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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3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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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28.53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2.3만자, 약 4만 단어, A4 약 78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30629285 |
7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하지만 이 말은 해두는 게 좋겠군요."
여자가 반쯤 열려 있는 창문을 오른쪽 검지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전 당신을 죽이려고 했어요."
역시, '카푸치노 한 잔이요' 라고 주문할 때 쓰는 말투였다. 뭐라고 대답할 사이도 없이 여자는 차 뒤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사이드미러를 보자 여자는 이미 골목 안으로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죽음이란 단어만은 잔상에 남았다. 죽음이라....... p.38~39
이 작품의 주인공인 택배 기사는 사람들에게 '행운동'이라고 부린다. 우리는 그의 이름은 물론 어떤 이유로 고향을 떠나왔는지, 과거에 무슨 일을 하다 지금은 집도 없는 신세로 택배 회사의 컨테이너에서 지내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그저 그가 배달을 맡은 택배 관할 지역이 행운동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불리고 있을 뿐이다. 그는 매일 녹초가 될 때까지 일을 하고, 쉬는 날이면 술을 마시고 책을 읽으며, 누구와도 친분을 만들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도록 동료들과 별다른 말을 섞지 않은 것은 성격 탓도 있었지만, 인간관계라면 이미 끊어진 과거의 것으로도 충분하니 다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수 적고, 무뚝뚝한 그의 단단한 틈을 억지로 비집고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함께 근무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택배 일을 하다가 만나게 되는 행운동 사람들 모두가 그를 가만두지 않는 것이다. 담배 한 개비를 달라는 우울증 환자, 경찰복을 입고 그를 따라다니며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동네 바보, 그에게 경제철학 강의를 해주겠다며 집으로 부르는 노교수, 서비스로 술을 주겠다는 게이바 직원, 흰색 마스크를 쓰고 폐지를 줍는 젊은 여자 등등 각자의 과거와 각자의 비밀을 간직한 그들은 이상하게도 그에게 말을 걸고, 그에게 뭔가 부탁을 하고, 그의 삶에 간섭을 하려 한다. 평범한 삶을 갈구하는 행운동은 그들의 요구가 귀찮고, 그들의 사정에 관심도 없으면서 그들을 마냥 거절하지 못해 항상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것도 전혀 친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하나도 관심 없다는 듯이 시니컬 하고, 무뚝뚝하게 말이다.
"사회는 집념, 포기하지 않는 노력, 뭐 그런 걸 강요하지만 글쎄요, 제 생각엔 희망이란 게 사람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괴롭히기만 할 뿐인 것 같아요. 그럴땐 포기하면 편하죠. 정말 그래야 할 일은 살면서 한두 가지 정도인 것 같아요. 대개의 일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가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는 뜻이니까."
"보통은 좀 더 노력해보라고 하는데 기사님은 다르게 말씀하시네요."
"나태하고 게으른 인간이라서 그렇겠죠." p.189
평범한 택배기사처럼 보이고 싶은 주인공 행운동은 아무리 봐도 전혀 평범하지 않은 택배기사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택배기사'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는 아니라는 거다. 물론 몸을 쓰는 택배기사라고 해서 가방끈이 길지 말라는 법은 없고, 그 피곤한 와중에 틈만 나면 책을 읽으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보통 몸을 사용해서 하는 일인 경우 잡생각 없이 그저 바쁘게 움직이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행운동 역시 평일 평균 150개의 물량을 배송하는 데 8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그러자면 3분에 한 개꼴로 배송을 해야 했으니 담배를 피울 시간도, 점심은 물론이고 잠시 쉬는 것조차 두려워서 못한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바쁜 택배 일을 제대로 해내면서도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만들지 않고, 지쳐 쓰러질 정도에서도 숙소에 오면 책을 펼쳐든다. 이상하기 그지 없는 인물인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야기를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중간에도, 혼자 생각하면서도 끊임없이 책 속 문장이나 작가의 말, 영화나 미드에 대한 것들을 인용한다. 오죽하면 극중 그와 대화를 나누던 여성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리고 그 말을 인용하면 자신이 근사해 보이나요?'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사실 <침입자들>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한국형 하드보일드 소설'이라는 문구도 그렇고, 이 작품이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라고 생각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지만, 가독성이 좋은 작품이라 단시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오마주라 칭하는 그 수많은 인용문구들이 없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말이다. 문장과 대사에 인용이 너무 많은 소설이라 낯설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가끔은 이야기의 흐름과 크게 상관없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아마도 소설 장르에서 등장인물이 이렇게나 많은 인용을 사용한 경우는 없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캐릭터들이었고, 현실에 굳게 발 딛고 서 있는 이야기라 통쾌하고, 시원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소설로서의 '재미'도 충분해서 누구라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인물을 제시해 이야기를 한다. 그 인물은 먹고 살기 위한다는 명목아래 택배기사를 한다. 그는 사장과 연락을 통해 택배 물건이 머무는 터미널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있는 컨테이너에 기거를 하면서 택배 생활을 하게 된다. 그의 이름도 자세히 제시되지 않는다. 이 글은 이름 대신 모두 별명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행운동을 무대로 택배를 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행운동, 행운이라 호칭을 당한다. 즉 그것이 그의 이름이 된 것이다. 또 동료직원들은 바나나 형님, 조 따거, 낙성대, 아파트, 인헌동, 코알라(주창) 등으로 불린다. 그 외에도 마이클, 노인, 마스크, 회장, 우울증 여인 등이 나온다. 요즘 흔히 잘 표현되는 익명성을 사용한 호칭이다. 그만큼 타인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택배 생활을 하다 보니 자꾸 엮이게 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전혀 엮이고 싶지 않은데 관계가 이루어지게 된다. 행운동은 철저하게 엮이지 않기를 바라는 타입이다. 그런데 자꾸 엮이게 되고 그것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성품상 부탁하는 타인을 외면하지 못하는 바탕이 있다. 그것이 많은 만남을 이루어나가게 되고 그의 삶이 침입을 당하는 듯함을 느끼게 된다.
이 일은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결국 아무도 만나지 않는 일이라는 게 유일한 매력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쓸데없는 인간들과 엮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p87) |
택배 하는 공간에서 일정하게 시간을 보내는 정신이 온전하지 않는 것 같은 여자를 만난다. 의자에 늘 앉아 있는 그녀는 그가 지나갈 때 그에게 담배를 요구한다. 한 개비씩 요구를 하고, 한 갑이 되었을 때 얘기하라고 한다. 한 갑이 되었을 때 애기하니 2갑이 되었을 때 얘기하라고 한다. 그리고 만남이 조금 이루어졌을 때 그녀는 ‘그를 죽이고 싶다’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그녀가 무작정 그의 삶 속에 들어온다. 가당찮게 여기면서 병증을 보이는 그녀를 거부하지 못한다. 아주 쌀쌀한 듯하면서도 냉정하지 못한 면이 있는 택배기사다. 명령하면 거부하는데 부탁하면 잘 거절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그것이 그의 삶 속에 많은 침입자들이 있게 만든다.
같이 택배 하는 사람들과도 잘 섞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밀고 들어오는 상대에겐 어쩔 수 없이 내어주게 된다. 그는 과거 알코올 중독자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술을 잘 마신다. 지난 시간 속에서 술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공공연히 얘기한다. 그런데 자신보다 조금 어린 동료 코알라(주창)가 술을 같이 마시자고 하고, 그렇게 한다. 주변 동료들은 그와는 술을 먹지 말라고 충고한다. 코알라는 술을 마시면 터미널에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늦게 나올 때도 있다. 그것은 타인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된다. 그런데도 같이 술을 마시고 그가 늦게 나오는 것을 만나면서 그의 몫까지 <까데기> 쳐야하는 수고를 겪는다. <까데기>라는 것은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이다.
또한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한 사람을 만난다. 그는 그를 마이클이라 부른다. 마이클과 처음 만남은 그가 노상방뇨를 했을 때 그가 다가와 ‘오줌을 누면 손을 씻어야 해’라는 해맑은 얼굴과 말로 이루어진다. 그는 마이클에게 먹을 것을 전하고, 마이클은 그를 잘 따르면서 가끔씩 만나게 된다. 또한 백발의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의 집으로 찾아가 경제학 강의를 듣게 된다. 그 백발노인은 지면에서 본 적이 있다는 생각에 하루만이라는 생각으로 찾아갔다가 그 집안의 일에 엮이게 된다. 할아버지의 손녀가 그 집의 사연을 나중에 전해 준다. 그녀는 얘기하면서 천재의 집안이라는 사실로 얘기하고 지금은 자신이 둘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또한 택배를 하면서 겪는 고충을 얘기한다. 갑질을 하는 사람과의 상대, 무뢰하게 구는 이들에게 대처하는 방법 등이 그려진다. 명령을 하면 어떻게든 말로 곤죽이 되도록 상대를 만들어 나간다. 하지만 부탁을 하면 꼼짝하지 못하고 들어준다. 그런 택배의 과거가 읽어나가다 보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의 과거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동료들의 싸움도 끼어들지 않고, 타인의 삶에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대항해서 권리를 찾는다.
다음에 말을 섞은 건 건물 경비와 마스크가 싸울 때였다. 흔한 광경이었다. 갑도 을도 아닌, 병이 정에게 갑질을 하는 건물 안으로 배송을 하러 들어가려는데 환갑이 넘어 보이는 경비가 마스크를 보며 흥분하고 있었다. (P170) |
싸울 때는 화법이 독특하다.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는 지적인 내용을 표현한다. 말로서 상대가 주눅이 들게 한다. 논리 정연한 이야기를 통해 상대가 스스로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언변을 사용한다. 그것은 그가 많은 지식의 소유자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은 택배를 하지만 지난 시간 속에 뭔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어떤 여인을 도와 경비와 싸울 때, 경비를 꼼짝 못하게 하는 화법은 독자들에겐 놀라움이다. 글이 끝나갈 무렵, 그에 대해 딸을 마음에 간직하고 못 잊으면서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를 한다. 즉 딸이 죽었다는 얘기다. 그저조적인 태도의 근원이 거기에 있나 생각도 해보게 한다.
그는 항상 책을 옆에 두고 있다. 시간만 나면 독서를 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술을 마시며 독서하는 것이 그가 시간이 있을 때 하는 버릇이다. 그것은 그가 어떤 일을 한 사람인가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칼로 잘 다루는 것으로 그려진다. 끝부분에 갈을 가르쳐준 장본인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이제 사막에 그만 있고 오아시스를 찾으라고 한다.
한 번은 아침 8시경 문자가 왔다. ‘서울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8시’ 담배를 준비해 나와 줬으면 한다는 문자 통보였다. 통화를 통해 가지 않겠다고 하니 부탁이라 한다. 그래서 나가보기로 한다. 우울증이 있었던 여자, 담배를 요구한 여자다. 여자가 제안을 한다. 자신에게 하루의 시간을 맡겨주면 적당한 사례를 하겠다고. 그것이 자그만치 100만원이다. 나는 결국 제안을 수용한다. 그 일이 연유가 되어 회장님을 만나게 되고, 회장님에게 여자(땅)를 잘 돌보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는 토요일 저녁 8시에 물건을 배달해 달라는 술집(게이 바)에 그 시간에 물건을 배달한다. 다른 수입을 주겠다는 그들의 요구로 인해서다. 그 게이 바의 주인과 만남이 계속되고 그 집에서 일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들이 주는 술을 마신다. 술은 마다하지 않는 습성을 보이는 그다. 그는 술장사를 하는 그들에 연루가 되어 조폭들에게 납치되어 고난도 당한다. 그가 택배로 움직인 것이 돈이고, 돈 세탁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죽을 정도로 고문을 당한다. 하지만 당당하다. 그런 모습이 그의 지난 일들을 짐작해 보게 하기도 한다. 결국 우울증 여인의 아버지 되는 회장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벗어나기는 하지만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는다.
일주에 한 번씩 들려 공부를 하던 노인의 집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오랜만에 경제학 공부를 하러 가게 된다. 노교수는 없고 손녀만 있다. 손녀에게 그 집의 사정을 자세히 듣는다. 할아버지와 오빠가 천재라고 한다. 보통 사람이 천재와 함께 사는 고충을 얘기한다. 모든 일에 속도가 훨씬 빠른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은 자괴감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노인이 그를 공부라는 이름으로 집으로 데리고 온 이유는 마이클이 그만은 따르고 같이한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을 알게 된다. 마이클과 먹을 것을 나누면서 소통을 한 것이 그렇게 된 이유다. 노교수는 그가 마이클의 옆에 있기를 원한다. 오빠인 마이클은 우주를 계산하는 공부를 하다가 정신이 이상하게 되었다 한다. 치료를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잘 안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자신이 두 사람을 모시고 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은 패션을 해서 돈을 조금 벌었다고도 한다. 결국 노교수는 죽고, 그는 여인에게 제안을 받는다. 오빠를 미국에 치료차 보낼 것인데 옆에 있어줄 수 있느냐고. 보수는 충분히 주겠다고. 단호하게 거절한다.
한편 우울증 여인, 회장의 딸은 그를 만나면서 남편에 대한 추억을 잊으려는 생각을 내보인다. 그가 자살한 남편과 닮아 그를 가까이 두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를 수시로 고용해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도록 하고, 같이 음식도 먹고 같이 거닐게도 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남편을 잊었고, 다시 만날 필요가 없다고 결별을 선언한다. 회장은 딸이 그를 좋아하는 줄 알고 연결해 주려는 노력도 한다. 이 관계는 그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그는 깨끗하게 그녀의 곁을 떠난다.
들었다는 뜻입니다. 이해될 리가 없죠. 밤길을 두려움 없이 걸어가고, 뒷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택시를 타도 기사들을 신경 쓰지 않고, 헤어진 남자친구의 성난 전화도 무서워해 본 적 없고, 직장 동료나 모르는 남자의 성희롱을 견딘 적도 없고, 남자들은 당연히 주어지는 기회를 힘들여 쟁취한 적도, 사소한 것 하나까지 관습과 싸워 언어야 하는 그런 인생을 살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 인생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살아온 이의 공포나 괴로움을 이해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전 누군가를 짐작으로 이해하거나 공감할 만큼 머리가 좋지 않아요. (P180) |
폐지를 주워 살고 있는 여인 마스크와 나눈 대화 중 한 토막이다. 여권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페미니즘도 곳곳에서 언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은 이처럼 곳곳에서 사회적 이슈들을 말하고 있다. 그녀의 삶이 잘 드러난다. 그녀는 아버지가 망나니여서 그녀가 직장에 있을 수 없도록 만들었고 결국 폐지를 줍는 인생으로까지 전락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젠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그녀에게 공감을 하면서 힘을 준다. 다음에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단정한 복장으로 있다. 면접을 보고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선 나오라고 하는데, 여인은 그런 생각이 별로 없는 듯하다. 그는 여인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느끼며 어찌하던 살라는 말을 전한다.
터미널에서는 사장이 동료들의 한 달 치 급여를 가지고 도망을 가버린다. 동료들은 난감해 하면서 다른 살길을 모색한다. 하지만 그는 이제 택배를 떠날 때가 되었음을 생각한다. 자신이 가진 돈의 일부를 필요한 동료들의 통장으로 입금시키고 그는 그것을 떠난다. 그가 지난 시간 머물렀던 곳에서 오라는 소식이 전해 온다. 하지만 그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택배라는 소재로 힘겹고 어려운 일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갑질과 정신병증 등을 표현해 내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어떻게 어렵게 살아가고, 어울리는지를 표현해 내고 있다. 행운동으로 불리는 주인공인 그의 삶이 타인들과 섞이는 것을 그렇게 증오하지만 삶 속에서 그렇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삶 속에 침입하는 자들의 이야기가 이 글을 이루고 있는 내용이다. 그 내용을 기발한 언어 표현으로, 혹은 선문답의 대화로, 자조적인 심정으로 이끌어 나간다. 오늘날 세상의 아픔이 단편적으로 드러나면서, 그래도 따뜻한 이웃들이 있어 살만한 공간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별한 체험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 무척 흥미롭게, 기껍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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