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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연인들

정영수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20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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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280g | 133*200*20mm
ISBN13 9788954675376
ISBN10 8954675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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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보통의 사랑의 역사를 쓴다] 사랑의 감정은 시간 속에서 하릴없이 바뀌어 어느새 생활의 일면이, 다난한 생의 한 장면이 된다. 감정의 당사자이고 관찰자인 책의 화자들은 지난 관계를 돌아보고 그간의 시간을 단서 삼아 미래를 그리며 그 변화의 현장에 서있다. 무덤한 듯 세심한 눈을 하고서, 보통의 사랑의 역사를 쓴다. -소설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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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83년생. 2014년 창비신인소설상에 단편소설 「레바논의 밤」이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애호가들』이 있다. 2018년,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1983년생. 2014년 창비신인소설상에 단편소설 「레바논의 밤」이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애호가들』이 있다. 2018년,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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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두 사람의 세계」중에서

출판사 리뷰

2017년 출간한 첫 소설집 『애호가들』을 통해 실존의 허무, 삶의 (무)의미를 위트 있게 보여준 소설가 정영수가 삼 년 만에 두번째 소설집 『내일의 연인들』을 선보인다. 2017년 겨울부터 2019년 겨울까지 꾸준히 발표한 단편 여덟 편을 묶었다. “내가 편애하는 유형의 소설 (…)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 나는 예상보다 훨씬 깊이 내려와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좀 머물러 있고 싶어서 내 생각과 동작을 잠시 멈추어야 했다”(신형철), “소설이란 결국 스타일이 아닌가라는 오래된 명제를 환기하는 힘이 있었다”(신수정) 등의 심사평과 함께 2018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하고 문학과지성사의 ‘이 계절의 소설’(2017년 겨울)에 선정된 「더 인간적인 말」과 2018년 가을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 2019 올해의 문제소설, 2019 현대문학상 수상후보작,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품 「우리들」, 2019년 여름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 2020 올해의 문제소설로 꼽힌 표제작 「내일의 연인들」 등이 수록돼 있다.

편편에 연인(들)이 등장한다. ‘연애소설’보다는 ‘연인생활소설’에 가까운 작품들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남녀 관계에서 오가는 섬세한 감정선도 물론 인상적이나, 실패했거나 실패가 예감되는 연인들이 주로 등장한다는 점, 그들이 겪는 사건과 생활 밀착적인 풍경이 함께해 리얼리티가 증폭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난해한 알레고리보다는 현대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삼십대 생활인이 마주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것이 연인 관계의 시작과 지속과 끝, 그리고 끝 이후를 통해 드러난다는 데서 독자들에게 더욱 소구하는 작품일 것이다. 빠르게 몰입 가능한 일인칭 화자와 지적이면서도 가독성 좋은 문장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그래서 나는 나에 대한, 그녀에 대한, 우리가 겪은 일들에 대한 기억을 끊임없이 수정해야 했다”

사랑을 한다는 것만큼 타인과 깊이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 타인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려는 의지를 충족시키는 일은 많지 않다. 자신의 미성숙을 깨닫고 더 나은 삶,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정영수 소설 속 화자에게 ‘나의 연인’은 진행형이건 과거형이건 자기 스스로를, 그리고 자신이 지나온 시절들을 (재)해석하고 이해하게 하는 가깝고 특별한 관계이다. 한편 자신보다 어른스럽고 완성된 삶을 사는 듯한 ‘다른 연인’은 화자에게 성숙한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존재이자, 삶의 낯선 부분을 비춰 보이는 존재로 형상화된다. 사랑이라 부르는 감정이 가진 모호하고 헝클어진 측면까지 품어 인간과 관계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작업, 요컨대 소설 속 화자가 겪고 (재)해석한 것을 작가가 겪고 (재)해석한 것을 독자가 다시 겪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저마다에게 남을 감상을 새로운 의미의 사랑의 역사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들」의 화자 ‘나’의 앞에 한 커플(정은과 현수)이 나타난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다며, 편집자로 일한 경력이 있는 나에게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스스로를 한심해하며 살던 나는 “삶에 능숙한 사람들”이자 “진짜 어른의 삶”을 살고 있는 그 커플을 돕기로 한다. 정은-현수에게 각자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난 뒤에도 세 사람 사이의 특별한 유대감은 옅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나는 그들을 모방해 자신과 옛 연인인 연경의 일을 써서 연경에게 보내고자 한다. 어느 밤을 기점으로 정은-현수의 관계가 무너진 뒤 나는 상념에 잠겨 ‘우리들’을 돌이켜본다. 빛나는 한 시절을 함께한 우리들. 정은-현수-나를 가리키는 말이자, 나-연경 두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자, 정은-현수/나-연경을 나타내는 그 말.

나는 그걸 연경에게 보낼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그게 좋은 생각인지 알 수 없어졌다. 이미 그 일들은 연경에게서 아주 멀리 떠나왔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 그것을 복기하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일이니까. 그것은 과거를 다시 경험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새로 살아내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 _41쪽, 「우리들」에서

「내일의 연인들」의 ‘나’는 엄마 친구 딸 ‘선애 누나’가 이혼을 하면서 비게 된 그의 신혼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 나와 연인인 ‘지원’은 그 집에서 사랑을 키워간다. ‘구원’이라는 단어를 종종 떠올리면서. “그런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구원해줄 수 있을까? 그런 게 정말 가능할까?”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사랑에 빠졌던 선애 누나 부부가 이혼이라는 결말을 마주한 것처럼 나-지원에게도 이별의 순간이 찾아올까. 이 소중한 감정도 언젠가 휘발될까.

왠지 그 밤은 영영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그것은 내게 앞으로 다가오거나 다가오지 않을 무수히 많은 행복한 시간들과 외로운 시간들의 징후처럼 느껴졌다. 나는 비스듬히 누운 채 아직 잠들지 않았을 지원의 윤곽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어쩌면 그들의 유령들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_72쪽, 「내일의 연인들」에서

「더 인간적인 말」에는 이혼을 결심한 ‘나-해원’ 부부가 등장한다. 소모적인 논쟁에 지쳤기 때문이다. 그런 두 사람 앞에 안락사를 결행하러 스위스로 떠나려는 나의 이모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그녀를 통해 살면서 무언가를 결정하려면 어떤 실질적인 용기가 필요한지 알게 된다. 자신이 아는 현실이 전부라 믿던 미숙한 두 연인의 한계, 관념의 세계와 말의 한계를 섬세하게 드러내 보이는 작품이다. 이 일을 겪은 후 두 사람이 주고받을 대화는 ‘더 인간적인 말’이 될 수 있을까. 신형철 평론가는 해설에서 상기한 세 작품을 ‘인생독본 삼부작’이라 일컬었다. 연인이 있었거나(「우리들」), 있거나(「내일의 연인들」), 잃을(「더 인간적인 말」) 예정인 일인칭 화자. 그가 자신의 미성숙을 인지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삶의 스승을 찾아내는 이야기. “정영수의 소설은 왜 차갑지 않은가. 성숙해지려는 마음은 차가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는 조금도 가르치려 들지 않았지만, 우리는 얼마나 중요한 것을 배운 것인가.”(해설에서)

“스스로 상상해낼 수 없는 삶을 선택하지 못한 그녀를 누가 비웃을 수 있단 말인가?”

나머지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환기되는 감각은 ‘시간이 지난 후’라 말하면 어떨까. 흐릿한 이별의 기억부터 잊어서는 안 될 일을 잊은 데 대한 놀라움까지, 시간이 지난 후 어떤 사건을 복기하거나 새삼스레 떠올리는 화자를 만날 수 있다.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의 첫 문장은 “나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불운한 일들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했다”이다. 그러나 실제 사건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일어났는데, 오랜 친구 부부의 백일 갓 지난 아이를 안으려다 바닥으로 떨어뜨린 것. 끔찍할뿐더러 돌이킬 수 없는 그 일이 그러나 바로 나 자신에게 생긴 일은 아니라는 것,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그 자명한 사실에 서늘함을 느낀다.

명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유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채로 서서히 멀어진 「기적의 시대」의 ‘나’와 연희. 시간이 흘러 나는 아내 은주에게 연희에 대해 장난스러운 추궁을 받고, 십수 년 전 그 이별이 남긴 “설명할 수도 설득할 수도 없는 애매모호하고 불분명한 부끄러움”을 새삼스레 느낀다. 십 년이 지나 베들레헴에서 재회하게 된 「서로의 나라에서」의 ‘나’와 조아현의 만남도 흥미롭다. 「두 사람의 세계」의 ‘두 사람’은 1970년대에 여공이었던 이영선과 공구상가에서 일하는 하남영이다. 두 사람의 연애와 그 안에 침투한 폭력성, 원치 않았던 임신과 결혼, 이어진 불화와 불행의 나날이 쌓여 말년이 된 현재의 이영선-하남영 부부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바로 그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아들 ‘나’에 의해 재구성된다.

연인이 된다는 것은 두 개의 삶이 하나로 포개진다는 뜻이다. 그러다 결별의 순간이 오면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어떤 이들은 그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어 원래의 삶을 잊어버리거나 혹은 잃어버리기도 한다. _185쪽, 「두 사람의 세계」에서

살고, 관계 맺고, 겪고, 무언가를 배우는―그것이 때로 어렴풋한 예감의 차원으로, 때로 배울 수 없는 것이 있음을 배우는 차원으로 드러날지라도―연인들. 그들이 맞닥뜨린 일들이 엄청난 스펙터클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지 몰라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읽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우리가 살면서 시시때때로 행하는 일들의 단면을 작가가 세밀하게 그려내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가 된 사람들, 그 관계를 통과한 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던가, 내 삶은 무엇으로 구성되어왔는가. 책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추천평

아름다운 궁전을 파괴하는 잔인한 정복자처럼 시간은 모든 관계를 무너뜨린다.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었던 어떤 마음들이 이제는 부서진 채 남아 있다. 각자의 기억 속에서.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은 고고학자처럼 그 마음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작가는 붓질을 하듯이 시간의 더께를 털어내며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됐으며, 또 어떻게 허물어졌는지 알아내려고 한다. 서로 부딪혔다가 겹쳐지고 또 어긋나는 그 마음의 흐름을 따라 그의 문장은 세심하고도 조심스럽게, 때로는 머뭇머뭇 같은 곳을 맴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부서진 것들이 빚어내는 빛을 발견한다. 더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기에 거기 영원할 빛이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기쁘고도 슬프다.
-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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