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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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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김미월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23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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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9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00g | 133*200*21mm
ISBN13 9788954658027
ISBN10 8954658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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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지구 멸망을 앞두고 복숭아 통조림을 따는 사람들] "청춘들의 고단한 일상과 그 틈새에서 빛나는 찬란한 순간을 다정하게 응시하는 작가" 김미월 세번째 소설집. 서른 이후의 팍팍한 삶에도 불구하고 (작가 특유의) 태평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고 삶을 지속할 힘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 소설MD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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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웅숭깊고 따스한 시선으로 우리 시대의 청춘을 대변하는 작가. 1977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 언어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정원에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장편소설 『여덟번째 방』, 산문집 『내가 사랑한 여자』, 옮긴 책으로 『바다로 간 가우디』가 있다. 신동엽문학상, ... 웅숭깊고 따스한 시선으로 우리 시대의 청춘을 대변하는 작가. 1977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 언어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정원에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장편소설 『여덟번째 방』, 산문집 『내가 사랑한 여자』, 옮긴 책으로 『바다로 간 가우디』가 있다. 신동엽문학상, 제1회, 제3회, 제4회 젊은작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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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만 보 걷기」중에서

출판사 리뷰

서른 이후, 삶은 부대끼는데 속은 헛헛한 시절
슬픔을 능숙하게 다루게 된 이들의 애잔하고도 꿋꿋한 일상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삼사십대 사회인이다. 직장을 갖고 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그들의 생활은 한시라도 빨리 사회에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불안으로 매 순간 고통받는 이십대 청춘의 삶과는 결이 다르다. 사회에서 자리잡기까지 산전수전을 겪으며 웬만한 일로는 분노하거나 슬퍼하지 않도록 단련된 그들은 사는 것이 원래 고통스럽다는 진실을 깨닫고 북받치는 감정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도록 재빠르게 삼켜내면서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당황시키는 순간은 여전히 찾아오는데, 이제는 확고해졌다고 믿어온 삶의 방향이 뒤흔들리는 때가 바로 그것이다.

첫 단편 「가장 아름다운 마을까지 세 시간」은 일시적으로 삶의 방향성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서른아홉 살 여성 ‘양희’의 이야기이다. 자유롭게 혼자 떠도는 삶을 만끽해온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근원적 외로움이 엄습한다. 우연히 여행을 함께하게 된 어느 한국인 유학생이 자신을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데려다주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헤어진 남자친구와 재회하기 위해 돌아가버린 순간, 양희는 문득 깨달은 것이다. 혼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가본들 그곳이 가장 아름다울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그대로 귀국한 그녀는 오랜 친구이자 남편과 이혼한 ‘나’와 함께,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생부를 이제라도 찾아가보기로 한다. 생판 남과 다를 바 없는 아버지는 과연 양희의 외로움을 녹여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양희의 곁에는 함께 길을 찾고 있는 ‘나’가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신념만 굳건하다면 혼자서도 한세상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건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김미월의 인물들은 자신이 옳다고 여겼던 삶을 부정당하거나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오늘의 운세」의 주인공 ‘나’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전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을 느끼고 당황한다. ‘나’는 따돌림당한 끝에 세상을 떠난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슬퍼하는 가해자들과, 팀장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으면서 겉으로는 사근사근한 직장 동료들과 같아지고 싶지 않아서 엇나가다가 외톨이가 되어버린 인물이다. 연락이 끊긴 ‘나’를 걱정하며 찾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나’는 다시 눈을 감을 따름이다.

「질문들」의 소설가 지망생 ‘나’는 자신의 꿈을 부정하는 오빠에게 월셋집 보증금을 빌려주어야 하는 처지다. 집이 계약되어야 새로운 보금자리도 찾고 소설쓰기에도 집중할 수 있는데, ‘나’는 집의 단점을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매번 곧이곧대로 답해주고 만다. 수없이 쏟아지는 질문들에 진심으로 답하면 핀잔을 듣는 지독한 현실이지만, ‘나’는 집필중인 소설 속 주인공을 죽이지 않고 기어코 살려보고자 한다.

「도망가지 않아요」의 ‘완구’는 마흔이 넘도록 반려자를 찾지 못해 외로워하다가 우연히 국제결혼중개소의 현수막을 보고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금전으로 관계를 거래하는 국제결혼 시장에서 완구가 꿈꾸던 진정한 사랑은 얻을 수 없다. 로맨티스트였던 완구가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이혼 위기에 처하면서 자기 안의 속물성을 마주하게 되는 소설의 결말이 인상적이다.

사랑에 대한 기억과 감정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불같은 감정에 속지 않게 된 나이에도 사랑은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들은 한없이 생소해지는 삶에 낙담하곤 하는 ‘3040세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2월 29일」에서는 너무나 완벽해서 환상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던 여행에 대한 기억이 상대방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만 보 걷기」의 주인공 ‘정화’는 같은 도시에서 살았던 연인이 떠난 뒤에야 한 박자 늦게 연인의 시각에서 도시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랑이 끝난 후 다시 보이는 추억, 사랑하던 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에 대해 두 소설은 이야기한다.

표제작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는 아내와 평탄하게 살아가던 남자가 옛 사랑 ‘희수’와 재회하게 되면서 겪는 내적 갈등을 그린다. 남자는 희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단 한 번 털어놓았는데, 그마저도 남의 이야기를 하듯 삼인칭으로 들려주었다. 덕분에 희수는 남자의 과거를 미화해 기억하고 있다. 남자는 다시 만난 희수 앞에서 그 오해를 풀고 당당하게 설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자신을 똑바로 지칭하기를 머뭇거리는 남자에게서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낼 용기를 내지 못하는 연약함이 엿보인다. 그것은 삶이 안정되었음에도 여전히 마음은 불안정한 어른 아이, “서른이”(문학평론가 이지은, 해설)의 일면일 것이다.

모든 하루에는 반짝이는 순간이 숨어 있다
망해가는 세상 속에서 희망을 발견해내고야 마는 단단한 마음


그러나 김미월 소설의 인물들은 막막한 현실을 기어코 다시 살아가보기로 결심하는데, 그럴 때 그들은 누구보다 듬직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게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사십대로 접어들면 그들도 더이상 방황하지 않게 될까. 이 질문에 당장 답할 수는 없겠지만, 김미월이 그들에게 불어넣어준 체념 섞인 꿋꿋한 자세가 있다면 서른 시간 후 지구 종말이 찾아온다고 해도 평소와 다름없는 나른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13년 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종말 하루 전날 종로 일대의 풍경을 묘사한다. 그런데 김미월이 그리는 종말 직전의 풍경은 비장하지도 참혹하지도 않다. 평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생기라고 부를 수도 있을” 무언가가 사라져 있다는 것뿐이다. 이미 ‘이번 생은 망했다’는 인식이 세간에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종말 정도로는 일상의 관성을 깰 수 없다는 듯, 사람들은 주어진 일과를 보내며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미래가 없어져버린 이때 역설적으로 아주 사소한 일이 기쁨을 가져다준다. 복숭아 통조림 캔을 따기 위해 애쓰던 주인공이 의외로 쉽게 뚜껑을 열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의 눈이 행복으로 반짝이는 것처럼. 세계와 함께 삶이 망해가더라도, 김미월의 인물들은 일상이 지닌 의미를 찾아내서 스스로 삶을 빛나게 만든다.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가 조명하는 청춘의 끝자락은 과거에 한 일과 하지 않은 일에 대한 갖은 후회로 마음 갑갑한 시기이자, 미래에 대한 불안이 불쑥 찾아와 지금 잘 살고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는 시기, 망해가고 있다는 막연한 좌절감을 능숙하게 감추며 일상을 유지해나가야 하는 복잡미묘한 시기이다. 이 낯선 시절을 통과하고 있는 인물들의 내면 풍경을 김미월은 섬세하게 드러내 보인다. 이 시절에 익숙해질 즈음 또다시 생경한 삶이 찾아올지라도,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김미월 특유의 긍정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에는 일상의 사랑스러운 순간을 밝혀주는 희망의 빛이 아른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김미월 소설과 함께라면 삶은 언제든 반짝일 수 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김미월 작품집을 읽으며 나는 세상이 더 나빠졌는가, 하고 묻게 되었다. 그는 정직과 균형감이라는 두 가지 소설적 도구를 쥐고 현실을 반듯하게 재단해온 사람이므로 그의 진단은 언제나 내게 신뢰 이상의 것이다. 김미월이 그간 그려내온 우리의 고단한 생활과 무거운 청춘, 하지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분명 반짝이고 있는 일상의 빛과 특별한 윤리적 감수성은 세계를 향한 “질문들”의 중요한 답신이었다. 다행히 한 편 한 편을 읽어내려갈수록 그렇지는 않다고 그가 내 기운 마음을 상냥하게 바로잡아주는 것을 느꼈다. 우리 삶은 가장 특별하고 환한 삶의 한 페이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우리는 그 “세 시간쯤” 떨어져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곳을 향해 함께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면 우리는 분명 한번 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뜀틀을 넘듯 현실을 달리고 발을 굴러 좌절과 무력의 세계 너머에 무사히 착지할 수 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라디오 전파는 무한대로 나아가고 우리의 포옹은 길어지는 것처럼. _김금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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