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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6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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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44쪽 | 210g | 135*205*11mm |
ISBN13 | 9788943313302 |
ISBN10 | 8943313306 |
KC인증 |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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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다보면 누군가를 정말 미워할 때가 생긴다. 큰 다툼이 있어 마주치기도 싫고,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항상 말을
걸어도 진심없는 대답을 하는 친구에게 소리지르고 싶을 때도 있다. ‘마녀사냥’에 죄 없는 에스벤의 어머니를 죽인 사람들을 보면 나도 큰 이유 없이 미워했던 서윤이가 떠오른다. 나와 싸우지도 않았고, 아이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던 서윤이가 그런
친구였다.
3학년. 친구들과
열심히 놀면서도 공부를 하기 시작하는 나이이다. 학교에 가면 항상 그 아이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있었다. 별 시덥잖은 이야기에도 웃어주고, 무슨 말을 하든 반응을 재미있게
해주는 그런 아이. 그 아이는 순두부처럼 뽀얀 얼굴에 복숭아같이 붉은 입술을 가진 서윤이였다. 서윤이는 이런 예쁜 외모 덕분인지 항상 친구가 많았다. 서윤이를
보면 항상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기만 하는 것 같으면서도 성적이 잘 나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학기
말, 우리는 다같이 조금의 난이도가 있는 수학 시험을 보았다. 이
시험에서 2개를 틀린 나는 어려운 시험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봐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내 가슴 한가운데에 화살 하나가 꽃혔다. “김서윤
시험 다 맞았대!”
이때부터였을까? 마음
속 깊이 서윤이가 부러운 마음이 조금씩 피어났다. 서윤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시험을 나보다 잘 볼 때마다 부러운 마음은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졌다.
하지만 눈덩이는 커지다가 중간에 터지는 법. 그 부러움이라는 눈덩이는 굴러가다가 중간에
터져 결국 미움이 되었다. 서윤이가 시험에서 100점을 받을
때마다 서윤이가 커닝을 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서윤이가 정답을 베꼈다는 생각에 서윤이가 점점 더 싫어지고, 미워졌다. 사람들의 질병을 싹 다 고칠 수 있어서 인기있고, 잘나가는 에스벤의 어머니를 죽인 사람들의 열등감과 질투를 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자신보다 잘하고, 뛰어난 사람들을 어떻게 좋아만 할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마녀라고 몰고, 미워할 게 아니라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고 존경심을 느끼고, 닮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은 일인 것 같다. 어느 면에서 뛰어난 사람을 떨어뜨리려는 생각보다는 그 사람을 보고 배우는 것이 진정한 1등이 되는 길이기에.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잘 알고, 부러움에게 미움, 의심이라는 나쁜 가면을 씌우게 하지 않고, 존경이라는 좋은 가면을 씌우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녀사냥이
있었기에, 우리가 부러움을 잘 키워나갈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마녀사냥>
사람들이 신을 믿는 이유는 아마 심리적으로 의지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에게 기대고 싶어 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세상이라는 무인도를 헤엄쳐 나가기에는 너무나 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이라는 생사 불명의 존재에게 희망을 건다면 우리는 무인도를 빠져나가는 데 도움이 될 구명보트 하나를 얻는 셈이다. 희망이 없다면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절대로 무인도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신을 믿음으로써 자그마한 희망을 얻는 것이다.
만약 과거에 신을 만든 자가 있었다면 분명 좋은 의도였을 것이다. 사람이 믿을 수 있는 버팀목이 생긴다면 사람들이 희망을 품을 테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신의 의미가 변질했다. 사람들은 신의 이름으로 패악을 부렸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책의 주제, 마녀사냥이다. 사람들이 미친 듯이 웃으며 불태운 것은 무고한 사람이 아닌 두려움이다. 사람들은 신의 이름으로 두려움을 불태워 죽였다. 사람들은 에스벤의 어머니나 한스 같은 신비한 능력을 지닌 이들을 보고 그 능력을 안 좋은 쪽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두려움에 잡아먹힌 나머지 그들을 죽이고 말았다. 마녀사냥이 일어났던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그저 인간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녀사냥은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이기적인 사람들의 수단이었다. 그리고 신은 삶이 너무나 힘든 이들의 고난을 덜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 둘은 미묘하게 겹쳐진다. 둘 다 희생양 이론을 활용한다는 것. 마녀사냥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고초를 죄 없는 이들에게 넘겼고, 신은 인간의 고초를 악마라는 존재에게 넘겼다. 세상이 완전히 평화로워지지 않는 한 이 세상에서 마녀사냥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요즘의 신앙은 예전과는 달라져 마녀사냥이 일어날 확률은 낮다. 나도 친구를 따라서 교회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 교회에서 들은 연설 내용은 진정한 도덕에 관해 이야기했다. 예전의 신앙은 왕이 곧 신이며, 그의 말을 어긴 자는 신을 믿지 않는 자이다, 라는 느낌이었는데 말이다. 여전히 종교 간의 갈등은 무수히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종교와 신앙이 달라져, 그러한 갈등이 없어지고 다시는 마녀사냥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6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책과 같은 제목이라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멋진 삽화들과 감동적이지만 충격적인 내용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의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질 정도로 이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이다. 주인공 에스벤의 어머니는 사람을 고쳐 주는 일을 하는 의사였는데 어떤 어린 아이의 치료를 가망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고 그 때문에 어린 아이의 엄마는 에스 벤의 어머니에게 앙심을 품게 된다. 결국 몇 주일 뒤 그 아이는 죽고 그 어린 아이의 엄마는 죽은 이유가 에스벤의 어머니 때문이라고 소문을 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에스벤의 어머니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았고 에스벤과 어머니는 점점 생활이 힘들어진다. 결국 에스벤의 어머니는 죽은 어린 아이의 엄마의 농장까지 구걸을 하러 갔지만 쫓겨났고, 그 농장에 있는 소 한마리가 죽자 죽은 아이의 어머니는 목사를 찾아가 그 이유가 에스벤의 어머니가 마녀이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인다. 며칠 뒤 에스 벤의 어머니는 사람들에 게 끌려갔다. 사람들은 에스벤의 어머니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고문하여 결국 자신이 마녀라는 것을 억지로 자백하게 만든다. 그리고는 에스벤의 어머니를 화형시키기 위해 에스벤의 집에있는 물건들을 맘대로 가져다가 팔고, 그렇게 해서 마련한 장작 더미 위에 에스벤의 어머니를 묶고 불을 붙인다. 사람들은 불타는 어머니 주위를 빙빙 돌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참을 수 없던 에스 벤은 도망쳐 나와 한스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그를 통해 조금씩 다시 기운을 회복한다. 하지만 평화로울 것만 같았던 그들에게 부역 감독관과 조수 넷이 또 다시 마녀사냥을 하기 위해 찾아온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책에는 이런 질문이 나온다.
“만약 네가 선택할 수 있더라면 말이다. 너는 어디에 있는 어머니를 보는 것이 나았겠느냐? 다른 사람에게 에워싸여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어머니냐, 아니면 그 바깥, 괴롭히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끼어있는 어머니냐?”
왜 우리는 여러 사람이 옳지 않은 쪽을 가게 되어도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지 못할까? 그들이 강해서일까? 그냥 우리가 겁이 많아서일까? 어쩌면 두 가지 다 맞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이 길이 옳지 않다는 건 알게 되어도 침묵한다. 두려워서 말이다. 코로나 19가 지금 온 세상에 퍼지고 있는 때에도 어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공공시설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어떤 사람들은 감염의 위험이 큰 데도 모여서 집회를 하기도 한다. 그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용기있게 지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나는 그 자리에서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어쩌면 나 역시 두려워서 침묵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겁이 날 때 에스벤과 에스벤의 어머니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에스벤처럼 나의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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