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물을 찾아보며 컬러 감수성을 키우는 생태 아트북
자연의 갖가지 색깔과 미세한 색감의 차이를 펼쳐 보여 주는 색다른 그림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린북 신간 『자연의 색깔』은 다양한 색의 관점에서 환경과 생태를 탐구하고, 자연물의 색상 스펙트럼 속에서 ‘컬러 감수성’을 키우는 아트북입니다. 동식물과 색깔 이름을 알아가는 영유아에서 다양한 발색과 색상 구현에 관심을 가진 미술 애호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의 독자가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자연의 색깔』은 아름다운 색을 가진 다양한 자연물을 색상별로 분류하여 따뜻한 그림으로 보여 주고, 그 그림에 쓰인 실제 물감의 발색을 색이름과 함께 보여 줍니다. 같은 계열 색상에서도 미세한 색 차이가 만들어 내는 다양한 컬러 차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색이름을 살펴보면 자연물에서 따온 이름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색에 이름을 붙일 때 자연물의 색을 참고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사람들이 머나먼 옛날부터 동물과 식물, 광물을 묘사하는 색깔에 이름을 붙이면서 미묘한 색 차이를 구분하려 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눈처럼 새하얀 색 스노 화이트, 노란색 새 카나리아에서 따온 카나리 옐로, 물망초 꽃말로 이름을 붙인 포겟미낫 블루, 밤하늘처럼 새까만 색 미드나이트 블랙 등 몇 가지 대표적인 예만 보더라도 자연과 색깔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의 색깔』 한국어판에서는 이 책에 쓰인 색깔을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수채화 물감 색과 대조하여 해당 색이름으로 편집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산업규격 표준색을 참고하여 해당 색깔이 있는 경우 우리말 관용색 이름을 병기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본문에서 소개한 대표적인 자연의 색깔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원색의 수채화 물감을 책에 나온 비율대로 섞으면 아름다운 아몬드 화이트, 스트로 브라운, 애프리콧 오렌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연의 색깔』은 자연과 생태의 아름다운 감성과 함께 미술을 위한 실용성을 겸한 책입니다.
하양에서 검정까지, 자연의 열두 색깔
이 책은 하양, 노랑, 황갈색, 주황, 빨강, 분홍, 보라, 파랑, 초록, 갈색, 회색, 검정까지 모두 열두 가지 색 계열을 다루고 있습니다.
흰올빼미와 대백로, 북극곰과 북극여우가 ‘하양’을 띤 대표 동물입니다. 코코넛의 속살과 수련의 꽃잎, 민들레 씨앗에도 흰색이 있습니다. 고드름과 눈송이와 같은 자연 현상뿐 아니라 암염이나 백수정, 다이아몬드, 석회석 같은 광물에서도 조금씩 다른 흰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닮은 흰색으로는 스노 화이트가 있습니다. 눈처럼 차가운 느낌을 주는 흰색으로, 우리말로도 그대로 옮겨 흰눈색이라 부릅니다. 코코넛 속살처럼 우윳빛을 내는 코코넛 화이트와 붉은 기를 띠는 펄 화이트, 즉 진주색도 있습니다.
‘노랑’에서는 카나리아와 병아리를 비롯해 박새, 검은머리방울새 같은 새들을 소개합니다. 같은 노랑색이라도 저마다 다양합니다. 노랑색은 해바라기, 개나리, 민들레, 애기똥물처럼 흔한 식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광물 중에서는 호박석과 금, 유황이 노랑색 계열입니다. 색상으로는 과일 이름을 담은 레몬 옐로와 바나나 옐로, 옥수수의 노란 빛을 연상시키는 콘 옐로 등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빨강’을 가진 동물도 역시 새가 많습니다. 큰장수앵무, 홍관조, 붉은풍금새가 강렬한 빨강을 지닌 새들입니다. 레서판다와 무당벌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딸기, 토마토, 수박, 자몽, 석류도 조금씩 다른 빛깔의 빨간색을 띠는 과일입니다. 우리가 석류색이라고 부르는 검붉은색을 이 책에서는 체리 레드라고 부릅니다. 우리 표준색의 대추색, 팥색, 자두색, 사과색도 함께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파랑’의 세계는 어떨까요? 물총새와 푸른부전나비, 열대어 블루탱의 파랑은 신비롭기만 합니다. 청둥오리도 푸른 깃을 지나고 있고, 밀잠자리의 몸통도 푸른색입니다. 수레국화, 노루귀, 루피너스와 같은 식물도 파랑 계열의 꽃을 피웁니다. 광물로는 청금석, 터키석, 사파이어 등이 소개됩니다. 하늘색과 바다색과 물색은 어떻게 다를까요? 파랑의 다양한 색상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말로만 들어 봤던 코발트 블루, 인디고, 마린 블루도 그 색감의 차이를 정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초록’은 엄연한 자연의 색깔입니다. 대나무, 쐐기풀, 선인장 같은 식물뿐 아니라 시금치, 애호박, 오이,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같은 채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색깔이지요. 악어와 청개구리, 카멜레온과 사랑앵무도 초록 빛깔을 자랑하는 동물입니다. 광물로는 비취와 에메랄드, 공작석이 초록색을 띱니다. 초록색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합니다. 식물의 열매에서 이름을 딴 애플 그린, 올리브 그린, 라임 그린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표준색 잔디색, 수박색, 대나무색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무채색인 ‘검정’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고릴라, 범고래, 얼룩말, 판다, 펭귄은 검은색을 가진 대표적인 동물입니다. 사슴벌레나 귀뚜라미, 개미와 검정색 곤충 세계도 새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식물로는 블랙올리브, 검은콩, 블랙커런트 같은 열매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석탄과 흑연, 무연탄도 검정색 자연입니다. 검정 계열의 색상 차트는 언뜻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천천히 들여다보면 차콜과 앤트러사이트가 어떻게 다른지, 잉크 블랙과 미드나이트 블랙이 어떻게 다른 느낌을 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잊고 있던 자연의 색깔로 오감을 일깨우세요
이 책의 저자는 각각의 색깔을 소개할 때 시적인 글로 색의 감각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색은 분명 시각적 감각이지만, 자연과 만날 때 청각, 후각, 촉각, 미각까지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힘을 가졌습니다. 분홍은 아기 새의 솜털처럼 폭신폭신하고 갈색은 코코아처럼 따뜻하고 부드럽습니다. 초록에서는 개굴개굴 노래가 들리는 듯하고 보라는 포도 맛처럼 달콤쌉쌀하며 블랙베리 향처럼 그윽하다고 표현합니다.
만연한 봄 기운과 함께 찾아온 그린북의 특색 있는 그림책 『자연의 색깔』은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의 다채로운 색을 돌아보게 하고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감각과 정서를 일깨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