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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깊이

강요배 예술 산문

[ 양장 ]
강요배 | 돌베개 | 2020년 09월 11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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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9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1,148g | 193*253*34mm
ISBN13 9788971995952
ISBN10 897199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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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제주의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려온 화가 강요배의 삶과 예술을 응축한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그의 그림만큼이나 풍요로운 마음이 담긴 글과 130여 점의 작품을 함께 만나는 책이다. 화가 강요배가 지닌 마음의 풍경, 오랜 시간 사유하고 고뇌한 것들의 기록을 이 한 권에 담았다. - 예술 MD 김태희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저자 소개 (1명)

화가. 제주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미술 대학을 졸업했다. 미술 동인 ‘현실과 발언’(1981)에 참여했고, 〈제주 민중 항쟁사〉 연작으로 개인전(1992)을 열었다. 이후 제주로 귀향하여, 제주의 자연과 이를 빌려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제주의 자연〉(1994), 〈상象을 찾아서〉(2018) 등 23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15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화집 『동백꽃 지다』(1992, 19... 화가. 제주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미술 대학을 졸업했다. 미술 동인 ‘현실과 발언’(1981)에 참여했고, 〈제주 민중 항쟁사〉 연작으로 개인전(1992)을 열었다. 이후 제주로 귀향하여, 제주의 자연과 이를 빌려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제주의 자연〉(1994), 〈상象을 찾아서〉(2018) 등 23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15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화집 『동백꽃 지다』(1992, 1998, 2008)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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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그림’이란 무엇인가」중에서

출판사 리뷰

“ 나의 자아는 두 가닥의 회로를 따라 교차하면서 자라난 듯하다. 자연과 우주, 사회와 역사로 향하는 두 가닥의 회로. 그 둘이 바람 속에 얽혀 있듯이, 그것들을 그림 속에 녹이고 싶다. 그것들은 자아와 사물의 끊임없는 대화요, 세계 속에서 중심을 찾아보려 안간힘을 쓰는 한 존재의 마음 궤적일 뿐이었다. ”
―「그림의 길」 중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강요배
그의 삶과 예술을 응축한 첫 산문집


강요배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에 들어서면, 우선 압도적인 작품 스케일에 놀라 숨을 멈추게 된다. 그런데 작품에 몰입하기 전부터 관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것이 있다. 강요배의 글이다. 작가의 심상을 표현한, 생생하고 강렬한 뜻과 따뜻하고 풍요로운 마음이 담긴 글은 관객이 그 앞에서 오랫동안 서성일 수밖에 없도록 한다. 관람을 마친 관객에게 강요배의 글은 그림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강요배의 글은 한두 편에 불과하다. 이 책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강요배의 글을 지속적으로 음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나아가, 글과 그림을 한데 모아서 오랜 시간 감상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풍경의 깊이』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강요배의 삶과 예술을 응축한 산문집이다. 강요배가 평생 그려 온 2,000여 점의 그림과, 그림에 담긴 뜻을 표현해 온 수많은 글과 말 가운데 독자에게 그 요체를 전할 수 있는 부분을 골라내어 실었다. 강요배는 그림 작업이 “평평한 곳에 몸을 써서 마음을 나타내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책 역시 납작하고 압축된 공간이지만, 『풍경의 깊이』에는 화가 강요배가 사람·역사·자연을 직면하는 뜨거운 마음, 그가 지닌 오랜 연륜의 흔적, 예술을 향한 깊은 사유의 향이 짙게 배어 있다. 강요배의 정수를 담은 이 책이 품은 그윽한 향기가 독자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어떻든 여기 한 권의 글 모음이 있다. 내 인생 45년간의 생각들이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에 쓰인, 많지 않은 글들이다. 한데 모인 글을 보니 살아온 시간에 따라, 내가 여러 사람의 나로 나뉘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나이 든 내가 청장년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젊은 나는 미숙했으나 지금의 나보다 먼저 살았다. 젊은 나들이 있었기에 뒤따르는 지금의 내가 있다. 또 달리 보면, 마치 러시아 인형처럼, 어린 나를 속에 안고 삶의 우여곡절 속에서 이를 겹겹으로 둘러싸 온 인격체가 지금의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기에 지금의 나는 젊은 나들을 긍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든 나쁘든, 한 화가의 인생에서 펼쳐진, 생각의 여로가 투명 구슬 속처럼 환히 들여다보이는 결과물이 나왔다. 감사하다.”
― 「서쪽 언덕에서」 중에서

생각의 여로를 담은 글과
울림이 있는 그림을 함께 만나는 책


화가 강요배는 1988년 《한겨레》 신문 창간을 기념해 소설가 현기영이 연재한 「바람 타는 섬」에 함께할 그림을 그리면서 주목받는다. 「제주 민중 항쟁사」 연작은 「동백꽃 지다」(1991)라는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작품으로 이어지며, 강요배는 4·3 항쟁의 화가로 불리게 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고향의 역사를 탐구하는 일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생존의 지평과 그 복판을 흐르는 인간 뜻을 읽어 내는 문제였다. 초기에 강요배는 역사가 민중에 새긴 고통과 항쟁의 뜨거운 기억을 그림으로 남기는 것을 작품의 주요한 흐름이자 목표로 삼았다. 따라서 ‘내용’에 초점을 두었다. 그림을 통해 아픈 역사가 계속 기억되고 이야기되길 바랐다. 강요배를 필두로 의식 있는 작가와 시민, 유가족이 함께 노력하여 그 결실로 2000년 1월 ‘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 공포되었고, 이에 따라 「제주 4·3 사건 진상 조사 보고서」가 채택되었고 대량 학살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동백꽃 지다」 이후 1992년 제주로 귀향하여 섬의 바람과 나무를 벗하며 그 땅에 새겨진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강요배 작품은 점차 깊어진다. 그는 작품의 방법론을 치열하게 고민했고, 기억과 시간을 응축한 ‘상’象으로 그림을 그리기에 이른다. 그는 ‘추상’이 “애매모호하게 흐리거나 기하 도형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 흘러가는 ‘사건’을, 어떤 기氣의 흐름을 추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핵심, 골격을 중시하며 명료화하는 것이 ‘추상’의 진정한 의미라고 주장한다. 동일한 작품 경향을 지속하거나 반복하는 작가도 많지만, 강요배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탐구하며 작품 세계를 변화시키고 발전해 가는 작가다. 삶의 본질을 파고드는 그의 작품은 이제 아픔을 기억하는 데서 나아가 자연을 통한 치유를 고민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평화를 모색한다.

강요배가 말하듯, 이 책은 “한 화가의 인생에서 펼쳐진, 생각의 여로가 투명 구슬 속처럼 환히 들여다보이는 결과물”이다. 이는 『풍경의 깊이』에 그림뿐 아니라 글로도 오롯이 담겨 있다. 작품을 그리는 시간보다 사유하는 시간이 더 길 때도 많다는 화가 강요배는 1년 또는 다년간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며, 그림만으로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자신을 더 확실히 하고자 글을 써 왔다고 한다. 이 책은 강요배를 알아 온 독자에게는 그가 단지 4·3의 화가만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하고, 그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역사와 인간 존재에 관한 강요배의 통찰에 공감하도록 하며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풍경의 깊이』는 화가 강요배가 지닌 마음의 풍경, 즉 “세계 속에서 중심을 찾아보려 안간힘을 쓰는 한 존재의 마음 궤적”을 따라가면서 이 땅에 새겨진 시간과 우리가 머무르는 자연을 음미하도록 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우주의 단독자로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마음의 무늬”를 그릴 수 있도록 이끈다. 『풍경의 깊이』는 자연과 역사, 민중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삶과 세계를 응시하며 강렬한 필치로 미적 영감을 표현해 온 화가 강요배의 예술 세계를 보여 주는 글 모음이자 그림 모음이며, 사유의 모음이다.

사진가 노순택과 화가 강요배,
살아남은 두 예술가가 마주 앉은 풍경


또한 『풍경의 깊이』에는 사진가 노순택의 강요배 인터뷰가 실려 있다. 노순택은 「비상국가」·「망각기계」·「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 등의 개인전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가 보여주는 작동과 오작동의 풍경을 담아낸 한국 대표 사진가다. 비슷한 지점을 응시하고 집중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세대를 살아온 두 예술가의 만남과 대화는 한국 예술사의 이정표가 될 만한 사건이다.
노순택은 30여 년 전 학교 앞 작은 책방에서 강요배를 흑백의 작은 엽서로 만났고, 오래지 않아 원작을 인사동의 화랑에서도 만났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의 작업을 여러 번 다시 만났다. 어떤 경우에는 강요배의 작업과 노순택의 작업이 같은 벽에 걸렸다. 때로는 두 사람 모두 4·3을 말하고 있었다. ‘회화’와 ‘사진’이라는 다른 방법으로 세계를 표현하는 두 작가에게는 차이점만큼이나 공통점이 많았다. 유신 독재 시대의 현실 인식과 실존 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눌 때는 두 사람 모두 눈에 힘을 주었고, “세계와 역사를 묻는 작업은 곧 스스로를 묻는 작업”이라는 이야기를 나눌 때는 공명하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또한 강요배가 예술이고 나발이고 결국은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거듭 말할 때, 둘은 함께 웃었다.

30여 년 만에 중견 사진가가 되어 강요배를 만난 노순택은 “4·3 연작을 그리던 마흔 즈음의 강요배와 상처 난 풍경을 탐색하던 쉰 즈음의 강요배, 그려 온 것과 그려야 할 것 사이에서 고민했을 예순 즈음의 강요배, 지금 내 앞에 붉은 얼굴로 앉아 있는 칠순 즈음의 강요배”를 두루 만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끝낸 뒤 귀덕화사歸德畵舍(강요배의 작업실)에서 만난, 마지막 붓질을 기다리며 출렁대고 있는 그의 작품이 “바람에 부서지는 뼈들의 파도”처럼 보인다고 했다.

강요배는 나이가 들면서 좀 어눌해지고 어설퍼지고 잘 잊어버리고 실수도 많이 하면서 생각이 좀 단순해진다고 했다. 젊은 시절에는 온갖 화려한 기법을 동원하는 게 좋았지만, 점점 어수룩하고 소박한 것이 좋아지고 세밀한 것에 대한 집착을 많이 놓게 된다고, 그래서 추사 김정희도 일흔 살이 넘어서야 어린아이처럼 서툰 듯한 글씨체가 나온 거라고 말이다. 그는 자신 역시 아직도 미완인,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 있다고 믿는다.

강요배는 말한다.

“아직 더 해야 한다. 좀 더 비어 있는 상태로, 좀 더 자유분방하게, 좀 더 부드럽게.”

이미 일흔을 바라보는 화가의 첫 예술 산문집이, 화가 강요배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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