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자이너 모놀로그』 10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전세계 119개 국가에서 상연된 살아 있는 여성 바이블
전세계 119개 국가에서 45개 언어로 상연되어 전세계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킨『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지난 2008년 10주년을 맞았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연극을 위한 모놀로그 대본에서,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성폭력 반대 운동인 브이데이의 교본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다. 이번 개정판은 그러한 변화와 발전의 기록이다. 저자 이브 엔슬러는 새로 쓴 서문에서 그간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이룬 변화의 모습들과, 앞으로 바뀌어야 할 우리 의식의 모습들을 따스하고도 냉철하게 바라본다. 개정판에는 또한 연극을 통해 이미 알려졌으나 초판에는 실리지 않았던 모놀로그 3편(「그가 그것을 보기를 좋아했기 때문에」「분노한 나의 보지」「음문 클럽」)이 추가되어 팬들에게 반가움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초판에 비해 크게 2개의 장이 추가되었는데, 전에 출간된 적 없는 5편의 모놀로그를 담은 ‘스포트라이트 모놀로그’와 브이데이 운동의 10년 역사를 정리한 ‘브이데이’가 그것이다.
스포트라이트 모놀로그 Spotlight Monologues
_한국 위안부 여성들에게 바치는 모놀로그 「말하라」 수록
스포트라이트 모놀로그는 지난 2002년부터 브이데이가 추친해온 ‘스포트라이트 캠페인Spotlight Campaign’을 위해 쓰인 모놀로그 5편을 담았다. 브이데이는 이 캠페인을 통해 폭력을 경험한 특정 지역의 여성 집단에 해마다 언론과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후원금을 모집해왔다. 지난 2006년에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청하는 ‘위안부 여성에게 정의를’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쓰인 모놀로그 「말하라」는 위안부 여성 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어 한국인에게는 의미가 더욱 깊다. 또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와 멕시코 후아레즈에서 실종되고 살해된 여성들에 관한 모놀로그 「그녀 얼굴의 기억」, 여성의 선택권이 없는 아프가니스탄여성에 관한 「부르카 아래서」, 트랜스젠더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인 「그들은 내 소년에게서 나온 소녀를 때렸다…… 아니면 그러려고 했다」, 학대 받고 소외된 인디언여성들에 관한 「비뚤게 땋은 머리」가 수록되었다. 스포트라이트 모놀로그는 여성의 본질을 폭넓게 다루는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특히 여성폭력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이 모놀로그들은 폭력을 은유하거나 에둘러 다루지 않고, 현재 이 시대, 학대와 폭력이 행해지는 바로 그곳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여 독자들의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여성으로서 나는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위안부 여성 문제를 다룬 데 대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러한 문제들에 주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_진(브이데이 운동 한국인 참가자)
브이데이 V-Day
_「버자이너 모놀로그」로부터 촉발된 브이데이 운동의 10년 역사 총망라
마지막 장 ‘브이데이’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의해 촉발된 브이데이 운동의 10년 역사를 담았다. 브이데이는 이브 엔슬러가 뉴욕의 풀뿌리활동가들과 함께 지난 1998년 창립한 단체로, 브이데이의 브이는 빅토리Victory와 발렌타인Valentine 그리고 버자이너Vagina의 브이를 의미한다. 브이데이는 「버자이너 모놀로그」 대규모 자선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한편, 여성폭력을 허용하는 사회적 태도를 변화시키고 교육시키기 위해 수천가지 모임, 영화, 캠페인 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처음에는 대학 캠퍼스에서 시작하여, 미국 전역이 참여하는 축제가 되었고, 이제는 전세계 119개 국가로 뻗어나가 지난 10년간 5,000만 달러가 넘는 기금을 마련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브이데이 행사에는 글렌 클로즈, 케이트 블란쳇, 위노나 라이더, 수잔 서랜든, 우피 골드버그, 케이트 윈슬렛, 멜라니 그리피스, 브룩 쉴즈, 클레어 데인즈, 셀마 헤이엑, 앨라니스 모리셋 등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참여하여 더욱 빛을 발했다. 이 장은 버자이너 모놀로그와 브이데이의 10년 역사를 정리한 연표를 실었고, 이 운동이 음핵절제와 조혼 반대, 세이프하우스 건립 등 세계 곳곳에서 이룬 변화와 발전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았다. 뉴욕의 작은 극장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퍼져나가기까지 「버자이너 모놀로그」와 함께한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변화된 의식들이 그대로 나타난다. www.vday.org
당신의 보지가 입을 열었다!
여성육체의 가장 비밀스러운 곳에 관한 이야기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그것은 비밀이 됩니다. 비밀은 부끄러운 것이 되고 두려움과 잘못된 신화가 되기 쉽습니다. 나는 언젠가 그것을 말하는 것이 부끄럽거나 죄스러운 일이라고 느끼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기를 바라기 때문에 입 밖에 내어 말하기로 했습니다. (이브 엔슬러_‘들어가는 말’ 중에서)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극작가이자 시인, 사회운동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이브 엔슬러가 각계각층의 200명이 넘는 여성들과 한 내밀한 인터뷰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작품이다. ‘버자이너 모놀로그Vagina Monologues’, 즉 ‘보지의 독백’이란 제목의 이 책을 계약했던 미국의 한 출판사가 막상 원고를 받고는 계약금까지 포기해가며 원고를 반환했다는 일화는 이 책이 얼마나 센세이션을 일으켰는가 짐작케 한다. 그러나 ‘당신의 보지가 말을 한다면 무슨 말을 할까?’ 하는 발상으로 시작된 이 책은 출간 직후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시대 대표적인 페미니즘 작품으로 자리 잡는다.
이브 엔슬러는 작품에서 여성 性과 본질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한다. 첫 월경을 치르는 소녀들의 목소리가 혼성되어 있기도 하고(「나는 열두 살, 엄마가 내 뺨을 때렸어」), 보스니아 내전에서 군인들에게 강제로 성폭행당한 여성들의 절규도 있다(「보지는 내 고향」). 음모를 밀어야 성관계를 갖겠다는 남편의 요구에 못 이겨 자신의 음모를 모두 밀어버린 여성도 있고(「음모」), 매트에 누워 거울을 대고 자신의 보지를 처음으로 바라보는 여성의 기쁨에 벅찬 목소리도 있다(「보지 워크숍」). 혹은 잘 나가는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레즈비언으로서 여성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마냥 즐거운 여성도 있고(「보지 의 행복을 사랑하는 여자」), 어린 시절 이웃집 언니로부터 남자 없이 스스로를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된 내밀한 체험도 등장한다(「작은 짬지」). 감히 입 밖으로 말해지지 않아 추상적일 수밖에 없었던 ‘보지’라는 단어가 수없이 등장하면서, 어느새 이 단어는 손에 잡히는 실체가 된다. 이렇게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여성 신체의 구체화를 통해 여성이 자신들의 신체와 의식적인 관계를 갖도록 만들뿐만 아니라, 이러한 구체화 작업이 여성성 자체의 존재를 자각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전세계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킨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금기가 되어버린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거침없이 풀어내어 여성을 위한 바이블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위트에 넘치고 신랄하며 열정적이고 또 지혜로운 이 걸작은, 여성들에게는 그들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는 카타르시스의 공간이, 남성들에게는 여성을 사랑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소통의 공간이 되어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때론 통쾌한 웃음으로, 때론 가슴 저미는 아픔으로 여성성의 본질과 여성의 몸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