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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9년 10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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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434g | 140*200*16mm |
ISBN13 | 9788994939896 |
ISBN10 | 899493989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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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나에게 로망인 도시라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벼르는 곳이다. 얼마나 간절히 바랬던 지 나는 한번씩 파리에 가는 꿈을 꾸기도 한다. 항상 파리에 도착해서 설레 이는 마음으로 거리들을 둘러 보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에 꿈이 깨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이상하게 이 꿈은 잊은 말하면 한번씩 나를 찾아와서 나의 파리 열병을 다시금 되새겨 준다.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고, 돈이 여유가 되면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상하게 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뭔가 일이 틀어져서 가지 못했던 곳이 파리이다.
이 책의 저자는 파리에 산지 어느덧 8년 차가 되었지만, 파리에 산다는 사실에 아직도 설레 인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여타의 여행 가이드와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꼭꼭 숨겨두었던 자신만의 파리 구석구석을 소개하고 있어, 유명 관광지나 누구나 다 알법한 장소들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베이지와 그레이톤이 묘하게 섞인 파리의 오래된 건물과 그 위의 앙증맞은 굴뚝, 어디에서나 마주치는 크고 작은 공원들', 그녀는 숨겨진 파리의 뒷골목을 발견하는 것이 자신만의 행복이었다고 소개한다. 그래서 '누구나 아는 파리가 아닌, 나만 아는 파리'를 알려주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의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등 파리하면 바로 떠오르는 상징적인 장소들도 좋지만, 파리의 낭만을 담고 있는 골목 구석구석의 작은 공간들이 담겨 있다. 파리의 트렌드세터가 모여드는 고풍스러운 마레 지구와 명품 거리, 젊은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놀이터 에티엔 막셀 & 리퍼블릭 등 파리지앙만의 특권처럼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장소들이 보석처럼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도 가봐야지, 이곳도 멋지다, 여기는 정말 예쁜데.. 하면서 포스트잇 플래그를 하나 둘 붙이다 보니.. 나중에는 너무 많아져서 수습이 안 될 정도로 수록된 사진들도 너무 감각적이고 예쁜 책이다.
파리에서 가장 고풍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레 지구에서 시작해, 샹젤리제 거리와 함께 파리의 낭만을 대표하는 몽마르트를 거쳐, 파리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한몫을 하는 센 강 등으로 구역을 나누어 미술관, 카페, 레스토랑, 편집숍, 로컬 시장 등이 소개되어 있다. 언제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유쾌한 파리지앙으로 붐비는 작은 카페,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쪽 벽면을 스크린으로 꽉 채운 영화 카페 등 아담한 골목에 눈에 띄지 않게 자리잡고 있어 무심코 지나가기 쉬운 장소들이 페이지 가득하다. 그리고 각 장소 별로 주소와 위치, 걸어서 갈 수 있는 스팟과 간단한 메뉴, 그리고 영업 시간 등의 기본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에세이처럼 읽히는 책이지만, 여행 가이드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고 있는 책이다.
가장 파리다운 곳을 가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생제르맹 데프레로 가야한다고 한다. 세월의 흔적이 스민 오래된 건물과 낭만적인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멋지게 차려 입은 파리지앙들이 자유롭게 활보하는 곳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에서 '카페 드 플로흐'라는 카페에 가보고 싶다. 1887년에 문을 연 이래 1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파리를 대표해온 카페로, 한때 카뮈, 사르트르와 같은 당채 최고의 예술가와 지성인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이렇게 유명한 곳이야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가겠지만,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장소들은 그렇지 않은 곳들이 더 많아 흥미로웠다. 언젠가 파리에 가게 되면 이 책은 꼭 가지고 가야 할 것 같다.
언젠가부터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모 회사의 캠페인 슬로건처럼 이제 여행은 꽉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이곳 저곳을 단기간에 누비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 머물면서 현지인처럼 진짜 그곳의 삶을 살아보고, 그 도시의 진짜 삶을 맛보는 것이 여행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도 한 번쯤은 이렇게 제대로 현지의 공기를 마시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다. 그냥 잠시 다녀오는 여행이 아닌, 이들처럼 그곳에 눌러 앉아 살아보는 그런 여행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으니, 여행의 풍경들을 책을 통해 구경하며 언젠가는 꿈이 이루어질 거라 상상하는 게 전부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보면 언제나 설레 인다. 나도 언젠가는 파리의 랜드마크를 둘러보는 그런 여행 말고, 현지의 아파트에 거주하며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봐서 요리를 하고, 가까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그런 일상을 경험해보고 싶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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