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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럽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

조성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06월 20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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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18g | 130*200*30mm
ISBN13 9791185716947
ISBN10 1185716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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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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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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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천재 연구가, 문화기행 작가.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월간조선≫ 기자를 거쳐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인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시작으로 프라하, 런던, 뉴욕, 페테르부르크, 파리, 그리고 독일편까지 펴냈다. 그 외에도 ≪풍요와 기회의 나라 캐나다 기행≫, ≪실물로 만나는 우리들의 역사≫, ≪한국 엘리트들은 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나≫ 등이 있다. ≪프라하가... 천재 연구가, 문화기행 작가.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월간조선≫ 기자를 거쳐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인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시작으로 프라하, 런던, 뉴욕, 페테르부르크, 파리, 그리고 독일편까지 펴냈다. 그 외에도 ≪풍요와 기회의 나라 캐나다 기행≫, ≪실물로 만나는 우리들의 역사≫, ≪한국 엘리트들은 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나≫ 등이 있다.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로 2010년 체코 정부로부터 공훈 메달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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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조성관의 『언젠가 유럽』(2020) - 낭만과 사색으로의 여행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m***m | 2020-08-18 | 신고

『언젠가 유럽』

조성관 글,사진 | 덴스토리 | 2020.06 | 384쪽


" 속도를 늦추면 사람이 보인다. 

대자연을 호흡하는 여행과 함께 

사람을 만나는 여행만이 

오래도록 향기가 지속된다."


- 안단테 (andante) 여행  (p.7)-


☆ ☆ 



 보통 여행이라하면 최대한 많은 곳을 봐야하며, 많은 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 실제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행의 정의일 것이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깃발부대에 섞여 있는 사람중 하나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이렇게 이야기하며 도전장을 내민다. '여러 도시를 점을 찍듯 돌아다니는 알레그로 여행을 당장 그만두고, 그 도시의 향기를 맡아'라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도시의 향기를 조금 더 기억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답한다. 사람중심의 여행을 하라고! 이 책은 피카소, 니체, 베토벤, 바흐 등 '천재'라는 코드로 접근한다. 천재들이 머물다 간 카페, 살던 집, 역사적 사건 등의 발자취를 느끼고, 사색에 잠기며 그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렇게 '천재'에의 끌림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된 저자는 『빈이 사랑한 천재들 』,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 』 등의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이란 시리즈를 출간했으며, 마침내 유럽중 가장 인상 깊었던 도시. 파리, 빈,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등 6개의 도시를 '천재'라는 코드와 묶어 각 도시의 낭만과 웅장함, 그리고 그 위엄들을 소개하는 이 책, 『언젠가 유럽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 ☆ 


[Paris - 파리 中]

(p. 19, 33, 46, 67)


 이 책은 각 도시를 설명하기에 앞 서 영화 한 편을 먼저 소개하고 있다. 거기에 나온 거리, 카페, 건물등을 소개하며, '천재'들이 살았던 곳, 자주 갔던 카페와 연관짓는다. 이 책엔 저자가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하지만, 저자는 직접 찍은 사진만으로 그 풍경과 분위기를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덜고자 영화에 나오는 장면과 연관지어 읽을 수도 있도록 다시 한 번 친절히 설명해준다.


 그 중 그 도시를 잘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은 1장 '파리'에서 소개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였다. 책에서 설명하는 센강, 에펠탑, 몽마르트르, 노트르담 성당 등 사진과 영화의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낭만적인 '파리'를 상상하는 내 내 흥분되어 가슴이 방망이질쳤다.

 

(p.90)


(p.89) 묘지를 '신들의 땅'이라고 가르치는 기독교 문화와 '귀신이 사는 곳'으로 가르치는 유교 문화에서는 생각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는 묘지 투어가 아주 일상화되어 어려서부터 묘지 투어를 한다.

 

 '파리'의 마지막 부분. 유럽의 '묘지 투어'가 신선한 충격에 가까웠다. 우리 한국에서는 집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납골당이란 곳을 두는 데, 유럽은 집 바로 옆에 묘지여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고 한다. 앞서간 이의 생애를 통해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 위해서 이런 묘지투어를 한다고 하니, 어쩌면 이 것 역시 배울 점이 아닐까 싶다.


[Wien - 빈 中]

(p.145, 149, 155)


(p.132) 빈을 느끼려면 먼저 공간적인 측면에서의 이해가 전제되어야한다. (p.137) 1684년, 빈 최초의 카페가 문을 연다...(생략)...빈 시민들은 전쟁을 통해 이슬람과 접촉했고, 커피의 검은 마력에 서서히 빨려 들어갔다. 모차르트와 베토벤도 커피를 즐겼다. 빈은 카페의 도시다.


'빈'은 카페의 도시답게 커피가 빈에 들어오게 된 사연들, '천재'인 클림트가 사랑했던 카페들, 프로이트가 자주 가는 '란트만'등의 카페를 에피소드와 사진으로 소개했다.  이외 베토벤이 살던 '파스콸라티 하우스'에 대한 에피소드 역시나 재미나게 읽었는데, 베토벤은 자주 싫증을 내는 스타일이라 이사도 여러번했지만, '파스콸라티 하우스'는 여러번 다시 찾기도 한 베토벤에겐 뜻 깊은 곳이였다고 한다. 거기에 얽힌 사연을 읽으니 다 같아 보이는 집들 중 유독 '파스콸라티 하우스' 가 반짝 거린다.


[Praha - 프라하 中]

(p.188 건물 현관 윗부분의 조형물 그림)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구시가 광장'에 관한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주소에 얽힌 사연이다. 서구 역시 지금처럼 도로명 주소를 갖게 된 것이 생각보다 역사가 짧다고 한다. 그래서 건물 현관 윗부분에 조형물이 부착되어있거나, 그림으로 그려져있었다. 주소가 없을 땐, 아이들 심부름 시키거나 위치를 이야기 할 때 불편했지만, 도로명 주소가 생기고 나서 편리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수백 년 된 전통을 헌신짝 처럼 버리지 않고 병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하니, 의미를 알고 사진을 바라보니 이 보다 더 아름 다울 수 없다.


[London -런던 中]

(p.288 켄싱턴 가든 그림)


 '런던'은 공원의 도시라는 말이있다. 그래서 인지 '런던'편에는 많은 숲과, 깔끔한 정원등 아름다운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있다. 그 중 '켄싱턴 가든'에 대한 일화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켄싱턴 가든'은 '피터 팬'을 탄생시킨 공간이라고 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극작가 제임스배리는 우연히 산책 중 데이비스 부인과 그의 아들 네 명을 알게 되고 아이가 없던 배리는 꼬마 네명과 가까워지고, 서로 왕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피터 팬'의 모티브를 얻었는데, 2005년 나온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 」 가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고 한다.


[Berlin - 베를린 中]

(p.314, 327)


(p.312) 1943년 11월 23일이었다. 연합군 폭격기가 투하한 포탄 두발이 하필 교회에 떨어졌다. 첨탑을 떠받치고 있던 팔각형 탑 윗부분이 통째로 날아갔다. (p.328)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2711개의 기둥은 유대인 600만명의 인생을 상징한다...


 어느 누구든 독일하면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 나치, 히틀러 등이 제일 먼저 생각 날 것이다. 그 전쟁의 결과물 중 두 곳을 소개하려한다. 


 그 중 하나는 '빌헬름 교회'. 1943년 연합군 폭격기가 투하한 포탄에 폭격 맞은 그대로의 모습인 빌헬름 기념교회는 반성의 의미로 '잊지 말아야할 것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로 그대로 보존했다고 한다.  


 그리고 두번째는 '홀로코스트 추모비'다. 히틀러에 의해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을 당한 6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이 '홀로코스트 추모비'는 회색 시멘트 관 같은 모양의 서로다른 크기로 꼭 미로에 갇혀 방향감각을 잃은 유대인들의 심정을 대표한다고 하니, 저 사진 하나에 나도 모르게 경건해진다.


[Leipzig - 라이프치히 中]

(p.348, 353, 369, 371)


 (p.370) 건축물의 수명은 무엇이 결정하는가...(생략)...철근과 콘크리트로 건축물은 지상에 서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그 공간을 거쳐 간 사람들이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이다.


 '라이프치히'편에는 '성 토마스 교회', '아우어바흐 켈러', ' 춤 타페 바움', '라이프치히 대학' 등  재밌는 에피소드와 함께 여러 사진들이 있었으나, 그중 괴테가 즐겨찾던 식당 '아우어바흐 켈러'가 눈에 들어온다. 대학생 괴테가 켈러를 드나들며 전설적 인물 '파우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말년에 완성한 필생의 대작인 『파우스트 』에서 이 식당이 살짝 나오며 유명해졌다고 한다. 건물, 장소등의 공간이 '사람'이라는 존재로 인해서 이 처럼 생명력을 갖는 곳이 됨을 일깨워주는 부분이였다.


☆ ☆ 


   이 책의 앞 부분에는 '나는 지적 희열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여행가' 라는 문장이 쓰여있다. 나는 그 문장을 주문을 외우듯이 그렇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안단테 여행'이라는 '느림' 이라는 주제답게 이 책 또한, '안단테 독서'로 읽었다. 그 도시의 공간 하나 하나에 얽힌 에피소드와 사진을 감상하며,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하니, 책을 읽는 동안 저자와 같이 여행하듯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유럽뿐만 아니라 외국여행은 생각지도 못하는 실정에 이 책은 '여행을 갈구 하는 내 마음 속 탈출구' 같은 존재였다. 비록 유럽여행은 당장 가지 못 하나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려한다. 저자처럼, 천천히, 그 지역의 '천재'를 코드로 나의 '안단테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8 댓글 2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언젠가, 언젠가는
평점9점 | a******9 | 2020-08-17 | 신고

내 경우

 

유럽은 일부 국가이긴 하지만 여러 차례 가봤다. 현지에 설립한 공장이나 사무소를 점검하기 위한 업무 출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출장 외의 일정으로는 단 한 번, 열흘 동안 별도로 휴가를 내어서 다녀온 경우가 있었다.

  출장 기간이 아주 긴 경우는 거의 없어서 출장을 갈 때면 시차를 활용해 출장의 앞이든 뒤든 토요일과 일요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다. 매번 출장 일정을 끝낸 뒤의 1~3일 정도는 연차휴가를 써서 가보지 못한 곳을 찾아가기도 했다. 다음번에 또 올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으니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찾아보자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출장을 승인하는 분들이 출장에 이어 휴가를 사용하는데 너그러웠다. 출장지 주변의 알려진 곳을 찾아다니고 박물관과 미술관, 연주회장을 방문했다. 출장지와 떨어진 곳으로는 이른 시간부터 차를 운전하거나 기차를 타거나 때로는 비행기를 타고 움직였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걷는 시간이 가장 많았고 뜀박질로 걸음을 보충하기도 했다. (공식 일정 이외의 경우에 발생하는 비용은 당연히 내가 부담했다.)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빨리, 많이 보려고 하니 늘 분주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조차 서둘렀고 카페에선 커피 한 잔조차 후다닥 마시고 일어서곤 했다. 그렇게 자동차 경주하듯 다녔던 기억은 뭔가 빠진 것처럼 아쉬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소개에 나오는 안단테 여행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늘 아지타토, 비바체, 프레스토로 움직였던 나에게 하는 말처럼 안단테가 들렸다. 안단테는 마냥 느리게 하라는 뜻을 품고 있지 않다.


 

그러면 책은

 

이 책은 느린 여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행담의 소재는 파리, , 프라하, 런던, 베를린, 그리고 라이프치히 등 모두 유럽에 소재한 여섯 곳의 도시이다. 여섯 곳 모두 어떤 형식으로든 발을 디뎌본 적이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 이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라이프치히만 약 60만 명 정도일 뿐이고 나머지 도시들은 최소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대도시들이다. 그리고 이 도시들은 이미 관광지로 너무나 잘 알려져서 도시 곳곳에서 한국말 소리를 들을 수 있던 곳들이기도 하다. 느림과 여유를 추구한다면 한적한 시골이거나 교외 지역 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도시가 등장하지 않을까 했던 예상이 뒤집어진다.

  그런데 글쓴이가 각각의 도시에서 다다른 데는 자주 의외의 장소들이다. 보통의 여행 안내서에서 강조하여 소개하는 유명한 장소보다는 사람들의 발길이 덜 가지만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가는 곳으로도 시선이 가지만 감상의 방식은 남다르다. 그 장소에 녹아있는 역사를 들추고 거기에 살면서 그곳을 향유하고 풍부하게 했던 인물들을 불러낸다. 결국 도시는 겉모습뿐 아니라 거기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그리고 지금도 남기고 있는 문화와 가치 위에 서있음을 읊는다. 글쓴이는 자신이 이 도시들에서 무엇을 보았고 어떤 감상을 품었는지, 또 우리가 여행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풍부한 인문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각 도시의 이야기는 그 도시를 담은 영화 한 편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라이프치히만 빼고. (라이프치히를 소재로 한 영화는 없었나 보다) 나오는 영화를 본 이라면 보다 생생하게 그 도시에 빠져들도록 배경을 설계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섯 편의 영화 모두 영화관에서 봤었기 때문에 내게는 꽤 유효한 설정이 되었다.

  글이 시작되기 전에는 책에 나오는 장소가 어디쯤에 있는지 보여주는 손으로 그린 지도가 나온다. 지도를 먼저 감상해도 되겠지만 글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장소가 바뀔 때 지도로 돌아가 그 위치를 확인해볼 때 그 유효성이 더 올라간다.

  여행을 말하므로 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 따라옴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책 속의 사진들은 대부분 글쓴이가 직접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진 전문가가 아닌 여행자의 손길이 묻어서 자연스러워 보이는 점이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여섯 도시 이야기

 

나오는 도시 중 베를린을 제외한 나머지 도시에는 길게 머문 적이 없다. 파리는 닷새, 프라하는 나흘 가량, 다른 도시들은 기껏해야 이틀 가량 발을 담갔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기 전에 묘한 흥분감이 돋았다. 이제 눈을 들어 멀리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첫 번째 도시는 파리다. 글쓴이가 파리를 이야기하려고 꺼내온 영화는 미드나잇 인 파리이다. 영화 속의 꿈같은 장면들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는 아름다운 시절 Belle Epoque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시대가 나온다. 영화와 연결되는 글을 보면 선택이 탁월했다고 동의하게 된다. (우디 앨런이란 이름을 떠올리면 불쾌하지만)

  파리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여럿 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개선문, 샹젤리제거리, 오르세미술관, 퐁피두센터, 노트르담 대성당, 엘리제궁, 오페라하우스 등등. 그런데 글쓴이는 이런 장소들을 거론하지 않는다.

  그가 소개하는 파리는 사람과 문화가 공존하는 파리이다. 와서 보라고 으스대는 데가 아니라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몸을 부대껴 가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 파리가 있다고 한다. 그곳들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몽마르트르와 카페와 센강과 그 위에 놓인 다리들과 묘지들이다. 이 장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예술과의 밀접한 관련성이다. 글쓴이의 발길과 눈길이 닿은 모든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술가, 음악가, 작가들의 이름이 묵직하다. 뭐랄까, 파리는 명사들의 발자취가 진하게 남아있는 도시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이런 방식과 감성으로 도시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자극을 준다.

  책을 읽고는 다시 파리를 가볼 기회가 온다면 센강에 놓인 모든 다리를 건너보고 싶다는 유혹을 받았다. 유람선도 타보고 싶다. 커피 공부를 하면서 이름을 알게 되어 찾아갔던 카페 프로코프 이외의 다른 카페에도 가보고 싶다. 파리에 갔을 때의 나는 루브르와 오르셰에 빠져 있었고 에펠탑에 오르고 베르사이유에 가느라 다른 걸 할 정신이 없었다.

 

두 번째 도시는 빈이다. 역시 영화 얘기로 시작한다. 빈을 담은 영화로는 비포 선라이즈가 나온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빈이라는 도시에 그리 큰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너무 귀족 냄새가 난다는 선입견과 모차르트와 슈베르트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편견이 작용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러다 이 영화를 보고 영화 속에 비친 빈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빈에서는 파리보다 바빴다. 머물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비행기로 도착해서 다음 비행기를 탈 때까지 약 30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어렵게 구한 오페라 공연을 보고 밤늦게까지 시내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리고 짧았던 빈 방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글쓴이의 빈 여행기가 무척 궁금했다.

  글쓴이가 빈을 돌아보는 느림은 두 가지이다. 느림의 가장 큰 부분은 카페이고 그 다음은 파스콸라티 하우스다. 빈의 카페도 여러 곳 소개하지만 그곳을 이용했던 인물보다 장소 자체의 분위기에 집중한다. 빈에 왔으니 비엔나커피의 원조는 맛보고 가야 한다며 들렀던 첸트랄 카페그때는 센트랄이라고 읽었다얘기를 보니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런데 파리에서처럼 그 장소를 빛나게 했고 명성을 남겨준 인물들의 이름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파리의 카페가 많은 예술가들의 이름으로 채워졌다면 빈의 카페에는 클림트와 프로이트의 이름만이 나온다. 빈의 역사와 거기에서 명멸했던 인물들을 떠올리면 이 결과는 다소 의외다.

  파스콸리티 하우스에서는 베토벤이 소환된다. 베토벤은 빈에서 35년을 사는 동안 30번이나 이사를 다닐 정도로 민감하고 까칠했다. 그런 그가 세 번 거주할 만큼 이 집과는 좋은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의 뒤에는 베토벤의 성정을 받아들였던 파스콸리티 남작의 이해가 놓여있었다. 지금 이곳은 베토벤의 유물을 전시하는 장소로 이용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나니 방문의 기회를 놓친 내 무지가 안타깝다.

  파리에서 네 가지 소재를 채택했던 것과는 달리 빈에 대해 두 가지만 거론하는 점은 아쉽다. 글의 분위기도 파리 편에서 들썩이고 활기에 찬 느낌이었다면 여기에서는 다소 차분하다.

 

그 다음은 프라하다. 프라하는 두 번 가봤다. 한번은 출장에 이어서였고 한번은 개인여행에서였다. 유럽 개인여행 일정 전에 가본 적이 있었던 곳은 프라하뿐이었다. 그만큼 다시 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던 도시였다. 사실 첫 여행(?) 때에는 중간에 황당한 도난 사고를 겪어 이리저리 신고하러 다닌다고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사고는 수습되었고 그 당혹 속에서도 사고를 당하기 전의 도시는 강한 인상으로 남아 꼭 다시 와서 잘 돌아보겠다고 마음먹었다.

  프라하를 여는 영화는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온 미션 임파서블 1편이다. 미션 임파서블 얘기는 여섯 쪽을 차지한다. 빈 편의 비포 선 라이즈가 세 쪽이었으니 두 배나 많이 얘기한 셈이다. 영화관에서 볼 때에는 몰랐지만 프라하를 처음 다녀온 뒤 TV에 나오는 이 영화를 보면서 속으로 저기는 어디 하면서 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책의 뒤로 가면 새벽의 7인과 아마데우스, 두 편의 영화가 더 등장한다.

  프라하 편에는 카페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 편에서는 프라하의 특정 부분이 테마가 되지 않고 프라하 구시가의 거의 모든 곳이 주인공이 된다. 파리나 빈을 얘기할 때와는 글의 톤이 다르다. “천천히.”라고 하면서도 발걸음을 재게 걷는 느낌이 든다. 글쓴이가 그리 말하지는 않지만 하나도 놓칠 게 없으니 서두르지 말고 이 모든 것을 눈에 넣고 귀에 담고 가슴에 실어 즐기라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듯하다. 그가 이름을 부르는 거리, 장소, 표식 하나하나가 기억을 되살려 마음을 덥게 한다.

  앞선 도시들에서 장소가 인물을 데려오는 형식이었다면 여기에서는 인물이 장소를 불러내는 형식으로 글의 모양새가 바뀐다. 카프카, 모차르트, 스메타나, 얀 후스. 문학과 음악, 종교 영역의 거장들이다. 그들과 프라하의 인연으로 중심을 잡고 그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프라하 역시 긴 역사와 문화를 품은 도시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책에서는 짧게 언급되지만 5월에 벌어지는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정확한 명칭인지 모르겠다를 여행자들은 놓치지 않으면 한다. 싼 가격으로 상당한 수준의 클래식 음악 공연을 만끽할 수 있다. 개인여행을 갈 때 이 시기를 골라 두 가지 공연을 미리 예매하고 갔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체코의 맥주를 빠트리지도 말기를. 글쓴이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런던은 영화도 장소 설명도 모두 노팅힐로 시작한다. 노팅힐은 런던의 서쪽에 위치한 동네다. 런던은 이 영화를 알기 전에, 정확히는 개봉하기 몇 년 전에 다녀왔다. 아마 가기 전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면 여행의 한 코스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럴 기회는 없었다. 런던에 대한 내 첫 추억은 맥도날드다. 배는 고픈데 뭘 먹어야 할지 모를 때 눈에 들어오던 특유의 간판 모습은 지금도 떠오른다.

  이 영화는 따로 쪽을 할애해 설명할 뿐 아니라 런던 기행의 곳곳에 등장시켜 발길을 편안하게 하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노팅힐을 품은 포토벨로 거리 설명에서는 물론이고 햄프스테드 히스나 여러 공원과 정원에서도 영화 속 장면들이 연결된다. 별 생각 없이 봤던 영화인데 런던의 곳곳을 참 많이도 담고 있다.

  런던에서는 시민들의 평범성이 부각된다. 입헌군주제이긴 하지만 아직 왕이 있고 귀족제도가 살아있는 영국의 수도인 런던에서 소위 상위문화를 길어 올리기 보다는 보통사람들이 걷고 앉고 쉬는 장소들을 많이 소개한다. 이민자들이 많다는 포토벨로 거리나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트래펄가와 레스터, 도심 속의 천연림인 햄프스테드 히스, 하이드 파크 등의 공원, 사설 정원 등이 그런 곳들이다. 바쁘게 지나쳐서는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없어서 천천히 음미해야 하는 데들이다. 다음에 좀 여유 있게 올 때 들러보자고 생각하고는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서 대신 마음에 일광욕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건축물의 수명은 때때로 철근과 시멘트가 아닌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결정된다(P.251).

  글쓴이는 런던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파리 사람들을 파리지앵이라고 지칭하지 않지만 런던 사람들은 수시로 런더너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애정 때문인지 영국 제국주의의 시작을 19세기로 늦춰 설명하는 문제를 보인다. 역사를 잘못 알고 있거나 왜곡하고 있다. 영국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화하기 시작한 때만 해도 17세기이다.

 

이제 베를린이다. 책에 나오는 도시 중 가장 자주 갔고 머문 시간도 가장 길었던 도시가 베를린이다. 기업 실사를 위해 간 게 처음이었는데 물설고 낯선 데 가게마저 모두 일찍 닫는 바람에 저녁 식사 거리를 사지 못해 황당하던 기억이 난다.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운 독일 빵 브뢰첸을 잘 먹어서 독일 체질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통일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왠지 어둡게 느껴지던 베를린의 분위기가 해가 거듭되면서 밝아진다고 느끼기도 했다.

  베를린을 소개하는 영화는 베를린 천사의 시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빔 벤더스가 유명한 감독이라는 얘기와 이 정도 영화는 봐줘야 지성인 아니겠냐는 주변의 부추김 때문에 봤었다. 같이 본 사람 중에는 어렵다는 평을 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나는 이런 유의 영화가 나하고 꽤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도시의 경우에서처럼 이 영화 속 장면도 글 속에서 여러 차례 활용된다.

  독일이 겪고 베를린이 겪었던 역사 때문인지 글쓴이가 이끄는 베를린 답사는 무거운 기운이 감돈다. 2차 세계대전 중의 폭격으로 부서진 채로 남은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와 최근에 세워진 홀로코스트 추모 공원이 대표적인 무거움의 사례이다.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는 중심가에 있어서 베를린에 갈 때마다 들리다시피 했고 홀로코스트 추모 공원은 이곳이 문을 열던 해에 가봤다. 모든 사람들이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공원을 돌아보던 장면이 떠오른다. 서베를린 시청사와 포츠담 공원에서도 정치로서의 역사를 이어 나가면서 묵직함이 계속된다.

  베를린에도 밝은 분위기가 많은데 잿빛 차양이 드리운 듯한 이런 무거움 위주의 안내는 다소 걱정스럽다. 앞선 도시들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 탓에 베를린에 대한 인상이 흐려질까 우려가 된다. 사실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만을 풍기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중심가에 있는데다 주변이 잘 정리된 영향을 받는 것 같았다. 서베를린 시청사나 포츠담 공원도 마찬가지고. 주말이면 열리는 벼룩시장이나 생기 넘치는 이민자들의 동네, 조용하지만 젊음이 깃든 훔볼트 대학이나 알렉산더 광장을 같이 소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베를린 필이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공연장에 가보는 것도 좋았을 텐데.

 

마지막 도시는 라이프치히다. 책에 나오는 여섯 곳의 도시 중 영화가 곁들여 나오지 않음과 동시에 한 국가의 수도가 아닌 유일한 도시이다. 라이프치히에서는 교회, 대학, 카페를 포함한 음식점과 전승기념탑이 여행코스가 된다. 그리고 괴테, 바흐, 바그너, 멘델스존, 니체 등의 이름이 등장한다.

  예상했던 대로 라이프치히는 바흐가 맨 처음이다. 책에서도 설명하지만 바흐는 27년이라는 긴 시간을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칸토르로 일했다. 게다가 바흐의 사후 연주된 적이 없던 마태오 수난곡의 전곡 연주를 실현함으로써 그의 명성을 되살린 멘델스존이 오래 살았던 곳도 라이프치히이다. 내가 라이프치히를 간 것은 온전히 바흐를 만나기 위해서였는데 바흐의 흔적을 보며 벅찬 감동을 느끼던 날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책에 나오지 않지만 교회에서 멀지 있지 않은 멘델스존 하우스도 같이 들러보면 좋을 테다.

  특이하게도 여행코스에 학교가 들어간 것은 라이프치히가 처음이다. 아주 상세하게 소개하는 편은 아니라 참조하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라이프치히의 카페와 음식점을 얘기할 때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크게 거론되지는 않지만 시민들이 즐기는 분위기는 잘 묘사된다. 그래도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등장하는 지하 식당인 아우어바흐 켈러에서는 괴테와 파우스트가 여러 번 언급된다.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크게 승리한 일을 기념하는 전승기념탑은 나도 보면서 그 규모에 놀랐었는데 글쓴이 역시 비슷한 마음이었나 보다.

  라이프치히의 곳곳을 둘러보는 여행담에는 문화와 역사가 켜켜이 쌓인 도시를 바라보는 글쓴이의 애정이 엿보인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이 아니라 그들이 품고 있는 두터운 퇴적층 같은 이야기를 읽어낼 때 비로소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음을 그는 전한다.

 

 

그리하여

 

지금의 시간은 질병이 이동을 가로막고 있는 시간이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도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먼 곳을 다녀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큰 장벽으로 인해 여행 자체를 시도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얼마간의 시간이었든 해외의 타지를 돌아볼 수 있던 과거의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팬데믹의 시기에 그런 시간을 누릴 기회를 다시 맞을 수 있을까? 언젠가는 그럴 때가 돌아오리라 믿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런 날들을 위해 준비해야 할 때이다. 바쁘고 급하게 돌아보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도시의 이곳저곳을 즐기고 같이 호흡할 수 있도록 머리와 가슴 속에 차분함을 채워 넣어야 할 시간이다. 분명히 올 그런 날들과 하나가 될 때를 위해 이 책은 긴 숨을 불어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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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언젠가 유럽] 이 책을 손에 쥐고 무작정 떠날 수 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0 | 2020-08-16 | 신고

궁합이 맞는 책을 만나면 손에서 놓기가 쉽지가 않다. 큰맘을 먹지 않고서는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언젠가 유럽>이 내게 그랬다. 저자의 글솜씨도 일품이지만 그의 문체 속에서 묻어나는 인간적인 매력이 나를 끌어당긴다.

 

여행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참고할 만한 영화와 여행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좋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가 소개하는 영화를 미리 찾아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 되리라.

 

저자는 파리, , 런던, 프라하, 베를린, 라이프치히 6개 도시를 다루고 있다. 이들 도시를 배경으로 다룬 대표적인 영화 이야기로 시작해 여행을 풀어나간다. 지적 희열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 하겠다. ‘무겁지는 않지만 결코 가볍지도 않은 유럽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우리의 지적 생활과 문화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인물들과 교감하는, 저자가 안내하는 여행지로 떠나보자.

 

<Paris 파리>

파리에서 반나절밖에 시간이 없는 단체 여행객들로 반드시 가보는 곳이 몽마르트르와 에펠탑이다. 몽마르트르는 보헤미안적 자유와 쾌락과 예술의 해방구였다. 이런 세기말의 이미지는 여전히 지금도 몽마르트르 언덕을 떠돈다.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몽마르트르의 테르트르 광장은 이국적인 낭만과 오밀조밀한 예술적 분위기로 흘러넘친다. 이 광장은 해발 130미터 높이에 있어 파리 시내가 발 아래로 놓인다. 화가 아메테오 모딜리아니가 드나든 단골 술집 중 하나인 라팽 아질’, 라팽 아질에서 2분 거리인 몽마르트르 미술관, 비스트로(러시아로 빨리라는 뜻)가 탄생한 카트린 아줌마 식당을 꼭 보고 가야 한다.

 

파리 카페의 향기를 맡고 음미하려면 생제르맹 대로에 가야 한다. 파리의 카페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생제르맹 대로가 그 중심을 차지한다. 생제르맹의 카페들은 세계 지성의 아지트였다. 그 출발점은 쌍둥이 카페 되 마고플로르.

 

되 마고(Les Deux Magots)는 작가들이 특히 좋아했다. 헤밍웨이, 보부아르, 사르트르, 카뮈가 단골이었다. 되 마고와 작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있는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re)는 생제르맹 대로에서 되 마고와 오랜 세월 라이벌 관계였다. 플로르는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누벨바그 영화 운동이 태동한 곳이다. 영화의 새로운 흐름이라는 뜻의 누벨바그 운동은 할리우드에 대한 반동에서 시작되었다. 할리우드 영화가 스튜디어 세트 안에서 촬영했다면, 누벨바그 운동은 밖에서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을 중시했다.

 

생제르맹 카페의 권위를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 되 마고는 1933되 마고 상을 제정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재능 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해 상금과 함께 시상하는 상이 되 마고 상이다.

 

파리에 왔다면 센강 크루즈를 반드시 한 번은 경험해야 한다. 노트르담 성당과 알렉상드르 3세교의 조명 경관, 에펠탑의 점등 쇼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야간이다.

 

유럽에서는 묘지 투어가 아주 일상화되어 어려서부터 묘지 투어를 한다. 묘지 해설사라는 직업이 아예 따로 있을 정도다. 기독교 문명이 내면화된 유럽인은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여긴다. 그래서 묘지를 공동체의 한가운데에 둔다.

 

왜 유럽 사회에는 묘지 투어가 깊게 뿌리를 내렸을까. 앞서간 이의 생애를 통해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자각하는 자만이 참된 삶을 깨닫게 된다고 그들은 믿는다. 묘지 투어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을 동시에 가르치는,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라는 생각을 그들은 공유한다.



샹송 가수 달리다(Dalida)의 묘지는 특히 인상적이다. 건축가가 묘지를 공연 무대로 설계했다. ‘달리다 콘서트에서 그녀가 걸어나와 지금 무대 앞에서 막 노래를 부르려는 모습이다. 몽마르트르 묘지에 달리다 전용 무대가 설치되어, 그녀는 여전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Wien >

빈을 느끼려면 먼저 공간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도시 공간으로서의 빈을 이해하는 핵심 축은 링슈트라세, 환상(環狀)도로. 도로가 반지처럼 동그란 원을 이루고 있어서 환상도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빈은 카페 문화를 창조한 도시다. 19~20세기를 빈에서 보낸 인물들 중 회화와 정신사의 대표 인물은 구스타프 클림트지그문트 프로이트. 생전의 클림트가 공인된 애인 에밀리 플뢰게와 자주 간 카페는 세 곳이다. 첸트랄, 데멜, 그리고 슈퍼를.

 

1868년에 태어난 첸트랄은 빈의 다른 카페들과 다르게 천장이 매우 높다. 그것은 애초에 이 건물이 궁전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첸트랄은 작가들의 사랑방이면서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이들의 전용 공간이었다. 클림트의 두 번째 단골 카페는 데멜이다. 황실 베이커리로 출발한 데멜은 타르트와 쿠키가 빈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1880년 문을 연 슈페를은 현재 문화재로 지정됐다. 조용하고 오붓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빈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 카페다.

 

빈에 와서 프로이트의 체취를 조금이라도 느끼지 못하고 간다는 것은 빈의 3분의 1을 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빈은 20세기 사상의 발전소였고, 그 중심에 프로이트가 있지 않은가. 프로이트의 단골 카페는 란트만코르프였다.

 

예술, 정치, 학문의 공간과 지척에 있는 란트만 카페는 1873년에 태어났다. 세련되게 다듬어진 우아한 공간이다. 빈의 부유한 중산층이 애용하는 공간으로, 어느 정도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카페다. 프로이트는 란트만에 오면 으레 앉는 자리에만 앉았는데, 큰 거울이 있는 좌석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프로이트 지정석으로 불린다. 코르프 카페는 별도의 미팅룸이 있어서 정신분석학회 공식 모임을 이곳에서 갖곤 했다.

 

빈은 마리아 테레지아(1717~1780) 황제 이래 200년 이상 유럽의 음악 수도로 군림했다.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모여들어 경쟁을 벌이며 음악가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브람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요한슈트라우스, 쇤베르크…….

 

이들이 살다 간 집에는 명판(플리크)이 부착되어 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 집에서 살았고, 혹은 이 집에 살면서 어떤 작품을 썼는지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해놓았다. 빈 중앙묘지에는 음악가들의 묘지를 따로 조성해 두었을 정도다.

 

음악의 수도에 와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돔가세 5번지. 돔가세 5번지는 모차르트가 전성기를 보낸 집이다. 베토벤이 살던 집인 파스콸라티 하우스는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된다.

 

<Praha 프라하>

프라하성은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아청빛 하늘에 프라하성은 비로소 잠에서 깨어난다. 프라하 구시가를 걸을 때는 바짝 긴장해야 한다. 구시가에서 잠깐만 딴생각을 하고 걸으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중세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도시 공간이다 보니 골목길이 얽히고 설켜 있다.

 

프라하 여행의 3대 명소는 프라하성, 카를교, 구시가광장과 천문시계. 구시가광장과 주변 골목길의 건물을 유심히 살펴보자. 건물 현관 윗부분에는 번지수 옆에 조형물이 부착되어 있거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 이미지는 황금 곰부터 두꺼비까지 정말 다양하다. 포도와 같은 열매 이미지를 붙여놓은 집도 있다. 이 이미지는 중세 시절, 간판과 문패에 번지수를 대신했다. 집주인의 생업을 표시하기도 했고, 기호나 취미, 삶의 철학이나 인생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시가광장에서 헤매지 않고 카를교한 번에가려면 카를로바 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카를교와 이어지는 골목길이라고 해서 카를로바라는 이름이 붙었다. 좁은 골목길에 보석 같은 가게들이 숨은 그림처럼 박혀 있어 정신을 홀리기 딱이다.

 

모차르트는 최후의 교향곡 38~41번 중 38번 교향곡에 프라하라고 이름 붙였다. 이것을 보면 모차르트가 프라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모차르트가 눈을 감았을 때, 프라하는 비통했다. 성 미쿨라셰 성당에서 모차르트를 추모하는 미사가 열렸다.

 

프라하성 입구는 화려하거나 장엄하지는 않다. 오히려 섬찟하고 두려운 느낌을 준다. 정문에 설치된 석상 때문이다. 한 사람은 칼로 짓밟힌 사람을 찌르려 하고, 한 사람은 짓밟힌 사람을 몽둥이로 내리치려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싸우는 거인상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싸우는 거인상은 프라하성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싸우는 거인상에서 칼과 쇠몽둥이로 척살되기 직전의 사람은 바로 피지배민족인 보헤미아인이다. 이 조형물은 바로 합스부르크 제국이 300년간 보헤미아를 통치한 원천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사실은 체코인들이 오스트리아 지배에서 벗어난 지 100년이 지났건만 프라하성 문의 조형물을 그대로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식민 지배 역사도 곧 체코 역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London 런던>

포토벨로가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설렁설렁 둘러봐야 보이는 곳이다. 포토벨로가는 2~3층까지 집들이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팔레트 뚜껑을 열어놓은 것처럼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이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들처럼 아기자기하다.

 

트래펄가 광장은 서울로 치면 광화문 광장 같은 곳이다. 섬나라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의 바다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대영제국의 원동력은 세계 최강의 해군력이었다. 영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승전이 트라팔가르 해전이다.

 

1805년 스페인 트라팔가르곶에서 영국 함대는 나폴레옹 함대(프랑스, 스페인 연합함대)와 대회전을 벌였다. 넬슨 제독은 단 한 척의 배도 잃지 않고 나폴레옹 연합 함대를 물리쳤다. 나폴레옹은 해전 패배 이후 영국 정복의 꿈을 접고 유럽 대륙에만 관심을 쏟았다. 이로써 영국은 세계의 바다를 손아귀에 틀어쥐고 마음 놓고 오대양을 휘저으며 식민지를 건설했다.

 

세계 시간의 표준이 정해진 영국왕립천문대가 있는 곳이 그리니치. 그리니치는 해상제국 영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옛 왕립해군대학, 국립해양박물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범선 커티 삭등이 이곳에 있다. 대영제국을 건설한 영국 해군의 정신이 서려 있는 곳이다.

 

극장, 영화관들이 몰려 있는 웨스트엔드(West End). 영미권의 모든 엔터테인먼트는 웨스트엔드가 고향이다. 이곳에서 영국인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곳은 길구드 극장이다. 셰익스피어 연극의 제1인자인 배우 겸 연출가 아서 존 길구드의 이름을 딴 연극 전용 극장이다. 매년 햄릿이 무대에 올려진다.

 

정원 중앙에서 턱을 괴고 내려다보고 있는 인물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가 지그시 내려다보는 쪽에 자그마한 체구의 남자 동상이 세워져 있다.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있는 찰리 채플린이다. 레스터 광장 한가운데에 비극의 황제와 희극의 황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구도다. 영국 런던이 아니라면 또 어디에서 이런 구도의 동상을 세울 생각을 하고, 또 세울 수 있을까

 

<Berlin 베를린>

빌헬름 기념교회는 브란덴부르트 문과 함께 베를린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19431123, 연합군 폭격기가 투하한 포탄 두 발이 빌헬름 기념교회에 떨어졌다. 첨탑을 떠받치고 있던 팔각형 탑 윗부분이 통째로 날아갔다. 높이 113미터 중 50미터가 뭉텅 잘려 나갔다. 교회의 외관은 첨탑이 생명인데, 그 첨탑이 부서져버린 것이다.

 

서베를린 정부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정을 내린다. 복원하지 않고 파괴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여주자. 빌헬름 기념교회 책임을 맡은 건축가 에곤 아이어만은 이렇게 말했다. “다음 세대들이 끔찍한 일을 체험했던 사람들을 이해하고, 폐허가 그들이 견뎌야 했던 고통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처럼 빌헬름 기념교회에는 나치 독일에 대한 독일인의 자성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럽 여행을 할 때마다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찾곤 한다는 저자. 유럽 국가의 수도에는 거의 대부분 홀로코스트 추모비가 있다고 보면 되는데 베를린의 그것과 비슷한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2005년에 문을 연 추모공원은 티어가르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19000제곱미터의 축구장만 한 크기에 회색 직사각형 기둥2711 세워놓았다.

 


2711개의 직사각형 기둥은 크기가 같은 게 하나도 없다. 직사각형 기둥의 높이가 제각각 다른 것처럼 바닥도 너울처럼 출렁인다. 희생된 유대인들은 나이도 다르고 강제수용소에 끌려온 시기도 각기 달랐다. 2711개의 기둥은 유대인 600만 명의 인생을 상징한다.

 

<Leipzig 라이프치히>

라이프치히 음악 여행에서 성 토마스 교회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바흐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공간이고, 바그너가 여기서 세례를 받았다. 1823년 바흐는 성 토마스 교회의 음악 책임자인 칸토르(Kantor)에 임명된다. 이후 1750년 눈을 감을 때까지 장장 27년간 이곳에서 복무했다.

 

멘델스존1835년 라이프치히에 오면서 망각의 강물에 떠내려간 바흐 음악이 비로소 재조명되었다. 멘델스존은 바흐가 작곡한 오라토리오와 오르간 음악을 연주하면서 죽어 있던 바흐 음악을 부활시켰다. 자선 음악회를 통해 기금을 모아 바흐 동상을 세운 사람도 멘델스존이었다.

 

상업, 자성, 예술의 중심지인 라이프치히. 라이프치히는 인쇄업이 발달해 독일 연방에서 가장 많은 출판물이 발행되었다. 최초의 신문도 라이프치히에서 발행되었다. 그 중심에 라이프치히대학이 있었다.

 

라이프치히에서 저녁 한 끼를 해결해야 한다면 어우어바흐 켈러(Auerbach Keller)로 간다. 어우어바흐 켈러는 1525년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독일의 10대 레스토랑에 속한다. 대학생 괴테는 어우어바흐 켈러를 드나들며 전설적인 실존 인물 파우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말년에 완성한 필생의 대작인 파우스트에서 이 식당을 살짝 등장시킨다. 대문호가 식당에 불멸의 미슐랭 인증 마크를 붙여준 셈이다. 어우어바흐 켈러의 천장과 벽면에는 온통 파우스트 이야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어디에 시선을 던져도 파우스트가 들어온다.

 

 

천재를 알아보는 예술적 심미안을 가지고 있었던 요한 폰 파스콸리티 남작이 예민한 세입자 베토벤을 포용하는 모습에 놀라고, 영원히 묻힐 뻔했던 바흐의 음악을 널리 알린 멘델스존의 정성과 노력에 미소짓게 된다. ‘싸우는 거인상으로 식민 지배 역사를 기억하는 체코인과 빌헬름 기념교회의 부서진 첨탑을 있는 그대로의 역사로 받아들이는 독일인의 모습에서 우리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공원의 도시, 런던에서 만날 수 있는 햄프스테드 히스. 100만 평 면적에 천연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니 기대된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카페, 라이프치히의 춤 카페 바움(Zum Arabischen Coffe Baum)’도 흥미롭다. 저자의 해외여행 경험에 비추어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말한 프라하 구시가광장도 꼭 가보고 싶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가이드와 함께 유럽으로 떠나고 싶은가? <언젠가 유럽>을 손에 쥐고 무작정 떠나도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여행지의 모습에 그 기쁨이 배가 될 것이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얻어오는 것이다.

 

- 여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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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언젠가 유럽』마음은 벌써 유럽에 있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0-08-16 | 신고

마음은 벌써 유럽에 있다. 혼자서 생각해 보았다. 유럽으로 향했을때 14일간 자가격리후 14일간의 여행을 한다고 치자. 돌아와서도 14일간의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총 6주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그래도 어딘가 여행 사이트에 들어가서 뒤적거려볼까 싶은 게 요즘이다. 난데없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내가 세운 계획으로는 유럽 여행을 먼저 한 다음 가까운 데를 몇 군데 다니는 게 쉬면서의 일정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책으로 유럽 여행을 하게 되었다. 실물로 유럽을 보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파리, 빈,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를 만났다. 책 속에 언급된 영화도 다시 보았다. <미드나잇 인 파리>와 <비포 선라이즈> 영화 속 도시, 거리를 아련하게 쳐다 보느라 내용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

 

 

 

저자는 영화 한편을 소개한 다음 그 도시에 얽힌 이야기와 건물에 살았던 작가나 화가 그리고 카페 등을 소개한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 여행을 단체로 하게 되는데 그것에 대한 단점들을 언급한다. 예를 들면 파리의 데르트르 광장에 갔을 때 한 시간도 머물지 않으면서 몽마르트르를 다 보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며 걷고 보고 먹는 시간을 가질 것을 원한다. 여행을 하게되면 그렇지 않은가. 한 장소에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 있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는 유럽 여행은 안단테(andante) 여행이라고 했다. 도시와 공간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보인다고 말이다.

 

 

 

파리는 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다. 모딜리아니가 드나든 단골 술집인 '라팽 아질'은 테르트르 광장과 가깝다. 1910년에 문을 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테르트르 광장에 왔다면 꼭 보고 가야 할 곳이 바로 '카트린 아줌마 식당'이다. 작아서 지나칠 수 있으니 주의할 것을 원한다. 그곳은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과 관계 있는 곳으로 러시아 코사크 기병들이 나타나 술을 마신 곳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들은 살롱 문화의 중심지인 생제르맹으로 향한다.

 

 

 

세계 지성들의 아지트인 생제르맹의 카페는 '되 마고'와 '플로르'가 그 출발점이다. 영화 속 화면에서 자주 나타나듯 카페 밖에 앉아 조그만 커피 잔을 두고 신문을 읽는 사람, 연인과 대화를 하는 사람들. 그 앞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유럽 카페의 일상적인 모습으로 보였다. 헤밍웨이와 보부아르, 사르트르, 카뮈가 단골인 카페 되 마고는 그 역사와 전통을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파리 하면 퐁뇌프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퐁뇌프의 연인들>을 보았을때 살면서 파리는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 아름다운 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나 파리에 왔다면 센강 크루즈를 한 번은 반드시 경험해 보라는 팁을 준다.

 

저자도 밝혔지만 동양은 묘지에 대한 터부가 있는 것 같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도 제시와 샐린이 묘지 투어를 하고 있는 장면이 있다. 서양에서는 묘지 투어가 어렸을 때부터 일상화 되었다고 한다. 기독교 문명때문에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여긴다는 부분이 새로웠다. 밭 한쪽에 조립식 주택을 가져다 놓고 싶은데 앞에 묘지가 있어 껄끄럽게 여기는 나와 비교 되었다. 역시 문화라는 것은 그 나라의 고유한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왜 유럽 사회에는 묘지 투어가 깊게 뿌리를 내렸을까. 앞서간 이의 생애를 통해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자각하는 자만이 참된 삶을 깨닫게 된다고 그들은 믿는다. (91페이지)

 

 

 

이 문장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베를린을 여행했을때 아우슈비츠를 방문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베를린 챕터에서도 밝혔지만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에 있는 2711개의 기둥은 6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의 인생을 상징하는 곳이라고 한다. 저자는 유럽 여행을 할 때마다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을 찾는다고 하는데 발췌 문장에서처럼 죽음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자만이 참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것과 닮았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배경이 되었던 빈은 음악의 도시다. 빈 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요한 슈트라우스 등이다. 모차르트가 전성기를 보낸 '피가로의 집'으로 불리는 돔가세 5번지를 비롯해 베토벤이 살던 집이었으나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파스콸라티 하우스'를 가봐야 한다. 더불어 트램과 지하철로 거의 모든 곳을 가볼 수 있다는 게 빈 여행의 매력이라고 하였다. 여행자들에게는 아주 편리한 교통수단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클림트의 그림을 좋아한다. 클림트와 관련된 소설과 책도 여러 권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카페의 도시인 빈에서 클림트가 사랑한 카페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1684년 빈 최초의 카페가 문을 열었을만큼 빈은 카페의 도시다. 클림트의 연인이었던 에밀리 플뢰게와 자주 간 카페가 첸트랄, 데멜, 슈페를이다. 이 곳에 가면 우리가 비엔나 커피라 부르는 아인슈페너를 마시면 더할나위 없겠다. 아인슈페너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다. 독일어로 '아인'은 하나, '슈페너'는 말이라는 뜻으로 마차를 모는 마부가 언제 손님의 호출이 있을지 몰라 커피 위에 휘핑크림을 얹은 게 유래되었다. 커피가 마차의 흔들림에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블랙 커피만 마신다고 하여도 빈에 가면 아인슈페너 한 잔 쯤은 마셔주어야 할 것 같다.

 

 

 

이제 2년 전 가기로 했다가 무산된 체코 프라하로 가보자. 프라하를 세상에 알린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이다. 톰 크루즈를 좋아해 그가 나온 영화는 거의 다 챙겨본 사람으로서 <미션 임파서블>에 나왔던 도시 프라하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줄리엣 비노쉬가 나왔던 <프라하의 봄>도 그렇다. 어디를 가나 신시가지보다 구시가지의 아름다움에 반하게 된다.

 

 

 

프라하 구시가광장은 저자의 해외여행 경험상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말했다. 프라하 3대 명소를 가리켜 프라하성, 카를교, 구시광장과 천문시계라고 할 정도로 역사적인 건축물과 많은 인물들이 거쳐간 곳이다. 카프카를 키워드로 구시가광장을 누빈후 프라하 성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프라하성 안의 성 비투스 성당은 꼭 들러 봐야 한다. 보헤미아인의 정신세계가 닿아있는 곳이며 체코의 역대 왕과 성인들의 시신을 봉안해 놓은 곳이기 때문이다. 보헤미아 왕국이 합스부르크 제국에게 나라를 빼앗긴 조형물을 그대로 두어 식민 지배의 아픈 역사도 프라하의 상징물이 되게 했다. 카프카가 집필실로 사용한 집은 프라하의 황금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야로슬라프 사이프르트도 황금골목길에 집필실을 두었다. 우리가 걸어야 할 이유다.

 

<노팅 힐>의 런던은 자주 영국 영화 속에서 나와 익숙한 도시다. 경찰관이었던 조지 오웰이 무작정 글을 쓰기 위해 집세가 가장 싼 동네를 찾았던 곳이 노팅 힐이다. 넬슨 제독의 등신상이 있는 트래펄가 광장.  레스터 광장에는 셰익스피어와 찰리 채플린의 동상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비극의 황제와 희극의 황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곳. 런던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다.

 

저자가 역사와 문학적 인물들을 통해 바라본 도시의 건축물은 유럽의 역사와 함께 생성되었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런던을 대표하는 최고급 호텔인 리츠호텔에서의 하룻밤을 꿈꿔보고 싶게 만든다. 1906년 문을 열어 영국 왕실이 애용하고 있는 장소이기도하다. 이곳은 캐주얼 복장으로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구두를 신고 재킷을 걸쳐야만 입장할 수 있는 품위와 격식이 따르는 곳이라는 점이다. 영국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미국의 주택과는 다르게 정원이 넓고 키가 큰 나무가 많고 담이 높아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국식 정원이 유명하다고도 하는데 자물쇠가 잠겨 있는 사설 정원이 많다는 설명에 공감을 하게 된다.

 

 

 

베를린은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로 표현된다. 제목은 잘 알고 있지만 보지 않았던 영화인 것 같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지만 오래전 1990년 전까지는 독일이 동과 서로 나뉘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친후 페허가 된 베를린은 전쟁의 참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여럿 남아 있다. 연합군 폭격기가 투하된 빌헬름 교회는 폭격 맞은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를 주로 써서인지 인물들이 살았던 도시의 건축물들이 주를 이루었다. 마르틴 루터, 괴테, 바흐, 멘델스존, 바그너의 도시로 인식된 라이프치히 또한 그렇다. 도시 여행은 인물들의 흔적을 따라 여행하는 것과도 같다. 바흐 마니아에게 성지와도 같은 성 토마스 교회는 사진만으로도 감동이 일게 한다. 성 토마스 교회에서 바흐는 27년간을 복무했다.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이기도 했던 바흐의 묘지는 교회 중앙 제단 아래에 있다.

 

 

 

저자의 여행 에세이의 반가웠던 것 중의 하나가 카페였다. 그 도시만의 특성과 역사를 가진 카페는 또다른 도시의 즐거움이다. 분위기가 좋은 카페에 앉아 하릴없이 이야기하고 창밖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카페 춤 카페 바움과 동양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 리케, 괴테가 대학생때 자주 드나들었던 아우어바흐 켈러에서 파우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곳의 흔적들은 언젠가 유럽을 갔을 때 꼭 가보고싶은 곳이 되었다.

 

마음은 벌써 유럽에 가 있었다. 파리와 런던 시가지를, 빈에서 아인슈페너를 마시고, 프라하의 구시가광장을 걷고 베를린과 라이프치히의 전쟁의 참상을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비록 집에서 책으로 유럽을 여행했지만 이것 또한 나쁘지 않았다. 다시 유럽 여행에 대한 꿈을 꾸었다. 느리게 하는 여행에서 안식을 찾는 나를 상상했다. 언젠가는 떠날 수 있겠지. 언젠가는 유럽의 도시 어느 한복판에서 조성관의 이 책을 떠올리겠지.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떠올리려 인상을 쓰며 책을 읽었던 기억을 더듬겠지. 마음은 벌써 유럽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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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방구석 유럽 여행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k*****o | 2020-07-21 | 신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방구석 유럽 여행

<언젠가 유럽>을 읽고

 

 

 

[떠나며] 방구석 여행자가 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파리, 빈,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 등 여섯 개 도시가 키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머문 도시 공간을 둘러볼 생각이다. 그런데 예정된 출발시각이 지났지만 비행기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서평단 선정 후 예상보다 도서 배송이 지연되었다.) 조바심이 날 즈음 지연 사유와 양해를 바라는 기내 방송이 들린다.(출판사 내부사정으로 인해 발송이 지연되었다는 담당자분의 문자가 도착했다.) 기장의 진심이 느껴지는 안내로 마음은 이내 안정을 되찾고 곧 만나게 될 유럽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기대를 한껏 부풀린다.(예전에 몇 차례 서평단 선정 도서가 아무런 연락없이 몇 주 넘게 도착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담당자분의 독자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느껴졌고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도서를 기다릴 수 있었다.)

 

 

 

    여행 준비물은 단촐하다. <언젠가 유럽> 책 한 권과 언제든 구글맵을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면 충분하다. 스마트폰에 여행지와 관련된 다섯 편의 영화(「미드나잇 인 파리」, 「비포 선라이즈」, 「미션 임파서블」, 「노팅 힐」, 「베를린 천사의 시」)를 담아두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언젠가 유럽>의 책날개에 쓰여진 저자 소개에서 '천재 연구가'라는 단어가 눈길을 끈다. 처음 보는 순간 저자 자신을 천재로 부를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구나 하고 오해를 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뒤이은 저자의 이력을 통해 세계의 도시들이 사랑한 천재적 인물들에 관해 연구하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유럽 여행을 하는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저자는 천재의 숨결과 체취를 호흡하는 여행을 추천한다. 저자는 이를 '지적인 개인주의 여행'라고 부른다. 아울러 여러 도시를 점 찍듯 돌아다니기보다는 속도를 늦춰 긴호흡으로 도시를 거닐 것을 조언한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알레그로(빠르게)보다는 '안단테(느리게) 여행'이라 말할 수 있다.

 
 

[도시 속으로-파리] 수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이 머물고 다녀간 파리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들을 소개한다. 예술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몽마르트르에서 모딜리아니피카소를, 카페 되 마고에서는 헤밍웨이보부아르를 소환한다. 이어서 보부아르 서거 20주년에 맞춰 건설한 시몬 드 보부아르, 퐁뇌프('새 다리'라는 뜻), 시테섬의 샹주 다리  등 센강에 놓인 37개의 다리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도 들려준다. 저자가 안내하는 파리 여행에서 가장 이색적인 것은 바로 '묘지 투어'이다. 발자크, 모딜리아니, 스탕달, 드가, 니진스키, 보들레르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잠들어 있는 무덤가에서 현대인들은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삶고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왜 유럽 사회에는 묘지 투어가 깊게 뿌리를 내렸을까. 앞서간 이의 생애를 통해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자각하는 자만이 참된 삶을 깨닫게 된다고 그들은 믿는다. 묘지 투어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와 카르페 디엠(Carpe Diem · 현재를 즐겨라)을 동시에 가르치는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라는 생각을 그들은 공유한다.(91쪽)

 

페르라셰즈 정문(90쪽)

 


 

[도시 속으로-빈] 음악사에서 빠질 수 없는 배경과 공간을 제공하는 도시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이다. 유럽의 음악 수도로 불릴 만큼 브람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많은 음악가들이 다녀갔으며 특히 베토벤 연구가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베토벤이 35년간 30번 넘게 이사를 했다고 하니 그의 예민한 감수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단골 카페인 란트만, 코르프와, 구스타프 클림트가 자주 간 첸트랄, 데멜, 슈페 카페를 보면 빈은 카페의 도시라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저자는 빈의 대표 카페 첸트랄에서 아메리카노보다는 '아인슈페너(Einspanner)' 한 잔을 꼭 마시길 권한다. 여기서 '말 한 필이 끄는 마차'를 뜻하는 아인슈페너의 유래가 퍽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마부가 커피를 마시다 손님이 부르면 마차의 흔들림에 쏟아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커피 위에 휘핑크림을 얹어서 마셨다고 한다. 197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는 '비엔나커피'로 불렸다는 것도 덤으로 알 수 있다.

 

(위) 첸트랄 내부. 궁전으로 설계되어 천장이 높다.

(아래) 아인슈페너,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비엔나커피'가 되었다.(145쪽)

 

 

 

[도시 속으로-프라하]  저자는 프라하의 홍보 영화를 방불케할 정도로 도시의 '고샅고샅(좁은 골목 골목)'을 영상에 담은 영화로 「미션 임파서블」을 소개한다. 액션 스릴러 장르로만 알고 있었던 영화에서 프라하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여섯 개 도시 중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이 다름아닌 체코의 '프라하'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중 한 명인 프란츠 카프카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프라하와 카프카, 둘의 찰떡궁합은 입에 착 달라붙는 도시명과 그의 이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으로 꼽는 프라하의 구시가광장은 카프카가 태어나고 자라며 누비던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는 재미있는 코드가 하나 숨겨져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중세시대부터 지어진 건물 현관 윗부분의 번지수 옆에 부착되어 있는 조형물과 그림이다. 집주인의 생업, 기호나 취미, 삶의 철학이나 인생관을 나타내는 심볼이라는 것이다. 카프카의 집필실은 프라하 성의 황금골목길 중에서도 하늘색 외벽의 22번지에 자리한다. 그는 구시가광장에 있는 산업재해보험공단에서 퇴근한 후 자정까지 글을 썼다고 한다. 낮에는 그야말로 노동자로, 밤에는 문장 노동자로 살았던 카프카의 고단한 삶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카프카 문학 사전이 따로 있을 만큼 카프카 문학 세계에 들어가는 데 알아두어야 할 필수적인 용어들이 많다.(중략) 카프카만이 설정하고 묘사할 수 있는 비현실적이고 끔찍한 상황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를 가리켜 카프카에스크(Kafkaesque)라 부른다.(206쪽)

 

    카프카가 집필실로 사용한 집. 황금골목길에 있다.(235쪽)


 

 

[도시 속으로-런던]

    영화 「노팅 힐」은 런던을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하려는 사람에게 몇 가지 팁을 준다. 알레그로(allegro)가 아닌 라르고(largo)로 발품을 팔아야 보이는 여행이다.(247쪽)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친숙한 '노팅 힐'은 런던의 지명이라고 한다. 필름에 담긴 런던의 일상과 이모저모는 더없이 아름답고 평화롭게만 보인다. 그러나 조지 오웰에게 노팅 힐은 고된 하루하루를 버티며 작가의 꿈을 키우던 시절의 가장 집세가 싼 동네로 기억된다. 예전에 읽었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의 실제 무대라고 생각하니 다음에 영화와 책을 다시 보게 된다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레스터 광장에는 대조적인 두 인물, 비극의 황제 셰익스피어의 동상과 희극의 황제 채플린의 동상이 서 있다. 상반된 감정의 예술을 추구한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예술과 인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계속 걷다보면 도심 한복판에서 초록 공간을 만끽할 수 있는 하이드 파크에 도착한다. 이 곳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살았던 켄싱턴 궁전과 피터 팬을 탄생시킨 극작가 제임스 베리가 살았던 켄싱턴 가든이 있다고 한다. 또한 하이드 파크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수십만 명의 관중과 함께 공연을 했던 에릭 클랩턴의 이야기가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이렇게 런던 곳곳에서 마주하는 인물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바로 현재진행형인 영국의 문화적 영향력(소프트 파워)의 원천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레스터광장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셰익스피어와 찰리 채플린.(269쪽)



 

[도시 속으로-베를린] '베를린'은 오늘날의 영광을 맞기 전 두 차례 세계대전과 동서 냉전으로 인해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과거를 가진 도시임을 모르지 않는다. 개인을 다루던 다른 도시와 달리 베를린에서는 수많은 사람들, 즉 군중을 마주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첨탑이 부서져 버려 베를린 시민들에게 '충치 교회'로 불리며 참극의 현장을 유머로 승화시킨 빌헬름 기념교회와 600만 명의 유대인 희생자를 상징하는 2711개의 회색 직사각형 기둥이  세워져 있는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에 그들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존F.케네디 광장포츠담 광장에 서면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과거의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기억되고 인식되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날의 시간은 흘러가 버렸지만 (케네디 대통령이 연설했던 시청 건물의) 1110호 공간은 그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저장하고 있다.(336쪽)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노작가는 잡초 한가운데 버려진 소파에 털썩 주저않아 탄식한다. 어떻게 내 인생의 시간이 저장되어 있는 포츠다머 광장이 이렇게 변해버릴 수가 있다는 말인가.(338쪽)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2711개의 기둥은 희생된 유대인 600만 명의 인생을 상징한다.(327쪽)

 

 

 

[도시 속으로-라이프치히] 괴테, 니체, 바흐, 멘델스존, 바그너,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벅찬 인물들을 품은 도시가 바로 '라이프치히'이다. 바흐가 27년간 복무하였고 바그너가 세례를 받았던 곳이 성 토마스 교회인데 교회 중앙 제단에 바흐의 묘지가 있다고 한다. 특히 모차르트가 빈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처럼 바흐도 라이프치히에서 푸대접을 받았는데, 바흐 사후에 멘델스존에 의해 그의 음악이 재조명되었다는 점이 놀랍다. 저자는 라이프치히에서의 음악여행을 마치고 대학생 괴테가 즐겨 찾았던 아우어바흐 켈러에서 식도락여행을 이어갈 것을 추천한다. 켈러는 '지하실, 창고'라는 뜻으로 독일에는 'ㅇㅇㅇ켈러'가 들어간 식당이 많다고 한다. 괴테는 이 식당을 그의 대표작 「파우스트」에 등장시킴으로써 불멸의 미슐랭 인증 마크를 붙여준 셈이라는 저자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건축물의 수명은 무엇이 결정하는가. 철근과 슬래브와 콘크리트인가? 철근과 콘크리트로 건축물은 지상에 서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그 공간을 거쳐 간 사람들이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이다.(370쪽)

 

아우어바흐 켈러 입구의 '파우스트' 기념상.(371쪽)

 

[돌아오며] 이번 여행을 되돌아보면 '인물'로 시작하여 '인물'로 끝맺은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일상을 여행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일상처럼 자연스럽게"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계속 생각났다. 일상과 여행의 소중함이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어쩌면 <언젠가 유럽>이 궁극의 언택트 여행을 위한 안내서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마지막으로 훗날 유럽 땅에 두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이 책을 기억하며 걸음은 느리게, 시선은 폭넓게 '라르고 여행'을 해보리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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