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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9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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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968쪽 | 1,716g | 152*215*60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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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가르치는 일이 직업이다보니 아무래도 역사책을 좀 많이 읽었다. 초짜 선생일 때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르치기도 했다. 7시간 넘게 내가 아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열변을 토할 때면 아이들도 '역사적 사실'을 받아적기 바빠서 질문 한 번 제대로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한 아이가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역사는 배워서 어디에 써 먹어요?" 난감했다. 뭐라고 대답해주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흔한대답은 해주나 마나다. 그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어디쯤에 있는 길인지 언제나 끝이 날지도 알지 못하는 길인데 뭐라고 설명을 해주냔 말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성적에 도움이 되지. 대학 안 갈거야?"라며 면박주듯 답을 하고 말았다. 진심은 '나도 모르니 쓸모 없는 질문 따위는 하지 마라'는 거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런 답변을 해주고 난 뒤에 수많은 '심적고통'에 시달렸다. 도무지 답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는 역사를 왜 가르치나?', '나는 역사를 왜 좋아했나?', '나는 왜 역사책을 읽으면 즐거워 하나?'...내 스스로 던지는 그 어떤 질문에도 적절한 답변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이들 수업을 위해 <유관순 위인전>을 읽을 때였다. 몹시 부끄러웠다. 나는 열일곱, 열여덟에 일제의 모진 고문을 받고 순국하신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으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그 나이에 뭘 하고 살았나?' 아니 '나는 지금이라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큰 뜻을 품고 독립만세를 목놓아 부를 수 있을까?'...아니 못 할 것 같았다. 유관순은 일제를 향해서도 당당히 대꾸했다. "나는 내 나라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 나를 죄인 취급하지 마라"...이 말에 몹시 부끄러웠다. 왜냐면 나는 '친일파'들을 욕하면서도 그들의 변명에 따져 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픈 시대'에 태어난 죄밖에 없으니 살려고 거짓부렁을 했을 뿐이다...그 시절에는 다들 그랬다. 안 그랬으면 지금까지 살아남은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나간 과거는 묻고 밝은 미래를 건설하자...이런 변명을 늘어놓는데도, 따끔하게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나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예뻐서가 아니라 그냥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기적이라서 자기 이익을 위해선 때론 '비겁'해질 수도 있는 법이라는...그런 이해 말이다. 그런데 '유관순 열사'는 달랐다. 아니 모든 '독립운동가들'은 다 그랬다. 비겁하게 사는 것보다 당당히 죽음을 택하는 삶이 더욱 값지다면서 말이다.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아무개들'이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제 한 목숨을 산산히 부서지도록 내던진 것처럼 말이다. 친일파들은 이런 아무개들을 '개죽음'에 비유하며 조롱하지만 비겁하게 살아남아서 내뱉는 변명일 뿐이다. 그러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고 말이다. 이렇게 '정리'가 되고 나니, 역사를 왜 배우는 것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역사책'을 읽으며 즐거웠던 까닭도 답을 찾게 되었다. 그 답은 바로 '내가 본받을 삶을 찾았다'는 것 때문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만약 홀로 살아간다면 정말 막막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막막하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평생동안 배운다. '먼저 살다간 사람의 발자취'를 살펴보며 살아간다. 흔한 드라마 소재 중에 "난,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 거야"라면서 집을 박차고 나간 딸이 20년 뒤에 '엄마'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장면을 연출한 것들이 많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어려서부터 '엄마'를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란 바로 이런 '딸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먼저 살다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바로 '역사'인 셈이다. 역사를 가르치다보면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꿋꿋하게 우리 자신을 지켜나가는 선조들의 반복적인 모습을 'DNA'에 빗대어 표현하곤 한다. 우리는 반만년이나 이 땅을 지켜오며 다른 민족에게 결코 굴하지 않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한무제의 공격을 1년 넘게 막아내고, 수나라 당나라의 공격을 거듭해서 막아내며, 거란의 침입과 몽골의 침입, 왜적의 침입 등등 몽땅 다 막아내었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 분란을 일으키지만 않고, 단결된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 누구도 우리를 넘볼 수 없으니 '자긍심'을 가지라고 말이다. 너희들의 몸 속에 그런 'DNA'가 있다고 말이다. 이런 두루뭉술한 표현을 좀 더 확실히 하면 '우리 선조들의 삶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배울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 <역사의 쓸모>는 바로 이러한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동안 성적을 위해서, 대입을 위해서 외우고 또 외웠던 '역사적 사실'을 달달 외우는 것에는 아무런 쓸모를 느낄 수 없으니 진정한 역사를 배운다는 건 '역사적 인물의 삶'을 참고해서 '내 삶의 목표'로 삼아도 좋다. 이것이 바로 '역사의 쓸모'라고 말이다. 읽자마자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역사의 쓸모'는 [역사 바로 읽기]에도 유용하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은 세종대왕과 이순신이다. 특히, 이순신은 23전 23승, 무패 신화를 작성하며 임진왜란을 승리로 거든 장군이기에 모두들 존경하길 마지 않는다. 그런데 이순신과 같이 싸웠던 '원균'은 어떤가? 그도 '조선의 장수'였으며 전장에 나가서는 누구보다 용감하게 싸웠다. 물론 원균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비판할 때는 '정확한 근거'를 들어서 해야 한다. 아무런 까닭도 없이 무조건 미워한다면 그건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 된다. '원균의 잘못'은 동료 장수인 이순신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런 감정을 자신의 입신양명의 기회로 삼은 것에 있다. 이런 시기와 질투심 때문에 이순신과 늘 '전공'을 다퉜고, 더구나 적의 계략에 빠져 이순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 더구나 '칠천량 해전'에서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이기지도 못할 전투에 나서서 애써 키운 '조선 수군'을 한순간에 궤멸시켜버린 점에 있다. 이렇게 '비판'을 하고 나서 '이런 잘못된 삶'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깨우친다면, 역사를 바르게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역사의 쓸모'를 잘못 활용하고 있었다. 바로 '일제의 역사왜곡'으로 말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순신전>은 '춘원 이광수'와 '단재 신채호'가 각각 썼다. 하지만 당시 '일제의 검열'은 춘원의 책은 널리 읽히도록 했고, 단재의 책은 금서로 읽지 못하게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춘원의 책은 조선 민중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지 못하고 갈라지게 하며, 단원의 책은 조선 민중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독립운동에 나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까닭은 춘원의 책을 읽으면 이순신이 충성을 바친 조국(선조)을 미워하게 하고 같이 싸운 장수(원균)마저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제는 이를 통해서 춘원의 책을 널리 읽혀서 '이순신 같은 영웅조차 죽음으로 내몬 선조와 원균을 증오하는 마음'이 들게 해서 독립운동의 구심점을 앗아가버린 셈이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일제는 '이순신은 참 훌륭하다. 일본에 이런 영웅이 있다면 성웅으로 떠받들 것이다'라는 뉘앙스를 풍겨서 너도나도 친일을 하도록 유도했다. 반면에 단재의 책은 비록 선조와 원균의 잘못된 판단으로 위기를 겪기는 하였으나 우리 민족은 그런 위기조차 슬기롭게 이겨내어 끝끝내 이순신과 같이 나라를 구한 영웅이 되었다. 조선민중들이여, 우리 모두 이순신과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서 나라를 구하자는 내용을 심어주었다.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이처럼 일제는 '역사 왜곡'을 하여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그 '쓸모'를 이용한 셈이다.
이처럼 역사는 쓸모가 많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더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꺼내서 읽을 수 있는 '인생 메뉴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의 삶을 본받을 것인가를 추천할 것도 없다. 이사람, 저사람의 '삶'을 엿보다보면 저절로 내가 살고 싶은, 본받고 싶은, 존경하는 분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또 '역사적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 바로 '역사'다. '개인의 역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내가 그동안 힘들고 괴로울 때 이유도 없이 '역사책'을 꺼내 읽었던 것이었다.
5년전 아무 생각 없이 한국사를 준비할 때였다. 워낙 유명한 ebs강의였기에 아무 의심없이 그 길고 긴 고급 한국사 편을 선택해서 들었다. 사실 무료 강의고, 수업도 잘하시기에 선택했는데, 왠걸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든다. 수업 시작 전 이상한 농담하시는 것도, 그러면서 멋쩍어 하시며 호탕하게 웃으시는 것도, 겁나 멋진 수업도, 그리고 수업 중간 중간 예상치 못한 감동도. 그 모든 게 최고였다. 내가 기억하는 역사 수업은 선생님은 교탁 의자에 앉아 몇 쪽, 몇 째줄 줄 그어라. 이게 이래서 이랬던 거야. 다음~. 이런 수업이었다. 선생님 얼굴을 볼 이유도 없고, 졸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내가 아는 역사 수업을 뒤집어 주신 분이 큰별쌤이었다.
저자 강의의 특징은 쉽고 재밌지만 뼈가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 책도 전부 그렇다. 쉽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유도하다가 마지막에 핵심을 드러낸다. 굉장한 건, 그 예전에 들었던 강의 내용이 다 생각이 났다. 어떤 표정으로 어떤 방식으로 말씀하셨는지도. 잠시 기억 속에 묻어 두고 살았다고 할 정도로 다 생각이 났다. 그만큼 영향력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신다. 그리고 그 핵심 내용을 결코 잊지 못하게 만드신다.
많은 이들이 역사, 특히 국사 공부에 필요를 못 느낀다. 심지어 한국사가 필수 과목이 되었을 때 반대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고, 임용고시를 위해 필수 항목이 되었을 때도 그 무쓸모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사만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분야가 없지 않을까 한다. (아무 이유 없이 한국사 자격증 딴 사람..)
저자는 제목처럼 명확히 역사가 왜 필요한지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리고 책 전체에서 끊임없이 그에 부합한 내용들로 가득가득하다. 과거의 일에서 우리가 어떤 점을 본받을 수 있는지, 우리 자신을 위해 어떤 점을 공부할 수 있는지, 어떻게 살게 해주는지. 다양한 이야기들로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이야기 한다. 크게 3가지를 들어보자.
1. 어떻게 살지 고민하게 한다.
-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강조합니다. 역사는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예요. (6)
인문학 열풍이 불었던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그 어떤 점보다 인간 자체를 연구하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열망 아니었던가? 문학에서, 역사에서, 철학에서 인간이 가는 길을 탐구하고 근본이 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모두 열망했다. 그리고 그 첫번째 질문은 바로 어떻게 살 것인가였고 말이다. 저자가 이 부분을 놓칠리가 없다. 세세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큼직 큼직한 이정표를 알려주는 느낌이다.
2. 그렇다면 그 길을 잘 가고 있는가
- 누구나 시시때때로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역사를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물론이고 순항하고 있을 때도 그렇습니다. 지금 정말 괜찮은가? 그냥 되는 대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무언가 잘못된 건 없을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 자꾸 물어봐야 해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을 멈추면 그저 관성에 따라 선택하고 관성에 따라 살게 됩니다. (104)
나를 돌아보게 하는 능력이다. 많은 이들이 먼저 걸어갔던 그 길에 어쩌면 똑같이 서 있을지도 모를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미 걸었던 그 길을 살펴보며, 내 길과 비슷한지, 혹은 내가 생각한 그 길이 맞는지, 그 길이 맞다면 잘 가고 있는지. 너무 많은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는 건 아닌지를 생각해볼 수 있으리라.
3.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게 한다.
- 역사는 과거의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상상해보고 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일입니다. 결과만 놓고 잘잘못을 따지는 일이 아니라 그 속내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헤아리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139)
소통과 공감은 대인관계에서 몹시 중요한 단어들이다. 그리고 대인관계, 인간관계는 우리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타인과 세상을 어떻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필수다. 이 또한 역사 공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없지만, 역사 속 인물들의 미래는 볼 수 있다. 각 결정이 내려진 뒷 이야기도 알 수 있다. 그렇게 타인이 상황을 알게 되고,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되고, 그런 사고를 반복하면서 실제 우리의 현실에서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정말 멋진 사람들을 찾았다.
- 이원인의 생활은 가난했을지언정 그는 초라하지 않았습니다. (236)
-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살아낸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세부적으로는 다를지 몰라도 그 궤적은 같아요. 자기만의 중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이 길을 걸어 나갔던 사람들이거든요. (240)
지조 있는 사람들.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고, 하늘을 우러러 보기에 한 점 부끄럼 없는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는 사람들. 정말 멋있다. 나 자신에게 항상 자신감이 없고, 이리 저리 가을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마냥 나풀거리는 내 입장에서 저렇게 지조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얼마나 깊이 있는 사고를 하면, 얼마나 바른 사고를 할 수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기에 우리가 위인으로 부르고 배우고자 한다.
내가 이 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니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는 선생님이 가진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다.
- ‘내 강의는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듣는 무료 강의가 아니라 돈이 있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무료 강의로 만들겠다’는 제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게 되었거든요. (294)
학교를 그만두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안도했다. 학교라는 교육권 안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꿈의 크기에 비해 제한되어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틀 안에서가 아니라 더 큰 세상에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유명한 온라인 강의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모든 강의가 무료이다. 유튜브로 여러 영상도 제작하시고, 여러 방송에도 나가고 계신다. 계속해서 집필 작업도 하신다. 이 모든 것이 많은 이들에게 역사를 쉽지만 제대로 접근할 수 있게 하고자 하시는 거라 믿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존경하는 큰별쌤이다.
- ‘아,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구나.’ 내 존재가 가치 있다고 느낄 때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얻습니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서 존재하기 때문이죠. (214)
자신이 역사를 통해 배운 점을 그대로 행하시는, 배움과 말과 생각과 행동 모두가 일치하시는 분이다. 어찌 믿고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 [꽃] : 이육사 선생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9)
(무척 마음에 들었던 시)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무리 쉽게 쓰인 철학책이라 할지라도 작가의 말처럼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거나,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대단한 발견처럼 나열하는 문장들을 접할 때면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단 착각에 빠진다. 나 역시 늘 자책하며 철학책을 놓아버리기 일쑤였기에 실생활에 적용가능하단 설명을 보고 용기를 내어 리뷰 신청을 덜컥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책은 내가 이제껏 필요한 부분만 발췌한 것이 아닌 세미나에서 발제하는 방식으로 숙독한 최초의 철학책이 되었다.
작가는 기존의 철학책과 자신의 철학책의 차이점을 항목별로 설명하며 책을 시작한다.
물론 그 하나하나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의 이러한 표현 방식을 눈여겨보았다.
책 속에는 번호를 달고 정리된 부분들이 종종 나온다.
글쓰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의 직업적 특성이라던가, 성격이 묻어나오기도 하기에 이런 부분에서 기업 경영 컨설턴트라는 작가의 특징이 잘 돋보였다.
동어반복과 긴 문장을 자랑하던 기존 철학책의 문장들과 달리 마치 프리젠테이션을 보듯 핵심만 쏙,쏙 뽑아내 보기 좋게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른 철학가들의 생각을 무기로 활용하길 원하는 작가만의 철학, 즉 사고 방식이 드러나고, 이것 또한 우리에게 무기가 된다.
생활에서 복잡하고 어려울 땐 핵심을 잘 파악하고 정리를 잘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
책 형식에 관해 존재하는 또 하나의 매력은 시간 순으로 기록된 것이 아니기에 펼쳐서 나오는 어느 챕터를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는데 있다. 사실 책에서 사람, 조직, 사회, 사고로 항목을 작가 임의로 나누어 걸맞는 철학자들의 사유를 소개하고 있으나, 독자들은 그 구분에 크게 개의치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조직에서 다루는 리더십에 관한 철학은 곧 사람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조직은 사회와 연결될 수 있으며, 사고는 사람과 그리고 조직 내에서 사고하느냐, 사회에 대해 사고하느냐 등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인간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 철학이 처세술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제 그것은 단순히 세상을 살아가는 기술이라는 실용적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기'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현 시대가 전쟁터임을 인정한데서 책은 출발한다.
유행가와 마찬가지로 서점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살펴보다 보면 그 시대의 상황과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는데 이 책이 요즘 떠오르는 도서로 꼽힌 것은 아마 세상이 전쟁터이며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인지하고 공감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무기를 잘 포장해서 판매하는 군수업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단순히 천재의 사고흐름을 낱낱이 풀어놓고 그것대로 따라간다고 해서 천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책에 실린 많은 철학자들의 사유방식을 따라한다고 그것이 우리에게 무기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들의 사유방식은 그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것이며, 우리는 그 때와 또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의 사유방식을 따라 처세술로 삼아 누구를 공격하라는 것일까?
아니면 숱한 공격들로 자신을 방어하는 방패로 삼으라는 것일까
물론 읽고 활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나 나는 이 책의 핵심은,
'깊이 생각하라’,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보아라’ 에 있다고 ‘생각했다.’
탈구축, 미래 창조, 에포케,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타자의 얼굴
처음에는 다양하고 많은 어휘를 가질 수록 그 사람은 좀 더 섬세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에 공감했고, 다독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전쟁과도 같은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많은 책을 읽어 많은 시니피앙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정말 삶은 전쟁일까? 내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가, 여기서 잠시 우리는 에포케(정지, 중단)가 일어났고, 더 나아가 누구를 공격하거나 나를 방어하는 무기가 필요한 전쟁터로서의 삶이 아닌 전혀 새로운 삶의 장을 구축하려는 탈구축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물론 새롭게 선 터전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창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얻는 깨달음이다.
작가는 우리가 개개인의 가치관을 너무나 완고하게 주장하기 때문에 대화에 절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챕터이긴 하나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타자의 얼굴이라는 개념을 빌려 얼굴이 이해 가능성의 매개체라고 덧붙였다.
결국 미래를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듯 우리는 우리만의 철학을 가져야 하나 '지의 무지'처럼 아는 것에 겸허해지고 타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이 무기라는 제목의 진정한 의의는 방어와 공격이 아닌 내려놓음의 때를 아는 지혜와 그것을 실천하는 용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철학을 전공한 작가는 철학과 어떻게 보면 거리가 있어보이는 기업문화에 적응해 나름의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 괴리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작가는 자신이 배운 내용, 철학가들의 사유방식을 온몸으로 기억하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가 얼마나 자신이 깨달은 바를 대중들과 나누고 싶었는지도 잘 전해진 책이었다. 철학가들의 사유방식을 살펴보려는 노력은 군데군데 드러나지만 이 책의 특징을 놓친 채 어떤 챕터에서는 개념에만 기대어 진행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그의 사유의 단편임을 이해하고 공감하거나 반박하며 읽으면 더욱 도움이 될 만한 도서인 것 같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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