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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개벽사상가 D. H. 로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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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개벽사상가 D. H. 로런스

[ 저자 사인본 , 양장 ]
백낙청 | 창비 | 2020년 07월 10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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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개벽사상가 D. H. 로런스

이 상품의 시리즈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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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652쪽 | 922g | 153*225*35mm
ISBN13 9788936486624
ISBN10 8936486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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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문학평론가, 영문학자, 편집인. 1938년 출생하고 경기고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와 하바드대에서 수학했다. 박사과정 중에 1964년 서울대 영문학과 전임강사가 되었으며 나중에 다시 미국으로 가서 1972년 하바드대에서 D. H. 로런스 연구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을 창간하고 2015년까지 편집인을 지냈으며, 서울대 영문과 교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시민방송 RT... 문학평론가, 영문학자, 편집인. 1938년 출생하고 경기고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와 하바드대에서 수학했다. 박사과정 중에 1964년 서울대 영문학과 전임강사가 되었으며 나중에 다시 미국으로 가서 1972년 하바드대에서 D. H. 로런스 연구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을 창간하고 2015년까지 편집인을 지냈으며, 서울대 영문과 교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시민방송 RTV 이사장,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1970년대 이래 민족문학론을 전개하고 분단체제론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체계적 인식과 실천적 극복에 매진해왔으며, 근대에 대한 탐구를 통해 새로운 문명전환의 사상을 연마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계간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으로 있다.

저서로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1/인간해방의 논리를 찾아서』(합본개정판)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2』 『민족문학의 새 단계: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3』 『통일시대 한국문학의 보람: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4』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5』 등의 문학평론집과 연구비평서 『서양의 개벽사상가 D. H. 로런스』 『D. H. 로런스의 현대문명관』을 냈고, 『분단체제 변혁의 공부길』 『흔들리는 분단체제』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 『2013년체제 만들기』 등의 사회평론서와 『백낙청 회화록』(전7권),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 『문명의 대전환을 공부하다』 등 다수의 공저서 및 편저서가 있다. 제2회 심산상, 제1회 대산문학상(평론부문), 제14회 요산문학상, 제5회 만해상 실천상, 제11회 늦봄문익환통일상, 제11회 한겨레통일문화상, 제3회 후광김대중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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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우리 시대, 왜 로런스인가

서장은 ‘서양’의 문학가 D. H. 로런스를 왜 ‘개벽사상가’라는 일견 모순적인 용어로 지칭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룬다. D. H. 로런스(1885~1930)는 짧은 생애에 시, 소설, 평론, 희곡, 에세이 등 전 장르에 걸쳐 방대한 작품을 남긴 20세기 영문학의 거장이다. 저자 백낙청이 가장 주목하는 로런스의 성과는 동시대인의 상식뿐 아니라 서양의 전통적 사고방식 자체를 뛰어넘으려는 끈질긴 시도를 했고 또 그것에서 상당한 성취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그는 동아시아의 전통적 음양론을 방불케 하는 우주론과 진리관을 제시하고, 물질적 존재의 영역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실존(existence)과 전혀 다른 차원을 달성하는 사건으로서의 being(~이다+있다)이란 개념을 주장했다.

저자가 보기에 이런 발상은 플라톤 이래 서양철학을 지배해온 이데아와 현상세계의 이분법과 형이상학적 사유를 근본적으로 넘어선 획기적인 돌파이며, 이런 획기성은 그 앞세대의 변혁사상가로 꼽히는 맑스나 니체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로써 불교와 노장사상, 후천개벽사상 등 동아시아 사상과의 회통 가능성을 훌륭하게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저자는 로런스를 ‘서양의 개벽사상가’로 이름붙인다. 로런스는 이러한 가능성을 주로 장편소설을 통해 열었다. 그의 장편 『무지개』(1915)와 『연애하는 여인들』(1920)은 자연주의적 재현을 넘어 있는 그대로의 삶, 있는 그대로의 사물에 핍진한 경지인 ‘진정한 리얼리즘’을 성취한 작품들이다. 근대 장편소설이 엄연히 근대의 산물이되 탁월한 작품일수록 근대극복의 비전을 내장한다는 점에서, 두 장편은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의 이중과제에 대한 고전적 서사랄 수 있다.

또한 로런스는 거대한 생명체로 존재하는 우주에서 인간이 그 생명과 얼마나 합일하느냐에 따라 인류사회의 운명이 결정되며, 그런 점에서 태양을 잃고 우주를 등진 근대문명은 몰락과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우주관과 생명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사회적 실천과 연결하려 했다는 점에서도 동아시아 후천개벽사상과의 친화성을 지닌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본문의 2부 11장의 글을 통해 로런스의 주요한 작품들을 분석하는 가운데 그의 사유를 총괄적으로 종합하고 저자 자신의 문제의식을 더해 새로운 사상적 기초를 구축해간다.

‘진정한 리얼리즘’과 근대 적응과 극복의 이중과제

제1~3장은 저자가 로런스의 최고작으로 꼽는 『무지개』와 『연애하는 여인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두 작품은 브랭귄 일가 3세대에 걸친 인물들이 전통 농경사회의 삶에서 벗어나 근대 산업문명을 맞닥뜨리고, 그에 적응하며 한편으로 그 안에서 ‘당당한 창조적 개인’이 되기 위한 분투를 그리고 있다. 각 세대가 처한 환경의 차이, 작중인물들이 서로 간에 그리고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 분투의 결과로서 개개인의 성공 혹은 좌절은 곧 서구 근대문명의 전개와 그것에의 적응 및 극복 가능성에 대한 탐색의 과정이기도 하다.

브랭귄 일가 1세대와 2세대를 중점적으로 그린 ??무지개??는 영국 전통사회의 삶에 대한 생생하고 애정어린 기록인 동시에, 그 한계를 직시하고 공동체의 친밀한 유대관계를 벗어나 근대사회의 떳떳한 일원이 되고자 하는 개인들의 노력을 그려낸다. 『무지개』에서 작가의 가장 큰 관심사는 그러한 개인들이 진정으로 삶다운 삶을 성취했는가, 본원적인 being의 차원에 도달했는가를 밝히는 일이다. 그러므로 리얼리즘 소설의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는 동시에 현실을 반영, 재현하는 재래식 리얼리즘뿐 아니라 전통적 서양철학이 외면해온 본질적 차원의 ‘존재’를 규명하고 전달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가 된다.

이어지는 『연애하는 여인들』은 당대 영국사회의 여러 국면을 ??무지개??보다 훨씬 폭넓고 대담하게 다루면서, 장차 전지구를 휩쓸 과학기술의 본질에 대한 물음, 여기서 비롯해 전통적 서양철학을 극복할 역사적 요구에 대한 각성으로까지 나아간다. 현대의 기술은 진리가 드러나며 이룩되는 한 형태이자 역사적 운명인데, 이를 망각하고 인간 스스로 자신의 가장 근원적 가능성을 잃어버리는 것이야말로 현대문명이 처한 위험 그 자체다.

『연애하는 여인들』에서 ‘산업계의 거물’로 지칭된 인물이 과학기술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파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더 본원적인 삶을 찾으려는 의지의 실패로 죽는다는 사실은 기술시대의 그와 같은 본질적 위험을 반영한다. 『무지개』와 『연애하는 여인들』은 우리가 적응하면서 넘어서야 할 근대의 참모습을 보기 드물게 진실되고 집약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당대에 도착하지 않은 미래현실의 중요한 특징까지도 함축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특히 『연애하는 여인들』에서 현대의 예술가상을 놓고 벌이는 작중인물들의 논쟁에는 예술이 산업과 결합해야 한다는 예술관이 등장하는데, 이는 훗날 포스트모더니즘론자들이 20세기초 모더니즘의 엘리트주의·예술주의와 대비하여 탈현대주의 예술이 좀더 대중적이고 민주적이라고 내세우는 주장을 예견하듯 포착해낸다. 로런스는 20세기초 모더니즘의 체험을 적잖이 공유하면서도 자본이 주도하는 기술지배의 세계에 대한 명백히 다른 길의 가능성을 『연애하는 여인들』 속 인물들을 통해 그려낸 것이다.

새 세상을 향한 철학적·정치적 비전

제4~5장은 로런스의 또다른 문제작 『쓴트모어』(1925)와 『날개 돋친 뱀』(1926)에서 나타난 현대문명 비판과 유럽적 의식형태의 패권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조명한다. 『쓴트모어』는 현대문명의 정신적 황폐성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삶에 대한 냉소와 더불어 당시 사회 전반의 풍조와 병폐를 깊이있게 짚어낸다. 로런스는 사회주의와 ‘근대 민주주의’를 동일 범주에 넣고 부정한 바 있으며, ‘행복의 추구’를 비판의 표적으로 삼았다. 물론 인간의 행복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본질적 모험을 수행하고 그에 걸맞은 성취를 이룩한 결과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지상목표로서 추구하는 삶을 반대하는 것이다. 로런스는 대서양을 건너 뉴멕시코 산중에서 은거하며 현대문명과 대결하는 인물을 통해 그 고장의 ‘기운’ 또는 ‘영(靈)’과 일치된 삶을 살아가는 인간사회를 탐구한다. 이 탐구가 본격화된 것이 『날개 돋친 뱀』이다. 로런스는 1920년대 멕시코를 여행하며 사회주의혁명이나 전통문화의 부활에 그치지 않고 ‘후천개벽’에 값할 새 세상 건설을 꿈꿨다.

『날개 돋친 뱀』은 그 꿈을 개연성 있는 소설적 현실로 제시하는 도전을 수행하며 종교가 어떻게 현실 속에 자리잡고 대중적 영향력을 갖게 되는지, 나아가 정치와 종교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본질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멕시코의 다신교 신앙을 부활시키려는 새 종교를 대통령이 국교로 선포한다는 작품의 결말은 종교성 자체를 외면하는 근대인의 무신론이나 서구 유일신교에 대한 의미있는 도전이지만 소설작품으로서는 한계를 갖는 것 또한 명백하다. 이는 로런스적 사유모험의 엄밀함에서 결함을 드러낸 것이자 종교에 대한 로런스의 깊은 신념의 표현에도 미달한 것이다.

『날개 돋친 뱀』이 제시한 질문과 관련해 한반도의 후천개벽운동에서는 정교동심(政敎同心), 곧 정치와 종교가 한몸은 아니되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을 개념화한 바 있다. 새로운 종교운동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에는 힌두교와 고대 그리스적 요소를 간직한 불교 전통, 수운 최제우의 동학을 시발점으로 해월(최시형)과 증산(강일순)을 거쳐 소태산(박중빈)으로 진화한 한반도의 후천개벽운동이 훌륭한 참고가 된다.

전통적 인간관·세계관의 일대 전환

제6~8장에서는 1부(제1~5장)에서 논한 로런스 소설의 리얼리즘 탐구를 루카치와 하이데거, 데리다 등의 이론가들과 비교 고찰하고 최근의 가상현실 논의에 비추어 그의 예술관·세계관이 지닌 선도성을 평가한다. 또한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대한 로런스의 비판을 통해 과학주의에 갇히지 않는 인간본성에 대한 참다운 이해를 제시한다.

루카치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맑스와 니체가 시작하고 하이데거에 의해 새로운 돌파가 이루어지는 ‘형이상학의 극복’ 노력을 루카치가 오해하고 아리스토텔레스적 형이상학에 머물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로런스가 추구하는 예술작품에서의 ‘다른 어떤 율동적 형식’(some other rhythmic form)은 루카치의 리얼리즘론이 미처 탈피하지 못한 전통적 인간관·세계관의 일대 전환을 성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로런스의 예술관·진리관은 고흐의 그림에 대한 언급에서 드러나는데, 해바라기를 그릴 때 그의 그림은 해바라기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신과 해바라기로서의 해바라기의 생생한 관계를 시간 속의 살아 있는 순간에 드러낸다/성취한다는 것이다.

로런스는 소설에서 사실주의적 재현의 풍성함과 충실성이 그런 ‘순수한 관계’를 성취하는 데 불가결한 요소라고 보았다. 현대과학마저도 ‘가상현실’과 ‘진짜 현실’을 판별할 근거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오직 진정한 예술과 인간의 창조적 행위를 통한 ‘생생한 관계’의 드러냄/이룩함을 통해서만 가상과 실재의 구별이 가능해진다. 평단의 오해를 사온 성(性)에 관한 로런스의 관심은 바로 이러한 ‘육신으로 살고 있음’(또는 그러지 못함)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로런스의 프로이트 비판도 마찬가지다. 인간과 우주의 진정한 관계와 창조적 삶에 대한 탐구 속에서 로런스는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충동’ ‘본능’ ‘무의식’ 개념을 비판한다. 진정한 창조적 에너지는 성적 에너지의 억압이 아니라 그 충족에서 나오며, 하나의 세계를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열정적 일치와 다수 인간들의 진정한 어울림은, 비록 성적 충동과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지만 그 본질이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또한 로런스는 근대의 이상주의와 근대인의 실상에 대한 니체의 비판을 공유하면서도 인간 누구에게나 내재하는 균형과 조화, 행복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인간관은 근대세계의 남녀관계에 대한 진단으로 이어지는데, 현대사회에서 남성 고유의 위치나 가모장제(家母長制) 제안 같은 논의는 지금의 성평등 논쟁에도 흥미로운 참조점을 제공한다.

후천개벽 시대, 문명대전환의 길

제9~10장에서는 로런스가 『미국고전문학 연구』(1923)에서 밝혀낸 ‘낡은 의식의 와해’와 ‘새로운 의식의 형성’이라는 흐름이 월트 휘트먼에 이르러 비로소 인류역사의 ‘열린 길’을 이루었고, 그것이 근대 민주주의 비판과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구상으로 나아가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고전문학 연구』는 17세기초 청교도들이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대륙으로 갔다는 통설부터가 미국문학의 진실된 ‘이야기’를 덮어버리는 미국인들 자신의 거짓말이라고 단정한다. 그들의 신대륙 이주는 유럽의 낡은 권위 일체에 대한 반발이면서 한편 인본주의·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이었기에, 원래 유럽의 이상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것이란 그야말로 자기회피요 자기망각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정신사는 벤자민 프랭클린부터 페니모어 쿠퍼, 에드거 앨런 포, 내서니얼 호손을 거쳐 허먼 멜빌에 와서 그 허위의식의 마지막 붕괴를 보여주고, 이후 월트 휘트먼이 육신과 분리된 영혼을 명백히 부정하고 ‘사랑’이 아닌 ‘공감’의 원리를 내세우면서 미국 민주주의 이념이 결정적인 도약을 이룬다는 것이 로런스의 진단이다. 로런스는 근대 민주주의의 근본 문제가 평등주의와 관념화된 개인 개념에 있다고 보았다. ‘평균적인 것’의 다른 이름인 ‘동일성’을 진정한 ‘정체성’으로 오해하고, ‘살아 있는 개인’이 아니라 ‘관념화된 단위로서의 개인’에 머무는 것에서 온갖 혼란과 불행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에는 영혼의 위대성에 따른 위계질서, 그리고 각자의 지혜 또는 진리의 역량에 따른 차등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사회체계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했는데, 저자는 여기에 유교의 예치(禮治)나 원불교의 지자본위(智者本位) 같은 동아시아의 사유의 합리적 핵심이 결합할 때 비로소 후천개벽에 값하는 대전환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피력한다.

마지막 제11장에서는 로런스의 시에 나타난 죽음과 재생 모티프와 불교사상의 친화성을 분석한다. 로런스 자신의 불교에 대한 이해와는 별개로 그의 사유는 기독교적 관념을 넘어서는 한편 데까르뜨적 자아에 대한 ‘포스트모던’한 해체의 선구자로 부각된다. 여기서 저자가 불교와 로런스의 결정적 일치점으로 꼽는 것이 형이상학적 사유에 대한 극복으로서 현상세계에 대한 역설적이지만 강력한 긍정이다(이때의 불교는 로런스 당대의 유럽 지식인들이 익숙했던 남방불교가 아닌 북방불교이다). 이는 근대적 지식과 우주론 전체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나아갈 근거로, 더 진전되면 불교와의 생산적인 대화도 가능하게 할 being에 대한 비형이상학적 사유를 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런스적 사유에 구현된 동아시아 불교사상과의 상통성은 단순한 지식의 전파나 ‘영향관계’의 교환을 넘어선 동서양의 참된 만남의 드문 사례다. 저자는 진정한 동서의 만남이란 각자 전인미답의 영역에서 참된 사유의 모험을 진행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수렴현상이며, 이런 수준의 상응관계에 대한 탐색은 당연히 쌍방향의 탐구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끝맺는다.

추천평

해방 이후 한국에서 출판된 문학책 중 한권을 들라면 나는 이 책을 고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서양사상의 주류에 반란한 D. H. 로런스 최고의 안내서로되, 한국문학의 졸가리를 헤아리는 데도 맞춤한 참고서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미증유의 과도기를 제대로 겪을 사유의 종자들이 곳곳에서 빛나는 지침서로서도 종요로우매, 서도(西道)의 황혼녘에 한반도의 남쪽에서 날아오른 지혜의 부엉이가 일대 장관이다. 일언이폐지컨대, 이 책은 서양에 대한 통투(通透)한 이해를 바탕으로 역사적 격동 속에 숨은 한국의 개벽사상을 다시금 들어올린 백낙청 사상의 보고(寶庫)다.
-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 국문학)

왜 로런스이고 왜 개벽사상인가? “유럽중심적이고 근대주의적인 지식·진리 개념과 우주관을 뿌리째 문제삼”은 “로런스의 도전”이 바로 개벽사상과 상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로런스를 서양의 개벽사상가라고 한 것은 주체적인 자의식에서 나온 발상이다. 그것은 또한 동학의 후천개벽운동과 3·1운동, 4·19와 5·18, 6월항쟁과 촛불혁명을 거치며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과 함께 한국이 이제는 정신과 문화의 차원에서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 정지창 (전 영남대 교수, 독문학)

나를 매혹시킨 것은 로런스 연구를 발판으로 삼아 근대사회에 대한 거시적인 전망, 예술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인 이해, 리얼리즘에 대한 진지한 재고찰 등을 일관된 흐름으로 모아내는 백선생의 치열한 문제의식이다. 게다가 그는 기존의 글들을 단순히 묶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시점에서 새롭게 제기된 논의들과 꼼꼼하게 대결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지치지 않는 이 불굴의 비평정신에도 경의를 표한다.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이 책은 한 명의 비평가가 한 작가의 연구를 통해 어떻게 자신의 사상체계를 “드러내면서 이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이다.
- 김동수 (서울대 강사, 불문학)

이 책은 어떻게 과거의 정신적 산물이 현재의 실천적 담론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범이다. 내가 알기에 저자에게 학문적 글쓰기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삶에 대한 정관적(靜觀的) 논평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입의 한 형식이(었)다. 책에서 펼쳐지는 사유의 모험이 얼마나 독창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비평적 연구’란 어떤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도 우리는 의도적인 복고풍의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의 표지를 넘겨볼 필요가 있다.
- 김성호 (서울여대 교수, 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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