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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기혼도 미혼도 아닌 괄호 바깥의 사랑

정만춘 | 웨일북 | 2020년 05월 15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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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38g | 140*195*20mm
ISBN13 9791190313322
ISBN10 119031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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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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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한 트럭의 사람과 썸을 탔다. 연애한 사람은 봉고차 한 대에 태울 만큼, 동거한 사람은 승용차에 비좁게 앉힐 만큼 만났다. 외국인과의 연애도, 폴리아모리도 해본 적 없으니 꽤 보수적인 편이라 주장해 본다. 글로 밥술이나 뜨고 사는 글 노동자로, 여성과 일에 대한 팟캐스트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를 진행하고 있다. 한 트럭의 사람과 썸을 탔다. 연애한 사람은 봉고차 한 대에 태울 만큼, 동거한 사람은 승용차에 비좁게 앉힐 만큼 만났다. 외국인과의 연애도, 폴리아모리도 해본 적 없으니 꽤 보수적인 편이라 주장해 본다. 글로 밥술이나 뜨고 사는 글 노동자로, 여성과 일에 대한 팟캐스트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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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Ver1.」중에서

출판사 리뷰

“남자 셋 여자 하나, 세상은 넓고 사랑은 무궁무진하다”
지극히 이성적인 낭만주의자의 동거 그 이상의 이야기


당신은 눈이 나쁘다. 지독한 난시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안경이 있다. 잠을 자기 전까지는 결코 벗을 일 없는,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린 안경. 당신의 모든 인식을 재단하는 안전한 세계. 그러나 당신은 안경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안경을 벗으면 세계가 망할 것만 같은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끝내 버리지 못하는 건 아닌가?

제도와 관습을 지키는 일은 안경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정 부분 합의된 굴절 안에서 규칙을 정하고 타인과 자신을 통제하는 일이다. 그것이 현실을 얼마나 왜곡하든 관계없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낡고 익숙한 안경을 벗지 못한다. ‘학업-취업-결혼-육아’의 획일화된 생애 주기는 참으로 견고해서 조금만 방향을 벗어나도 차별을 받는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남들 다 하는’ 미션을 그대로 수행하지 않는 이는 어딘가 부족하거나 문제 있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어디에나 아웃사이더는 있는 법. 남들이 뭐라 하건 오직 ‘동거만’ 하겠다 선언한 이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정만춘. 그녀의 패기가 남다르다.

“동거만 하겠다는 이야기는 어르신들 혀를 차게 하기 딱 좋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며 등짝이나 맞으면 양호하고,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해서 ‘말세다’로 끝나는 돌림 송을 듣는 거라면 평타는 친 셈이다. 신실한 장로님이라면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위해 기도를 올려주실지도 모를 일이다. 기도는 감사합니다, 아멘. 저는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산책을 하는 중인데요.”
- 본문에서

정만춘은 연애 천재다. 그녀는 트럭에 태울 만큼의 사람과 썸을 탔고, 봉고차에 태울 만큼의 사람과 연애했으며, 승용차에 태울 만큼의 사람과 동거했다.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이지만, 스스로 비교적 ‘보수적인 편’이라 말한다. 말마따나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응당 ‘결혼-출산-육아’의 평균적 인과를 착실히 따라야 할 텐데, 그녀는 기꺼이 ‘동거’라는 선택지를 골랐다. 더 나아가 “왜 결혼이 아니라 동거인가?”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반문한다. “왜 동거가 아니라 결혼인가?”

“결혼은 ‘함께 있다’라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사랑하는 두 사람의 합일에서 그치지 않는다.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약속까지 포함한다. (중략) 다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결혼은 ‘함께 있겠다’라는 약속보다 더 큰 무엇이라고. 상대와 하는 포옹이라기보다는 사회와 하는 악수에 가깝다고. 나는 아직 제도권 속으로 몸을 던져 사회와 악수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었다.”
- 본문에서

동거를 둘러싼 수많은 추측과 음모(?)에 맞서 그녀는 언제든 꺼내어 읽을 수 있는 대답을 준비한다. 가령 누군가 “동거는 음침하고 퇴폐적이지 않나?” 하고 말하면 이렇게 대답하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동거는 술과 섹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일요일 아침의 나른한 기지개와, 바싹하게 잘 마른 수건, 뽀얗게 올라오는 커피 거품과 비슷했다. 함께 살기 시작하는 커플이 으레 그렇듯, 처음엔 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심야 영화를 보고 함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스쿠터 위에서 맞는 바람도 시원했다. 주민 센터에서 진행하는 텃밭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고추며 상추, 토마토 모종을 사서 심었다. 거실 중앙에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찍은 사진을 걸어두는 대신, 우리가 함께 간 전시며 영화 티켓을 붙여두었다.”
- 본문에서

그녀는 여느 신혼부부가 그렇듯 꿀처럼 달달한 순간들을 동거라는 틀 안에서 고스란히 누린다. 덜 사랑해서 동거하고, 동거해서 더 음침해지는 건 아니며, 다만 설렘과 단꿈을 보다 신선하게 간직하는 방법이 동거라 주장한다. 여기에서 다시 등장한 동거 불신자의 질문, “신혼부부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면 왜 결혼하지 않는가?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서 아닌가?” 그래,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예상했다는 듯 그녀는 준비된 답변을 꺼낸다.

“함께 사는 동안 내가 그의 가족을, 그가 나의 가족을 챙겨야 할 일은 없었다. 그의 어머니 생일이면, 그는 안개꽃과 생크림 케이크를 사 들고 부모님 집으로 갔다. 우리 부모님 결혼기념일에는 내가 부모님과 함께 남해로 여행을 떠났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고 서로를 책임지려 했지만, 각자가 사랑하는 사람까지 책임지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서로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각자의 감정을 존중했다.”
- 본문에서

그녀에게 동거는 책임 회피의 수단이 아니다. 연인의 주변에 신경 쓸 노력으로 그와의 사랑에만 집중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더 중요했다. 그 말은 곧 상대방의 주변 환경이 어떻든 편견 없이 그를 사랑하겠다는 다짐이며, 또한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을 온전히 존중받겠다는 분명한 의지다.

누군가는 제도 안으로 성큼 걸어간 후에, 잘못된 제도를 고치겠다며 창을 갈기도 한다. 멋진 일이다. 그러나 영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일은 아니다. 주뼛거리며 뒤로 물러난 나는 다르게 갈 수 있는 길은 없나 뒷길을 기웃거린다. 거대한 창 대신 조그만 맥가이버 칼을 들고, 이렇게 가볼까 저렇게 가볼까 궁리하면서. 괜찮은 길을 찾으면 내 봉화를 올리리라. “여기야, 여기로도 갈 수 있어!”라고 소리쳐야겠다. 맥가이버 칼로 대충 잡풀을 잘라 만든 길이, 언젠가 괜찮은 산책로가 될지 모를 일이다.
- 본문에서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결혼만이 우주의 진리인 것처럼 굴었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다. 바로 그 ‘선택’이라는 단어 안에 비혼과 결혼은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결혼을 통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커플과 결혼 후 별거를 약속하는 부부, 여자 둘의 동거, 남자 둘의 동거, 남자 셋과 여자 셋이 함께 사는 공동체, 이혼 후 경제적인 이유로 함께 사는 부부까지. 그녀에게 동거는 우리가 사랑을 말할 때 결정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다.

자의로 시작한 네 번의 동거를 통해 정만춘은 이제 ‘공인 받지 않은 채 함께 사는 일’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타인의 시비를 피해 관계를 속여야 하는 일이며, 공인된 부부에게만 주어지는 사회적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다. 평생 함께한 상대에게 자신의 유산을 남길 수 없는 일이며, 차별과 편견 앞에서 서로를 증명할 수 없는 존재로 사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동거하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향한 사랑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또 내가 원하는 것을 행할 수 있는 용기.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놓친 여러 제도적 함정들을 들춰내어 소리치는 일이다. “여기야, 여기로도 갈 수 있어!” 그녀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심플하다. 세상 만물, 사랑을 말하는 태도와 형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사랑 앞에서 누구 하나 소외받는 이가 없어야 한다는 것.

1미터 목줄 안의 삶은 어떨까. 반경 1미터가 세상의 전부인 삶. 그게 뚱땡이(강아지)의 세계라면 나의 세계는 어떠한가. 나의 목줄은 몇 미터일까. 내 목줄 끝의 말뚝은 어디에 박혀 있을까. 경기도 외곽의 작은 동네에 박혀 있을까? 아니면 대학 동창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이름을 들어본 회사에 취업해서, 역시 탄탄한 직장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이 나의 범위일까? 만약 그렇다면 내 삶의 평균은 무엇과 무엇을 더해서 무엇을 나눈 값일까?
- 본문에서

결론적으로 당신이 낡은 안경을 벗어도 세상은 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왜곡된 렌즈 때문에 미처 몰랐던 목줄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이 책을 통해 유통기한이 지난 안경과 일별했으면 한다. 그리하여 더는 스스로를 원치 않는 관습 안에 옭아매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사랑 앞에서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게 옳다. 누구도 틀리지 않다.

추천평

“우리는 사랑이 식을 때까지만 같이 살자”
가족의 울타리를 확장시킬 사적 공동체의 기록

다시 태어나도 결혼을 하겠느냐는 설문에 ‘아니오’를 표시하곤 했다. 개인 시간을 앗아가고 나 아닌 남 중심으로 살게 하는 결혼제도에 대한 나름의 소심한 복수였다. 다른 삶-사랑에 대한 나의 상상은 심플했다. ‘사랑이 식을 때까지 사랑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결속체’. 이런 관계가 실제로 가능할지 확신하지 못했고, 이것도 진실한 사랑일까 검증할 길 없었는데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가 기분 좋은 만족과 희망을 준다.

만춘의 이야기는 제도로 귀착되지 않는 사랑과 가족에 관한 실험 보고서다. ‘일시적인 동거는 아니지만 결혼이 아닌 상태’로 애인과 가정생활을 꾸릴 때 집안의 풍경, 감정의 동선, 관계의 역학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가족, 결혼제도에 대한 비판은 예리하고 감각적인 문장과 비유는 웃음과 통찰을 준다. 세 번의 이성애와 한 번의 동성애로 이어지는 만춘식 사랑의 필리버스터는 말하고 있다. 네 사랑을 좁게 규정된 틀에 가두지 마. 더 사랑해도 괜찮아.
- 은유 (『다가오는 말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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