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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어딘가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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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어딘가 블랙홀

감춰져 있던 존재의 '빛남'에 대하여

이지유 | 한겨레출판 | 2020년 05월 28일 리뷰 총점9.7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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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5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66g | 138*190*20mm
ISBN13 9791160403893
ISBN10 1160403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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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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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천문학과에서 공부했으며, 공주대학교 대학원 과학영재교육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과학책을 읽으며 ‘발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을 신나게 하고 있다. 좋은 책을 찾아 우리말로 옮기는 일도 종종 한다.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시리즈,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 『내 이름은 파리지옥』 『처음 읽...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천문학과에서 공부했으며, 공주대학교 대학원 과학영재교육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과학책을 읽으며 ‘발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을 신나게 하고 있다. 좋은 책을 찾아 우리말로 옮기는 일도 종종 한다.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시리즈,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 『내 이름은 파리지옥』 『처음 읽는 지구의 역사』 『딱정벌레의 소원』 『내 이름은 태풍』 『숨 쉬는 것들의 역사』 『펭귄도 사실은 롱다리다!』 『빅뱅 쫌 아는 10대』 『우주를 누벼라』 등을 썼고,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최고의 뼈를 만져 봐』 『구멍: 숨겨진 세계를 발견하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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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 우주에 숨어 혼자이고 싶은 존재는 없다.
빛을 삼키는 블랙홀이라 할지라도.”

사바나의 풀과 코나의 고래
하와이의 화산과 볼리비아의 사막...
라세레나의 태양과 블랙홀을 지나
‘별똥별’ 작가 이지유가 과학 너머에서 발견한 것들


전 지구인을 과학 독자로 삼고 싶은 이지유 작가의 논픽션 과학 에세이. 《저기 어딘가 블랙홀》은 20년 넘게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써온 작가의 내공이 담긴 과학 에세이다. 글은 발로 써야 한다는 작가의 평소 생각대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경험한 내용을 소재 삼았다. 아메리카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작가는 ‘그곳’에서 과학의 신비를 발견하고, ‘그 너머’에서 엉뚱하지만 유쾌한 삶의 통찰을 얻어 돌아온다. 궁극적으로 이는 그동안 몰라봤던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땅속 깊은 곳에 있는 탄소에도, 아프리카 사바나의 풀 냄새에도 존재의 이유는 있다.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찮고 흔하게 여겨졌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것이다. 하와이에서 바라본 무지갯빛에서, 아프리카의 누떼가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에서, 그리고 볼리비아 우유니의 사막과 포스토이나 동굴의 종유석에서, 마침내 감춰져 있던 존재의 고유성과 개성이 그 빛을 드러낸다.
칠레의 라세레나 해변, 하와이의 킬라우에아산 등 낯선 장소에서 마주한 과학적 상식은 짧은 찰나,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마중물과 같은 상상력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밖의 지긋한 깨달음을 주는 게 바로 이 책의 묘미. 오랫동안 글을 써온 만큼 어떤 소재든 쉽고 명징하게 풀어나간다. 더불어 작가의 담백한 성찰에서는 삶의 지혜를, 어렵고 무거울 법한 과학적 상식을 쉽고 정확한 언어로 쓰며 책의 문턱을 낮춘 모습에선 모든 존재를 향한 존중을 엿볼 수 있다.
20년 넘게 과학을 소재 삼아 글을 써온 작가는 지구를 여행하며 과학의 이면을 마주했고, 그곳에서 지긋한 삶의 철학과 존재의 의미를 사유했다. 그러니 이 책은 ‘여행의 과학’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감춰져 있던 존재의 ‘빛남’을 찾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저기 어딘가에 있을 블랙홀은, 이 여정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빛나는 존재다.

“생명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으려는 강한 의지가 있고,
이와 같은 의지는 자원이 부족하든 넘치든 상관없이 모든 생명이 지니는 속성이다.
지금 이 순간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살아 있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단지 숨만 쉰다 할지라도.”

책은 총 6부로 짜여 있으며 천문학, 식물학, 동물학, 지구과학, 지질학, 염료학 등 작가가 여행 중 발견한 과학 소재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1부 <우주에서 기록된 것들>은 삼라만상의 근원, 우주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것을 삼킬 것 같은 블랙홀이 누구보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을 아시는지? 사실 블랙홀은 나름 관대해서 몇 가닥의 빛만큼은 삼키지 않는다. 2019년, 이 빛들이 내지르는 비명을 하나하나 모으고 찍어 붉은 고리를 만들자 드디어 블랙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의외로 별 볼일 없는 동그란 도넛 모양이라며 사람들은 실망했지만, 블랙홀 입장에선 그게 뭐 대수일까. 자신의 존재를 선명하게 보였으니, 그걸로 성공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우주에 숨어 홀로이고 싶은 존재는 없다. 빛을 삼키는 블랙홀이라 할지라도.”(23쪽)
이 블랙홀을 찍은 망원경이 위치한 곳이 바로 마우나케아산이다. 마우나케아산을 비롯해 칠레의 라스 캄파나스는 지대가 튼튼해 전 세계의 천문대가 모여 있는데, 이곳에 인간의 의식을 넓혀줄 거대한 망원경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들 망원경은 자신을 세심하게 살펴줄 인간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관심이야말로 “우주를 밝히는 또 다른 빛이다.”(23쪽)

2부 <초록빛이 주는 위로>에는 작가가 각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식물원을 찾는 이유가 나온다. 태어날 때부터 아름다웠을 것 같은 식물도 저마다의 슬픈 사연으로 지금의 모습을 꽃피웠다. 수분(가루받이)을 위해 결핍을 극복하면서까지 화려하게 진화한 난초, 잎과 열매를 지키기 위해 알싸한 풀 냄새를 풍긴 목화 등 지구상의 수많은 식물은 자신을 방어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들의 애씀이 없었다면 인간은 ‘초록빛의 위로’가 뭔지도 몰랐을 거다.

3부 <내가 사랑하는 동물들>에는 작가가 여행지에서 마주친 동물이 등장한다. 태평양 연안에 거주하는 혹등고래는 알고 보면 의협심 강하고 배려심 넘치는 동물이다. 배 위에 바다표범을 태워 안전하게 유빙으로 모셔다 주기도 하니 “괴롭히는 걸 즐기는 범고래보다 더 정이 가는 게 인지상정!”(83쪽) 코쿠이 개구리 역시 고향인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벌레 수를 조절해 열대우림의 생태계를 균형 있게 잡아주는 의로운 개구리다. 그러나 어쩌다 정착한 하와이에서는 늘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니, 우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집값을 떨어트린다는 이유다. 운이 좋게도 코쿠이 개구리는 잘 살아 있지만 이런 식으로 죽임을 당해 멸종 위기를 맞은 동물도 있다. Big 5라 불리던 코끼리, 사자, 코뿔소, 표범, 버팔로는 원래 덩치가 큰 동물을 일컫지만 인간들이 재미로 사냥한 탓에 지금은 지구상 몇 남지 않은 멸종 위기 동물이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인간은 누구보다 동물의 비위를 잘 맞춰줘야 한다. 그래야 라마나 과나코 같은 동물이 무거운 짐도 실어 날라주고, 가끔은 귀한 털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작가는 세렝게티 초원에서 누 떼가 풀 뜯는 모습만 봐도 그저 눈물이 난다고 했다. 살아 숨 쉬는 존재가 일상을 누리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그 진리를 우리는 언제쯤 눈치 챌까.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들며 작가가 들려주는 동물과 식물, 우주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사는 행성, 지구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4부 <가장 빛나는 행성에서의 시간>은 말 그대로 지구에서의 시간을 말한다. 이 장에서는 환경오염을 비롯한 각종 지구적 위기를 이야기한다. 우수수 떨어지는 나이아가라 폭포수를 보며 되레 물 부족 현상에 대해 생각하고 호모 하빌리스가 발견된 올두바이 협곡을 여행하며 되레 외계인들이 미래의 지구에서 무엇을 발견할지 상상해본다. 먼 훗날 지구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게 돼지와 소, 닭의 뼈라면? 그것도 수백 마리가 이상한 곳에 묻혀 있는 걸 외계인이 본다면? 아마도 ‘자연과 함께 어울릴 줄 몰랐던 지구인’이라는 오명을 쓸 각오를 해야 한다. 4부는 지구적 위기를 논하며 가장 빛나는 행성인 지구를 아껴주어야 함을 역설한다.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행성, 바로 지구인데 우리는 늘 까먹는다.

5부 <흔들림과 떨림, 기다림 사이에서>는 땅의 이야기다. 땅이 흔들리고 떨리면서 진동을 일으키는 것은 실은 지구가 대화하는 방식이란다. P파와 S파라 불리는 서로 다른 성질의 지진파를 열심히 기록하는 이유가 바로 지구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서다. 지구의 속사정은 바로 이 흔들림과 떨림 사이에서 기록된다.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하와이는 이 지각의 변동에 의해 빚어진 섬이다. 100여 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하와이는 알고 보면 제각각 나이가 다른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땅이 흔들리고 떨리면서 서서히 움직였는데, 그 결과 가장 북쪽에 있는 화산이 최고령이며 열점에서 가장 가까운 화산이 이제 막 싹을 피우는 어린 화산이다. 최고령인 화산은 이제 불을 뿜지 않는 화산이 됐지만 “화산의 삶은 그때부터다. 화산은 그제야 다른 생명을 품을 수 있게 된다. 새가 날아오고, 새가 눈 똥에 들어 있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그 식물을 만나러 곤충이 날아들고, 인간의 손에 이끌려 동물이 몰려온다. 한때 화산은 불을 뿜는 열정적인 삶을 사느라 다른 생명체에 아무런 자리도 내주지 못했지만, 이제 조용히 다른 생물의 터전이 되어간다.”(167쪽) 흔들리고 떨리면서 인내의 시간을 기다리는 건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 지난한 시간은 땅과 광물, 사막과 화산, 그리고 인간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6부 <과학, 그 너머의 것들>에서는 1-5부에서 미처 못 다한 이야기를 다룬다. 모스부호의 탄생비화부터 프리다 칼로가 코발트블루를 현관문에 칠한 이유, 그리고 추운 겨울이면 침엽수가 거대한 얼음 괴물로 변신하는 이유까지 알고 보면 이들 모두 과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작가는 터키 카파도키아의 화산탄을 보곤 문득 하와이에서 만난 화산학자의 말을 떠올린다. “저 분화구에서 화산탄이 날아오면 뒤돌아서 도망가지 말고 화산탄을 똑바로 보세요. (...) 만약 화산탄이 곧장 내 쪽으로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248쪽) 그럴 땐 폴짝 뛰어서 바로 옆으로 가면 된다.
화산학자의 말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거기엔 인생의 큰 깨달음이 있다. “나를 죽일 수 있는 무언가가 날아와도 절대 시선을 피하지 말고 똑바로 맞서자. 그리고 그것이 내 눈앞에 왔을 때 폴짝 뛰어서 바로 옆으로 가라!”(248쪽) 인생의 ‘깨알 팁’이 터키와 하와이를 지나 어느 돌덩이에서 발견된 것이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밖의 지긋한 깨달음, 바로 이 책이 주는 묘미다.

이 책을 읽고 과학 너머에서 발견한 것이 가장 나답게 사는 방식일 수도, 또는 상대를 향한 배려와 존경심일 수도 있다. 지구를 구하고 싶은 작은 의지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게 무엇이든, 이 여정의 끝에선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의 이유를 발견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지금 이 순간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살아 있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단지 숨만 쉰다 할지라도.”(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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