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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1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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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47.45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012394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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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 2024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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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부분이 도시 생활을 하는 요즘 사람들이 곤충(소위 벌레)을 만나는 상황은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다. 주로, 집 안에서 해충이라고 생각하는 바퀴벌레, (초)파리, 모기, 거미(곤충은 아니지만)와의 인상 찌푸린 만남이 있을 뿐이다. 물론 그 작은 것들이 보기에 덜 예쁘고, 세균을 퍼뜨리고, 몸을 벅벅 긁게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우선 그들(곤충)은 사람보다 훨씬 오래전에 진화했으며(그것도 무려 4억 년 이상), 주거지를 광범위하게 침입한 것은 사람이지 곤충이 아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진화적으로 결코 하찮은 존재가 아니며, 단지 도시라는 인간이 만든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을 뿐이다.
이제 조금은 너른 마음으로 곤충을 바라보자. 그러면 아래 질문의 정답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며, 정답에도 얼굴을 덜 찌푸릴 것이다. 물론 곤충과 관련 있는 정답이다.
Q. 젤리빈, 바이올린, 사과의 공통점은?
A. 곤충에서 추출한 물질을 사용한다.
랙깍지진디라는 곤충이 식물의 수액을 섭취한 뒤 배출하는 물질인 ‘셸락’은 코팅, 접착제 등 식품 및 제약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바이올린은 그렇다 쳐도, 먹을거리인 젤리빈과 사과의 반짝거리고 미끈미끈한 코팅에 곤충이 사용된다니 이상하면서도 신기할 따름이다.이 책에는 흔히 접할 수 없는 곤충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노르웨이의 곤충학자인 저자는 곤충의 생태, 자연에서의 곤충의 역할, 곤충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한 문체로 풀어나간다. 또한 글의 호흡이 길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으며 재미도 있어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놓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지구는 (사람이 아닌) ‘곤충의 행성’이다. 최초의 곤충은 4억 7900만 년 전, 지질시대로 치면 데본기 즈음 처음 등장했고, 공룡을 멸종 시킨 T-K 멸종까지의 다섯 번의 대멸종에서도 살아남아 지구 곳곳에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니, 이 즈음하면 ‘곤충의 행성’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개체 수나 종수로 따져도 사람은 명함도 못 내민다. 인구 한 명당 2억 마리가 넘는 곤충이 있으며(15p), 저자의 재미있는 표현대로 ‘생물 다양성 유엔’에서 곤충들은 전체 투표권의 절반 이상을 치지하는 지배 세력(17p)이다. 다시 말해 생물 종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는 말이다.
곤충이 이렇게 크게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곤충의 크기가 대단히 작다는 것이다. 덕분에 포식자들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으며, 자원 이용에서도 유리하다. 둘째, 융통성과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날개 덕분에 공간 활용이 용이하며, 유충과 성충의 서식처와 먹이원이 달라, 이를 두고 서로 다툴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는 곤충의 놀라운 번식력이다. 초파리 암수 한 쌍을 1년간 키우면, 1트레데실리온 마리(10의 42승)의 초파리가 되는데, 이 수가 어느 정도인지 아래와 같이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1트레데실리온 마라의 초파리를 한데 모아 최대로 압축해 커다란 초파리 공을 만들면 지름이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보다 긴 구체가 된다. 초파리에게 적이 많은 것은 참으로 잘된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에는 인간이 발을 딛고 살 장소가 없을 테니까(57p).
책의 상당 부분은 이러한 곤충의 융통성, 적응력, 번식에 관한 많은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중 흥미롭고 신기한 사례들 중 세 가지만 뽑아 보았다.
1. 초파리의 한 종은 정자의 길이가 6센티미터에 육박해 몸길이보다 20배나 더 길다. 정자의 꼬리가 길수록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알을 수정시키는 시합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 진딧물은 주기적으로 단성생식으로 개체 수를 늘리는데, 가을이 오면 변화가 일어난다. 진딧물 암컷들은 수컷과 암컷을 모두 생산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암수가 교미하여 수정된 알을 낳는다.
3. 포시자 또는 기생체가 다른 종의 신호를 흉내 내 신호 수신자를 이용하는 행동을 ‘공격형 의태’라고 하는데, 점박이베짱이는 매미가 구애할 때 보내는 신호를 흉내내어 매미 수컷을 불러들인 다음 잡아먹는다.
이런 곤충의 4분의 1이 현재 멸종 위험에 처해 있다. 인간이 지구의 땅을 농업, 가축 방목, 건설 목적으로 변형시키고 개발한 결과 생물의 서식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곤충이 중요한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곤충들은 먹이 그물에서 중요한 먹잇감으로 생태계 유지에 중요하다. 둘째, 인간의 관점에서의 중요성으로 의학, 산업, 인명 구조 등에 활용가능하. 셋째, 모든 종은 생명으로서의 잠재력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가지 이유 모두 중요함이 분명하다. 개별 곤충 종들은 오랜 시간동안 서로 적응된 상호관계를 통해서 다른 종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것이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기초이기 때문이다(248p). 그러나 저자도 강조하고 있듯이, 앞으로 더욱 중요시 되어야 할 것은 바로 세 번째 이유,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나 종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곤충의 가치는 단순한 유용성 이상이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의 중요성을 에드워드 윌슨이 말한 생명애(biophilia), 다시 말해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사랑으로 설명한다.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은 자연과 밀접한 접촉을 유지할 때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210p). 마지막으로 지구가 인간의 행성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에드워드 윌슨의 말을 재인용하고자 한다.
진실은 우리는 무척추동물이 필요하지만 그들에게는 우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인간이 당장 내일 사라진다고 해도 세상은 거의 변화를 겪지 않을 것이다. ...... 그러나 무척추동물이 사라진다면 인간이 불과 몇 달이나마 버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249p에서 재인용).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곤충 관련 서적은 상당히 많으나 읽어본 책 충 추천 서적 세 권.
1.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며, 정보도 풍부하다.
2. <<곤충 연대기>> - 곤충의 성공을 진화적 맥락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3. <<인섹토피디아>> - 인간과 곤충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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