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설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모험과 용기의 이야기
『우투리 하나린』은 우투리 설화로부터 시작된다. 설화 속에서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아기 장수 우투리는 비범한 능력을 지니고 많은 이들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싸워 나가지만 비극적으로 결말을 맞는다. 우투리 설화는 사람들 입을 통해 전해져 왔으며 다양한 시대와 이야기로 존재해 왔다.
이 하늘을 날고 힘이 엄청났던 우투리의 후손이 사람들 틈에 숨어 지내고 있다는 설정으로 『우투리 하나린』은 시작된다. 우투리의 힘을 이용하고자 하는 무리와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살려고 하는 우투리 후손들의 모습들 속에서 평범한 주노가 용마로 거듭나는 과정이 이야기가 펼쳐진다. 친구를 위해 용기를 내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함께 정의를 위해 뭉치는 영웅 이야기가 아이들의 일상으로부터 공감을 얻으며 그려진다.
일상 속 개연성 있는 공감을 주는 한국형 판타지
엄마가 일하러 가면서 어린이날에 남들처럼 놀러가지도 못하는 한 부모 가정의 아이, 주노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린이날에 친구 집에 어떻게 놀러 가냐며 투덜거리는 주노는 뒷산에 혼자 오르고, 나린이의 비밀을 엿보게 된다. 말도 안 되는 비밀을 알게 된 주노는 엄마한테 얘기하지만, 엄마는 믿어주지 않을 뿐 아니라 혼내고, 친한 친구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전혀 믿어주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앞에 두고 일상에서 반응할 수 있는 자연스런 모습들이 한국 어린이들의 공감을 쉽게 얻는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상황을 조금씩 독자에게 납득시켜 가는 과정이 그려지면서 우투리와 용마의 전설이 다시 시작된다.
2권을 예고한 『우투리 하나린』은 1권에서 우투리 하나린과 용마에 대한 공감에 더 신경을 썼다. 우투리 하나린의 초자연적인 능력과 제이슨과의 대결이 더 재미있을 수 있지만, 장면의 재미보다 더 중요한 개연성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로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선택한 21세기 방정환 문학
제2회 다새쓰 방정환 문학 공모전에서는 방정환 선생님의 뜻을 이어, 어린이 독자를 존중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최종 심사 단계에서 어린이 심사단이 직접 읽고 심사한 의견을 참고하여 대상을 결정하였다. 심사한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일부 저학년 아이들은 책의 분량이 많아서 이해하기 어려워했지만, 고학년 아이들은 엄지를 치켜 들며 『우투리 하나린』에 대해 뜨거운 응원을 보내 주었다. 특히 심사위원은 공모전의 취지에도 잘 부합될 뿐만 아니라,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용기와 연대의 의미를 짜임새 있는 서사에 잘 녹여낸 수준 높은 작품으로 평가하였다.
특히 방정환 선생님이 살아생전에 강조했던 ‘문학으로서의 재미와 유익함’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처음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깔끔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표현이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또한 소윤경 작가의 환상적이면서 간결한 그림이 이 책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 작가 후기 ◆
문장으로 완성하는 세계
저는 소설을 쓸 때마다 직선을 떠올립니다. 글자와 단어를 조합해 만든 문장이 꼭 직선 같습니다. 생겨 먹은 것도 가로선 형태이니 문장을 직선으로 봄 직합니다. 단문은 짧은 직선, 장문은 긴 직선입니다. 직선들을 그어 단락을 완성합니다. 단락을 통해 장면이나 감정이 선명히 잡혀야 합니다. 한 장을 읽은 뒤에는 다음 장을 읽고 싶어지는 게 좋습니다.
나 혼자 좋아서 쓰는 글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읽힐 목적으로 쓰는 글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도 시간과 힘을 들여야 합니다. 저절로 되는 일이란 없습니다. 선을 긋고 지우고 다시 긋습니다. 문장으로 그린 인물, 사건, 배경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지우고 다시 시작합니다. 이 일의 좋은 점은 노력을 기울이면 결과가 나온다는 겁니다. 매일 자리를 잡고 앉아 선 긋기와 비슷한 노동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하나의 세계를 완성해 갑니다.
문장으로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일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의지(욕망)입니다. 어떤 세계를 완성하고 싶고 그 세계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전하려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놓치는 순간 이야기는 방향을 잃습니다. 가끔은 내 안의 애타는 것들을 연료로 삼아 세계를 완성하는 일의 엔진을 돌리기도 합니다.
하늘을 나는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던 건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많은 시간과 힘을 들여 완성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때는 소설 쓰는 훈련을 하지 않았던 터라 발표할만한 작품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하늘을 나는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만은 오롯이 남았습니다. 가슴 한 켠에 고인 욕심을 끄집어내어 다시 만든 이야기가 『우투리 하나린』입니다.
어린 시절 하늘을 날고 싶다는 마음 한 번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목에 보자기를 두르고 담장 위와 미끄럼틀 위에서 떨어지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수업이 지루하면 창밖 하늘을 보면서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을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어른이 된 뒤 어떤 강연장에서 아기 장수 우투리 설화를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우투리 설화를 들었던 첫 순간을 기억합니다. 어쩜 그럴 수가 있어. 어쩜 그렇게 비참하고 분하게, 아무것도 못 하고 죽어버릴 수가 있어. 그런 생각에 가슴이 아렸습니다. 강연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우투리는 그렇게 서럽게 죽어서는 안됐다고 말입니다.
하늘을 나는 사람을 소재로 다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우투리 설화를 떠올렸습니다. 오랜 저의 욕망과 우투리의 설화의 서러움이 철컥 맞물렸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우투리 하나린을 불러왔고 그 옆에 용마 주노를 세웠습니다. 『우투리 하나린』을 쓰는 내내 저는 우투리 설화와 예전에 완성했던 긴긴 하늘을 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그 둘이 어우러져 빚은 힘으로 1권을 완성했고 다음 2권과 3권도 쓰는 중입니다.
『우투리 하나린』 1권을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그것도 제2회 다새쓰 방정환 문학 공모전 대상이라는 영광과 함께 말입니다. 한국 방정환 재단에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밝은미래 출판사에도 감사드립니다. 1권을 읽고 나면 주인공 하나린과 주노가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궁금해질 겁니다. 독자 여러분께 앞으로 2권과 3권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약속드립니다. 하늘을 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었던 욕심이 컸던 만큼 완성도 높고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 심사평 ◆
방정환 탄생 120주년, 어린이에게 다시 아름다운 선물을
방정환은 동화를 어린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지고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아동 문학을 시작하면서 첫 번째로 번역하여 출판한 동화집의 제목을 『사랑의 선물』이라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랑의 선물로서 동화는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할까. ‘선물’은 받을 상대를 귀하게 여기고, 선물을 받을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때 적절한 것이 될 수 있다. 제대로 된 선물이라면 주는 쪽보다 받는 편에서 기쁘고 즐겁고 꼭 필요한 것이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어린이가 인격적으로 존중받고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때,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을 잘 헤아려 줬을까 놀랄 수 있을 때,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벅찬 감동을 받게 될 때, 동화는 어린이에게 주는 아름다운 예술로서, 값진 선물로서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새쓰 방정환 문학 공모전’에는 ‘21세기에 새로 읽는 방정환’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방정환의 작품을 단순히 인용하고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방정환의 문학 정신과 태도를 우리 시대에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 이 공모전의 궁극적인 목적인 것이다. 때문에 공모전 공지에도 미리 밝혔듯, 심사의 기준은 첫째, 방정환의 작품을 충실하게 이해했는가, 둘째, 작가의 참신한 발상과 새로운 해석이 엿보이는가, 셋째, 동시대 독자와의 공감과 시대성을 확보했는가, 넷째, 방정환이 늘 강조했던 문학으로서 재미와 유익함을 두루 갖추었는가이며, 특별히 이번 해에는 어린이 독자를 존중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최종 심사 단계에서 어린이 심사단이 직접 읽고 심사한 의견까지 참고하기로 했다.
본심에서 다루어진 작품은 모두 7편이었다. 그 중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에게 주목을 받은 작품은 『어린이날이 사라진다고?』와 『우투리 하나린』이었다. 『우투리 하나린』은 방정환의 탐정소설뿐만 아니라 아기장수 설화까지 능란하게 재해석한 창의성이 돋보였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이런 아기장수, 이런 용마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공모전의 취지에도 잘 부합될 뿐만 아니라,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용기와 연대의 의미를 짜임새 있는 서사에 잘 녹여낸 수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최종적으로 『우투리 하나린』을 대상작으로, 『어린이날이 사라진다고?』를 우수작으로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본래 공모전에서는 대상 1편만을 선발하고 대상이 없을 경우에 한하여 우수작을 선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두 작품을 본상으로 시상하기로 하였다. 올해는 방정환 탄생 1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여서 보다 많은 작품이 독자와 만나면 좋겠다는 희망도 있었고, 무엇보다 두 작품에 대한 어린이 심사단의 응원이 열렬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어린이 독자의 소감에 공감한다. “짱!!!”도 함께. 뜻깊은 해에 수상자가 되신 두 분께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 심사위원 임정진 (동화작가,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 심사위원 조은숙 (아동문학연구자, 춘천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 심사위원 박숙경 (아동문학평론가, 계간 창비어린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