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중인 수학교사 엄마의
눈물나게 유쾌한 핸드폰 중독 탈출기
엄마의 도전기가 이렇게 웃길 것까지야
핸드폰을 내려놓고 아이에게 집중,
취미 발레로 77사이즈도 탈출!
나의 오늘이 더 재미있어진 이야기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불과 두 달 전 건강검진에서 신체 나이가 40대라며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갑자기 하루아침에 뇌병변 1급 장애인이 되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하며 핸드폰을 더 꼭 쥐었다.
눈 앞 세상은 눈물짓는 일이 가득했지만 핸드폰을 보면 현실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연예, 스포츠 기사, 웹툰에 인터넷 쇼핑까지 시간은 빨리 지났고 나는 부질없는 핸드폰 전문가? 아니 핸드폰 중독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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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저녁이었다.
남편은 해외출장 한 달째. 나름 혼자서 애 둘을 잘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원 후 아이들은 목욕 겸 물놀이를 하고 나는 저녁 준비를 했다.
조용해 들여다보니 큰아이는 욕조 안에 똥을 쌌고, 둘째는 해맑게 똥물 속에서 귤을 먹고 있었다. 나는 너무 심하게 화를 냈고 분노의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눈물이 났다. 아이들에게 “엄마 힘드시니 저희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말이라도 듣고 싶었던 건가? 7세 4세 아이들한테 위로라도 받고 싶었던 것인가? 속상한 최악의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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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지금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휴직기간에 스마트폰 세상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그 외 일상에서는 허둥지둥 살고 있었다. 아이들 앞에서라도 핸드폰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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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내려놓았으니 오전에 뭐라도 해야 했다.
에잇, 모르겠다. 한 번 사는 인생, 평소 동경해오던 발레를 해보기로 했다.
77사이즈 몸매로 발레수업을 신청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
시작은 힘들었으나, 최고로 재미있다. 그런데…
쿠드삐에, 빠세, 를르베, 앙드올, 앙드당,… 발레 용어가 외계어 같다.
발레 공연도 궁금해졌다. 〈지젤〉 〈백조의 호수〉 의 스토리가 생각보다 흥미진진했다.
아이 앞에서는 핸드폰을 안 하기로 했으니, 아이가 잘 때 핸드폰 검색을 시작했다.
용어도 찾아보고 공연도 검색하고... 그러다 또 샛길로 빠진다. 드라마 응사, 응팔, 응칠 주요 장면을 보고 또 본다. 이제 잠까지 부족해졌다. 또 반성한다. “지금 당장 핸드폰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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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졸다 보니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끝난 것이 아쉽다. 아쉬워하다 딸과 약속했던 간식도 잊었다. 아이스크림 가게로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아이스크림에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
지금부터 나의 도전도 시작된다. 아이들이 돌아오고, 잠들기 전까지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놓을 시간이다.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멀리하려고 노력한다.
발레와 책은 인내심을 쥐어짜내다 툭하면 방전되는 나를 살포시 눌러주는 것 같다. 무겁지 않게, 토닥토닥.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너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며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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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앞에서 핸드폰 안 하기! 성공했나요?”
-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ing입니다. 라면이 맛있어서 많이 먹어놓고, 살쪘다고 라면회사를 탓하면 안 되듯, 핸드폰 때문에 시간 뺏겼다며 핸드폰 자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핸드폰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용해야 하기 위해 관리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멍하게 시간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면, 엄마인 내가 먼저 아이들 앞에서 두 배로 조심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발레로 다이어트에도 성공하셨다구요?”
- 아, 77사이즈는 탈피했습니다. 발레가 재밌기만 한 게 아니라 근력운동으로도 아주 좋거든요. 내년엔 발레 콩쿠르도 나가서 발레 콩쿠르 역사상 최고 몸무게 갱신을 한번 해볼까 합니다. 이 몸무게로 발레 콩쿠르 나가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이것저것 도전하며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살려구요. 엄마로도, 나 자신으로도요.
누워서는 10분도 안 자는 초절정 예민 아기와 씨름하던 날, 아버지가 쓰러지셨을 때, 남편이 장기 출장을 갔을 때, 드디어 육아동지가 생겨 마음을 나눌 때, 늘 곁에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유용하게 활용하고 멈춰야 하는데 정지신호가 없는 세계란 걸 깨달았다. 소중한 육아휴직 기간, 아이와 눈을 더 맞춰야 하는 시기, “아이 앞에서는 핸드폰 안 하겠습니다” 라고 선언한 엄마의 좌충우돌 핸드폰 중독 탈출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오기를 무한반복하며 무한반성하며 너무나 인간적으로 너무나 눈물나게 유쾌하다.
발레와 책으로 충전하고, 눈앞에 있는 아이들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그녀의 오늘은 충분히 멋지다. 우리 모두의 소중한 오늘처럼.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8꼭지의 글을 담고 있다. 수학교사의 눈으로 발견해내는 책과 드라마 속 흥미로운 이과문장들, 종종 등장하는 일상 속 수학용어, 수학교사 엄마의 영어교육법 등은 책을 읽으며 얻게 되는 덤이다.
이 책 《아이 앞에서는 핸드폰 안 하려구요》는 평범하게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나’의 유쾌명랑 에세이 시리즈 {나의오늘}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은 경력 재설정기를 지나는 중인 전직 기자 김수정 작가의 《나는 나와 사이가 좋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