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바쳐 남긴 풍석 서유구의 저술, 『임원경제지』
『임원경제지』는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 선생이 우리의 전통문화와 생활지식을 16분야로 나누어 집대성한 백과사전이다. 서유구는 관념에 치우친 유학자들의 학문적 태도에서 벗어나 사람살이의 기본인 ‘건실하게 먹고 입고 사는 문제’를 풀고자 민중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조선 · 중국 · 일본의 서적들을 풍부하게 참조하여 이 거작을 저술하였다.
『임원경제지』는 총 16개의 분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곡식 농사에 관한 기록인 『본리지(本利志)』, 식용 식물과 약용 식물에 관한 기록인 『관휴지(灌休志)』, 화훼농사에 관한 기록인 『예원지(藝苑志)』, 과실과 나무에 관련된 기록인 『만학지(晩學志)』, 옷감 재료의 생산과 그 만드는 법에 관한 기록인 『전공지(展功志)』, 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보고 기상을 예측하는 방법을 기록한 『위선지(魏鮮志)』, 목축 · 사냥 · 어로에 관련된 기록인 『전어지(佃漁志)』, 솥과 도마로 대표되는 음식의 조리법과 재료의 효능에 관한 기록인 『정조지(鼎俎志)』, 쓰는 물건을 넉넉하게 한다는 뜻으로 건축과 일용품에 관한 기록인 『섬용지(贍用志)』, 몸을 양생하는 일과 관련된 기록인 『보양지(保養志)』, 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구제하는 일에 관한 기록이라는 뜻으로 의학에 관한 내용을 적은 『인제지(仁濟志)』, 향촌의 의례에 관한 기록인 『향례지(鄕禮志)』, 교양 지식에 관한 기록인 『유예지(遊藝志)』, 문화생활에 관한 기록인 『이운지(怡雲志)』, 좋은 집터를 살피는 일에 관한 기록인 『상택지(相宅志)』, 경제와 상업 활동에 관한 『예규지(倪圭志)』가 그것이다.
조선시대는 남자들의 부엌 출입이 금기시 되었고, 특히 양반 자제가 부엌에서 요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서유구는 양반이라는 체면과 허식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요리하고 만들어 먹어 약 1,500여가지의 음식 요리법을 집대성하였다. 정조지 서문에 보면 서유구는 사람들의 입맛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달라지며 세상에는 맛의 절대적 기준을 세워줄 역아(易牙)와 같은 명요리사도 없으므로 일률적으로 맛의 기준을 세울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우리 음식이 중국과 다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요리법이 있다 한들 시골 생활에서 요리법까지 연구할 겨를을 갖기는 어려우므로 오로지 우리 풍속에 의거하여 알맞게 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정조지』는 당대 조선의 지식을 정리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지식도 풍부하게 수록하고 있고 있어 동아시아 삼국의 요리를 우리 형편에 맞게 망라하려는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정조지 1은 권1 ‘음식 재료 요점 정리’의 식재료 소개에 이어 권2 부터는 음식 요리법을 기술하고 있다. 권1 ‘음식 재료 요점 정리[식감촬요(食鑑撮要)]’에서는 식재료를 물·곡식·채소·과일·짐승·새·물고기·양념 등으로 나눈 뒤 본초학적 특성을 밝혀 요리에 참고하도록 했다. 권 2에서는 ‘익히거나 찌는 음식[취류지류(炊?之類)]’ 121개와 ‘달이거나 고는 음식[전오지류(煎熬之類)]’ 118개, ‘볶거나 가루내어 만든 음식[구면지류(??之類)]’ 77개를 합하여 316개를 수록하였다. ‘익히거나 찌는 음식’에서는 밥과 떡에 대하여, ‘달이거나 고는 음식’에서는 죽과 조청과 엿에 대하여, ‘볶거나 가루내어 만든 음식’에서는 미숫가루와 국수·만두에 대하여 다루었다.
정조지 2는 권3과 권4에 해당하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권3은 음청지류(飮淸之類)와 과정지류(菓?之類), 권4는 교여지류(咬茹之類)에 대한 요리법을 담고 있다. 권3은 ‘음료(음청지류)’에서 탕과 장, 차와 청량음료 및 달인 음료에 관한 요리법 69개와 ‘과줄(과정지류)’에 해당하는 밀전과, 당전과, 포과, 외과, 법제과, 점과에 관한 요리법 190개를 합하여 총 259개의 요리법을 수록하고 있다. 권4는 ‘채소음식(교여지류)’로 255개의 요리법을 수록하고 있다. 권4의 채소 음식에서는 채소 절이기, 채소 말리기, 식향을 가미한 채소, 담금 채소, 절임 채소, 김치, 삶거나 데친 채소, 굽거나 찐 채소, 기름에 지진 채소, 수채 등 다양한 채소와 관련된 요리법을 수록하고 있다.
『정조지』 3은 권5와 권6에 해당하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권5는 할팽지류(割烹之類), 권6은 미료지류(味料之類)와 관련된 요리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권5 할팽지류(가르거나 삶아서 조리하는 음식)에서는 고기와 해산물을 먹는 갖가지 방법들을 소개하며, 갱확·번자·회생·포석·해자·엄장어육·기타고기 요리법 등 309개의 방대한 요리법을 수록하고 있다. 권6의 미료지류(조미료)에서는 소금·장·두시·식초·기름과 타락·누룩과 엿기름·양념에 대해서 다루며, 209개의 요리법을 수록해두었다.
『정조지』 4는 권7에 해당하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권7는 온배지류(??之類, 술), 절식지류(??之類)로 각종 술과 열두 달의 절기 음식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요리법은 ‘술’ 296개와 ‘절식’ 104개로 총 400개의 요리법이 수록되어있다.
이처럼 『정조지』는 정확한 인용근거와 지금의 분류체계와 비교해봐도 매우 과학적인 계통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명칭, 계량 단위, 조리법에 이르기까지 매우 상세하고 체계적으로 기술해두었다. 『정조지』는 단순하게 기록하고 전달하려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조선 요리의 우수성과 문제점,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식문화의 우수성 등을 다국적이고 열린 시각에서 정확히 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의 식문화의 발전 방향의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