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얼어붙은 학교 옥상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모방범』 『화차』의 미야베 미유키 필생의 역작!
구상 15년, 연재 9년,
작가생활 25년을 집대성한 5년 만의 현대 미스터리
열네 살의 불행한 죽음, 새하얀 눈이 덮어버린 진실
학교라는 성역의 이면을 파헤치려는 노력이 시작된다!
『모방범』 『화차』 『이유』 등의 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을 발표하며 일본 문단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최고의 작가로 손꼽히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가 『낙원』이후 5년 만에 발표한 현대 미스터리 소설. 1부 사건, 2부 결의, 3부 법정의 전3권으로 이루어진 『솔로몬의 위증』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9년여에 걸쳐 [소설 신초]에 연재된 작품으로 번역원고 기준 원고지 8500매에 달하는 대작이다.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추락사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갖가지 의혹과 진실 공방 속에서, 현대사회의 어둠과 병폐뿐 아니라 예민한 10대의 심리를 그리는 데에도 정평이 나 있는 작가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일본에서는 작년 출간 후 오랜 연재기간 동안 단행본을 기다려온 팬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세 권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각종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내에는 6월 12일 1권 출간에 이어 6월 26일에 2권이, 7월 10일에 3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인간은 거짓말을 하지. 끝까지 거짓말을 하며 진실을 밝히려 들지 않아.
죄가 있는 인간일수록 더더욱 그래. 너희는 그걸 몰라.
_1권 본문에서
도쿄의 평온한 서민가에 위치한 조토 제3중학교. 크리스마스 날 아침 눈 쌓인 학교 뒤뜰에서 2학년 남학생 가시와기 다쿠야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으로 결론짓지만 곧 그가 교내의 유명한 불량학생들에게 살해당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관계자들에게 날아들고, 불행한 사고는 학교폭력이 얽힌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발전한다. 이윽고 매스컴의 취재가 시작되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져가는데…… 무책임한 타인의 시선과 소문 속에서 조금씩 학교를 뒤덮는 악의, 하나둘 늘어나는 희생자. 죽은 소년만이 알고 있는 그날의 진상은 과연 무엇인가?
전작 『화차』에서 자본에 잠식된 현대사회의 이면과 헛된 욕망을, 『모방범』에서 사이코패스 지능범에 휘둘리는 대중과 매스컴의 무책임한 행태를 날카롭게 그려낸 미야베 미유키는 『솔로몬의 위증』에서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 등교거부 등의 교육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사회화와 기본 교육을 위해 일정 기간 거쳐가는 장소,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그 어느 곳보다 폐쇄적이고 기묘한 공간인 학교. 그곳의 구성원들 사이에는 어른들의 사회 못지않은 규범과 계급, 그리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성이 존재한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각자의 균형을 지켜오던 어느 날 학생의 비극적인 자살이라는 커다란 돌이 던져지고, 어디로 퍼져나갈지 알 수 없는 파문 속에서 그간 잔잔한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연달아 모습을 드러낸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엄습하는 정체 모를 악의와 공포는 미야베 미유키의 필력이 가장 잘 발휘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학교는 사회의 필요악이야. 하지만 지금 같으면, 그리고 이대로 두면
미래에는 ‘필요’가 빠지고 그저 ‘악’으로 전락할 거야. 사회악으로.
_2권 본문에서
가시와기 다쿠야의 죽음으로부터 반년이 흐른 여름, 일련의 소동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의문의 고발장이 불러온 파장, 학교 측의 책임을 추궁하는 매스컴, 그리고 불량학생 오이데 슌지의 수상쩍은 가정환경.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사건을 처음부터 지켜봐온 여학생 후지노 료코는 직접 진실을 알아내기로 결심하고, 오이데 슌지를 피고로 세워 전대미문의 교내재판을 열 것을 제안한다. 그런 그녀 앞에 다쿠야의 옛 친구라는 낯선 소년이 나타나고 베일에 싸여 있던 사건 날의 광경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미야베 미유키 작품세계의 미덕 중 하나는 현명하고 용감한 아이들과 그들을 응원해주는 성숙한 어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형사와 탐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에서도 어린아이 특유의 기지와 섬세한 직감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솔로몬의 위증』은 더 나아가 주도권을 아예 피해자의 동급생 아이들에게 넘김으로써 한층 참신하고 개성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그들은 순수하지만 이미 확고한 자아를 지니고 있고, 부모와 교사를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으며, 외모나 성적, 혹은 가정환경으로 인한 결핍과 갈등을 끌어안고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선악이 공존하는 내면, 어느 때고 극으로 치달을 수 있는 사춘기 아이들의 위태위태한 심리를 작가는 놀랍도록 선명하게 그려낸다.
이 재판에서는 아무도 이길 수 없어. 모두 상처투성이야. 얻을 게 하나도 없어.
그래도 그냥 내버려둘 순 없으니까,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니까 다들 노력하고 있는 거야.
올바른 일을 하고 싶으니까.
_3권 본문에서
기간은 단 5일. 교사와 학생, 학부모, 형사, 기자 등 모든 관계자가 모인 교내 법정에서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사건이 새롭게 재구성된다. 학교와 가정이라는 이름의 감옥 안을 유유히 떠다닌 고독, 반항, 자책, 질투 등의 감정. 사춘기라는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는 아이들이 각자 가슴속에 지니고 있던 비밀들. 이윽고 진실의 열쇠를 쥔 마지막 증인의 등장에 법정은 크게 술렁인다.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벌어진 목숨을 건 위험한 게임의 종착지. 배심원들의 천칭은 과연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
3권에서 마침내 교내재판이 시작되며 소설은 긴박하고 속도감 넘치는 법정극으로 변모한다. 중학생의 모의재판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다뤄지는 내용은 현실의 여느 범죄사건 못지않게 심각하고 무겁다. 그러나 재판의 목적은 범죄의 유무를 가리기보다 불가사의하고 비극적인 사건 뒤에 숨겨진 단 하나뿐인 진실을 밝혀내는 것. 사회의 구조적 문제나 가정의 불화가 아이들의 정신을 어느 정도 위협할 수 있는지, 이유 없는 고독과 또래집단에서의 고립이 아직 미숙한 감수성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가 각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충격적으로,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필연적으로 미스터리적 요소가 가장 강한 후반부에서도 작가는 단순한 범인 찾기보다 그 과정 자체에 초점을 둠으로써 보다 폭넓은 인간상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사회와 가정의 어둠을 파헤친 희대의 재판극
성장과 치유의 메시지가 응축된 현대 미스터리의 신경지
『솔로몬의 위증』의 시대적 배경이기도 한 1990년, 일본 고베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실제로 학생의 죽음을 놓고 모의재판이 열린 바 있다. 지각해서 뛰어오던 한 여학생이 지도교사가 갑자기 교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그 틈에 끼어 사망한 이 사건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교내재판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의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한편 연재가 끝난 2011년 11월에는 사가 현 오쓰 시에서 집단괴롭힘에 시달리던 중학교 2학년 학생이 투신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당시 사건의 배경과 관계자들의 대처 양상 등이 소설 속 내용과 놀랍도록 비슷해 화제가 되었다. 혐의를 전면 부정하는 가해자, 진상을 밝히기보다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한 학교와 경찰의 대처에 실망한 피해자의 동급생들은 직접 익명 설문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가해자들의 폭행 사실을 고발하며 사건의 원인 규명에 일조했다. 『솔로몬의 위증』 출간 후 한 인터뷰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소설 속 주인공들 못지않은 그들의 의연한 행동에 경의를 표하며 “내가 쓴 건 지어낸 이야기지만, 그 중학생들의 증언을 들으며 내 소설이 백 퍼센트 픽션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말이지 고개가 숙여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연재가 끝날 무렵에는 집단괴롭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 이 소설이 꼭 옛날 이야기처럼 들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십 년이 지나 책이 나온 지금도 해결된 것이 없죠”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솔로몬의 위증』은 미야베 미유키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현실에 가까이 맞닿아 있다. 학교폭력뿐 아니라 거품경제시대 한복판의 도쿄에 만연하는 부동산 투기, 빈부격차 등의 사회문제 역시 현대의 한국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부분이다. 또한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열정을 쏟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성장물의 미덕까지 갖추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배경과 성격이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어 그중 누구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어떤 주제를 다루더라도 인간 본질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미야베 미유키만이 쓸 수 있는 특별한 미스터리다.
특출한 미스터리는 두 번의 독서를 부른다. 엄청난 분량이지만 매 전개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듯한 구성에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다. 마지막에 준비된 반전을 만난 독자는 다시 한번 첫 장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명탐정을 등장시키는 대신 수많은 인물 각각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그것을 엮어나가는 필력에 감탄했다.
_요미우리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