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팀장님, 이 대리가 생각하는
관계의 적정거리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90년대생들은 ‘프로효율러’다. 이전 세대가 ‘무작정 빨리빨리’를 원했다면 그들은 불필요함은 비효율이며, 비효율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효율과 합리를 추구하는 방식은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각적이되 느슨하게 연결되어 필요할 때에 관계하고 불필요하면 즉각 단절하는 것에 익숙하다. 선배 또는 팀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시간과 영역을 함부로 침해한다면 어떻게 될까?
「1장 지금, 금 밟으셨어요. 자꾸 선 넘지 마세요」를 살펴보면, 이 대리의 카톡 프로필에 ‘D+5'라고 표기된 것을 보고 “남자 친구 생겼어?”라고 묻는 김 팀장, 이 대리가 SNS에 ‘회사 회식 후에 힘들어서 숙취 해소 음료 마시는 중’이라고 올린 것을 보고 그런 거 올리지 말라고 하는 김 팀장, ‘팀장님이 자꾸 노트북을 훔쳐보는 것을 견딜 수 없어서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는 이 대리의 사례가 차례로 등장한다.
프로야구에서 유능한 타자는 심판이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보는지 파악하고 공을 친다. 자신이 보기에는 스트라이크일지라도 심판이 볼로 인정하는 위치로 날아오는 공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90년대생은 효율과 비효율, 합리와 불합리, 즉각적이고 느슨한 연결과 느리고 직접적인 연결, 워라밸과 워커홀릭에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다. 이 선을 함부로 넘어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자신은 반칙을 반복하면서 상대방에게 페어플레이하자고 말하는 것과 같다.
김 팀장이 이 대리에게 다가서려면, 먼저 이 대리가 그어놓은 경계선의 위치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안전거리를 유지한 상황에서만 휴전 협정도 동맹 제안도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 팀장님, 먼저 이 대리가 원하는
소통의 도구를 파악하고 대화해보세요
90년대생은 ‘가벼움’을 추구하고 ‘귀찮음’을 거부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벼움’은 ‘기존의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다’는 뜻이고, ‘귀찮음’은 ‘수동적이고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들이 귀찮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 세대의 수직적이고 꽉 막힌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유지하는 기업이 과연 90년대생 구성원과 소통하고 생산성을 올릴 수 있을까? 또 90년대생 소비자에게 맞는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할 수 있을까?
「2장 일단,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대화했으면 합니다」를 살펴보면, 김 팀장이 급하게 외부 인사의 섭외를 요청했는데 톡만 보내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 대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전화 통화보다 메신저 대화를 선호하는 이 대리의 모습에서 ‘가벼움을 지향하고, 귀찮음을 지양’하는 90년대생의 소통 방식을 엿볼 수 있다.
90년대생이 사용하는 소통의 도구들에는 ‘효율’이라는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 90년대생들이 면대면 소통보다는 톡이나 메일을 선호하는 이유는 면대면이나 전화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제거하고,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여 소통하기 위함이다. 또한, 90년대생은 ‘시간 가치의 회수’에 관심이 높다. 주어진 시간에 자신이 할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고, 시간을 들였으면 그에 대한 성과를 곧바로 얻어야 한다.
90년대생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기를 원한다면 그들과 어떤 도구를 사용해 소통할 것인지를 먼저 묻고 논의하여 합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소통은 시작된다.
김 팀장님, 이 대리와 제대로 일하려면
통보하지 말고 논의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부하직원’이라는 말이 있다. 군대에서 쓰던 말이 직장에서도 사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과연 이 말을 90년대생도 받아들일까? 이 대리는 ??김 팀장 부대??의 부하가 아니다.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제 몫을 다하는 구성원이자 함께 일하는 동료다. 김 팀장이 그렇게 생각하고 대화할 때 비로소 이 대리는 김 팀장의 말을 귀담아들을 것이다.
「3장 먼저, 함께 일하는 동료로 봐주실 수는 없나요」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다루고 있다. 김 팀장이 이 대리에게 박 과장의 업무를 지원하라고 지시하자, 이 대리가 ‘그럼, 제 업무는 박 과장님이 도와주시나요?’라고 되묻는다. 이런 상황에서 김 팀장이 이 대리를 ‘건방지네.’라고 생각하고 감정만 쌓는다면 문제는 반복되거나 악화될 뿐이다.
90년대생은 자신의 성과를 마음껏 뽐내고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관계를 원한다. 누군가의 ‘보조’로 자신을 뒷전으로 물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본인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고, ‘이것만은 내 일’이라고 생각할 때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90년대생을 부르는 단어가 하나 있다. ‘트로피 키즈(Trophy kids)’라는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 봉사, 생활 스포츠 대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트로피나 상장을 빈번하게 타본 경험이 있음에 주목해서 나온 이름이다. 실제로 그들에게 회사생활 중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를 물어보면 ‘상사 혹은 주위 동료들로부터 칭찬을 받거나 인정을 받았을 때’란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90년대생과 대화할 때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다’라면서 조언, 타박, 지적하는 대신에 그들의 장점을 아낌없이 찾아내어 칭찬하고 격려하며 인정해보자. 변화는 90년대생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 90년대생을 대하는 이전 세대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이 90년대생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조직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김 팀장님, 당신의 언어가 아니라
이 대리의 언어로 말해야 합니다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버 커플은 자신들의 성공 비결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언급했다. ‘콘텐츠의 분량은 10분을 넘기지 않아야 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발전시켜야 하며,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시간을 아껴주고, 언제나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상대의 마음을 인정하는 것, 이들은 이 세 가지로 90년대생의 ‘구독’ 클릭을 얻어냈다. 과연 우리의 조직은 90년대생으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내고 있을까?
「4장 살짝, 미묘하게 다른 언어의 온도를 알아주세요」를 살펴보면, 김 팀장이 재무팀과 트러블을 겪고 있는 이 대리를 불러서 뭐가 문제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다. 김 팀장은 그간의 상황을 이 대리에게 전해 듣지만, 오히려 규정만 고집하는 재무팀 박 과장을 두둔하고 이 대리의 성의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이 대화에서 김 팀장은 두 가지 실수를 했다. 하나는 자신의 기준을 말하지 않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대리의 기준을 물어보지 않은 것이다. 이후에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이 대리는 김 팀장의 기준을 모르기 때문에 맞출 수 없고, 김 팀장은 이 대리의 기준을 모르기 때문에 그의 처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김 팀장은 90년대생의 실패에 대해서 여유 있는 시선으로 바라봐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실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처리하는지, 낙담했는지, 물러섰는지 등을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애정 어린 조언도 할 수 있게 된다.
답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만 그들을 이해해야 하나’라고 하소연하는 김 팀장님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90년대생을 긍정적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들이 강점을 발휘하도록, 그들이 스스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이전 세대가 노력하는 순간 세대 간의 차이는 오히려 성장의 에너지로 전환될 것이다.
조직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80년생 김 팀장이다
“나의 닫힌 문을 열고 싶다면, 먼저 상대방의 닫힌 문을 열어줘라”는 그리스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서로의 문제를 공유하는 두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대방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서 그 사람이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김 팀장과 이 대리의 경우, 누가 누구의 문을 먼저 열어줘야 할까? 상대방의 문을 열어줄 때 내 문도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김 팀장은 자신도 김 대리 시절에 같은 고민을 해봤고, 그런 고민들을 수없이 해결해왔다. 때로 깨지고 때로 이어 붙이면서. 김 대리가 연륜을 쌓아 김 팀장이 되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이 대리는 자력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 대리의 가능성이 실현되고 인정받으려면 김 팀장이 조직이 흡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 대리의 생각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야만 한다. 김 팀장이 이 대리의 닫힌 문을 열어준다면, 이 대리가 김 팀장이 닫힌 문을 열 때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조직 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다.
업무와 성과 압박에 고민하는 김 팀장의 손에는 이미 ‘해결의 열쇠’가 쥐어져 있다. 그 열쇠를 꺼내서 사용할지, 무시하고 관성대로, 힘의 논리에 기대어 갈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