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괴담 속 요괴들은 실제로 존재했을까?『동양 요괴 도감』의 저자 고성배는 수년 간 고문헌 속 요괴들에 대한 자료를 아카이빙 해왔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한국의 요괴들을 정리하면서 중국이나 인도, 다른 아시아 국가에 기원을 둔 요괴가 우리나라에 전해져 정착하거나 변형된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됐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다른 국가로 전해져 변형된 요괴도 있었다. 같은 요괴이지만 한국과 중국,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다양하게 변형된 특징들을 정리하고 구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중국의 요괴가 한국에서는 이런 성격으로 변형이 되었네?”“이 요괴가 일본에서는 이렇게 이름이 바뀌어 전승되었구나.”그러던 중 문득 동양 요괴들이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근차근 자료를 정리하며 비교해봤다. 『동양 요괴 도감』은 그렇게 시작됐다. 수많은 고문헌과 전설에서 찾은 동양 요괴 278『동양 요괴 도감』은 중국, 일본은 물론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이란의 수많은 고문헌과 다양한 신화를 바탕으로 수집한 자료를 엮은 책이다. 최대한 사견보다는 문헌이나 참고 자료의 기록을 충실하게 담으려 했고, 각 요괴의 종류, 출몰 지역과 시기, 특징, 기록된 문헌의 내용 등을 분류하여 제공한다. 『동양 요괴 도감』에 삽입된 일러스트 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것이다. 기록된 문헌을 읽으며 내가 상상한 괴물과 저자가 상상한 괴물의 모습이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해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줄 것이다. 중국, 일본부터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요괴까지우리가 몰랐던 동양 요괴의 모든 것저자 고성배는 동양 요괴의 공통점을 하나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그들만의 특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국가나 신화마다 성격은 다르지만 동양이라는 하나의 분류 안에서 유기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가나 신화에 따른 요괴의 특수성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호랑이, 뱀 등의 모습을 기반으로 한 요괴가 많다. 이런 동물들이 상서롭거나 신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경우, 요괴보다 혼이나 악한 기운으로 이루어진 귀물이 많다. 일본 귀물은 그 형태가 짐승이나 인간을 닮은 것을 넘어 사물과 결합한 것도 꽤 있다. 인도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경우, 신화를 중심으로 괴물과 귀물이 분포돼 있으며,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는 인간이었다가 귀물로 변한 사례가 많다. 이처럼 같은 동양권이라도 다양한 성격의 요괴가 분포하고 있다. 『동양 요괴 도감』에 등장하는 요괴를 보면서 독자들이 직접 그들의 공통점이나 차별성, 특성을 찾는 것도 재미있는 과정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이미 소개된 한국 요괴들과 비교하거나 복이나 재운을 주는 요괴, 수명을 늘려주는 요괴 혹은 가장 잔인하거나 불쌍한 요괴 등 나만의 분류 기준을 정하고 나름의 성격을 갖는 요괴를 꼽아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 『동양 요괴 도감』을 통해 요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길 바란다. 우리가 요괴의 존재를 믿으면 그들은 생생하게 걷고 날던 미지의 생물로 남지만, 믿지 않으면 단순한 신화나 우스갯소리로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