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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2년 12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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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40쪽 | 415g | 255*240*15mm |
ISBN13 | 9788983895073 |
ISBN10 | 89838950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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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3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다정하고 포근한 우리의 자장가, 도종환 시인의 자장가
(도종환 시 / 김슬기 그림 / 바우솔)
이웃님들께서는 아이에게 어떤 자장가를 불러주시나요?
저는 유난히 밤잠을 자기 힘들어하던 선율이 덕에 조용조용 낮은 소리로
두 시간 연속 자장가를 불러본 적도 있답니다.
주로 불러주는 자장가는 "검둥개야 짖지 마라. 우리 선율이 잠을 깬다. 자장자장 우리 선율. 잘도 잔다 우리 선율." 과
섬집 아기, 반짝반짝 작은 별이랍니다.
요즘엔 좀 컸다고 혼자서 베개를 쪽쪽 빨며 잠이 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자장가는 일단 불러주고 잠자리 의식을 시작하지요.
요즘에는 섬집 아기를 불러주면 오히려 좀 말똥말똥해지는 경향이 있어
"검둥개야 짖지 마라. 우리 선율이 잠을 깬다. 자장자장 우리 선율. 잘도 잔다 우리 선율."
이 노래를 많이 불러줍니다.
도종환 시인의 자장가는
제가 날마다 불러주는 구전동요 자장가를 시인 특유의
부드럽고 깔끔한 시어로 재탄생시킨 책입니다.
다색판화 기법을 활용하여 차분하고 어둑어둑한 느낌을 잘 살린 표지입니다.
점점이 박힌 별과 달. 그리고 깜깜한 밤하늘.
특히, 달은 이 책 전반에 걸쳐 아이와 엄마가 함께 누운 잠자리 역할을 합니다.
속표지에서부터 아이와 엄마가 달을 타고 꿈나라 여행을 할 채비를 하네요.
꿈나라 여행. 어찌보면 어른들에게는 좀 유치한 단어이지만,
아이들의 잠은 단순히 '수면'이라고 하기에 미안하답니다.
우리 선율이도 분명히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꿈,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꿈을 꿀테니까요.
말 그대로 '꿈나라 여행'을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의 아이와 엄마도 달을 타고 마치 여행을 하듯
잠을 잘 준비를 합니다.
사진상으로는 질감을 잘 살린 다색판화의 분위기가 드러나지 않아 아쉽습니다.
이 책은 시인의 자장가와 더불어 장면을 그대로 표현한 판화 작품이 매 페이지 등장합니다.
사실, 한국적이라고 하면, 그러니까 우리 분위기를 살린다고 하면
판화는 쉽사리 떠올릴 수 없는데요.
대단하게도 일러스트레이터는 다색 판화 기법을 통해
충분히 우리 고유의 분위기를 살려냅니다.
시인은 철저히 4.4조의 운율을 지켜 쉽게 불러줄 수 있게 글을 썼습니다.
물론, 구전 동요가 기반이 되긴 하지만 가사들이 하나하나 매우 서정적입니다.
강아지는 문간에서 어두워도 혼자 자고.
병아리는 추녀 밑에 저희 끼리 잘도 잔다.
자장자장 잘도 잔다, 우리 아가 잘도 잔다.
낮에 우리 아이의 친구가 되어 주었던 강아지와 병아리는
제법 혼자 잘 줄 알지만, 우리 아가는 아직 엄마와 함께 잠이 들지요.
엄마들은 대부분 아이가 어서 자라 스스로 잠들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은데
어찌 보면 아가도 엄마도 잠들기 전 함께 자장가를 부르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평온하게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중한 시간은 더디 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선율이에게 읽어준 부분입니다.
조각도의 특색을 살려 제작된 판화.
부분부분 자세히 살펴보면 어떻게 이런 세밀한 부분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기왓장이나 나뭇잎, 대문 앞 풀 등을 통해
일러스트레이터의 세밀한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후렴구는 '자장자장 잘도 잔다, 우리 아가 잘도 잔다.'로 통일되어
메기고 받는 우리 민요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선율이도 좀 더 자라면, 제가 메기고 선율이가 받는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입니다.
둥지 속에 산새 알은 어미 새가 품어 주고,
엄마 없는 자라 알은 강모래가 품어 주고,
혼자 자는 벌레들은 나뭇잎이 재워 주고...
단 한 번도 자라 알, 풀벌레는 어떻게 잘까. 생각해본 적 없는 저 같은 사람은
이 부분을 통해 시인의 섬세함과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니, 부모 없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답니다.
그리고 기아에 허덕이는 다른 나라 아이들도 말이지요.
사실, 직장에 자리를 잡고부터 꾸준히 기부는 해왔지만
진심으로 했다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냥 나는 먹고 살기 어렵지 않으니 좀 나누지 뭐. 그런 정도였달까요.
그런데 선율이를 낳고나니, 진심으로 기부를 하게 되고,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게 되고, 진심으로 그들을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없는 자라알이 부모 없는 우리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면
주변의 우리들이 더욱 관심을 갖고 품어주어야 하지 않나.
그렇다면 나는 그렇게 하고 있나.
그리고 우리 선율이도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있나.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은 아이도 혼자 잡니다.
엄마가 수없이 불러준 자장가를 듣고,
주인공 아이는 어느 새 스스로 잠들 수 있게 성장했습니다.
선율이도 엄마가 날마다 불러주는 자장가가 자양분이 되어,
언젠가 스스로 잠이 들고. 스스로 잠이 드는 것을 결코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는
마음과 정신이 건강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몇 번 읽으니 거의 외워지는 책입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우리 자장가인지도 모릅니다.
조용조용.
다정하게.
포근하게.
오랫동안.
불러주기에 적합한 책.
아이가 자라면 엄마와 메기고 받으며 읽을 수 있는 책.
꼭 노래로 해주지 않아도 충분히 운율을 살릴 수 있는 책.
도종환 시인의 자장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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