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뿌리가 튼튼해야 나라가 산다
100년 농민의 한을 푼 신정훈이 걸어온 우직한 삶의 이야기
뉴스에서는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국회의원들을 많이 본다. 반면 한국의 농어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지역에서 성실하게 삶을 일구는 농어민을 대변하는 정치인 신정훈의 우직한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어떤 계기로 농민운동을 시작했으며, 어떤 활동을 벌였나?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했고, 앞으로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숨 가쁘게 전개된 한국 현대사와 미래 균형 발전을 위한 한반도의 비전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신정훈의 본격적인 농민운동은 ‘수세 거부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세(水稅)는 농민들이 물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농지개량조합’에 납부하는 조합비였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더욱 확대되었고, 80년대 후반에는 매년 1000억 원씩 거둬들였다. 신정훈과 나주의 젊은 활동가들은 농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수단인 수세 거부 운동을 벌여 나주농민들과 함께 1989년 2월 수세의 반값 인하와 1997년 수세의 완전 폐지를 이끌었다. 이는 농민이 관을 향해 자주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농민운동이라는 점에 의의가 크다. 이후 신정훈은 모든 여정을 농민들과 같이했다. 최연소 무소속 도의원과 나주시장에 연거푸 당선될 때도 농민 동지들의 뜻을 물었고,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보궐선거에 나갈 때도 체육관에 모인 1000여 명의 농민들의 지지를 얻고 입당했다. 이후 녹색 돌풍이 호남 정치를 덮을 때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호남 선거의 책임자로서 새 정부를 탄생시켰고, 초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을 역임했다.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시절에는 청년의 농촌창업을 지원하는 청년창업농정책의 도입과 농작물 재해피해 복구비를 대폭 인상했으며, 쌀 목표 가격 정상화를 위해 밤낮으로 뛰었다.
그는 ‘지방소멸’이라는 불안한 미래를 가장 먼저 내다본 정치인이자, 미래를 위한 포석을 하나하나씩 두는 전략형 리더다. 지방살리기 3대 법안 입법운동에 앞장섰으며, 행정수도 위헌판결에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 시위로 맞섰다. 참여정부가 혁신도시 계획을 발표하자, 나주혁신도시 유치를 기획하고, 광주와 협상을 해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를 이끌어냈다. 문재인 정부에 산학연 클러스터의 구축과 미래 신산업의 선점을 위한 한전공대 공약을 처음 제안했으며 그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농어민을 위한 정치를 현장에서 실현하고자 지난 지방선거 도전해 다시 고향 나주로 돌아온 신정훈은 지금도 배 농사 등을 지으며 농민과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미문화원 점거사건부터 지역 정치 미래 비전까지
이 책은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더불어 한 걸음 내딛는 정치’에서는 미 문화원 점거사건으로 수감 중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담겨 있다. 뒤늦게 도착해 관을 열고 아버지에 마지막 절을 했던 송구함으로 그가 농민과 지역 정치에 몰입한 과정을 담고 있다. 이후 나주 청년들과 함께해 수세 거부 운동을 이끄는 과정을 담고 있다. 농민들의 권유로 1회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도의원에 당선되었고, 이후 나주시장까지 이르렀다. 이후 대선에서 호남에 상주한 김정숙 여사와 적극적 운동을 통해 호남지역에서 녹색 바람을 잠재우고, 문재인 후보가 압승하는 역할 등을 보여준다. 2장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는 그의 정치 철학 전반을 볼 수 있다. 많은 음해 속에도 가족과 함께 고향을 지킨 것은 그의 신념 때문이었다. 도의원, 시장, 국회의원,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그의 정치철학이 생긴 배경을 알 수 있다.
3장 ‘지방소멸이 아니라 지방 부흥의 시대로’는 그가 나주시장에 재직하면서 지방정치를 바꿨던 여정을 중심으로 다뤘다. 전국 최초로 친환경 학교급식 조례를 제정하고, 지금은 전국으로 확산한 마을택시를 도입하고, 나주가 가진 역사문화를 되살리고, 주몽 세트장 등 지역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4장 ‘지역의 뿌리가 튼튼해야 나라가 산다’는 그가 가장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지역 발전에 대한 전반을 다룬다. 그의 지역구인 나주시와 화순군이 지역의 특성에 맞는 미래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치적 비전과 과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농업이나 관광은 부수적인 사업이 아니라 급속히 성장하는 동아시아 경제체제에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이고, 나주의 에너지 신산업과 화순의 바이오 메디컬 산업을 통해 지역의 미래 일자리와 먹거리를 만들어가는 길을 제시한다.
『지방에도 희망이 있는 나라』에서는 신정훈의 질곡한 정치 여정과 더불어, 지방과 농어업 등에 희망의 디딤돌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블루오션은 ‘농업과 관광업’에 있다고 말한다. 지역을 개발함으로써 수도권 과밀화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한반도 국가 발전을 이끌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지역의 뿌리가 튼튼해야 나라가 산다”라는 그의 신념을 따라가다 보면 한 단계 도약할 한국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