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라이프 트렌드를 주도할 12가지 모습
2019년의 라이프 트렌드는 관성과 선입견이라는 경계를 허무는 사람들을 주목했고, 2020년의 라이프 트렌드는 전통적 가치관의 경계를 확장하는 사람들을 주목했다. 2021년의 라이프 트렌드는 사회적 거리 두기, 대봉쇄 등 물리적 경계를 다시 세우되 그 안에서 새로운 연결을 주도하고 더 특별한 가능성을 찾는 사람들을 주목한다. 과연 이들은 2021년, 라이프스타일과 비즈니스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 Safety First -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위생용품 판매 급증, 수족구병과 리노바이러스 등 감염병 환자의 대폭 감소, 셀프 메디케이션의 유행은 안전, 건강, 개인위생에 대한 우리의 욕망이 커졌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안티바이러스 기술은 스마트폰, 패션, 공공장소 등 일상 곳곳에 적용되고 있으며, 비대면 수요와 이동 제한은 서비스 로봇, 무인 상점, 자율 주행 자동차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기업들은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물류 시스템 구축이 절실해졌고, 원격/재택 근무와 화상 회의가 늘면서 더욱 강력한 보안이 요구되었다. 소비자들은 보다 안전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하게 될 것이므로 세이프티 퍼스트는 아주 매력적인 소비 트렌드이자 마케팅 코드가 된다. (본문 35쪽)
? New Prepper - 재난과 위기에 대비해 생존 능력을 키우는 사람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육체적, 사회적, 경제적 재난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여기에 기후 위기, 식량 위기, 지진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덕분에 위기와 재난에 미리 대비하는 프레퍼 트렌드가 각광을 받는다. 프레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생존 능력이다. 생존법을 다룬 TV, 유튜브, 출판 콘텐츠의 인기가 치솟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생존 배낭을 비롯해 자급자족 상품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팬데믹은 산업 구조의 변화와 일자리 감소를 가속하는 트리거가 되었다. 결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입시와 자격증 공부가 아닌, 탁월한 안목과 역량을 키우는 ‘진짜’ 공부가 중요해졌다.(본문 122쪽)
? Discourse - 거대 위기 시대에 거대 담론을 고민하는 사람들
팬데믹이 유발한 크고 작은 문제는 남녀노소, 기성세대와 MZ세대를 가리지 않고 덮쳤다. 이 문제들은 과거에 구축한 사회 체계와 관점으로는 풀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제 ‘어떤 상품과 유행이 소비될 것인가’가 아니라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 시대에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것인가’가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본문 128쪽) 이런 의문은 결국 복지, 인구 절벽, 기본 소득, 대학 교육, 차별, 양극화, 언컨택트 디바이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소비자에게 소비할 여력이 없어지면 기업은 비즈니스를 지속할 동력을 잃고 만다. 팬데믹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묵혀 왔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거대 담론은 거대 위기를 극복할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본문 145쪽)
? Pandemic Generation -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팬데믹 세대
현재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은 개학 연기와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학습권의 손해를 봤고, 대학 졸업 예정자들은 기업들의 채용 중단으로 인해 구직 기회의 손해를 봤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15~25세의 Z세대를 팬데믹 세대라고 부를 수 있다.(본문 159쪽) 팬데믹 세대는 IMF 세대, 기성세대와 다르게 온라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며 인종, 젠더, 환경, 정치 등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IMF에 버금가는 위기를 겪고 있는 팬데믹 세대는 소비를 넘어 한국의 사회, 정치, 문화, 비즈니스 등 다방면에서 주축이 될 것이다.
? Extreme Individualism - 더 공정한 사회를 꿈꾸는 극단적 개인주의자들
대봉쇄, 자가 격리와 거리 두기, 불황 속에서 10~30대는 물론이고 집단주의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도 ‘믿을 것은 나 자신뿐’이라는 개인주의가 심화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나만 잘살면 돼’가 아니라 ‘내가 잘살려면 사회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본문 188쪽) 각자도생하려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없어야 하고, 안정되고 공정한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극단적 이기주의의 중심에 MZ세대, 알파 세대, 1인 가구와 영포티가 있다. 이들은 취향 소비와 문화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극단적 개인주의의 확산은 취향 심화 사회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고, 이는 새로운 마케팅과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된다.
? YOLY & FISH - 행복을 위해 자기 계발과 재테크에 올인하는 사람들
극단적 개인주의는 자기 계발과 재테크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롯이 내가 중심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능력을 키우고 충분한 돈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본문 189쪽) 동학 개미 운동을 주도한 2030세대 ‘주린이’들과 패닉 바잉에 앞장선 ‘부린이’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경제적 기반으로 행복과 취향을 누리고 싶은 욜리(YOLY)와 피시(FISH)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책 쓰기와 유튜버 활동 등 나만의 콘텐츠로 자기 계발을 꾀하고, 레깅스와 애슬레저룩을 선호하며 건강을 지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 Remote Work - 원격/재택 근무를 시행하는 기업과 직장인들
원격/재택 근무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확산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출퇴근 업무보다 일이 잘 돌아가고 더 효율적일 수 있구나’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원격/재택 근무는 직장과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본문 219쪽) 이미 우리의 집은 주거뿐 아니라 사무실 역할도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인테리어, 가족 관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출퇴근이 사라지면 자동차와 옷 구매가 줄어들까? 화장을 덜하게 될까? 급식과 회식 문화가 사라지면 외식과 식자재 시장은 어떻게 재편될까? 원격/재택 근무의 확산은 우리의 의식주, 경제와 사회, 소비 전반에 나비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의외의 수혜자와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다.
? Local - 자기 동네의 매력과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사람들
귀농과 귀촌, 한 달 살기 등 지금까지의 로컬 트렌드는 양극화가 극심한 대도시에 대한 저항과 반발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본문 269쪽) 하지만 팬데믹과 원격/재택 근무를 겪으면서 보다 안전하고 친근한 공간으로서의 로컬이 가진 새로운 가능성과 매력을 주목하게 되었다. 특히 이동이 제한되고 집 주변에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 덕분에 내가 사는 동네를 재발견할 수 있었고 국내 여행 수요 또한 커졌다. 동네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과 로컬 가이드 투어를 주력으로 삼은 마이리얼트립의 약진은 이를 증명한다. 누구나 가진 제품이나 가 본 여행지는 취향도, 매력도 없다. 대봉쇄와 격리의 시대에 로컬은 더 특별한 비즈니스 키워드가 될 것이다.
? Metaverse - 가상 공간에서 먹고 놀고 일하고 여행하는 사람들
메타버스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환경이 그대로 재현된 가상 공간이다. 그러므로 메타버스 안에서도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욕망은 그대로 드러난다.(본문 268쪽)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랜선 투어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지금, 여행에 대한 욕구는 온라인 체험 콘텐츠로 새롭게 진화했다. BTS, 트래비스 스콧 등 K팝 아이돌과 뮤지션들은 게임 속 공간과 소셜 플랫폼에서 콘서트를 열고 그곳에서 팬들과 소통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 개최가 불가능해진 기업들은 새로운 활동 무대로 메타버스를 주목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도들은 결국 글로벌 IT 기업들의 궁극적 목표인 소셜 플랫폼 비즈니스로 확대될 것이다.
? Ultra Lightweight - 업무와 일상,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싶은 사람들
2010년대에는 경기 불황, 고용 불안,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반대급부로 소유와 집착을 버리는 킨포크, 휘게, 라곰, 단샤리, 미니멀 라이프 코드가 유행했다. 그런데 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팬데믹을 거치며 더 가볍고 단순해지려는 욕망으로 자랐다. 바로 울트라 라이트웨이트 트렌드다.(본문 300쪽) 집 안을 정리하거나 물건들을 버리고, 마인드풀니스와 보디풀니스로 심신을 가볍게 만들며, 자동차 구매와 운전면허 취득을 자제하는 것 모두 이런 경량화 코드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밈, B급 감성, 스낵 컬처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도 진지함의 무게를 덜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 Uncontact Economy - 팬데믹과 비대면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사람들
인공 지능, 자율 주행 기술, 클라우드 서비스, 온라인 체험 등 언컨택트 이코노미는 예전부터 글로벌 IT 기업들의 주력 사업이었다. 다만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이들 기업이 더욱 잘나가게 되었을 뿐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비즈니스는 편리와 안전을 우선하고 비대면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하고 빅데이터, 데이터 거래, 데이터 노동이 중요하다. 결국 그 속에서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대면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과 대면 영업 채널은 모두 사라질까? 비대면은 사람을 싫어하거나 접촉을 꺼리는 것이 아니다. 비대면의 목적은 사람과 사람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병행되면서 상호 보완할 것이다. (본문 398쪽)
? REmake & REboot - 리메이크 열풍 속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뽐낼 크리에이터
위기와 불황의 시대에는 비즈니스든 콘텐츠든 새로운 창작과 모험을 하기보다 성공했던 과거의 것을 복제하거나 재현하는 안전 지향적인 선택이 두드러진다.(본문 334쪽) 영화, 드라마, 가요, 만화, 게임 등 문화 콘텐츠 시장에 불어닥친 리메이크, 리부트, 뉴트로 열풍은 2020년을 지나 2021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야말로 자기만의 독특한 매력과 가치를 지닌 기업과 개인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점차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대체하고 있는 OTT 서비스, 가정 간편식, 미닝 아웃 소비, 정기 구독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 12가지 모습에 담긴 한 가지 공통 트렌드
비대면이 확산될수록 사람들의 관계는 더욱 특별해진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마틴 포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직원이 적은 매장이나 로봇 기계가 일하는 장소에 가는 것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소비자의 선호도를 바꾸고 자동화의 새로운 기회를 열 것이다”라고 말했다.(본문 43쪽) 팬데믹이 초래한 산업 구조의 변화와 불황이 겹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직영 오프라인 매장 83곳을 없애겠다고 밝혔고, 애플은 460곳의 애플스토어를 폐쇄했다가 일부는 아예 폐점시켰다.(본문 398쪽) 미국 최대 가구 브랜드인 피어1임포트는 936개, 백화점 브랜드 J.C. 페니는 169개, 스페인의 패션 브랜드 인디텍스는 1200개의 매장을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도 마찬가지여서 대기업 계열과 소상공인을 가리지 않고 폐점 소식이 들려온다.
한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텐센트, 테슬라, TSMC 등 언컨택트 이코노미를 주력으로 삼는 IT 기업들은 팬데믹 와중에 주가, 시가 총액, 실적이 크게 올랐다. 국내 빅2 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2020년 1, 2분기 연속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 이들의 사업은 최첨단 IT 기술을 이용해 사람이 없어도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과거 오프라인에서 구현되던 것들을 온라인이나 디지털로 전환시키는 것이다.(본문 369쪽)
코로나19 팬데믹은 대면과 오프라인의 의미와 가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비대면의 시대에 대면 영업 채널은 모두 사라져야만 할까? 언컨택트 이코노미가 대세가 되어도 대면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는 중요해질 것이다. 비대면의 목적은 사람끼리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연결되어 더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맞춤 대응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리의 욕망을 긴밀하게 채워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다 대중적인 서비스는 비대면으로, 특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는 대면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결국 대면 경제가 비대면의 장점을 흡수하고, 비대면 경제가 대면의 문화와 정서를 품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