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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 난다 | 2020년 10월 19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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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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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9118886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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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책『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독일에서 투병 중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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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가난한 당신이여, 당신의 연인에게 오늘 이 시를 읽어주시기를!

“사랑의 순간이 우리 모두를 평화주의자로,
아름다움 앞에 고개를 숙이는 자로 변하게 하는 기이함을 되새기며
이 시를 읽는다.”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걸으며 사라진 것들의 영혼을 글로 남겼던 시인 허수경의 세번째 유고집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를 그의 2주기인 2020년 10월 3일에 선보인다. 독일에 살던 그가 2009년 한국일보 지면 ‘시로 여는 아침’에 연재한 짧은 산문과 시 50편을 엮었다. 지상을 떠나기 전 남겼던 원고 ‘가기 전에 쓰는 시들’ 속 ‘시’에 빗금을 긋고 ‘글’로 바꾸어 적었던 허수경 시인. 그에게 시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삶의 내용”이었다.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는 “탄생과 탄생을 거듭하다가 어느 날 폭발해버리는” 존재인 시인들을 향한 허수경의 “개인적인 사랑 고백”이자 “이들의 시를 읽을 수 있는 영광의 시간에 대한 찬가”이다(「시인의 말」). 그가 전하는 50편의 시에는 ‘아린 무의 속살을 베어문 듯한 싱싱한 삶의 순간’이 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떠난 허수경 시인은 작은 방 하나를 얻어놓고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했다. 한 인간의 마음속에는 자신이라는 게 하나만 존재하지 않는다던 그에게 모국을 떠나 낯선 타지에 사는 일은 전혀 몰랐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발견한 수많은 나와 타자,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그는 시와 폐허가 된 사원의 침묵으로 들여다보았다. 몇 밀리미터의 지층으로 남은, 누군가가 지상에서 보낸 시간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 속에 존재했을 무수한 감정들을 되짚어보는 작업을 통해 그는 새로운 시를 끊임없이 찾아냈다. 고고학에 대한 그의 열망, 사라진 존재를 기억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그가 시로, 글로 표현하고자 했던 바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메모지에 베껴서는 어디를 가든 들고” 다녔던 시 속에는 “사라져가는 것들이 가장자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107쪽). 수많은 발굴지를 다니며 지상의 삶과 지하의 삶이 맞닿아 있는 세상을 살아가던 허수경에게 시는 “땅속에서 여물어가는 것과 땅 바깥에서 허물어져가는 세상을 생각하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길러낸” 말들이었을 것이다(69쪽). 여물어가는 것 속에서 허물어져가는 것을, 사랑 속에서 이별을, 번영 속에서 쇠락을, 삶 속에서 죽음을, 존재 속에서 그 소멸을 보았던 그. 하지만 이는 허튼 것도 슬픈 것도 아니라 단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우리를 다독인다.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철기시대 소년의 백골에게 속으로 말을 건네던 시인의 모습(『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잘게 썬 육회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이 소는 몇 살이었을까. 어떤 새벽과 아침과 낮과 저녁과 밤을 보냈을까” 생각하던 시인의 모습(『오늘의 착각』)을 기억하시는지. 그런 그이기에 시를 읽으면서도 “싹 자란 감자” “국화꽃 그늘” “울타리 싸리”에서 “서늘하고도 말할 수 없는 애잔함의 자리”를 짚어낸다(37쪽). 지나간 것들의 그림자를 항상 의식하며 살았던 그이기에, 번역될 수 없는 작고도 미세한 순간들은 그가 남긴 글 속에서 “선명하게, 그리고 사라질 듯 아련하게” 반짝이고 있다(71쪽).
 “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다시는 시를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염명순, 「꿈」 부분)라는 시의 구절은 벗어던질 수 없는 유목민의 삶을, 지상을 떠나지 않는 한 일상은 ‘고향’보다 더 막막하고 집어치우고 싶은 성지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정은숙의 「반지 속의 여자」 속 “스무 살, 서울로 떠나는 내게/경제 비상용으로 끼워진 금반지”라는 구절에서는 자신이 독일로 떠날 때 들고 온 비상용 반지를 들고 전당포 앞을 서성거렸던 기억을 불러온다. 나이가 들어 굵어진 손마디에서 쉽게 빠지지 않던 반지를 겨우 빼냈을 때, 그 금빛이 비추던 것은 그것을 끼고 살았던 나날, 이제는 내 것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생의 하사품, 추억의 금빛 물결”이었다. 그런가 하면 그에게 시란 “순진한 희망”이 허용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현실에서는 결코 공존할 수 없는 “폭탄”과 “찐빵” “까삼 로켓”과 “따뜻한 베개”가 나란히 배열되는 글. “모든 것에 희망이 보이고 초라하던 것들이 따뜻한 모습으로 뒤바뀌”는……

 “가자로 향하는 이스라엘 비행기들이 실은 것이 폭탄이 아니라 잘 쪄낸 찐빵이었으면 좋겠다. 이스라엘로 향하는 하마스의 폭탄이 까삼 로켓이 아니라 솜이 잘 든 따뜻한 베개였으면 좋겠다. 당신은 나에게 정말 순진하다고 말할 것이다. 얼마나 오래된 분쟁인데 그런 순진한 희망이 끼일 자리가 있겠는가, 라고. 그러면 나는 당신에게 말할 것이다. 당신은 무슨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김종삼의 「고향」에 덧붙이는 글 중에서

 “간절한 한 사람의 시간을 붙들고 있는 것, 그 시간을 공감하는 것, 그것이 시를 쓰는 마음”이라고 말하던 그. 시인 허수경에게 시를 함께 읽는 일은 “살아내기 힘든 지경까지 삶에 불행이 찾아왔을 때” 간절히 의지하고 매달렸던 무언가를 다른 이와 공유하는 일이었다(『가기 전에 쓰는 글들』). 그럼으로써 당신의 아픔은 내 아픔이 되고 내 아픔은 당신의 아픔이 된다. 시를 읽을 때마다 ‘다른 이가 시와 함께 보냈을 시간을 상상하는 데에서 오는 따스함’을 누구보다 잘 알던 그다. 자신이 아끼는 시를 멀리 떨어진 한국의 독자들에게 적어 보내며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자신이 힘들었던 순간마다 품에 가까이하던 시를 다른 누군가와 나누어, 자신의 간절함이 시의 마디마디마다 남긴 온기로 그를 다독여줄 수 있기를 바라진 않았을지.
 이번 유고집에는 바다를 닮은 파란색의 옷을 입혔다. 어린 시절,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할머니가 그에게 “니 그, 바다 때깔, 보나, 니가 글을 쓸 줄 알게 되몬 그 때깔 이바구 먼저 써다고” 하던 날, 그 바닷빛을 가슴에 끌어넣으며 그 순간의 물빛을 기록해야겠다고 다짐했던 시인이다. 글을 쓸 줄 모르던 할머니가 봄날의 바닷빛을 바라보며 느꼈을, 글로 표현되지 못한 일렁이던 파랑을 바라보던 한순간을 가슴에 끌어넣었던 순간부터 그는 시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기록되지 못할 작은 순간들이 “이 지상에 존재할 수 있는 권리를 시로 붙잡아둔 시인”(『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들의 평안을 빌던 허수경. 그가 사랑으로 읽은 50편의 시, 사랑으로 만난 50명의 시인을 따라 시라는 아름다운 폐허를 거닐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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