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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로 오늘을 읽는다

고운기 | 현암사 | 2020년 04월 28일 리뷰 총점8.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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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98g | 125*188*20mm
ISBN13 9788932320458
ISBN10 893232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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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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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61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한양대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에 도일(渡日), 게이오대학(慶應大學)에서 방문연구원으로 3년간 한일 문학 비교 연구를 수행한 뒤, 『일연과 삼국유사의 시대』(2001),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2002), 『일연을 묻는다』(2006)를 냈다. 2007년에는 메이지대학(明治大學)에서 객원교수로 한국 고전문학과 삼국유사를 강의했다. 이 기간의 공부가... 1961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한양대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에 도일(渡日), 게이오대학(慶應大學)에서 방문연구원으로 3년간 한일 문학 비교 연구를 수행한 뒤, 『일연과 삼국유사의 시대』(2001),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2002), 『일연을 묻는다』(2006)를 냈다. 2007년에는 메이지대학(明治大學)에서 객원교수로 한국 고전문학과 삼국유사를 강의했다. 이 기간의 공부가 바탕이 되어 필생의 작업인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시리즈를 기획하고,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2009), 『삼국유사 글쓰기 감각』(2010), 『삼국유사 길 위에서 만나다』(2011), 『신화 리더십을 말하다』(2012), 『모험의 권유』(2016)를 펴냈다. 삼국유사를 연구해 인문 교양서로 펴내는 일에 주력하고, 이를 통해 고대의 인문, 사상, 역사를 아우르는 문화사를 이루고자 한다. 한편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그동안 『밀물 드는 가을 저녁무렵』(1987), 『섬강 그늘』(1995),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2001),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2008), 『구름의 이동속도』(2012), 『어쩌다 침착하게 예쁜 한국어』(2017)를 냈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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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 책은, 첫째, 『삼국유사』로 ‘오늘’을 읽는다. 『삼국유사』 속 이야기의 어느 한 대목과 이에 견주는 지금의 이야기 한 대목을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읽게 한다. 역사의 고금(古今)을 떠나 인정은 같은 것일 테고, 거기에 더해 일연의 심정을 한발 더 들어가 헤아리게도 된다. 옛날과 오늘이 이야기를 통해 만나는 것이다. 둘째, 사자성어로 읽는 『삼국유사』이다. 이야기의 키워드를 『삼국유사』의 원문 가운데 뽑아 새로운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 사자성어가 『삼국유사』를 더 깊고 자세히 읽게 하는 돋보기와 같은 구실을 한다.

지은이 고운기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삼국유사』 전문가로 테마별로 다시 읽는 『삼국유사』 시리즈인 ‘스토리텔링 삼국유사’를 집필하고 있는데, 그동안 1차분으로 다섯 권(현암사)을 냈고 이어 2차분 다섯 권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낸 이 『모든 책 위의 책』에는 좀 더 친근하게 핵심적인 『삼국유사』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지은이가 늘 마음에 새겨두어 ‘내 마음의 삼국유사’라 할 만한 이야기들을 실었다. 지은이가 찾았던, 일연의 숨결이 남아 있는 『삼국유사』의 역사 현장도 컬러 화보로 함께 실었다.

오늘날의 바이러스, 그 옛날의 괴질

신라 승려 혜통(惠通)이 중국 체류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귀국한 데는 사정이 있었다. 당나라 황실의 공주에게 난 병을 고쳐주었는데, 병의 원인은 괴질로, 몸 안에 있다가 혜통에게 쫓겨 나와 이무기로 변했다. 공주는 거뜬히 나았으나 이 이무기가 신라로 도망쳐, 경주에서 사람을 해치며 지독하게 굴었다. 혜통을 원망해 복수하는 것이었다. 이때 혜통의 친구 정공(鄭恭)이 당나라에 와서 이 일을 알려주어 혜통은 급히 짐을 싸 신라로 돌아와 이무기로 변한 괴질을 쫓아냈다.

이렇게 마무리되면 다행이었다. 그런데 일이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괴질은 다시 버드나무로 변하여 정공의 집 앞에서 자라는데, 마침 왕이 죽어 그 장례 행렬이 집 앞을 지나야 하는데 길을 막아 관리가 베어내려 하자, 정공은 “차라리 내 목을 벨지언정 이 나무를 자르지 못한다.”라고 대들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사실 정공의 이런 해괴한 행동은 버드나무에 숨어든 괴질이 부리는 조화였다. 화가 난 새 왕은 정공을 죽이고 그 집마저 묻어버렸다.

여기 나오는 괴질이 오늘날로 치면 전염병이다. 이무기나 버드나무로 몸을 바꾸는 것은 괴질의 여러 현상을 나타낸 것이며,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서 신라의 경주까지 퍼진 병에 관한 기록이 여기서 이무기가 되어 달아났다는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장안이라면 지금의 서안이다. 서안에서 경주까지 이 천문학적 거리를 전염병은 거침없이 달려왔다.

괴질은 흉악한 형태로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다. 처음에는 이무기로, 나중에는 곰으로 나타나 사람을 해쳤다. 그런데 버드나무는 기상천외하다. 정공이 ‘최애’하는 푸르디푸른 나무가 실은 괴질이라니! 괴질은 흉측한 방법만으로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 버드나무처럼 여리게 정공의 정신을 홀리고, 제 목이 달아날 줄도 모르고 헛소리를 지껄이게 한다. 정녕코 병은 이렇게도 나타난다.

사태는 점점 꼬여갔다. 막상 정공을 처단했지만 그와 절친한 혜통의 신통력을 두려워한 왕은 ‘꺼림칙한 일이 있을 것’이니 그를 먼저 해치우려 했다. 무장한 군사가 혜통을 잡으러 갔으나 그의 신통력에 기겁하여 결국 왕은 혜통과의 대결을 그만두었다.

몇 차례나 혜통에게 당한 괴질은 우회적인 방법이 아니고서는 이길 수 없다고 보았다. 우회적인 방법이란 곧 내부의 분열이었다. 그렇게 자칫 괴질이 의도한 대로 갈 뻔했다. 그러나 혜통과 왕의 지혜와 절제가 불행한 사태를 막았다. 그들은 어떤 처신이 옳은지 알았던 것이다.

『삼국유사』의 이야기는 당대를 증언하지만,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것이 적실하고 흥미롭다. 『삼국유사』에 실린 혜통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면 오해를 풀어 화해하고 병의 근원을 치료하는 일이 첫손가락 꼽힘을 알게 된다. 괴질은 여러 모양으로 찾아와 사람을 해치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다. 그래서 절제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시절, 『삼국유사』가 이런 지혜를 우리에게 일깨운다.

에밀레종을 둘러싼 가짜 뉴스

신라 성덕왕 이후 두 아들이 차례로 왕위에 올랐는데, 큰아들 효성왕은 절을, 작은아들 경덕왕은 종을 만들어 아버지에게 바쳤다. 특히 경덕왕이 거대한 종을 두 개씩이나 만든 것은 아버지의 복을 빌기 위함이었다. 당초 경덕왕은 서열상 왕위 승계의 위치에 있지 않았다. 형이 일찍 죽는 바람에 그 자리에 오른 경덕왕으로서는 왕위 승계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부지런히 종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자신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자 아들, 곧 성덕왕의 손자인 혜공왕이 이를 이어 기어이 이루었다는 데서 그런 절박함이 느껴진다. 봉복극성(奉福克成), 곧 복을 빌기 위해 기어이 이뤄낸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두 종 중에 황룡사의 종은 지금은 없어졌고, 성덕대왕 신종은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데, 성덕대왕 신종을 에밀레종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이름에는 우리가 잘 아는 비극적인 전설이 달려 있다.

종을 만드는 작업이 계속 실패하자 모든 사람이 걱정하던 차에, 승려가 시주받으러 돌 때 ‘아무것도 없으니 어린애나 가져가라’고 말한 여인이 있었다. 결국 실패의 원인이 그 여인의 불경한 말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와 왕명(王命)으로 그 아이를 빼앗아다가 끓는 쇳물에 던졌고 그 뒤에야 종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이와는 다른 이야기도 있다. 종을 만드는 기술자 일전(一典)이 계속 주종에 실패해 모두가 비난하자 그의 누이가 자신의 부덕(不德) 때문이라고 여긴다. 그때 시주받으러 온 승려가 그녀에게 어린애를 인주(人柱)로 해야 종이 완성된다고 일러주니, 누이는 고민하다가 오빠를 위해 자신의 딸을 바친다. 그래서 종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두 이야기는 출처가 불분명하다. 사실 우리 민족성이나 불교적 교리에도 배치된다. 아마도 이런 전설은 조선 중기 이후 불교 혐오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전설로 처음 채록한 이는 구한말 서양인 선교사이고, 소재 또한 에밀레종이 아니라 서울의 보신각종이다. 나중 에밀레종으로 바뀌었다. 분명 에밀레종을 둘러싼 가짜 뉴스이다. 얼마 전, 과학적으로 그 타당성을 밝히기 위해 종의 인(燐) 성분을 조사했다. 정말로 사람이 들어갔다면 인이 나올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에밀레종은 경덕왕과 혜공왕, 2대에 걸친 노력 끝에 나온 작품이다. 봉복극성, 복을 빌기 위해 기어이 이뤄낸 의지의 표상이다.

선화공주와 헤어질 시간

전북 익산의 미륵사가 세워진 연유는 『삼국유사』에 잘 나와 있다. 백제 무왕이 부인인 선화공주와 함께 용화산의 사자사로 거둥하는 길, 산 밑 큰 연못가에 이르렀는데, 마침 미륵삼존이 연못 위로 떠오르자 수레를 멈추고 절했다. 부인이 왕에게 말했다.

“이곳에 큰 가람을 세우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그래서 미륵상 셋과 회전(會殿), 탑, 낭무(廊? : 정전 아래로 동서로 붙여 지은 건물)를 각기 세 군데에 세운 다음 미륵사라는 편액을 달았다. 지금은 비록 사라지고 없으나, 미륵사는 ‘각기 세 군데’라는 절의 구조를 밝힌 이 구절에서 생명의 끈을 얻었다. 일연이 『삼국유사』 안에 여러 사찰을 소개하였지만, 그 구조까지 설명하기로는 오직 이곳 한 군데뿐이다. 탑 하나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을 뿐 모두 사라진 절터에서, 지난 1980년 발굴의 첫 손길을 댈 때 이 구절은 설계도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각삼창지(各三創之), 곧 각기 세 군데에 세웠다는 일연의 언급이 없었다면 아주 엉뚱한 발굴 결과를 내놓았을 것이다.

발굴 전에는 이곳에 동네도 있었고 나무에 둘러싸여 탑은 적당히 가려졌었으나, 주민을 이주시키고 훤한 절터가 드러나자, 빗물의 이끼가 밴 시멘트 바른 탑은 흉하게만 보였다. 쓰러질 듯 위태롭기까지 해 탑을 보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일은 1998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20년이나 걸렸다. 투입한 비용만 225억 원이다. 그리고 2019년 4월, 보수하느라 설치한 가건물을 걷고 드디어 일반인에게 공개하였다. 감개무량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다른 곳도 아닌 감사원에서였다. 실측 설계도서 없이 적심의 구조가 달라진 데다, 강도가 낮은 충전재가 활용돼 안정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온 언론사가 이를 받아썼다. 그 와중에 문화재청의 답변은 점잖은 편이었다. 적심의 구조나 배합 재료의 변경이 오히려 석탑의 안정성 확보와 역사적 가치 보존을 함께 고려한 결과라고 말이다.

탑의 해체 과정에서 더 큰 뜻밖의 성과가 나왔다. 망각의 세월을 뚫고 나온 금판의 사리 봉영기가 준 충격적 정보였는데, 서기 639년 왕비인 사탁적덕의 따님이 시주하여 지었다는 사실의 확인이었다. 봉영기는 1,400여 년 동안 탑 속에 묻혀 있다 나와, 절을 지은 해와 시주자를 정확히 알려주었다.

639년이라면 백제 무왕 40년, 우리는 『삼국유사』의 기록대로 시주자가 선화공주인 줄 알았는데, 사탁적덕의 따님이 은근히 다가와 자신이라 밝힌 셈이다. 잃어버린 주인공을 찾았기에 이제 선화공주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만 달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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