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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생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기

남궁석 | 에디토리얼 | 2020년 08월 27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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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생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기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8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546g | 152*225*22mm
ISBN13 9791190254045
ISBN10 119025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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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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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저 : 남궁석 (매드 사이언티스트)
고려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예일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을 마쳤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충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축산식품생명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Secret Lab of Mad Scientist(SLMS)라는 이름으로 과학 저술 및 과학 관련 컨설팅에 종사하고 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 『암 정복... 고려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예일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을 마쳤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충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축산식품생명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Secret Lab of Mad Scientist(SLMS)라는 이름으로 과학 저술 및 과학 관련 컨설팅에 종사하고 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 『암 정복 연대기』를 썼으며, 공저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이 있다. 과학 지식 교류의 혁신에 관심이 커서 과학자 사이의 수평적 토론 문화 증진을 위한 대안학회 ‘매드 사이언스 페스티벌’을 2년 연속 개최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구조생물학과 동물발생생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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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에필로그: 생물학자는 인공세포의 꿈을 꾸는가」 중에서

출판사 리뷰

현대 생물학의 시작과 오늘에는 세포가 있다. 세포는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이다. 광학의 발달과 함께 활발히 제작되기 시작한 렌즈는 망원경과 현미경이라는 정반대 기능을 가진 관찰 도구에 활용되었다. 최초의 현미경은 광학현미경이었다. 오늘날 초고성능 현미경이 살아 있는 세포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면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데 비하면 초창기 광학현미경의 성능은 “세포의 전체적인 모양이나 핵처럼 큰 구조물의 윤곽”(331쪽)을 볼 수 있게 해준 정도였다. 보잘것없는 수준이었지만 그 최초의 세포 관찰로부터 생물과 생명을 연구하는 과학이 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단순한 사실은 생물학이 근본적으로 기술 의존성이 큰 학문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실상 현미경만으로는 부족했다. 19세기 화학 발전에 힘입어 등장한 염색 기술은 세포소기관 중 특정한 구조물만을 염색시켜 현미경 관찰을 보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때 개발된 염색법 대다수가 오늘날에도 기본적인 세포 처리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생물학은 볼 수 없는 것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구성된 과학이다. 생물학은 현대에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과학 분야 대표주자이지만, 비로소 세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틀이 된 ‘세포 이론’이 19세기 중반에서야 정립되었다. 물리학과 화학에 비하면 생물학은 시작이 늦었고 발전도 더뎠다. 발견 이전에 선결되어야 할 기술적 난관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공식으로 수렴하지 않는 생명현상의 복잡성 때문이었다. 세포 이론은 기초적인 포괄적인 원리를 제시했으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처럼 관측된 적 없는 현상을 이론적으로 예측하고 그 가설을 실제 관측으로 확인했던 것과 같은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멘델의 유전법칙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법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유전 현상도 있다.
“이 책은 오늘날 현 시점까지 밝혀진 세포에 관한 지식이 어떻게 발견되고 확정되었는지를 다루는 ‘세포 연구의 연대기’에 가까운 책이다.”(서문) 이 책은 세포 연구를 통해 성립된 생물학의 역사와 그 과정에서 집적된 생물학 지식을 토대로 하지만, ‘연구’에 방점을 두고 집필되었다. 다시 말해 저자는 어떤 발견이나 사실이 생물학 지식으로 확정되고 공인되기까지 과정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이는 생물학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관점이기도 하지만, 독자에게는 지식의 맥락을 제공함으로써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에 대한 접근성과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생물학 교양서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저술하고자 했을 때 동시에 고려했던 또 다른 요소는 오늘날 과학에 공통적으로 내포된 ‘빅 사이언스’로서의 경향성을 보이는 것이었다. 광학?전자현미경(광학), 세포 염색 기술(화학), 원심분리기술(축산)이 도입된 덕분에 생물학의 초기 모습이 갖춰질 수 있었다. 처음부터 다학제적이었다. 그리고 세포는 기본적으로 육안 관찰이 불가능하므로 생물학 연구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노동집약적이고 기술의존적이라는 전제가 달라지지 않았다. 입자물리학 분야에 거대 가속기가 있다면, 생물학 분야에는 원심분리기, 염기서열 분석기, 각종 시약, 실험도구, 실험생물이 동원된다. 기본적으로 생물학을 포함하여 현대 과학은 거대 학문인 것이다. 이 책의 첫 장은 바로 생물학계의 가장 최신 자이언트 프로젝트인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로 문을 연다.

세포의 ‘주기율표’란

원소 주기율표는 발표된 1869년 이전까지 발견된 원소들을 원자량, 화학적 성질에 따라 배열하고 분류한 표이다. 세포로 이와 비슷한 표를 작성하려면 세포의 성질과 종류를 확정해야 한다. 세포의 종류 정도는 모두 파악되어 있지 않겠나 싶은데, 그렇지가 않다. “세포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면서 비슷하게 생긴 세포라도 조금씩 기능이 다르고, 같은 기관과 조직에도 기능이 다른 세포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17쪽) 원소 주기율표는 미발견 원소의 존재와 그 성질을 예측하는 틀이 되어주지만, 세포 관련 연구 결과 중에는 그런 이론이 없다. 세포의 종류와 성질(기능)을 결정하는 것은 단백질이다. 한 개의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약 2만 종류다. 단백질이 다르면 다른 검출법을 사용해야 한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의 개수는, 추정치이긴 하지만 약 37조 개에 이른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던 것처럼 세포의 종류를 나누고 성질을 결정해 인체의 세포 지도를 그리자는 웅장한 프로젝트가 2016년 출범했다.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종료된 후로 생물학계의 최신 거대 공동연구 과제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생물학계의 연구는 기기나 실험 방법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가 제안될 수 있었던 기술적 배경에는 ‘단일 세포 RNA-Seq’이 있다. 명칭 그대로 세포 1개의 RNA를 추출해서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대개 염기서열 분석기에 DNA나 RNA를 넣어서 돌리려면 최소한 마이크로그램 단위의 양이 필요하다. 세포 1개에 들어 있는 RNA의 양은 약 10-30피코그램(마이크로그램의 100만분의 1)이므로, 100만 개 이상의 세포가 필요하다. 그것도 똑같은 세포 100만 개여야 한다. 단일 세포 RNA-Seq은 세포 1개에 들어 있는 극미량의 RNA를 증폭할 수 있다. 기술을 확보했으니, 이제 문제는 37조 개라는 천문학적 숫자다. 세계의 연구자들이 열두 가지 생물학적 시스템을 나누어 연구하고 있다.(29쪽) 2017년에 발간된 프로젝트의 첫 백서에는 “아무리 단일 세포 분석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약 37조 개로 추산되는 인체의 모든 세포를 살펴볼 수 없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27쪽) 과연 목표대로 완벽한 세포 지도가 작성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광학현미경과 세포 염색법으로 발견한 것들

2장부터 4장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생물학 역사의 여명기에는 ‘광학현미경’이 있었다. 로버트 훅이 당시 ‘핫 아이템’이던 광학현미경을 사용해 비록 ‘죽은’ 식물 세포의 흔적이긴 했지만 세포를 ‘보았다’. 현미경만 있으면 훅과 같은 새로운 발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해부학에서도 현미경 관찰로 의학사에 중요한 기록을 남겼다. 3장에서 다루는 세포 이론이란 근대과학이 일어나기 이전의 세계관에 기반한 사변적 생명관을 극복하고 처음으로 관찰에 기반하여 세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정리한 세 가지 대원칙을 일컫는다. 세포 이론이 확립되자, 다세포 생물의 다양한 세포가 갖는 성질이 어떻게 유래하는지를 밝히려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수정란을 이용해 개체 발생을 연구하는 발생학자들과 세포분열을 연구하던 학자들의 연구가 중요한 성과로 소개된다. 독일의 동물학자 테오도어 보베리는 염색체의 중요성을 최초로 알아본 인물이었다. 1899년 세 명의 식물학자에 의해 우연히 멘델의 논문이 발견되면서 그의 유전법칙이 알려지게 되었고, 그 덕분에 멘델이 말한 유전인자가 염색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초파리 유전학자로 유명한 토머스 모건은 초파리 돌연변이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유전자 지도를 작성했다.

세포와 생화학, 세포생물학, 유전학이라는 신학문의 등장

각각 5장(생화학), 6장(세포생물학), 7장(유전학)의 내용이다. 화학이 발전함에 따라 유기물과 무기물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게 되자, 생명현상을 화학에 기반하여 설명하고자 한 연구에서 중요한 성취들이 잇따랐다. 특히 단백질에 관해 새롭게 밝혀낸 것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생명체 내에서 발생하는 화학반응을 촉매하는 물질의 정체가 단백질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촉매 물질에 ‘효소’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1877년이었지만, 당시에는 단백질을 순수하게 정제하는 기술이 없어 여러 화학물질에 섞여 발견된 단백질이 효소일 거라고 단언할 수 없었다. 그러다 1926년이 되어서야 제임스 섬너라는 미국의 생화학자가 효소로부터 순수한 단백질 결정을 분리하게 되어 효소가 단백질임을 확정할 수 있었다. 효소를 화학적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물질의 분해 대사와 합성 대사, 그리고 이 두 대사 경로의 사이를 잇는 것이 ATP라는 화학에너지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유전자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단백질과 DNA가 유전물질 후보로 경쟁했는데, 당시 생물학자와 생화학자 대다수는 종류가 다양한 단백질이 유전물질일 거라고 믿었다. DNA가 당시 연구자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던 이유는 ‘프리드리히 미셔와 뉴클레인’ 파트에서 자세히 소개된다. DNA가 유전물질로 판명난 후, 오늘날 분자생물학이라고 불리는 학문의 성과가 실로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왔다. 특히 코돈(codon, 유전암호)이 아미노산과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해설은 ‘DNA로부터 단백질까지 중심원리의 완성’ 파트를 읽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당시 미국의 내로라하던 과학계 명망가들이 이 유전암호를 풀기 위해 ‘RNA 타이 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연구하고도(심지어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도 잠시 발을 담갔다) 결국 고배를 마셨던 일화는 하나의 소사로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분자생물학의 영향력은 사실 지금도 쟁쟁하다 할 수 있는데, ‘중심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현상이 발견되면서 당시 연구자들은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세포는 불멸하지 않는다

8장은 세포에 수명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전 과정을 찬찬히 짚어본다. 세포는 제때에 죽어야 생명이 살 수 있다는 원리를 몰랐을 때 있었던 불가사의한 사건(‘알렉시 카렐의 불멸 세포’), 자궁경부함 환자였던 헨리에타 랙스의 몸에서 떼어낸 암세포가 수십 년 동안 연구용으로 이용되었던 흑역사를 전하는 ‘헬라 세포’ 이야기도 소개된다. 9장은 세포에 주어진 수명을 거부하고 무한 증식하는 악당, 암세포에 관해 연구된 내용이 자세히 다뤄진다. 이 장에서 소개된 ‘라우스육종’처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암도 있지만, 인간이 걸리는 암의 원인은 대부분 염색체 이상(유전자 돌연변이)이다. 신기한 것은 암에 걸리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세포는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면 ‘암 억제 유전자’가 발동해서 DNA 손상을 수선하게 되는데 몇 단계 공정으로도 복구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는 세포자멸사의 스위치를 켜지만, 이것마저도 실패한다면 정상세포는 암세포가 되고 만다. 이처럼 암세포의 무한 증식하는 성질은 암 유전자와 암 억제 유전자가 주로 세포분열과 관련된 세포주기를 조절하는 단백질의 기능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10장을 통해서는 세포주기에 관해 상식선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 깊이 있는 사실들을 이해할 수 있다.

세포의 다양성, 생명현상의 복잡성, 단백질의 연쇄와 접힘

11~15장에서는 각 장마다 익히 잘 알려진 지식과 알려지지 않는 내용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장마다 내용이 다르지만, ‘단백질’이라는 열쇳말을 중심으로 읽는다면 세포와 생명현상과 단백질의 유기적인 상관성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포 단백질들 중 독특한 역할을 맡고 있는 단백질을 소개하는 11장(세포골격)도 흥미로운데, 여러 가지 줄기세포와 단백질의 기묘하고도 신비로운 역할을 접할 수 있는 13장을 가장 흥미진진한 챕터로 소개하고 싶다.

13장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후성학(혹은 후성유전학)이 밝혀낸 성과들이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12장 끄트머리에 등장하는 중요한 실험을 먼저 살펴보는 게 좋다. 1950년대까지도 수정란으로부터 분화되는 세포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2차대전이 끝나고 관련 연구가 재개되었다. 미국의 로버트 브리그스와 토머스 킹은 개구리 알에 가느다란 바늘로 구멍을 내고 이 구멍을 통해 핵을 제거했다. 그리고 여기에 포배기 배아의 세포와 신경배의 세포를 각각 넣어보았다. 포배기 세포는 원래 수정란에 있던 핵처럼 정상적으로 발생하여 올챙이가 태어났지만, 신경배 세포는 그렇지 못했다. 이들은 “신경배 이후의 단계가 되면 핵의 유전정보에 불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발생이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실험을 통해서는 “발생 단계가 진행됨에 따라 핵을 이식한 알의 발생률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1950년대에는 생물의 세포는 발생을 하면서 서로 다른 유전정보를 갖게 된다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게 되었다.”(257쪽)

그러나 1956년 옥스퍼드 대학교의 대학원생이던 존 거든이 브리그스 팀의 실험을 재현해보았다. 그런데 포배기 이상 발달한 세포핵을 이식해도 정상적으로 올챙이가 태어났다. 거든의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분화를 마치고 운명이 결정된 체세포로부터도 발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체세포도 수정란과 똑같은 유정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거든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체세포 복제 생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에도 성공한 것이었다. 체세포로부터 발생이 이뤄졌다는 것은 체세포가 어떤 세포로건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처럼 만능성을 획득했다는 의미이다. 마우스 실험으로 배아 줄기세포를 수립한 때가 1981년이었다. 이보다 먼저 2차대전 종전 후 원폭지 생존자들의 백혈병 치료 방법을 찾던 중 골수세포에서 조혈 줄기세포(조혈모세포)를 발견했다.(조혈 줄기세포는 모든 세포가 아니라 혈액세포로만 분화한다.) 이 모든 사실들은 세포가 발생의 정방향을 거슬러 가역적 변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암시했다.

모든 세포의 유전정보는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도 모든 세포가 모두 다른 것은 DNA 염기서열과 같은 불가역적 정보는 모두 공통적으로 부여받지만, 발생 중 세포 내외부의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한다. 그리고 세포 내에서는 각종 효소 작용에 의해 가역적 변화가 수시로 발생한다. 예를 들면 어떤 염색체를 활성화 혹은 불활성화하여 유전자 발현의 스위치를 켜거나 끄는 식이다. 이와 관련된 ‘DNA 메틸화’(268~276쪽)에 대해서 알아보자.

진핵생물의 세포에서는 DNA의 네 가지 염기 중 사이토신에 메틸기(CH3)가 결합하여 메틸화 현상이 일어나는데, 메틸화 현상은 사이토신(C) 뒤에 구아닌(G)이 있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이 부분을 ‘CpG’라고 한다. 1975년 즈음 생물의 발생 과정에서 유전자 발현의 변화가 DNA 메틸화와 관련 있을 거라는 가설이 제기되었고, 곧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서 사이토신에 메틸기를 달아주는 효소가 발견되었다. DNA 메틸기전이효소는 염기를 메틸화시키지만, DNA의 유전정보를 바꾸진 않는다. 사이토신에서 메틸기를 제거하는 탈메틸화효소도 있다. 이때는 제거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효소가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보아 전사가 활발히 일어나는 유전자의 프로모터(전사의 시작 지점) 영역에는 메틸기가 적은 편이고, 전사가 잘 일어나지 않는 유전자에는 메틸기가 많은 편이다.

분자생물학은 모든 생명현상을 분자 단위에서 그 성질과 구조를 밝히는 학문이다. 사이토신의 메틸화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DNA가 핵 속에서 존재하는 모습에 기인한다. 세포에서 합성되는 2만여 종의 단백질 중 세포핵에 존재하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히스톤은 DNA가 감기는 실패 같은 역할을 한다. 1974년 로저 콘버그가 히스톤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했는데, 히스톤 분자 여덟 개(히스톤 8합체)가 모인 폴리펩타이드 사슬이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이 덩어리를 뉴클레오솜이라고 하며 이는 염색체의 DNA가 존재하는 기본 구조이다. 뉴클레오솜은 기다란 DNA가 감기는 실패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뉴클레오솜에 DNA가 감겨 있는 구조를 ‘크로마틴’이라고 한다.(272쪽 그림 참고) 뉴클레오솜을 더욱 세밀하게 살펴보면 DNA 실패가 매우 조밀하여 복제가 일어나기 어려운 ‘헤테로크로마틴 영역’과, 반대로 조밀도가 성글어 복제 신호를 보내는 단백질의 접근이 용이하여 복제가 잘 일어나는 ‘유크로마틴 영역’이 구분된다. 유크로마틴 영역과 헤테로크로마틴 영역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데, 이런 가역성 혹은 유동성을 조정하는 요인이 사이토신의 메틸화와 히스톤 꼬리의 변형이다. 두 요인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히스톤 꼬리란, 실패 모양의 히스톤 8합체에 DNA가 감긴 뉴클레오솜 덩어리 주변으로 히스톤이 삐져나와 꼬리처럼 보이는 영역을 가리킨다. 히스톤 꼬리에는 라이신이라는 아미노산이 유달리 많이 있어 메틸화, 아세틸화와 같은 다양한 화학반응이 빈번히 일어난다. DNA 메틸화와 마찬가지로 히스톤 꼬리에서 발생하는 화학반응은 전사를 개시하거나 억제함으로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유전자 발현이 많이 일어나면 점차 헤테로크로마틴 구조가 많아져 복제가 일어나기 어려워진다. 대표적으로는 난자와 정자가 그런 세포이다. DNA는 많이 메틸화되어 있고, 히스톤 꼬리에도 헤테로크로마틴의 형성을 촉진하는 변형이 많아서 RNA를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이다. 난자와 정자는 이처럼 변화가 거의 불가능한 세포이지만 그만큼 안정된 상태에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런데 난자와 정자가 접합하여 수정란이 되면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수정된 직후에 곧장 DNA 탈메틸화가 시작되고, 히스톤 꼬리도 유크로마틴 형성을 촉진하는 변형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던 후성학적 표지가 제거되는 과정은 약 4세포기까지 진행되고, 4세포기가 끝날 즈음에는 난자와 정자의 유전체로부터 RNA를 전사할 준비가 갖춰진다. 즉 생식세포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해 놓았던 모든 굴레를 푸는 과정이 4세포기까지 끝난다.” (278쪽)

후성학적 표지란, 발생 후(epi-genesis) 세포에 각인되는 화학적 표지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염기서열의 변화가 아니라 다양한 단백질(주로 효소)이 사이토신 염기와 히스톤 꼬리에 부착했다 떨어지면서 만들어진 가역적 흔적인 셈이다.

이 책에는 많은 도해를 제공하여 독자가 세포의 미세 구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분자 단위의 화학 현상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자 했다.(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더 많다.) 이 중 두 개의 그림을 들어 책 소개글을 맺어 볼까 한다. 이 책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그림 1.1(유전체의 3차원 구조. 25쪽)과 그림 13.3(히슨톤 단백질의 뉴클레오솜 단위체, 272쪽)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간이 아는 한 생명 중에는 점이나 선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리고 생명은 세포가 없었다면 출현할 수 없었다. 세포 자체는 물론이고, 세포의 기능적 구조적 단위인 단백질도 자체적으로만 보면 3차원, 주변 세포/단백질과의 관계성까지 포함하면 4차원적으로 존재한다. DNA의 염기서열과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은 정보를 선형적으로 저장한다. 하지만 이처럼 근본이 되는 선형적 배치가 개체의 특성과 생명현상의 발현을 전적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무수한 DNA 염기서열을 품은 유전체는 세포핵이라는 미세 구조물 안에 규칙 없이 접힌 채로 존재한다. 그 접힘의 상태는 세포가 발생하거나 복제되는 그때의 상황 아래 우연히 결정되는 것이다. 단백질 역시 마찬가지다. 조그마한 히스톤 꼬리에도 20~30개의 아미노산이 존재하며, 그것은 1차원, 3차원, 4차원이 중첩된 구조 속에 있는 것이다. 세포의 설계도이자 생명체의 설계도이기도 한 유전체의 30억 염기쌍(인간의 경우) 가운데 유전자는 약 2만 개로 유전체의 2%에 불과하다. 생물은 알짜배기 정보만을 유전자로 보관하여 진화해 왔다. 너무 많은 유전자는 관리비용을 증가시키고 위험 부담을 높인다. 일단 필수적인 유전자들이 활약하여 발생의 기초를 마련한 후로는 상황에 맞추어 필요한 단백질들이 소환되어 해야 할 일을 수행한다. 저자의 말대로 세포를 쪼개고 해체해 온 생물학은 근본적으로 환원주의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한데 그런 생물학이 삼백 년 가까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생물과 생명현상은 유전자를 오롯이 원인으로 삼을 수 없는 다차원적인 본질을 드러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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