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최고의 카타르시스 오로라
떠나자, 인생이 바뀔지도 모른다
‘저기 꼭 가봐야겠다’ 하고 여행을 떠날 때, 그 시작은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한 장의 사진이 이 책 안에 들어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그런 장면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머리말
밤하늘에 너울너울 춤추는 불빛. 여신의 드레스 자락이라고 할까, 불새의 날갯짓이라고 할까. 북미 지역 원주민들은 오로라를 신의 영혼이라 불렀다고 한다. 지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자연현상 오로라를 담은 책이 나왔다. 국내 최초다.
이 책은 오로라를 보러 떠나는 이를 위한 여행안내서이다. 최적의 관측지 캐나다 옐로나이프에 대한 상세한 여행 정보를 실었다. 또한 오로라와 우주에 관한 과학교양서이기도 하다. 오로라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 빛의 비밀은 무엇인지 등 과학 지식을 쉽고 재미나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찍은 최고의 오로라 사진이 가득 실린 사진집이다. 오로라 사진촬영 팁도 담았다. 한마디로 오로라를 100% 즐기는 법에 관한 책이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3대 천문현상
별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천문현상으로 꼽는 것이 개기일식, 대유성우, 그리고 오로라라고 한다. 오로라는 이 세 가지 천문현상 중 가장 쉽게 볼 수 있다. 오로라는 북극과 남극 부근에서 매일 발생하므로 볼 수 있는 장소로 가기만 하면 된다.
어디로 가야 볼 수 있을까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전기를 띤 입자들이 지구의 자기장에 잡혀 이끌려 양 극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지구 대기와 반응하여 빛을 내는 것이다. 대기의 어떤 성분과 반응하느냐에 따라 초록빛부터 붉은빛 핑크빛 등 다양한 색을 띤다. 목성과 토성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는데, 화성에서는 볼 수 없다. 대기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로라는 지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구의 자기장과 대기가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로부터 생명체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에서 본다면 지구는 양 극지방에 빛의 왕관을 쓰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이 왕관 아래가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오로라 존(auroral zone)이다. 오로라 존은 북반구에는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 북부, 그린란드 남쪽, 아이슬란드, 유럽과 시베리아 북쪽 끝에 걸쳐 있다. 이 가운데 오로라 관측지로 유명한 곳이 캐나다 북부 옐로나이프와 화이트호스, 알래스카의 패어뱅크스, 노르웨이의 트롭쇠, 스웨덴의 아비스코 국립공원 등이다.
관건은 날씨, 그래서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존으로 가더라도 날씨가 좋아야만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오로라가 발생해도 구름이 가리거나 백야가 계속된다면 보이지 않는다.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연중 맑은 날이 240일 정도로, 3일 이상 있으면 95%, 4일 이상 있으면 98% 확률로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옐로나이프는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중심지로 북위 62도, 북극권에서 450km 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오로라 존 지역 대부분이 춥고 황량한 곳인 데 비해 옐로나이프는 공항이 있는 큰 도시로 접근성이 좋다. 이곳이 서양 탐험가들에게 발견되었을 때 원주민들이 구리 성분이 많아 노란색을 띠는 칼을 지니고 있었다고 해서 노란 칼, 즉 옐로나이프란 지명이 붙었다. 40억 년 된 암석지대인 옐로나이프에 가면 태초의 지구 위를 여행하는 것과 같다. 밴쿠버에서 캐나다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캘거리를 거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이다.
국내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오로라 여행 상품은 대부분 오로라 빌리지 프로그램이다. 옐로나이프 시내에 있는 호텔에 묵으며 밤에 버스로 오로라 빌리지로 이동해 새벽까지 오로라를 관측한다. 대개 4박 6일 일정으로 4일 밤 동안 오로라를 보고, 낮에는 시내 관광이나 개썰매 체험 등을 한다. 렌터카를 빌려 스스로 다닐 수도 있는데 가격이 싸지는 않다. 특히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시동을 끄고 차를 세워두면 엔진이 얼어붙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의 조그마한 섬에 위치한 에노다 로지에서는 숙박과 오로라 관측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여름에는 물 위에 뜬 오로라 반영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눈 덮인 적막한 호수 가운데서 우주의 정기를 느낄 수 있다. 혼자 와서 책 읽고 뜨개질하며 2주 동안 지내다 가는 일본인 아주머니도 있다고 한다.
태양활동의 극대기, 지금이 최적기다!
오로라를 보려면 언제 가는 게 좋을까? 오로라는 태양에서 오는 입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태양 활동에 따라 주기가 있다. 지금까지 관측된 바로는 태양의 활동은 11년 주기로 약해졌다 강해졌다 반복한다. 태양 활동의 극대기가 되면 표면에 흑점이 많이 보인다. 이 흑점이 폭발하면 X선, 자외선과 같은 빛뿐 아니라 태양의 대기에 있던 전자, 양성자, 헬륨 등의 고에너지 입자들을 우주에 방출한다. 이때가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이다. 2013년은 태양 활동의 극대기의 해이다. 극대기 이후에도 최소 5년 정도 태양 활동이 활발하게 유지된다. 2013년 12월에는 아이손 혜성이 지나가며 유성우를 뿌릴 전망이라고 한다. 오로라와 유성우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행운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관측 확률 90% 이상을 자랑하는 옐로나이프라고 해도, 여행 일정 동안 오로라를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운 나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오철 작가가 말하듯 “가보지 않으면 오로라를 볼 확률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데 0%다.”
일생에 꼭 한 번, 오로라
우주로부터 쏟아지는 빛의 다발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생을 새로운 시각으로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 권오철도 그랬다. 공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을 다니던 그는 오로라 여행을 다녀와서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사진가가 되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찰나뿐인 삶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찾은 것이다. 이 책을 펼쳤다 책장을 덮을 때면 독자들의 버킷 리스트에도 오로라 보기가 추가될 것이다.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단언컨대 오로라이다. 비처럼 쏟아지는 별똥별들, 그리고 개기일식도 다 보았지만 그 중 최고는 오로라였다. 온갖 색의 빛이 밤하늘 전체를 물들이며 휘몰아치는 순간을 맞으면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말로 설명하려니 참으로 어렵다. 그대, 일생에 한 번은 오로라를 만나보라. 혹시 아는가, 나처럼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