다

오고 또 갔다고 했지만 그곳이란 원래 없는 것
파도가 풀어내는 바다

당신이 다시 온다면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해도 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

(……)

떠난 지 오 개월이 지난 지금도
누군가는 당신 조의금을 보내온다
당신이 저 바닷물에 녹아드는 데 오 개월이 걸린다고 했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어떻게 그렇게 천천히 걸어들어갈 수 있는 건지

바닷물이 소금이 되는 데 한나절이면 된다는 내 말에
당신은 또 저 건너편 기슭으로 달아난다
―「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에서

67편의 시가 수록된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애도시처럼 보일 정도로 편편에 죽음과 이별의 이미지가 깃들어 있다. 그중 애도의 과정을 가장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 시 「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를 먼저 살펴보자. “당신이 다시 온다면”이라는 가정법에서 드러나듯 애도에 실패한 채로 살고 있는 ‘나’는 ‘당신’의 죽음을 자신과의 물리적인 거리와 시차로 환산함으로써 상실감을 실체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당신’과 ‘나’ 사이에 물리적 거리와 시차는 존재하지 않음을 분명하게 인지함으로써 슬픔을 내면화하는 자신에게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오고 또 갔다고 했지만 그곳이란 원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뒤이어 “당신이 다시 온다면”이라고 가정할 수밖에 없는 것, 거기에서 우리는 ‘나’의 상실감을 더욱 절실이 감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애도의 방식이 단지 절망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이 저 바닷물에 녹아드는 데 오 개월이 걸린다고 했던 말”에 “바닷물이 소금이 되는 데 한나절이면 된다”고 받을 수 있는 ‘나’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죽음에서 의미를 발견해낸 것처럼, 시인은 ‘생명’과 ‘병’의 관계에서도 부정성 이상의 의미를 이끌어낸다. 실존의 비애라고 말할 수 있는 ‘죽음’이 인간의 존재 조건이듯 ‘병’ 역시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인 동시에 ‘생명’의 근거라는 것, 그러니까 병들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생명의 고유한 특징이라는 시인의 사유를 통해서야 비로소 우리는 “유리 위를 흘러내리는 어룽무늬처럼/ 링거 수액이 천상 이야기를 타고 내려오고/ (……) 창과 창 사이 이쪽과 저쪽은 서로 힐끗/ 한 장의 햇살만 이쪽저쪽 구분도 없이 푸욱 찔려 있다”(「창과 창 사이의 힐끗」)와 같은 놀랍도록 깊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단절이 아닌 관계 속에 있다는 깨달음을 창으로 분할된 두 세계를 관통하는 눈부신 햇살의 형상으로 표현해내는 데 필요한 게 단지 시인의 빛나는 언어적 감각뿐일까?

회화에 비유하자면, 천수호의 시편들은 원근법에 충실한 묘사보다는 사물의 질감이나 느낌, 그것들의 우연적인 조합이 만들어내는 낯섦의 미학에 가까울 것이다. 자연물을 시적 소재로 삼으면서도 상투적인 서정을 답습하지 않고, 언어(글자)의 모양, 의미 등 언어에 대한 자의식을 중시하면서도 형식 실험으로 흐르지 않는 시인의 시적 면모는 시집의 말미에서 만날 「거울아 거울아」에서 더욱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수건이 닦고 지나간 눈이며 입이며 귀가 침묵을 학습한 것처럼 저 수건이 품고 간 알몸과 맨발이 비밀을 훈련한 것처럼 젖는 것을 전수받는 오랜 습관처럼 숭고한 침묵을 주무르며 손을 닦는다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거울아 거울아」에서

시집의 제목이 된 문장,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라는 중의적 문장에서 수건은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땀에 젖은 댄서를 말려주는 수건 본연의 역할, 그리고 생명의 근원인 수분의 이동을 통해 죽음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일. 수건은 그리하여 이 시에서 죽음의 화신과 같은 존재로 변모한다. 어딘가에 닿고자 하는 댄서의 열망이 담긴 격렬한 몸짓과 침묵(죽음) 사이의 낙차를 우리에게 친숙한 수건이라는 일상적 사물을 통해 형상화한 데서 우리는 삶과 연결되어 생동하는 죽음을 인지하는 시인의 섬세한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그뒤로 “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져서 수건은 칙칙하고 은밀하게 말라간다 침묵이나 비밀과도 무관한 의자 위에 수건은 단지 정물화처럼 거기 걸쳐진다”라는 내용이 이어져도, 우리는 도리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이다.

뜻하지 않았고, 예상치 못했던 죽음들이 이어지는 현재의 세계에서 어쩌면 시인의 이와 같은 인식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시구보다 먼저 도착했어야 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 삶과 가로놓인 죽음들을 너무 멀리 떠나보내거나, 현실을 직시하고 나아가기 위해 그것들을 너무 가까이 품어안아야 했던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두 세계 사이에 놓을 맑고 투명한 창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너무 늦지 않게 천수호가 빚어낸 빛나는 창으로서의 이 한 권의 시집을 당신에게 보낸다.

시인의 말

한동안 서울과 양평을 오갔다. 아픈 사람들이 서울에서 양평으로 건너가는 것은 칠흑의 한밤중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 몸을 건너가는 병이 구름 사이로 떠다니지 않게 병명이라는 검은 돌들을 별자리처럼 놓아본다. 이 시집이 별들을 가리키는 헛된 손가락이라 할지라도 언니를 아프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2020년 11월
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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