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소포에서 발견한 엄마의 흔적,
사라진 공작부인의 행방을 찾아라!
“내 아내는 가냘프고 여리여리한 미녀, 그러니까 연약한 여성성 위에 핀 섬세한 꽃 같은 자태로 명성이 자자한 고위층 레이디 블랑슈플뢰르입니다.” (……)
“우리는 아내가 평소처럼 시녀들과 산책을 즐기다가 어이없이 납치당했다고 믿고 있소.”
카탈로니아 왕족 혈통의 델 캄포 공작이 절세미인 아내의 실종으로 황급히 라고스틴 박사의 사무실을 찾는다. 그 고귀한 태생의, 개미허리를 지닌 여리여리한 공작부인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내의 가녀린 외모를 묘사하며 칭찬을 쏟아내는 공작의 모습에서 사려 깊고 개혁 성향이 강했던 에놀라는 가부장적인 남성의 전형을 본다. 당시 아름다움의 상징이지만 실상은 여성의 신체를 잔인하게 위축시키기만 했던 ‘코르셋’에 대한 무지의 소치를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 ‘코르셋’은 이야기의 후반부에 공작부인의 처지를 가늠케 하는 복선이 된다. 한편 엄마가 사라진 지 꼭 일 년째, 바로 에놀라의 생일날 마침내 한자리에 모인 삼남매는 엄마가 보내온 편지의 암호를 풀고 아연실색한다. 이들은 과연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 것인가?
[에놀라 홈즈 시리즈], 2020년 전세계 영화 상영!
레전드리 픽처스에서 지난 해 여름 촬영을 시작한 [에놀라 홈즈 시리즈]가
드디어 올해 개봉된다. ‘에놀라’ 역의 밀리 바비 브라운([기묘한 이야기], [고질라]주연), ‘셜록’ 역 의 헨리 카빌([슈퍼맨]주연), ‘마이크로프트’ 역의 샘 라플린([미비포유]주연), ‘엄마’ 역의 헬레나 보넘 카터([레미제라블]) 등 최고의 출연진이 출연하여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다.
“자율적이고 유능하고 독똑한 소녀 탐정의 이야기인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 밀리 바비 브라운
여섯 살짜리의 허리둘레를 가진 절세미인 공작부인의 실종!
셜록, 마이크로프트, 에놀라 홈즈, 드디어 하나로 뭉치다
사라진 공작부인을 찾는 데 실낱같은 단서가 되어줄, 부인의 체취가 묻은 손수건. 계획을 시도하기 위해선 셜록 홈즈가 솔로몬 섬 주민들을 추적할 때 이용했던 스패니얼 견, 토비의 도움이 절실했다. 어쩔 수 없이 에놀라는 셜록에게 연합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 제안을 수락하는 대신 셜록은 에놀라에게 의중을 알 수 없는 조건을 내건다. 에놀라에게는 아직 두렵기만 한 존재인 마이크로프트 홈즈도 이 일에 함께해야 한다는 것. 촌철살인 대탐정 셜록, 그의 만만치 않은 형이자 영향력 있는 정부 관리 마이크로프트, 그리고 좌충우돌 모험 가운데 셜록의 감탄마저 자아낸 소녀 탐정 에놀라, 드디어 한데 뭉친 홈즈 삼남매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이들의 관계는 어떤 울림을 줄지 흥미진진한 전개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극악무도한 자의 손에 들린 칼이 무방비 상태의 내 목을 향해 휙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결정적인 순간, 악당의 손에는 엄청난 힘이 실린 지팡이가 내리쳐졌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악당이 손에 쥐었던 무기가 땅으로 내팽개쳐졌다. 다음 순간, 셜록 오빠는 그자의 등 뒤로 두 팔을 비틀고는 그 보잘것없는 악당의 몸을 단단히 붙잡았다.
나는 입을 열어 셜록 오빠에게 감사를 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기회는 없었다. 바로 그때 실로 흉측한 보닛을 쓴 거대한 형체가 오빠를 덮쳤기 때문이다. 컬헤인 부인이 돌아왔던 것이다. 그녀의 체중이 실린 공격을 받은 오빠가 비틀거리며 넘어질 듯 휘청거렸다. 맙소사, 이 공격으로 오빠는 악당을 잡고 있던 손을 놓쳤고, 그길로 악당은 도망쳤다. 나는 오빠에게서 컬헤인 부인을 떼어놓으려 애썼지만 오히려 그녀는 날 옆으로 밀쳐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만큼 몸집이 큰 누군가가 그녀의 팔, 그러니까 마구 흔들어대던 그 팔을 꽉 움켜잡았다. 마이크로프트 오빠였다. 그렇게 오빠는 컬헤인 부인을 셜록 오빠에게서 떼어낸 뒤 진흙으로 내던져 그녀의 지방 덩어리 엉덩이를 주저앉혔다. (p. 163)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악당으로부터 도망쳐야 할 절호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꼼짝없이 진흙탕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공작부인. 코르셋 같은 끔찍한 고문 장치 없이는 혼자 앉을 수도, 설 수도, 걸을 수도 없게 된 변형된 몸이 에놀라 일행에게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에 분노하는 에놀라…… 소설은 빅토리아 시대 억압받는 여성상에 반기를 들고 개혁과 자유를 추구했던 여주인공의 지금까지 행보를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블랑슈플뢰르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코르셋을 입고 다녔다고 그녀의 하녀들이 내게 말해줬었다.
정말로, 나는 여섯 살짜리의 허리를 가진 여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런 실제 사례를 본 적은 없지만, 엄마가 자신이 지니고 있던 『의상 혁명 저널』에서 그런 사례 ― 그런 불구가 된 사례 ― 를 내게 읽어준 적이 있다.
“맙소사!” 비록 이 불운한 부인한테는 아니었지만, 갑자기 울분이 치밀었다. 나는 그녀의 반듯이 누운, 변형된, 기형적인 몸 맞은편에 있던 오빠들을 노려보았다. “분명히 공작부인은 최고의 기숙학교로 보내졌겠죠, 마이크로프트 오빠!”
“대체 지금 이 상황이…….”
“이분의 허리가 오랫동안 너무 조여진 바람에……” 순간 신체가 위축되었다는 말은 떠오르지 않았고 그 바람에 더욱 화가 치밀었다. “이분은 온 힘을 오로지 의복에만 내맡긴 채 생활해온 터라 이제 코르셋 같은 끔찍한 고문 장치에 둘러싸여 있지 않으면 앉을 수도, 설 수도, 걸을 수도 없게 된 거예요!” (p. 165~167)
‘자유’의 상징인 ‘집시’와 엄마의 마지막 행보에 수긍하는 에놀라,
자신의 방식대로 딸을 사랑했던 엄마의 마지막 편지!
‘자유’의 상징인 ‘집시’와 엄마의 마지막 행보에 수긍하는 에놀라는 시리즈 내내 그러한 주제를 비쳐왔듯이 관습에 맞서고 개혁에 앞장서는, 자기 삶의 주체로서의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에놀라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찾고, 거기서부터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나가는 ‘순수, 열정, 자유’의 영혼 그 자체였던 것이다. 여성 참정권론자이자 개혁과 자유를 외쳤던 엄마의 행보를 따라 에놀라는 그 고귀한 가치를 스스로 실천해 보인 셈이다. 자신의 방식대로 딸을 사랑했던 엄마, 유도리아 버넷 홈즈의 편지가 시리즈의 결말을 암시한다.
내가 여성의 권리를 그토록 열렬히 옹호해온 한 가지 이유는,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삶이며, 사람이라면 그 삶을 최대한 제대로 잘 살 권리가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 에놀라, 넌 항상 네 나이보다 현명했다. 그래서 난 네가, 먼저 사람이 되지 않고는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 흔히 그러듯 가족, 남편, 아이들이 한 여자의 자아와 꿈을 훔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 에놀라, 나는 내가 스스로에게 진실되지 않다면, 네게 줄 수 있는 모성 또한 전부 거짓이 되리라고 믿었다. 내가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태어날 순 없지만, 어쩌면 난 결혼하고 엄마가 되어선 안 될 사람이었을 듯싶다. 그렇기 때문에 너희 오빠들이 하나같이 독신이라는 것도 내겐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어쩌면 너도 부모가 되지 않으려 할 테고, 어쩌면 그게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p. 196~197)
드디어 암호가 풀린 엄마의 편지. 과연 에놀라에 대한 두 오빠의 선택은?
시리즈의 마지막 권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에놀라와 셜록 남매간의 진정한 애정과 신뢰가 단단히 다져짐을 볼 수 있다. 가부장적인 사회의 틀 속에 갇혀 관습으로 얽매인 삶을 살아온 공작부인의 실종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삼남매의 이해관계가 발전한다. 더불어 암호 가득한 엄마의 편지를 합심하여 해독해내는 동안 세 사람은 진정한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게 된다. 그들에게 다시 가족이라는 따뜻한 울타리를 만들어준, 그리고 남녀를 불문하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각자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남긴 엄마의 편지는 결국 이 시리즈가 해피엔딩의 여부를 떠나 하나의 완벽한 결말을 이루었음을 보여준다.
“에놀라, 네 생일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 일은 이제 전적으로 나한테 달린 것 같구나.”
“오빤 이미…….” 내가 말하려 하자, 오빠가 선수를 쳤다.
“내가 말하마. 우선, 미안하다.”
“그러지 않아도 돼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조용히 내 말을 들으렴. 여학생 기숙학교라는 말을 어디서 주워듣고는 네게 그곳에 대해 언급해서 미안하다. 최근 알게 된 사실로 보자면, 난 더 이상 널 그런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 게다가 난 그동안 널 너무 과소평가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단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때 난 널 당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야겠다고, 비쩍 말라 방치된 이 아이를 구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정말이지 내가 감당하고 책임져야 할 아이로 여겼단다. 하지만 그 후 네가 보여준 행적은, 물론 때론 터무니없다고 여길 때도 있었지만, 내가 상당히 오해했다는 걸 입증해줬단다.” 대체로 다도 도구들을 쳐다보며 말하던 오빠가 갑자기 빳빳하고 수북한 눈썹 아래로 날 뚫어져라 쳐다봤다. “너에게 해를 끼칠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는 걸 이해해주기 바란다.”
(p. 202~203)
[에놀라 홈즈 시리즈] (전6권)
『사라진 후작The Case of the Missing Marquess』(1권)
『왼손잡이 숙녀The Case of the Left-Handed Lady』(2권)
『기묘한 꽃다발The Case of the Bizarre Bouquets』(3권)
『별난 분홍색 부채The Case of the Peculiar Pink Fan』(4권)
『비밀의 크리놀린The Case of the Cryptic Crinoline』(5권)
『집시여 안녕The Case of the Gypsy Goodbye』(6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