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늘날의 경영은 실패했는가?
현대 경영의 위기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가?
「뉴욕타임스」 기자 앤드루 로스 소킨은 2008년 9월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힘의 집중’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대형 금융회사 경영자들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를 좌초시킬 만큼 막대한 힘을 휘둘렀으며, 정부는 그런 힘을 분산시키거나 억제하려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아무 견제도 받지 않는 집중된 권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초래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골드만삭스다.
2008년 부실자산구제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은 여러 금융회사에 긴급금융을 제공했는데, 골드만삭스도 그중 하나였다. 골드만삭스는 2009년 4월 긴급 구제금융 중 100억 달러를 조기 상환했고, 같은 해 2분기에 30억 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 이익을 보고했다. 골드만삭스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보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광범위한 힘을 교묘히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골드만삭스는 부채담보부 증권의 일종인 모기지 파생상품에서 이익을 거뒀는데, 골드만삭스는 소매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에게 이 상품을 적극 추천하면서도 뒤로는 이 파생상품의 가격을 몰락시켜 양쪽 모두에서 높은 차익을 남겼다. 더욱 경악할 만한 것은 골드만삭스가 자사의 세력을 동원해 파생상품을 포함한 여러 복잡한 거래를 성사시켰고, 이것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왜 경영학은 인문학인가? 경영의 실패를 보여주는 위의 사례는 위기에 처한 현대 경영을 인문학으로 바라봐야 하는 결정적 단초가 된다. 연달아 터지는 기업 스캔들, 윤리 의식도 없어 보이고 세상과 소통할 줄도 모르는 경영진의 행동으로 인해 대중은 반감 어린 태도로 경영을 바라보게 되었다.
피터 드러커가 철학, 인문, 고전에서 찾은
CEO가 잃어버린 경영의 가치
오늘날 인문학자들과 현직 경영자들은 서로를 경멸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는 ‘현실 세계’와 ‘상아탑’ 간의 차이는 곧 책략으로 이어졌다. 교수들은 단지 훈련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 논증의 활용, 효과적인 소통 능력 등, 학생들에게 광범위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기술을 익히도록 돕는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전문가는 학교가 직업에 초점을 맞춘 훈련만 강요한 나머지 대학 졸업생들이 그런 분야에서 종종 약하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는 경영이 자신들 아래에 있는 학문이라고 여기고, 경영계는 학계가 현실 세계와 동떨어져 있다고 느낀다. 이런 격차의 일부는 드러커가 경영을 인문학, 즉 가치의 개념으로 보려는 비전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학계는 이윤 추구 활동이 학문의 자유라는 성역을 침해한 ‘오염된’ 활동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학자에게 있어, 상업과 관련된다는 것은 독립적인 학문적 탐구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 한편 경영계에서 볼 때, 돈은 일상생활의 본질이고 존재의 생명선이나 마찬가지다. 돈이 조직의 지속성을 유지시켜주며 직원들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데 가치를 두는 것이다.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을 성취시키는 일, 그리고 그 둘의 이해관계를 결부시키는 일은 가치의 조화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바로 드러커가 기술이나 전략보다 가치에 초점을 맞춘 이유다.
오늘날 미래의 경영자, 전문가, 기업가들은 오직 이익 추구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배우고 영속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훌륭한 경영, 훌륭한 사회, 그리고 훌륭한 사업실적을 낼 수 있도록 시대를 초월한 신실을 일깨워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이 책은 정치과학, 역사, 경제 이론, 인문학의 기본 개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드러커의 주장을 자세히 검토한다. 또한 역사적 리더들이 올바른 개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그리고 시민사회와 건강한 경제의 관리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의존했던 원칙들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영철학을 창조했다.
‘아르테스 리베랄레스’,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이 CEO에게 미치는 의미
이 책은 경영학에 대한 두 가지 접근법을 통합해서 보여준다. 한쪽은 경영 시스템과 원가 관리,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인 경영학 교수들의 접근법이다. 다른 하나는 역사가들의 접근법이다. 그러나 양쪽 다 피터 드러커를 잘 알고 있으며, 그의 연구를 광범위하게 분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인문학으로서의 경영학을 정의한다. 1장은 인문학의 여러 분야가 드러커의 사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집중적으로 관찰한다. 드러커는 기능적 조직으로 이루어진 도덕적 사회를 꿈꾸었으며, 신학, 철학, 정치 이론, 경제학 연구는 그의 여러 저서에 영향을 미쳤다. 2장에서는 경영 교육과 인문학의 역사적 연결 관계를 논한 뒤, 이런 연결 고리가 끊어졌을 때 치러야 했던 대가를 알아본다. 3장은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이 인문학과 경영학에 어떤 공헌을 하는지 논한다. 이후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네 가지 핵심 주제를 다룬다. 4장에서는 연방주의를, 5장에서는 인간적 차원을, 6장은 리더십을, 7장과 8장에서는 사회생태학을 논한다. 연방주의를 다룬 4장에서는 정치 철학을 현대 조직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5장에서 인간 실존의 본질을 개념화해줄 기본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종교 이론과 계몽주의 이론을 활용한다. 6장에서는 미국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에이브러햄 링컨을 분석해 드러커의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십 개념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7장과 8장에서는 사회생태학자의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사회학, 경제학, 경영 사상가들의 생각을 인용한다.
조직은 인간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인간은 천사처럼 행동할 능력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제멋대로 행동하려고 한다. 인간에게 리더십을 부여해 조직의 사명이 완수되도록 돕는 것이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이 맡아야 하는 1차적 과업이다. 우리 사회는 경영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필요로 한다. 잘못된 경영으로 고통 받는 것은 비단 비즈니스업계뿐만이 아니다. 불행히도 이런 문제는 사회 각 조직에 팽배해 있다. 탐욕과 인간에 대한 배려 부족은 단지 기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드러커가 보여주었듯,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은 활동이나 지위와는 상관없이 모든 조직에 적용될 수 있다. 우리가 이상적인 사회를 이룩할 수 있으리라고는 확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루어낼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노력할 수 있다. 일이 의미가 있고, 리더십에 진정성이 있으며, 경영진은 자신의 역할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것임을 자각하고, 조직은 자신의 의무가 공동선을 위한 것임을 인식하고 있는 사회.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이 있는 한, 드러커가 상상한 사회가 실현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