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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1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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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6쪽 | 614g | 173*240*15mm |
ISBN13 | 9788958206026 |
ISBN10 | 8958206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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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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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30여일 간 유럽 배낭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배낭 여행을 가기 전 목표가 방문하는 유럽 여러나라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꼭 가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예술에 대한 식견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순수한 호기심 그리고 배낭 여행 콘셉트를 박물관이나 미술관 방문으로 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여러나라를 여행하며 이동수단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젊음을 믿고 걷기를 주로 하며 돈을 아끼고 아껴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을 방문했습니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이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이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한 규모에도 놀랐지만 내부 벽화와 수많은 그림들, 그리고 궁전 밖 넓은 정원에서 수많은 꽃과 나무, 연못 등을 보며 보낸 하루는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의 감흥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강하의 <클래식 인 더 가든>을 읽으면서 10여년 전 프랑스 베르샤유 궁전과 정원을 거닐며 느꼈던 그날의 감정들이 되살아났습니다.
책 한 권에서 보고, 듣고, 걷는 상상의 즐거움이 제게 다가온 것입니다.
최근 운 좋게 클래식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클래식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습니다. 클래식에 관심이 증가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예술분야, 특히 그림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제 마음을 충족해 줄 <클래식 인 더 가든>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음악, 정원, 그림의 하모니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출판사 리뷰에서 이 책이 어떤 책인지 한문장으로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책은 총4부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에서 꽃과 나무, 정원을 소재로 그림과 음악이야기가 함께 펼쳐져 눈과 귀 뿐 아니라 걷는 상상을 주는 감흥 넘치는 책입니다.
음악과 그림 그리고 정원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과 '그림'이 자연을 묘사하고 재현하는 데 기원을 두고 있듯이, 자연을 삶의 공간 안에 두고 싶어 만든 것이 정원입니다. 정원 역시 자연의 미메시스(mimesis: 모방, 재현, 표현)입니다. 예술은 자연, 좀 더 범위를 넗히면 인간이 사는 현실세계에서 재현하고 묘사합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만 모방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술은 인간이 세계와 정서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통로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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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가 그린 <수련> 연작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품중 하나인 <수련 연못>입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이 지베르니입니다. 모네가 43세부터 8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40년 넘게 이 곳에 머무르면서 공들여 정원을 가꾸고 예술적 영감과 활력을 얻은 곳이라고 합니다.
정원을 직접 설계하고 꽃과 나무를 심으며 정성드려 가꾼 정원에서 모네는 오랜시간 머무르며 빛과 그늘을 만드는 태양의 움직임과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며 그 모습을 그림을 포착해 아름다운 그림들을 그리게 됩니다.
모네의 아름다운 <수련 연못> 그림 옆에 QR코드가 있습니다. 그림과 정원이 있으니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죠. 미묘하게 흔들리는 푸른 연못 위로 수련 꽃과 잎의 군락을 감상하며 레오 들리브의 오페라 <라크메> 중 '꽃의 이중창'을 들어보라고 저자는 고심해서 선별한 음악을 추천해 줍니다.
영국군 장교와 고승 닐라칸타의 딸이자 여사제인 라크메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인도의 어느 브라마 사원의 아름다운 정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페라 <라크메>를 QR 코드를 통해 두 여성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들어보니 모네의 <수련 연못>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걸 알게 됩니다.
대학시절 유럽 배낭여행 중 도착한 네덜란드에서 <반 고흐 미술관>은 지나칠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미술책에서 봤던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직접 본다는 설레임을 안고 미술관에 들어가 시대별로 정리한 반 고흐의 그림들을 만났습니다. 당시 미술에 '미'자도 모르는 미술 문외한이었던 제게 반 고흐의 그림들에서 정열적이면서 왠지 쓸쓸함이 엿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 했는데 빈센트 반 고흐의 정열적이었지만 평생 외로웠던 삶이 작품에 투영되었기 때문이라는 걸 한참의 시간이 흐른 이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태양의 화가이자 광기의 천재 빈센트 반 고흐는 스물일곱의 나이에 화가가 되었습니다. 서른일곱에 권총 자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약 10년간 화가로 살면서 2,0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으나 살아생전 팔린 작품은 단 한 점에 불과했던 불운의 천재는 가난과 고독, 기행의 삶을 살다가 죽은 후에야 불멸의 화가가 되었습니다.
고갱과의 갈등으로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는 등 광기에 휩싸여 아를의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되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고흐는 갈등과 고민 끝에 생폴 드 모졸 수도원의 요양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고흐는 높은 산들에 둘러싸였고 밀밭이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고요하고 한적한 수도원에서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두 개의 방을 배정받아 하나는 침실로, 다른 하나는 작업실로 사용하면서 1년동안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고, <별이 빛나는 밤>, <사이프러스나무>, <붓꽃>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작들이 바로 이 시기에 생폴 드 모졸 수도원의 정원에서 탄생하게 됩니다.
<생 레미 요양소의 정원> 그림 옆 QR코드로 전해주는 음악은 프레데리크 쇼팽의 <24개의 전주곡> 중 제15번D장조 전주곡 "빗방울"입니다.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낭만시대의 중요한 작곡가 쇼팽도 발데모사 수도원을 찾았을 때 고흐처럼 괴롭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당시 스물여덟의 쇼팽은 폐결핵을 앓고 있었고, 자신보다 여섯 살 많은 소설가 조르주 상드와 사랑에 빠져 있었으나 남편과 이혼 후 두 아이를 기르며 남장 차림으로 왕성한 문필 활동을 펼치는 조르주 상드와 사랑을 호사가들의 입방아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쇼팽은 비가 내리던 그해 겨울 깊은 밤, 외출 나간 상드를 기다리며 '빗방울 전주곡'을 썼다고 합니다.
QR코드를 통해 전해오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저자 김강하의 곡 설명을 읽으며 감상을 하니 수도원 밖 아스팔트, 흙길, 나뭇잎 위 그리고 수도원 차창, 지붕 등 대상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클래식 인 더 가든>은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꽃병과 국화다발>을 통해 자코모 푸치니의 현악 4중주를 위한 엘레지 <국화>를 들려주고, 구스타프 클림트의 <이탈리아 정원 풍경>을 통해 프란츠 슈베르트의 <봄의 신앙>을, 에티엔 알레그랭의 <베르사유 정원의 북쪽 화단에서 바라본 루이 14세의 산책>을 통해 장 바디스트 륄리의 <서민 귀족> 중 4막의 '터키의례를 위한 행진곡'을, 요한 토비아스 라울리노의 <하일리겐슈타트>를 통해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중 1악장 등을 들려줍니다. 각 장마다 화단의 꽃들, 풀과 나무, 새, 정원 등을 소재로한 거장들의 명화와 음악이야기 뿐 아니라 각 화가와 음악가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 등 예술을 향유하는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장이 끝날 때마다 김강하의 클래식 팁을 통해 클래식의 정의부터 성악 용어들, 영국이 배출한 20세기 작곡가들,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등 궁금한 클래식 상식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미술사학자이자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이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강조해 유명해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클래식 인 더 가든>을 읽으면서 그 의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최근 여러 권의 클래식 책을 읽으며 클알못이었던 제가 서서히 클래식 음악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긴하지만 최소한 클래식 음악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듣는 클래식에서 보는 클래식으로 확장하려고 합니다. 새해에는 클래식 공연장도 가봐야겠습니다. 이제 클알못에서 클잘알이 되는 그날을 꿈꾸게 됩니다.
음악, 정원, 그림의 삼중주 김강하의 클래식 인문학 <클래식 인 더 가든>은 예술에 관심 있고 사랑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큼 내용과 구성은 나무랄 때가 없습니다. 단, 아쉬움을 들자면 최종 편집 과정에서 놓쳤는지 제1장 비밀의 정원 속으로 19쪽 첫째 줄과 둘째 줄이 중복 문장이 있습니다.
* 모네의 <수련>을 보면 '꽃의 이중창'이 듣고 싶어진다. 몇 년 전, 뉴욕 현대미술관
모네의 <수련>을 보면 '꽃의 이중창'이 듣고 싶어진다. 몇 년 전, 뉴욕 현대미술관에
또한 10장 꿈을 꾸게 하는 한겨울의 크리스마스트리에서는 QR코드 속 음악인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 1막 '행진곡'이 저작권 문제로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런 소소한 아쉬움이 있지만 책을 읽는동안 클래식 음악과 명화에 푹 빠져 지냈고 책장을 덮은 후에도 감흥이 오래도록 지속된 제겐 2019년 최고의 책 중 하나였습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궁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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