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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부족주의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에이미 추아 저/김승진 | 부키 | 2020년 04월 16일 | 원제 : Political Tribe: Group Instinct and the Fate of Nations 리뷰 총점9.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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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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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04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88g | 147*220*30mm
ISBN13 9788960517806
ISBN10 8960517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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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PC(정치적 올바름)는 특정 집답을 향한 편견과 차별을 지양하자는 개념이다. 역으로 생각하자면, 현실적으로는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현대 정치는 단순히 좌파와 우파로 나뉘지 않는다. 다양한 집단별로 분열된 정치적 부족주의의 기원과 전개를 분석했다. - 손민규 사회 정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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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저자 소개 (2명)

중국계 미국인으로 1962년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학교와 같은 대학의 로스쿨을 졸업하고 현재 예일대학교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법과 경제성장, 국제 상거래, 민족 분쟁, 국제화 등이다. 예일대학교 로스쿨에서 ‘우수 강의상’을 받았고, 2011년 《타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됐다. 대표 저서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가디언》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중국계 미국인으로 1962년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학교와 같은 대학의 로스쿨을 졸업하고 현재 예일대학교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법과 경제성장, 국제 상거래, 민족 분쟁, 국제화 등이다. 예일대학교 로스쿨에서 ‘우수 강의상’을 받았고, 2011년 《타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됐다.
대표 저서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가디언》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불타는 세계》와 《제국의 미래》 《트리플 패키지》 《타이거 마더》가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으며,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기울어진 교육』,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 『20 vs 80의 사회』, 『건강 격차』, 『친절한 파시즘』, 『계몽주의 2.0』,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으며,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기울어진 교육』,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 『20 vs 80의 사회』, 『건강 격차』, 『친절한 파시즘』, 『계몽주의 2.0』,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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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31~232

출판사 리뷰

인간에게는 ‘부족 본능’이 있다. 우리는 집단에 속해야 한다. 우리는 유대감과 애착을 갈구한다. 그래서 클럽, 팀, 동아리, 가족을 사랑한다. 완전히 은둔자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도사나 수사도 교단에 속해 있다. 하지만 부족 본능은 소속 본능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족 본능은 배제 본능이기도 하다.

어떤 집단은 자발적이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 어떤 부족은 즐거움과 구원의 원천이고, 어떤 것은 권력을 잡으려는 기회주의자들의 증오 선동이 낳은 기괴한 산물이다. 하지만 어느 집단이건 일단 속하고 나면 우리의 정체성은 희한하게도 그 집단에 단단하게 고착된다. 개인적으로는 얻는 것이 없다고 해도 소속된 집단의 이득을 위해 맹렬히 나서고, 별 근거가 없는데도 외부인을 징벌하려 한다. 또한 집단을 위해 희생하며 목숨을 걸기도 하고 남의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

그런데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부족적 정체성은 ‘국가’가 아니다. 인종, 민족, 지역, 종교, 분파, 부족에 기반을 둔 것들이다.

인종은 미국의 ‘빈민’을 갈랐고
계급은 미국의 ‘백인’을 갈랐다


2012년 5월 1일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점령하라’라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기치로 내걸은 시위였다. 그런데 참여자들을 조사한 결과 90.1%가 고졸 이상, 81.2%가 백인인 것으로, 또 다른 조사에서는 참가자 절반 이상의 소득이 7만 5000달러가 넘는다고 나타났다(179~180쪽). 다시 말해 이 운동 참여자들은 백인, 고학력자에 부유한 사람이었으며, 정치 활동 참여도도 인구 비례 대비 훨씬 높았다.

‘점령하라’는 빈자를 돕기 위한 운동이었지만, 사실상 빈자를 포함하지 않는 운동이었다. 노동자 계급 미국인은 이 운동에 참여만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이런 ‘정치 활동’ 자체를 싫어한다. 실제로는 투쟁을 경험해 본 적도 없고 노동자 계급과 아무런 관련도 없으면서, 그저 SNS에 ‘인증’하기 위해 자신들을 ‘밈(meme)’으로 이용한다며 혐오한다.(183쪽)

오늘날 미국 사회는 두 개의 백인 부족으로 분열되어 있다. 첫 번째는 위와 같이 정치 활동 참여도가 높고, 코즈모폴리턴적 가치를 받아들인, 자신을 ‘세계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도시/연안 지역’의 백인이다. 이 미국 엘리트 계층은 자신이 ‘부족적’인 것과는 정반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코즈모폴리턴주의’는 고학력에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볼 수 있었던 엘리트 계층의 배타적인 ‘부족적 표식’이다. 이 표식은 부족 바깥의 외부인을 매우 분명하게 가려낼 수 있게 해 주는데, 여기에서 외부인은 USA를 연호하는 촌뜨기들이다.

두 번째 백인 부족은 교육 수준이 낮고, 인종주의적이며, 애국적인 ‘농촌/중서부/노동자 계급’ 백인이다. 이들의 표식은 ‘버드와이저’ ‘성조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와 애국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은 엘리트 계급을 ‘진짜 미국인’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으면서, 저 멀리서 권력의 지렛대를 통제하는 소수 집단이라고 생각하며 경멸한다. 그리고 이 경멸은 노동자계급에 강력한 부족적 정체성을 형성했는데, 바로 트럼프 당선에 크게 일조한 ‘반기득권 정체성’이다.

트럼프의 당선과 단단한 지지 기반을 ‘좌우파의 대결’이나 ‘인종주의’만으로 해석한다면, 전체 그림에서 너무 많은 것을 지나치게 된다. 미국의 지배층 역시 노동자 계급의 부족적 정체성을 무시하는 바람에 2016년 대선에서 판도를 완전히 잘못 파악했다. 이 두 부족, ‘백인 대 백인’의 적대와 분노가 미친 영향을 파악해야 미국 사회의 분열이 손에 잡힌다.

‘백인 쓰레기’들에게도
부족은 있다


2014년에 미국 전역의 경찰 수백 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공동체에서 가장 큰 위협’을 하나만 꼽으라는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경찰 대부분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나 폭력적인 갱단이 아니라 ‘소버린 시티즌’이라고 불리는, 반정부적 성향의 희한한 집단을 꼽았다. 2008년 경기 침체 이후 급증해 현재 30만 명이 넘는 추종자가 있는 이 운동은 ‘정교한 음모론’과 ‘서류 테러리즘’이란 무기를 내세우고, 정부가 계략으로 자신들을 하층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185~189쪽).

노동자 계급 백인들은 정치적 관여도가 낮다. 정치 활동 참여도, 선출직 공무원과의 접촉도 적으며, 투표에도 훨씬 적게 참여한다. 이들은 종교 모임이나 자원봉사에도 거의 나가지 않는 등 사회적 접촉 기회도 적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개인주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강렬하게 부족적이다. 단지 엘리트 계층이 그동안 이들에게 ‘부족적 정체성’을 형성해 주는 집단들을 반사회적이고 불합리하다고 여기며 멸시했을 뿐이다.

소버린 시티즌 운동과 더불어 최근 노동자 계급 백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대표적인 부족은 ‘번영 복음(prosperity gospel)’이다. 이는 ‘부자가 되는 것이 신성한 것’이며 ‘신이 당신을 부유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가르치는 기독교 교단으로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운동이기도 하다(195~198쪽).

번영 복음은 그들에게 더 존엄하고 위엄 있는 자아 이미지를 갖게 해 준다. 번영 복음의 가르침은 “신도들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어깨를 쫙 펼 수 있게 해 준다.” (…) 번영 복음 신도들은 자신을 ‘사회의 억압받는 사람’ ‘99%’ ‘가진 것 없는 사람’이라고 묘사하지 않고, 축복받았고 희망이 있고 신이 더 사랑하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198쪽).

목숨을 대가로 신분 상승 기회를 만들어주는 갱단에 들어가고, 마약 밀매에도 축복을 내려주는 ‘산테 무에르테’라는 ‘사이비’ 민속 신앙을 믿는 것도(190~194쪽) 비슷한 맥락이다. 더 직접적으로 프로레슬링(WWE) 팬들은 트럼프 지지층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들에게 트럼프는 위선적인 엘리트 계급에 맞서 성스러운 전쟁을 치르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힘 있는 ‘거인’처럼 보인다(201~204쪽).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투인 사람들에게 이런 집단들은 희망, 방향성,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의 공동체 의식을 제공한다. 이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은 미국에서 가장 불이익을 받는 계층으로, 실업자에 빚이 있고, 위로 올라갈 사다리 자체가 없는, ‘점령하라’ 운동 참여자들이 돕고자 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다.

이들은 ‘부’를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가져야 할 부를 엘리트 백인 계급이 독차지하고 있고, 입으로는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기회 사재기’와 ‘유리 바닥’을 통해 기득권을 가로챘다면서 경멸한다. 2016년 미 대선은 이 두 백인 계급의 부족주의 대결 속에서 ‘반기득권’으로 집결한 ‘백인 쓰레기(White trash)’의 ‘화이트래시(White lash, 백인들의 집단 반발)’였다.

부족주의에 눈감은 대가로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나


부족주의는 그저 집단의 결집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에게 소속감과 위안을 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의 위력을 알기 위해서는, 부족주의를 간과한 대가로 미국 안과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11월, 진보의 아이콘 버니 샌더스가 지지자들에게 “누군가가 후보로 나와서 ‘나는 라티노니까 나를 찍으라’고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자, 힐러리 클린턴의 흑인 유권자 담당자는 샌더스의 발언이 “어쩌면 그 또한 백인 우월주의자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231쪽).

그동안 부족주의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한 결과, 미국 정치권의 좌우파도 이에 포획되어 새로운 정치 부족이 생겨나고 있다. 우선 좌파는 기존의 ‘집단을 불문’하고 ‘포용’한다는 기조에서 멀어져 정체성 정치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인종, 민족, 젠더, 성적 지향에 따라 집단 정체성은 더욱더 세분화되고, 각각이 스스로를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서로에 대한 검열도 심각해져서 가령 ‘이성애자 백인 남성이 라틴계 동성애자가 나오는 소설’을 읽기만 해도 억압에 일조한다며 비난받는다. 마치 ‘억압당하기 선수 올림픽’이라도 하는 듯 누가 특권을 가장 덜 가지고 있는지 겨루는 제로섬 경쟁을 하는 수준이다.

결국 오늘날 좌파는 모두를 존중하면서 모두에게 비난받지 않으려면, 무엇도 논의할 수 없고, 어떤 합의에도 이를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230~236쪽)

우파 역시 ‘백인 정체성 정치’에 매몰됐다. 백인이 위험에 처해 있고, 백인이 차별당하는 집단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부족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오래된 백인 우월주의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이들은 좌파가 끊임없이 우파의 집단성을 비난하고, 창피를 주고, 백인들이 갖고 있지도 않은 ‘특권’을 가졌다고 몰아붙이는 바람에 부족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예컨대 흑인들이 노예제에 대해 백인을 비난하며 배상을 요구하면 많은 백인은 과거 세대의 잘못에 대해 자신이 부당하게 공격받는다고 느끼는 식이다(238~239쪽). 만약 여기서 기시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한국의 태극기 부대와 20대 청년 보수층에서 이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미국의 현재는, 부족주의를 간과한 탓에 뼈아픈 수모를 받아들여야 했던 과거의 유산이기도 하다. 미국은 세계를 상호배타적인 영토를 가진 국가들이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자유세계 대 악의 축’과 같은 거대 이데올로기에 따라 대립하는 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데올로기를 덧씌운 렌즈로 세상을 보면, 정치적 격동의 주요인인 ‘집단 정체성’들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그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도 쉽게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60년 전, 베트남에서 벌어진 ‘불명예스러운’ 전쟁이다. 미국은 냉전 렌즈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이 맹렬하게 증오했던 화교가 인구 비중은 1%밖에 안 되면서도 경제적 부의 70~80%를 장악해 왔다는 사실을 보지 못했다. 그 탓에 미국이 친자본주의적 조치를 취할 때마다 베트남 대중의 분노를 샀고, 린든 존슨이 ‘별 볼 일 없고 하찮은 작은 나라’라고 부른 나라에, 아니 그 나라의 절반에 패배하고 말았다(2장).

미국이 가진 또 다른 렌즈는 민주주의를 ‘통합을 불러오는 요인’으로 보는 관점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가령 인종, 민족, 분파 간 분열을 따라 불평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민주주의가 집단 간 분쟁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16쪽).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미국은 ‘민주주의’가 ‘자유를 사랑하는 이라크 사람들에게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사담 후세인과 집권당이었던 바트당은 수니파였고, 인구의 60%는 수니파에 매우 적대적이던 시아파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적 선거는 통합된 이라크를 가져오기는커녕 수니파를 배척하는 시아파 정부가 들어서서 수니파에 보복을 가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었다. 불행히도 그곳에서 정확히 그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아프간에 ‘탈레반’이 탄생한 것처럼, 이라크에서는 자유 시장 민주주의의 빛나는 모델이 아니라 ‘ISIS’가 생겨났다(3장).

페미니스트를 혐오한 김 군이
ISIS로 간 까닭은?


‘부족 본능’의 가장 어두운 측면은, 부족별 결집이 일어나고 집단에 대한 유대감이 강력해지면서 ‘테러리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테러 집단의 일원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살인자가 되어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그가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증언하고, 실제로도 평범한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부족은 사회에서 부침을 겪는 이들에게 ‘당신이 중요한 인물이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집단 정체성을 제공해준다. 그러면서 친교를 맺고, 이념을 주입하는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그들을 끌어들인다.(131~138쪽)

일단 집단에 소속되고 나면 집단 정체성이 새로운 프레임을 씌어준다. 예컨대, 부족 외 사람에 대한 탈인간화가 이루어져서 타인에 대한 공감과 감수성이 마비되는 식이다. 또 자기 집단이 헌신하는 목표에 유리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만들어서 현실을 대대적으로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능이나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은 어떨까? 그들은 집단의 왜곡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또 경제적 조건이 좋은 사람들은 부족에 소속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 반대가 더 맞다. 예일대학교 로스쿨의 연구 결과를 보면 ‘수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더 컸다(131쪽). 또한 1951년에 이루어진 솔로몬 애시의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집단에의 소속은 ‘순응 압력’을 만들어 우리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133쪽). 빈 라덴은 2500만 달러를 상속받은 부자였고, ISIS 지도자 알바그다디는 박사학위를 받은 고학력자였다. 부족 본능은 부, 지능,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사람들을 혼자서는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일들을 하게 만든다. 자살폭탄 테러를 하고, 포로를 참수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했던 범죄 모의를 실제로 실행하는 등 잔혹하고 끔찍한 행동을 찬양하며 그런 행동에 가담하게 만드는 건 ‘부족주의’ 때문이다.

2015년 18세 김 군은 트위터에 “이 시대는 남성이 성차별을 받는 시대”라면서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나는 ISIS를 좋아한다”는 말을 남기고 터키에서 실종됐다. 국정원에서 확인한 결과 그는 실제 ISIS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소속감, 지위, 그리고 본능을 표출할 만한 집단을 찾아서 이스탄불로 떠났던 것이다. 만약 그에게 그것들을 제공할 집단이 한국에 존재했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까?

미국의 대안 우익 단체인 ‘알트 라이트’는 온라인 중심 세력이었지만,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실제 집회를 열고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그들은 폭동을 일으켰고 그 결과 1명이 사망, 2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부족이 존재한다. 2010년경 활동을 시작한 ‘일베’는 수많은 반사회적 사건사고를 일으키며 10~20대 남성을 잠식하고 있다. ‘부족주의’를 간과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벌어질 것인가. 이 과제의 책임에서 우리 또한 비켜 갈 수 없다.

‘보편적 가치’ 아래
부족을 넘어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오늘날 미국에서는 모든 인종과 모든 계급이 스스로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상당수의 백인 미국인이 ‘흑인에 대한 인종주의보다 백인에 대한 인종주의가 더 심하다’고 생각하고, 미국의 ‘다양성 정책’은 ‘백인에 대한 공격’이라며 두려워한다. 놀랍게도 이러한 백인의 불안감은 지지 정당을 막론하고 나타난다. 2016년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의 ‘절반’이 백인에 대한 차별이 ‘많이’ 혹은 ‘다소’ 존재한다고 답했고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도 ‘30%’나 그렇게 답했다(217쪽).

위협을 느끼는 것은 백인, 흑인만이 아니다. 대선 공약, 트위터 발언, 기자회견에서 반무슬림, 반멕시코 화법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지 않은가. 트럼프가 공공연한 자리에서 여성 차별적 발언을 수도 없이 해 여성들은 이제 성차별이 다시 ‘정상적인 것’이 될까 봐 우려한다. 성수자들은 보수적인 인사로 구성이 바뀐 대법원을 보며 자신들이 어렵게 싸워 얻은 것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한다. 진보 진영도 ‘백인 남성 지배적’인 행정부가 관용, 개방, 다문화적인 미국이라는 비전을 파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는데도 불구하고 트럼프 지지자 또한 위협을 느낀다. 트럼프를 뽑았다는 것을 입에 올리는 순간, ‘인종차별주의자’ ‘호모포비아’ ‘이민족 혐오자’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223~224쪽)

하나의 부족이 압도적으로 지배적일 때는 마음대로 남들을 박해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너그러울 수도 있다. 더 보편 지향적이고 더 계몽적이고 더 포용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에서는 어느 집단도 지배력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모든 집단이 공격받는다고 느끼고, 다른 집단의 공격 대상이 됐다고 느낀다. 일자리나 기타 경제적 이득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자격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집단 간의 파괴적인 경쟁으로, 완벽한 정치적 부족주의로 퇴락한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든다. ‘부족주의’가 이렇게 인간이 위기감을 느낄 때 고개를 드는 ‘본능’이라면, 부침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수천 년 전으로 회귀해서, 자신의 부족을 위해 상대 부족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러면 우리는 지금까지 어떻게 부족주의에서 벗어나 보편적 가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걸까?

인종통합을 연구한 고든 W. 올포트는 『편견의 속성』에서 상이한 집단 간에 ‘면대면’ 접촉이 있을 경우 편견을 깨뜨리고 공동의 토대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0년 동안 이 기본적인 사실이 영국, 이탈리아, 스리랑카까지 전 세계에서, 또 인종, 성적 지향, 정신질환 등 모든 형태의 집단 편견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증명됐다(250쪽). 다른 부족 사람들을 단순히 서로 접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대면해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예컨대 ‘특정 당 지지자’나 ‘특정 지역 거주자’ ‘특정 성별 혐오자’ 사이에는 교류가 전혀 없기 때문에 ‘민족적’ 차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그래서 상대를 뭉뚱그리고 탈인간화하여 ‘적’으로 규정해 비난하고 공격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이들 한 명 한 명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생각과 이상을 확인할 때 ‘부족적 적대’가 어디에서 발원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다. 즉 ‘인종주의자’라고 비난받지 않으면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려를 말할 수 있고, ‘빨갱이’라고 비난받지 않으면서 ‘복지’를 말할 수 있고, ‘성차별주의자’라고 비난받지 않으면서 군가산점과 유리 천장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할 만한 가치는 있다. 그렇게 해야만 국민국가를 위협하는 위기가 닥쳐왔을 때 ‘고결한 우리’ 대 ‘악마인 저들’이라며 서로에게 손가락질만 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진짜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평

정치가 ‘선한 우리 부족’과 ‘악한 저들 부족’의 전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한국에도 많다. 그런 정치는 충성심 강한 부족민들 말고는 누구의 가슴도 뛰게 하지 않는다. 4년 전의 우리는 이러지 않았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는 부족주의를 넘어서는 보편성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헌법과 법률에 구속되는 통치, 특권과 반칙이 없는 시스템, 생명을 기본권으로 소중히 다루는 국가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 모든 보편적인 요구에 공감하는 동료 시민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축제였다. 정치가 부족주의를 넘어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호소할 때 차오르는 역동성과 감정적 고양이 무엇인지, 우리는 이미 안다. 정치가 더 나아져야 한다고 믿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치가 왜 나빠졌는지, 어떻게 해야 나아질 수 있는지 설명하는 언어가 필요하다. 적절할 때 적절한 렌즈를 에이미 추아가 갖고 왔다.
- 천관율 ([시사인] 기자)

기득권들의 그릇된 위기감이 나쁜 부족주의로 등장하는 미국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현재이기도 하다. “저 인간들 때문에 내가 차별받잖아!”라는 혐오의 목소리는 곳곳을 부유한다. 성차별을 깨자면 ‘남성이 더 피해자’라면서 으르렁거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돕자면 ‘열심히 공부한 정규직의 박탈감’은 어떻게 보상할지를 따져 묻는다. 서울과 지방이 구분되고 아파트 평수와 집값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향유하는 집단이 자기 계산기 두들기며 살아가는 공간이 무탈할 리 없다. 진보와 보수, 남자와 여자, 부자와 빈자, 청년과 기성세대 등 사회 현상을 이분법적으로 분석하는 시대는 끝났다. ‘부족주의’ 개념만이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어 준다.
- 오찬호 (사회학자 · 작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저자

유려하고 읽기 쉽게 서술돼 있으면서도 통념에 중요한 도전을 제기하는 책이다. 에이미 추아는 부족주의, 그리고 그것이 수반하는 사회적 역기능과 폭력이 이제 전 세계에서 정상 상태가 됐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국가 정체성이라는 공동체 의식 덕분에 최악의 부족적 충동은 어찌어찌 막아왔다. 하지만 미국에도 문제가 일렁이고 있다. 정체성 정치가 좌파, 우파 모두에서 국가 정체성에 대한 합의를 뒤흔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미 추아의 책은 이에 대해 경종을 울리면서, 배타적인 정체성 지상주의의 원초적인 호소력을 거부하고 진정으로 가장 급진적인 개념, 즉 미국인들이 인종, 민족,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넘어 더 큰 목적의식과 시민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개념을 다시 일구자고 촉구한다.
- J. D. 밴스 (작가, 『힐빌리의 노래』 저자)

오늘날의 정치적 병폐에 대해 도발적인 처방을 제시하는 책이다. 에이미 추아는 우리가 차이를 거부함으로써가 아니라 환영함으로써 집단간의 간극을 건너도록 촉구한다.
- 애덤 그랜트 (작가, 『옵션 B(Option B)』 공저자)

시대를 초월하는 유의미성과 현재적인 시의성을 둘 다 갖춘 뛰어난 책이다. 베트남, 아프간, 이라크 등에서 미국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문제들을 겪은 요인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국내의 상황에 대해서도 그에 못지않게 사려 깊은 분석을 제시한다. 에이미 추아는 생각을 도발하는 사상가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 스탠리 맥크리스탈 (Stanley McChrystal, 전 미 육군 장군)

에이미 추아는 미국인들의 지적 생활에 불편한 존재다. 다른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금지 영역에 그녀는 정면으로 접근해 학문적 결과들과 솔직한 글을 내놓는다.
- [뉴욕타임스]

치밀하고 통찰력 있는 이 책은 불온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희망을 전해준다. 또한 부족주의의 우선성을 재발견하고 그 의미에 대한 자각을 주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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