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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6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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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8.69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54672290 |
4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첫째 딸 때문이었다. 중학교 3학년 진급을 앞두고 제주도 여행을 떠난 네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귤의 맛』은 아직 마냥 어린 아이 같지만 내후년이면 중학생이 될 딸아이를 둔 아빠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설이었다. 특히 저자가 『82년생 김지영』으로 한국 사회 여성들이 맞닥뜨린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각종 통계와 자료를 제시하며 고발해 당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조남주 작가라 더 그랬다.
『귤의 맛』은 조남주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로 중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만난 네 명의 여자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한 명이 주인공이 아니라 소란, 다윤, 해인, 은지 네 명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중학교 영화 동아리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교통도 좋고 각종 편의시설도 잘 갖추었으나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경기도 신영진구로 다리 하나만 건너면 교육열이 높고 학원이 많은 서울 다난동이 있다. 신영진 아이들은 셔틀버스를 타고 다난동 학원에 다니다가 학년이 올라 가면 자연스럽게 다난동 학교로 전학을 가곤 한다.
소설은 고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하는 소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다윤, 소란, 해인, 은지의 이야기들이 귤 속 한 알 한 알처럼 조각 조각 이어나간다.
다윤이는 담임 선생님이 경인외고에 추천할 정도로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기대와 호의를 받고 사는 다윤이에게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 다윤이에게는 다정이라는 동생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정이는 아팠기에 부모님은 항상 동생 병간호에 신경쓰느라 다윤이는 늘 혼자 모든 걸 해내야 했다. 다윤이는 남자친구를 여러 명 사귀지만(남자친구가 사귀자고 고백하면 다 받아준다) 오래 사귀지 못하고 금방 헤어진다. 다윤이는 면접시험을 보러 경인외고로 향한다. 다윤이는 외롭다.
소란은 전형적인 4인 가족으로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고 학교 생활도 평범한 학생이다. 소란에게는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만난 절친 지아가 있다. 둘은 어린이집이 끝날 때까지 남았던 두 명으로 같은 초등학교와 같은 학원을 다니며 서로 엄청나게 싸우면서 우정을 쌓아갔다. 그런 지아가 5학년이 끝나고 다난동으로 이사를 간다. 사는 동네는 달랐지만 같은 학원에 다니며 주말에도 종종 만나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는 사이다. 어느 주말 영화를 같이 보게 된 둘. 영화 도중 지아가 나가는데 한참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아 소란이 상영관을 나와보니 지아가 문제집을 풀고 있다. 소란이 "바쁘면 영화는 다음에 보자고 하면 됐잖아!" 했더니. 지아는 "다음에도 바빠. 소란아"라고 한다. 지아는 학원과 과외, 봉사활동을 다니느라 늘 바쁘다고 한다. 이후 둘은 더 이상 주말에 만나지 않았다. 이후 지아는 한국을 떠난다. 소란은 조금은 우울하기도 하고 시기심도 있고 왠지 꼬여있다.
해인의 집안은 아버지 사업이 동업자의 사기로 망해서 어렵다.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중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살던 아파트에서 네 식구가 간신히 발 뻗고 잘 수 있는 다세대주택으로 이사를 간다. 이사 후 동생 상민은 왜인지 해인에게 화가 나 있고 엄마 아빠는 밤만 되면 언성을 높이는 날이 많아졌다. 아빠는 딸의 마음을 이해 못하고 그저 집에 들어오면 밥만 차려달라고 하고 엄마는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밤낮 없이 일을 한다. 해인에게는 다난동에 사는 큰이모가 있다. 공부 잘 하는 해인이를 딸처럼 예뻐하는 큰이모는 다난동에 있는 자사고인 가람여고에 입학하라고 권유를 한다. 아빠는 사업이 실패한 후 딸을 가람여고에 보내는 일에 사활을 건다. 해인이는 가람여고 입학을 위해 큰이모네로 위장 전입을 하게 된다. 이사 온 후로 해인은 항상 방문을 잠갔다.
은지는 엄마, 할머니와 함께 산다. 남을 잘 배려하고 성격 좋은 은지는 하은이라는 친구가 있다. 학교에서 체육 수행평가 과제로 필리핀 전통 대나무춤을 하게 되었는데 그리 큰 문제거리도 아닌 모둠 참여 문제로 은지와 하은이는 말을 안 하게 된다. 이후 어느날 하은이가 애들이랑 서연이네서 놀기로 했는데 학원 끝나고 서연이네로 오라고 한다. 화해의 뜻으로 받아들인 은지는 수락을 하고 학원을 마치고 서연이네로 갔으나 서연이네 현관문은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고 친구들은 끝내 오지 않는다. 하은은 아무런 해명 없이 또 며칠이 흐른 후 '그때 내가 다쳐서 약속이 취소됐는데 병원 가느라 연락을 못 했다며 1차 상가 옥상에 있는데 너도 와라."라고 은지에게 문자를 보낸다. 망설이던 은지는 미련이 남아 상가 옥상에 올라가는데 옥상에 하은이는 없고 그 사이 옥상문은 잠겨 버린다. 고민 끝에 엄마에게 전화를 한 후 은지는 깜박 잠이 들고 이후 병원으로 업혀 간다. 엄마는 부탁 끝에 피아노 학원 CCTV를 통해 은지가 옥상에 들어간 후 하은과 서연이 다급히 되돌아오는 장면이 찍혀 있음을 확인하고 학폭위를 통해 그간에 있었던 일들이 공개되며 하은이는 처벌을 받게 된다. 은지는 그때 처음으로 잘못하지 않아도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각자 사연이 있는 네 명의 아이들은 중학교에 입학해 영화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티격태격 하기도 하고 시샘을 하면서도 점점 친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을 앞두고 제주도에 있는 은지네 별장으로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 제주도에 도착한 일행은 계획대로 호테우해변을 들렀다가 저녁을 먹으러 이동 중 차장 밖의 '감귤 체험장' 팻말을 보고 차를 돌려 감귤 체험을 하게 된다.
귤밭으로 들어서자마자 은지는 먹느라 바빴다. 해인은 잡히는대로 귤을 따서 바구니에 담으며 동시에 당장 까먹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윤은 커다란 귤은 바구니에 넣고 작고 못생긴 귤들만 까먹었고, 소란은 동그랗고 맨들맨들 예쁜 귤만 골라 정성껏 꼭지를 잘라 바구니를 채웠다. - p.160
그간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온 네 명의 아이들은 감귤 체험장에서 귤 따는 모습도 각각 차이를 보여준다. 나무와 석양에서 저마다 다른 크기로 자라는 귤처럼....
제주도 여행 마지막날 네 아이들은 약속을 한다. "절박하고 뒤틀리고 아슬아슬한 약속. 그 선택으로 인해 대학이, 진로가, 미래가, 인생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p.169)." 그 약속은 '네 사람은 신영진고를 1지망으로 쓰겠다'는 내용으로 각자 이름과 사인을 하고 타임캡슐 안에 넣고 은지네 별장 정원에다 묻는다.
경인외고에 면접을 보러 간 다윤이는 학교에 들어가기 직전 엄마의 휴대폰 번호로 도착한 동생 다정이가 응급실에 입원했다는 문자를 받고 면접을 포기하게 되고(엄마가 보낸 것이 아니었다), 해인이는 갑작스런 가람여고 자체 조사로 인해 위장 전입이 들통이 나 가람여고 입학이 좌절된다(누군가의 신고로 인한 학교 자체 조사였다). 은지는 엄마가 회사에서 쓰리랑카로 주재원 신청을 해 가족 모두 쓰리랑카에 갈 상황이 벌어지고, 소란은 신영진고가 아닌 여학교를 가고 싶어한다.... 과연 네 명의 아이들은 타임캡슐 안에 넣은 약속대로 신영진고에 입학할 수 있을까?
『귤의 맛』은 귤이 노랗게 익기 전의 초록의 시간, 아직 영글지 못한 중학생 네 명의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소설이다. 처음에는 첫째 딸을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 소설이 읽는동안 내 초록의 시간을 회상하며 공감하는 독서가 되었다. 초록의 시간 이문세 노래를 즐겨 듣고 따라 부르던 까까머리 중학생이었던 나는 숫기가 없어 수업 중 발표할 때마다 얼굴이 빨갛게 붉어지고 좋아하는 여자 아이한테 말 한번 제대로 못 건넨 소심한 학생이었지만 의외로 운동을 잘해 체육시간이면 날다람쥐처럼 날아다니고 친한 친구들 앞에서는 간간히 웃음을 안겨 주는 아이였다.
초록의 시간, 청소년기는 누구나 한번쯤 거치는 통과의례의 시간이 아니라 그 시기 그 자체로도 무게가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 이 초록의 시간이 자양분이 되어 지금 노랗게 익은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귤의 맛』은 초록의 시간을 지나는 한 알 한 알 존재의 차이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오늘은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어제 슈퍼에서 구입한 귤을 한 알 한 알 먹어야겠다. 나의 초록의 시간을 회상하며....
초록색일 때 수확해서 혼자 익은 귤, 그리고 나무와 햇볕에서 끝까지 영양분을 받은 귤. 이미 가지를 잘린 후 제한된 양분만 가지고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라는 열매들이 있다. 나는, 그리고 너희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 p.161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문학동네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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