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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틀랜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쫄딱 망하는 삶에 관하여

[ 반양장 ]
세라 스마시 저/홍한별 | 반비 | 2020년 05월 28일 | 원서 : Heartland: A Memoir of Working Hard and Being Broke in the Richest Country on Earth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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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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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05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438g | 138*198*30mm
ISBN13 9791190403887
ISBN10 1190403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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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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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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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가디언》 《뉴욕 타임스》 《텍사스 옵저버》 《퍼시픽 스탠더드》 등 여러 지면에 사회경제적인 이슈에 관한 글을 기고해왔다. 최근에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조앤 쇼런스틴 펠로우 교수로 임명되었다. 이전에는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의 교수로 일했다. 경제적 불균형에 관해, 혹은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디어의 태도에 관해 연구자로서 활발하게 논평을 하고 있다. 캔자스에 살고 있고, 『하틀랜드』가 첫 책이다. 《가디언》 《뉴욕 타임스》 《텍사스 옵저버》 《퍼시픽 스탠더드》 등 여러 지면에 사회경제적인 이슈에 관한 글을 기고해왔다. 최근에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조앤 쇼런스틴 펠로우 교수로 임명되었다. 이전에는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의 교수로 일했다. 경제적 불균형에 관해, 혹은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디어의 태도에 관해 연구자로서 활발하게 논평을 하고 있다. 캔자스에 살고 있고, 『하틀랜드』가 첫 책이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는 『권력과 테러』 『자라지 않는 아이』 『위대한 생존』 『오카방고 숲속의 학교』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나무소녀』 『네모난 못』 『자유 방목 아이들』 『밴버드의 어리석음』 『식스펜스 하우스』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는 『권력과 테러』 『자라지 않는 아이』 『위대한 생존』 『오카방고 숲속의 학교』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나무소녀』 『네모난 못』 『자유 방목 아이들』 『밴버드의 어리석음』 『식스펜스 하우스』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사악한 책, 모비 딕』 『이 문장은,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아웃런』 『바다 사이 등대』 『달빛 마신 소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페이퍼 엘레지』 『몬스터 콜스』 『가든 파티』 『밀크맨』 등이 있다.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과 『미스테리아』 등에 글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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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전미도서상 파이널리스트, 버락 오바마가 뽑은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NPR, 뉴욕포스트, 버즈피드, 셸프어웨어니스, 버슬, 퍼블리셔스위클리 올해의 책 선정

가난에 관한 가장 사려 깊고 정교한 증언!

미국 시골 백인 빈곤 계층의 삶을 증언하고
가난을 수치심으로 징벌하는 사회를 고발한다


‘미국 시골 백인 빈곤 여성’이라는 존재는 어떤 것일까? 이 책 전체가 바로 이런 곤란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가난하게 살아간다는 것도 설명하기 곤란하고, 미국에서 방대한 면적을 차지하지만 미디어에서 제대로 재현된 적이 없다는 시골 빈곤 계층의 삶을 설명한다는 것도 곤란하고, 백인 빈곤층이 어떻게 생기는지 인종주의를 빼고 설명하는 것도 곤란하다. 게다가 여성이라는 굴레가 중첩되면 이 존재는 간명한 언어와 쉬운 이미지로 설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4년 전 트럼프의 당선에 미국의 주류 미디어와 지식계가 깜짝 놀란 이후, 힐빌리라고 불리는 이들, 혹은 레드넥, 화이트 트래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얼마나 진지했는지는 의문이다. 그 다양한 차이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고 하는 편이 정당하겠다. 『힐빌리의 노래』를 비롯해 이에 대해 해석을 제공하고자 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미국 시골 백인 빈곤 여성’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불충분하게만 이해되고 설명된다. 『하틀랜드』는 그런 삶을 그 어떤 책보다 정확히 기록하고 증언하고자 하는 책이다.

세라 스마시는 캔자스의 시골 농장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를 보내며 성장하여 지금은 경제적 불균형에 관해 활발히 논평하고 있는 학자다. 스마시는 미국 시골의 빈곤층으로 자란 삶을 기록하며 가난의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하나씩 관찰한다. 당사자이기에 가능한 기록이지만, 연구자로서의 엄밀함과 객관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기록된 이들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험난하지만 때때로 위엄 있고, 불안하지만 끈질기며, 폭력 속에서도 사랑을 키워낸다. 어떤 이미지로도 단순화할 수 없는 이들은 대체로 어려운 환경과 부족한 자원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삶을 낫게 만들려는 의지로 버텨내는 사람들이다.

캔자스 하면 한국의 독자들조차도 몇 가지 상징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 도로시, 토네이도, 하늘, 들판, 튤립……. “날아서(비행기를 타고) 지나가는 땅”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거대한 장소에서 누군가는 농사를 지으며, 누군가는 건설 공사를 하며, 또 누군가는 값싼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엄청난 양의 노동을 통해 살아간다. 여성들은 10대에 임신을 하고, 학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해 임시직을 전전하며, 주거도 불안정해 이곳저곳을 떠돈다. 몸이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더 큰 문제로 빠져들기도 한다. 폭력과 마약에 노출되고, 술과 담배에 의존하며 보수당에 투표한다.(진보적인 빈민 구제 정책들이 왜 가난한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가에 관한 생생한 답도 이 책 안에 들어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현대 미국 사회에서 가난은 유난히 수치스러운 것으로 경험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빈곤층이 단순히 정보가 부족하고 정치적 고려의 여유가 없어서 무지한 상태로 보수당에 투표할 수밖에 없다는 사회적인 편견을 깨드릴 중요한 열쇠다.

이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전 세계에서도 계층 분리는 점점 더 가속화하고 있고, 가난한 이들의 삶을 설명하는 언어도 점점 더 불충분해지고 있다. 또 그에 따라 이들의 존재는 더더욱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대변되지도 대표되지도 않게 된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강화된다. 그리고 이들은 이전 어느 사회에서보다 더 강력하게 ’수치심‘을 정체성으로 강요당하게 된다. 당연히 이들의 존재는 더더욱 위축되고 작아지게 되고, 이들을 재현하거나 대변하거나 대표하는 언어는 더더욱 줄어든다. 이 책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읽어내는 것은 그래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중요하다.

내가 어릴 때에 미국 사람들은 미국에는 계급이 없다고 믿었어. 나도 고등학교 때 19세기 영국 소설을 읽기 전에는 계급이라는 개념을 접해본 적조차 없었던 것 같아. 계급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으니, 우리의 경험이나 우리가 느끼게 되는 수치를 표현한다 하더라도 그 즉시 무효화될 수밖에 없었지. 계급을 인식하지도 않았고 입 밖에 내어 이야기하지도 않았어. 그러니 나 같은 아이, 즉 가족의 비밀을 파헤치고 서랍 속을 뒤져 내가 사랑하는 속을 잘 알 수 없는 사람들의 과거를 알아낼 단서를 찾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하루하루가 조용히 좌절감의 대못을 박아넣는 것 같았단다. 내가 어릴 때 느꼈던 가장 주요한 감정은 문제가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겠는데 다들 문제가 없다고 말할 때 느끼는 좌절감이었어.(30)

엄마는 실제보다 더 부유해 보이게 꾸미는 재주가 있었어. 엄마한테는 뭐랄까 담대한 위엄 같은 게 있었거든. 엄마는 사람들이 벽에 그림을 너무 높이 건다고, 그게 정말 신경 쓰인다는 듯이 말하곤 했지. 그거 말고도 걱정할 거리가 없지 않았을 텐데. 엄마는 또 더러움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 청소부를 고용할 형편이 아니니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겠지만. 엄마가 청결에 매달린 것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럽게 산다는 편견을 강화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을 거야. 우리 여자들은 이런 뼛속 깊이 흐르는 걱정을 물려받았어. 베티 할머니도 처음 가본 햄버거 가게나 길가 모텔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고 괜찮다 싶을 때 하는 첫마디가 늘 “깨끗하네”였지.(57~58)

네가 태어났다면 너도 창의적이고 부지런해졌겠지. 가난하면 그래야만 하니까.(62)

충격적이었던 건 아빠가 입은 정신적 상처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해 아빠가 아무 분노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었어. 일하다가 죽는 게 자기 운명이라는 걸 잘 안다는 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커서 자기가 희생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듯이 말했어.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이 드물지 않긴 했지. 1960년대에, 아빠가 어릴 때 가장 좋아하던 삼촌이 우리 농장 근처 다리에서 트랙터가 미끄러져 내려와 거기 깔려 세상을 떴대. 나는 거의 날마다 그 다리를 건너면서 아빠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어.(107)

“『분노의 포도』 말고 다른 데에서는 한 번도 못 들어본 얘기야.” 내가 농장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하면 다른 지역 출신인 사람들은 진심으로 이렇게 말해. 우리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거야. 사실은 그들이 결코 가지 않는 곳에 존재했던 거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쉬울 거라고 생각해. 내가 집이라고 부르는 곳을 정치 담론, 뉴스 매체, 대중문화에서 정형화하거나 100년 전 일인 것처럼 묘사하지 않고 다루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151)

우리 가족은 열심히 일하는 걸 그렇게 강조하는 사람들인데도, 노력한 만큼 반드시 얻는 게 있다는 생각을 다른 미국 중산층보다 훨씬 일찌감치 버릴 수밖에 없었어. 날이면 날마다 동트기 전에 일어나 일을 시작해서 해가 질 때까지 쉼 없이 일했으니, 우리가 이렇게 쪼들리는 건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님이 명백했거든. 문제는 공산품 시장, 대기업, 월스트리트에 있었지. 우리에게서 너무나 멀리 있고 알 수도 없는 것들이라 우리는 그저 고개를 가로젓고, 정부를 욕하고, 우박이 내리기 전에 콤바인을 창고 안에 들여놓는 일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어.(158)

하지만 내가 느낀 수치는 내 죄에서 오는 게 아니었어. 사회 전체에서 가난한 사람을 멸시하기 때문이지. 경멸이 미국 법에 아예 명시되어 있어. 빈민에 대한 멸시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예가 복지 제도에 대한 태도일 거야. 공공 정책이나 언론에서 복지 프로그램에 의존해 살아가는 걸 혐오스러운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혜택을 받을 자격이 되어도 지원을 안 했어.(193)

당장 먹여야 할 갓난아이가 있으니 베티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 레이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집에서 나왔지만 레이는 군대에서만 무단이탈한 게 아니라 아비 노릇도 무단이탈해버렸어. 베티는 벌써 몇 년째 테이블 서빙을 해서 번 돈을 거의 예술의 경지로 아끼고 아껴 써온 경험이 있었지. 하지만 식당에서 일하면서 동시에 아기 지니를 볼 수는 없었으니까. 결국 실업 수당을 신청했어. “그 이야기를 하려니 부끄럽구나.” 복지 혜택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어. 베티가 무엇에 대해서건 부끄럽다고 말하는 걸 들어본 일은 손에 꼽을 정도야. 내가 아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우리는 굳건한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사람들이니까.(198)

복잡하고 어려운 사실을 가장 쉽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여성의 언어

가난한 삶을 어떤 미화나 왜곡도 없이 증언하기 위해 책이 채택하는 방법은 바로 가장 적절한 ‘청자(聽者)’를 설정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놀라운 글쓰기 실험이 시작한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읽어버리고 소비하고 잊어버릴 사람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는 강력한 함의가 첫 장부터 분명히 드러나며 독자를 긴장시킨다. 한편으로는 이 책이 엄청나게 친절하고 명확하고 쉽게 쓰였다는 사실도 동시에 드러나며 독자를 흡인시키기도 한다.

이 책의 청자, 너, ‘오거스트’는 저자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딸이다. 그런데 그 딸은 그냥 딸이 아니라 태어나지 않은 딸, 아예 잉태되어본 적도 없는 딸이다. 앞으로도 태어나거나 잉태될 수도 없는 딸이다. 이 딸이 잉태될 수 없는 이유는 저자가 삶의 전반기를 온전히 자신의 소중하고 귀한 딸이 이런 험난한 조건에서 태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바쳤기 때문이다. 딸의 이름 오거스트는 저자의 할아버지(캔자스의 농부, 곧 레드넥)의 중간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오거스트는 오거스틴이라는 여성형 이름으로 바뀌지 않았고 또 ‘아우구스트’라는 과한 발음으로 불리지 않지만 ‘위엄 있는’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할아버지와 저자 모두 8월에 태어났고 둘 모두 비슷하게 부지런한 기질, 독립적인 기질을 지녀서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장면에서 ‘오거스트’는 저자의 상처받은 ‘내면 아이’로 보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심리 치료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저자를 살아남게 만든 정신적인 중심이기도 하다.

이런 독특한 글쓰기로 인해 고유하게 여성적인 문제라고 할 만한 것이 드러나는데, 바로 여성과 시골의 관계, 여성과 양육의 관계가 그것이다. 저자의 어머니, 그리고 저자의 친할머니인 테리사는 재능과 흥미가 있었지만, 폭력적인 부모나 애인 혹은 남편, 어려서부터 값싼 노동을 해야 하는 환경, 정보의 부족, 선택지의 부족 등 종합적인 자원 부족의 상황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적절한 일자리도 얻지 못한 채 시골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욕구의 좌절은 고유한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문제로 발전해 아이에게(특히 딸에게) 전달된다. (유년 시절 저자는 늘 엄마에게 사랑을 갈구했지만, 엄마는 의도적으로 그 사랑을 부인했다.)

특히 이들의 사회적 성장이 종결되는 거의 마지막 관문이 ‘빠른 임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자녀들에게 상속되는 정신적, 심리적 부담은 매우 자연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시골이기 때문에 정보와 기회의 부족에 시달리고, 어린 나이에 양육에 발목을 잡히게 되어 재능과 사회적 욕구를 포기해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저자의 모계와 부계에 걸쳐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을 지켜본 똑똑한 여자아이는 절대로 사랑하는 딸을 낳지 않겠다는 모순적이고도 영리한 결심을 하게 된다.

‘미국 시골의 백인 여성 빈곤층’이라는 모순적이고 양가적이고 복잡하고 곤란한 정체성은 이렇게 정교하고 진심 어린 서술을 통해 그 총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스마시는 자신의 삶, 자신의 어머니들의 삶,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의 삶을 냉소 없이 날카롭고도 명확하게 언어화한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이 가난의 복잡성을 똑바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네가 누군지 알아내려고 애쓰지는 않았어. 그냥 알았어. 이따금 어른들이 애매하게 돌려 말하는데도 아이가 금세 알아들을 때가 있잖아. 그러다가 서서히 내 마음속에서 너는 내가 가질 수도 가지지 않을 수도 있는 아기의 모습이 되어갔어. 하지만 너는 그냥 아기가 아니었지. 너와 나 사이에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이해의 끈이 있었어. 그 끈이 머릿속에서 자꾸 휙휙 움직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모양도 의미도 달라졌기 때문에 어떤 건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런데 그런 순간이 있었어. 내가 실제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자라기도 전에. 다른 집 아이라면 부모님하고 의논해 결정할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자 고민하다가 나는 보통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신께 기도를 드렸거든.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 내 딸한테라면 어떻게 하라고 말하면 좋을까?(9~10)

가난한 아이를 영영 가난하게 살도록 내버려둔 나라에 대해 말하지 않고 어떻게 가난한 아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니? 사실 전에는 나도 그런 생각은 못 했어. 실패의 책임을 모두 개인에게 돌리도록, 스스로를 시궁창에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생각하도록 배웠으니까. 그렇지만 실제로는 환경이 결과를 좌우하지. 아니면, 내 모어로 말하자면 이런 거야. 거두는 것은 날씨 나름이잖여? 좋은 씨앗은 우짜든 간에 싹이 트겄지만 그래도 우박이 쏟아져불믄 말짱 헛짓이여.(11~12)

내 삶에서 네 존재를 느꼈던 게 나에게는 힘이 되기도 했지만 걱정을 안겨주기도 했어. 중학교 때에 이미 내 곁에 느껴지는 네 존재가 나의 몰락 아니면 구원이 될 거라는 걸 알았어. 네가 내 품 안에서 앙앙 우는 원치 않은 운명이 되거나, 아니면 내 의지로 끊어낸 굴레가 되리라는 것. 지니는 나처럼 순환의 고리를 끊는 걸 사명으로 삼지는 않았고 베티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두 분이 그랬다면 나는 태어날 수도 없었을 테니 나에게는 천만다행이지. 하지만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도 있는 거야. (45~46)

우리 엄마는 젠더와 빈곤의 위태한 교차로에서 좌절감을 특히 여러모로 날카롭게 겪었을 거야. 엄마는 책, 생각, 스케치북을 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이런 것들에 혼자 조용히 몰두했지만 세상에 드러낼 기회는 없었지. 또 엄마는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하는 외모를 가졌기 때문에 엄마의 몸은 직장에서든 어디에서든 끝없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어. 노동하는 기계로, 아이를 낳는 생산자로, 장식적 사물로, 이렇게 여러 겹으로 대상화되는데다가 겉으로 표출하지 못한 재능을 끝없이 인식한다면 자기 몸이 감옥처럼 여겨질 거야.(77)

가난해서 안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그런 곳에서 안전한 느낌을 구할 수밖에 없었어. 그 세계를 내가 비롯된 곳, 죽으면 돌아갈 곳으로 생각하기도 했지. 거기에서 네 목소리를 들은 거야. 그 고요하고 깊은 곳에서, 감히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가난한 여자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사명을 받았어. 네가 결코 태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사명.(88)

가난한 10대 엄마들의 혈통에서 태어난 내가 너에 대해 왜 이런 생각들을 갖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아마 그 이유 가운데 두 번째로 중요한 건 엄마가 된다는 것이 어떤 여자들과 자녀들에게는 불행을 가져온다는 인식이었을 거야. 내가 엄마의 불행을 (적어도 한동안) 물려받아 지녔던 것은 내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하지만 10대가 되었을 때 나는 이 와중에 절대로 아기를 태어나게 하지는 않겠다고 맹세했지. 아빠는 자기가 돈을 잘 못 벌어서 엄마가 불행해한다고 생각했어. 여자도 할 수만 있으면 언제나 일을 했는데도 남자들은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느꼈지. 아빠는 우리 집의 문제가 모두 돈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돈 벌려고 뼈 빠지게 일하다가 중독으로 거의 죽을 뻔한 일 때문이라고.(118~119)

할머니가 어떤 병 진단을 받았다는 말은 못 들었지만 아빠가 “여자들이 겪는 문제”라고 말한 것은 우울증 같은 거였을 거야. 자기 능력을 드러내지도 인정받지도 못한 고립된 아내이자 엄마의 창조적 에너지가 억눌려 안에서 곯아 터지는 병이지. 나는 할머니가 중년이던 1960년대에 쓰시던 스카프나 장신구를 가지고 놀곤 했어. 그때를 마지막으로 할머니는 그런 물건을 사들일 마음도 잃으셨어. 꾸며봤자 어디 보여줄 사람이나 있나? 시골에 살면 한동안 아무도 안 만나고 지낼 때가 많은데, 그래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힘든 일이기도 해.(141)

그 무렵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나 스스로에게 조금씩 다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 내 딸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니면 이런 식으로. 내 딸한테라면 뭐라고 말하지? 내 딸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속에 이런 질문이 떠오를 때면 마음이 고요하고 맑아졌어. 아주 어릴 때 거울 앞에서 내 눈을 한없이 들여다보고 있다가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듯 머릿속이 살짝 어긋나고 거울 속에 비친 어린아이를 넘어서는 다른 존재를 느꼈던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어. 하지만 이제는 내가 지키려고 하는 아이가 나 자신이 아니었어. 바로 너였지.(247)

추천평

『하틀랜드』는 압축적 사유라는 의미에서 사상이고, 독자의 심장에 새겨지기에 예술이다. 부드러운 강물처럼 범람하는 문체. 언어의 풍요로움 때문에 책장을 넘기기가 아쉽다. 내가 경험한 빈곤은 인생을 소진시키는 것이었다. 작가는 그 외로운 피로감을 학문과 문학으로 다시 지었다. 가난에 대해 누가 써야 하는가. 쓸 수 있는가. 나는 이 책 이상이 없다고 생각한다.
- 정희진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으로, 여성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본 적이 없는 지역 출신”으로 태어나 필생의 목표를 “내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삼은 이가 있다. 그녀는 미국 사회가 풍요로워질수록 점점 더 가난해진 사람들의 삶을 추적한다. 어렵게 살아남은 여성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여성에게 말을 건다. 할머니의 목소리, 어머니의 목소리, 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가난과 불행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성들의 삶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하틀랜드』는 여성의 자기서사가 사회 구조를 해부하는 글쓰기임을 알려준다. 놀랍고도 소중한 작품이다.
- 장영은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빈곤한 캔자스 농장에서 성장한 어린 시절에 대한 책이니 ‘사회학’ 연구서를 기대하고 보더라도 모자람이 없다. 1980년대 농업 위기, 레이건 대통령 당선, 미국 최대의 금기어인 계급을 직접 겪은 경험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최고의 사회학 연구서조차 뛰어넘는다. 이것은 시다. 바람과 눈, 밀밭 한가운데로 달리는 2차선 도로, 일에 지친 식구들이 프레리 하늘 아래에서 술을 마시며 춤을 추는 여름밤의 시.
- 바버라 에런라이크 (『노동의 배신』)

질기고 거친 정신의 소유자 세라 스마시가 저 미국 평원에서 가까스로 생존을 유지해온 자기 가족의 실제 이야기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이 글에는 속임수가 없다. 스마시는 작가로서 진정으로 진실하고 무시하지도 경시하지도 감상적으로 그리지도 않는다. 꼬리표를 달지 않고, 낮추어 보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도 않는다. 좋은 사람들이 어떻게 날마다 발에 걷어차이는지, 어떻게 그러면서도 일어나려고 하는지를 안다. 바로 우리가 들어야 할 이야기다.
- 조지 호지먼 (『베티빌(Bettyville)』)

세라 스마시는 계급에 대해 탁월한 글을 쓰는 작가다. 『하틀랜드』는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꿈을 이야기한다. 계급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특히 여성에게는 두 배로 힘든 일이다. 캔자스에서 어린 여자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나기까지 저자의 여정은 "날아서 지나가는 땅"이라고 무시되던 곳에서 빈곤하게 자라나는 수만 명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다. 『하틀랜드』는 거의 늘 남성의 시각을 통해서만 전해지던 중부지방의 이야기를 신선하고도 강력한 관점에서 전한다.
- 데일 마하리지 (『미국을 닮은 어떤 나라』, 퓰리처상 수상 작가)

명료한 통찰이 가득 담긴 지극히 인간적인 회고록이다. 이 책은 미국의 후기산업사회적인 쇠퇴, 홈스테드법과 엮인 각종 부정행위들, 80년대의 농업 위기, 레이거니즘 등등의 이야기들을 다루는 매슈 데스먼드의 『쫓겨난 사람들』과 에이미 골드스타인의 『제인스빌 이야기』 같은 고전적 작품들과 더불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스마시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잘못된 약속이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을 길들이는 데 사용되어왔는지 보여준다.
- [뉴욕타임스 북리뷰]

『하틀랜드』는 스마시가 애정을 담은 글쓰기 노동으로 그려낸 고향에 관한 지도다. 미국의 계급 분열이 개인적인 역사를 통해 마치 섬세한 부조 작품처럼 묘사되고 있다. 하틀랜드는 사려 깊고 따뜻한 이야기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드리워진 전국적인 무관심과 침묵을 깨뜨리는 반가운 이야기이자,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내치는 수치의 문화에 대한 거부이다.
- [워싱턴 포스트]

스마시의 글쓰기가 독자의 내면을 환하게 밝혀준다. 독자는 그녀의 기쁨과 슬픔, 분노와 희망을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는 동안 세계가 나를 가만히 기다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아메리칸 컨서버티브]

똑똑하고 섬세하며 부드럽다. 개인이 속한 계급이 그 개인의 미래를 결정해버리는 파괴적인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이 책은 세라 스마시가 알고 있는 노동계급 인간들에 대한 비감상적인 헌사다. 고된 노동을 하는데도 저평가되거나 보이지 않는 농부, 작은 회사의 직원, 쓰레기 수집가, 웨이트리스 들에 대한.
- [NPR]

날카로운 관찰, 담대한 회고인 이 책에서 세라 스마시는 자신의 유년기를 사례로 삼아 불평등에 관한 고통의 연대기를 기록한다. 이 책은 독자들을 추악하고 지저분하게 변질된 아메리칸 드림의 현실로 안내하는 여행선이자, 고향이라고 불리는 그 거칠지만 아름다운 장소에 대한 러브레터이기도 하다.
- [보스턴 글로브]

세라 스마시의 이 지적이고 감동적인 회고록은 이런 물음을 던진다. 아메리칸 드림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양심을 지닌 시민이라면 미국에서 부의 불균형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날카롭지만 따뜻한 관찰로 미국 노동 계급의 초상화를 그려낸 이 작품은 계층을 망라한 모든 독자들의 마음을 울릴 것이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개척자 시대부터 오바마 시대까지 캔자스 농가의 스마시 일가 5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저자가 마침내 중간 계층으로 진입하면서 끝난다. 이 책은 미국 사회가 오랫동안 어떻게 하층 계급을 착취하고 이용해왔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관찰과 기록을 담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건너는 땅이라고 불리는 주에는 비옥한 토양이 있고, 스마시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식구들처럼 권리를 빼앗겼을지라도 악착같이 살아온 똑똑한 여자들, 해방과 혁명에 손을 보탤 태세와 자질을 갖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 [L.A. 타임스]

미국의 빈곤과 계급에 대한 적나라한 고찰. 자기 집안의 상처받은 여자들, 농사를 짓는 남자들, 3대째 이어진 10대에 엄마가 되는 삶의 순환에서 벗어나겠다는 고통스러운 스마시 본인의 선택을 들려준다. 2016년 J.D. 밴스의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를 그레이트플레인스로 옮겨와 여성의 측면에서 들려주는 회고록이다. 미국의 식량을 생산하고 집과 비행기를 만들지만 미국의 번영은 나누어 가질 수 없었던 주변화된 사람들을 애정을 담은 시선으로 직시한다.
- [뉴욕 포스트]

스마시는 트럼프 시대의 빈곤을 자세히 분석하는 대신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1인칭 서사를 들려준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되는 대신 대학에 진학함으로써 엉망진창인 노동계급의 삶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그 삶에 대한 공감과 자부심을 담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 [벌처]

세라 스마시는 가난 속에서 자라 하버드 케네디스쿨 연구원이 되기까지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의 계급 분리를 직시한다. 이 책은 자기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자기 집안의 여러 세대가 경제 정책과 제도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를 탐구한다.
- [버슬]

가장 가까운 도시도 30마일 멀리에 있는 동네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절절한 이야기. 힘든 육체노동의 가치와 만족감을 배우고, 이어 다른 사람들은 그 노동을 가엾은 것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젠더와 가난의 위험한 교차로에 사는” 젊은 엄마의 좌절을 지켜보고, 자기 운명도 그러할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들을 스마시는 우아하게 서사에 엮는다. 자기가 가질 수도 가지지 않을 수도 있는 가상의 아이에게 말을 걸며 그렇게 함으로써 중부 지방의 가난한 다음 세대가 맞닥뜨릴 앞날을 이야기한다.
- [버즈피드]

수기, 역사, 사회 비평을 뒤섞은 이 책은 가난을 사회적 조건보다는 개인의 선택 탓으로 돌리는 J.D. 밴스의 『힐빌리의 노래』를 상쇄한다. 스마시는 아메리칸 드림은 허상이라고 믿고 성공은 어디에서 어떤 집안에 태어나느냐에 가장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 수기로도 사회학 연구서로도 호소력 있는 책이다. 스마시는 희망적인 어조로 글을 맺지만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이 어떻게 보여지고 취급받는지 통렬하게 고발한다.
- [라이브러리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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