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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12년 12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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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무게, 크기 | 113분 |
연령제한 | 15세 이용가 |
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1. 줄거리 。。。。。。。。
어린 시절 함께 자라왔던 오빠의 친구 왕징은 애나(탕웨이)의 첫사랑이었다. 이미 결혼을 한 몸이었지만 어느 날 나타나 자신과 함께 가자고 하는 왕징으로 인해 그녀가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눈치 챈 남편과의 다툼이 일어났고 남편이 죽고 만다. 7년을 복역하고 있을 무렵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애나는 사흘간의 특별 휴가를 받아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애나가 탄 버스에 갑자기 올라타 그녀에게 30달러를 빌려달라고 말하는 훈(현빈). 돈을 받고 여성을 즐겁게(?) 해 주는 일을 하고 있는 그는, 관계를 맺던 여자의 남편으로부터 쫓기고 있는 중이었다.
모든 걸 포기한 듯한 모습으로, 어떤 일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애나의 주변을 계속 맴돌던 훈. 그와 함께 하면서 애나는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응어리를 마침내 쏟아낼 수 있게 되었다. 전혀 관계없이 살아오던 두 사람은 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가혹한 세상은 두 사람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2. 감상평 。。。。。。。。
굉장히 강렬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영화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남녀가 만나서 사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 가는 에피소드들은 매우 압축적이라 지루할 틈이 없고, 여기에 두 사람이 처한 상황도 만만치 않아서 두 사람의 앞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예측도 힘드니 몰입도가 높아진다.
차가운 가을 공기가 느껴질 듯한 분위기 있는 영상에,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의 훌륭한 연기력까지 더해져 있는, 간만에 명품 영화를 봤다. 특히 오랫동안 억눌려 있다가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훈의 태도에 힘입어 마침내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향해 ‘왜 이 사람의 포크를 썼느냐’고 소리치는 애나와, 그런 애나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왕징과 몸싸움을 벌이고 뜬금없이 그가 자신의 포크를 사용하고도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어이없는 이유를 둘러댔던 훈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다.
영화의 마지막을 어떻게 그려낼까가 꽤나 궁금했었는데, 감독은 이 마지막 장면도 아주 인상적으로 처리한다. 훈과 마지막 만남을 가졌던 그 휴게소 식당에 앉아 홀로 바로 앞의 빈 자리를 바라보며 대화를 시작하는 결말이라니.. 그런 걸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딱, 아침저녁으로 살짝 쌀쌀해 지는 이맘 때 볼만한 영화.
덧. 작품 정보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이 작품이 무려 두 번째로 리메이크 된 ‘만추’였다. 1966년 신성일 주연의 만추가 제작되었고, 다시 1982년에는 김혜자, 정동환 주연의 만추로 다시 나왔다. 메인 스토리는 거의 비슷한데, 이번 탕웨이와 현빈의 만추는 그 무대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여주인공의 국적과 남자의 일이 살짝 바뀌었다.
줄거리를 따로 이야기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든 원작과 그에 못지않은 빼어난 만듦새를 가진 리메이크작들을 선배로 가진 이 영화는 태생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영화인가,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말하는가,에 방점이 찍힐 운명을 타고난 존재입니다. 그리고 김태용 감독은 그러한 운명을 묵묵히 견디는 방식으로 영화를 완성했더군요.
영화는 한쪽 눈에 시퍼런 멍이 든 불안한 눈빛으로 주택가 길 위에 망연한 걸음 부려놓는 탕웨이를 비추며 시작하는데요, 제 다리가 아닌 듯한 다리를 움직여 몇 걸음 걸어가던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황급히 집으로 돌아가 쓰러진 남편의 상태를 살핍니다. 주검이 되어 누워 있는 남편 곁에 흩어진 편지와 사진들.... 허둥지둥 그것들을 치우던 탕웨이는 남편의 손에 쥐어진 편지를 빼내어 입에 넣고 씹어대며 여전히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그리고 영화는 7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건너뛰고 수감된 탕웨이가 어머니의 부음을 받는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영화 안에서 탕웨이는 종이를 씹어 삼키고 감자칩을 우걱우걱 씹으며 불안을 견디는데요, 인간이 구강기에 내보일 만한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느낌으로, 탕웨이는 격돌하는 씬마다 그 에너지를 꿀떡 삼켜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의부증이 있는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여인이 감옥에 가는 과정을 너절한 설명 없이 탕웨이의 눈빛에 기대어 보여준 영화의 오프닝은 김태용 감독의 연출에 대해 더욱 호감과 신뢰를 갖게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역시 탕웨이라는 배우의 무서운 존재감입니다. 탕웨이로 시작해 탕웨이로 끝나는 영화는,
그녀가 첫 씬과 마지막 씬에 등장해서가 아니라 씬을 지배하는 배우의 장악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카메라는 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탕웨이만을 비추는 데 몇 분의 시간을 할애하는데, 그 시간 동안 별다른 대사도 없이, 혹은 배경음악조차 깔리지 않은 채 홀로 카메라를 버텨내는 탕웨이는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씬을 압도하며 날것의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오빠의 친구 왕징, 사랑했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그 남자, 그리고 질투하는 남편을 살해하며 결혼생활을 끝내고 세상과 격리되어버린 애나라는 여인의 눈은 지난 사랑의 회한도, 삶을 이어갈 의지도 없이 텅히 비어 있습니다. 그 깊고 무거운 공동(空洞)을 알아본 훈이라는 남자, 제비라고도, 호스트라고도, 지골로라고도 불릴 수 있을 이 남자는 자신 때문에 남편을 버리고 집을 나온 옥자라는 여인 때문에 쫓기고 있는 신세입니다.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에서, 모자란 버스요금을 빌린 인연으로 만나게 된 두 남녀. 데이트를 원하는 여자에겐 데이트를, 섹스를 원하는 여자에겐 섹스를 제공하며 여성이 원하는 남성이 되어주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온 훈에게는 애나 역시 자신이 즐겁게 해주어야 할 여성 고객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지막, 훈의 감정이 격발하는 그 씬에 이르기까지는요.
그러니 판타지를 체험하는 놀이공원에서도, 애나를 데려간 레스토랑에서도, 애나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도, 또 애나가 감옥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둘은 상황극에 몰입하며 자신의 맨 얼굴은 결코 드러내지 않습니다.
훈은 레스토랑에서는 애나의 다정한 남편을 연기하고, 장례식장에서는 애나와 중국에서 함께 건너온 약혼자를 연기하며, 버스 안에서는 처음 만난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남자를 연기하며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나면 감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애나의 현재는 절대 건드리지 않습니다.
놀이공원에서 티격태격하는 연인의 모습을 보고 더빙놀이(?)를 하는 것이나, 장례식장에서 왕징과 몸싸움을 하는 훈이 순간적인 기지로 언급한 포크에 대한 탁월한 비유 등 영화는 보석 같은 장면들로 채워져 있지만 이 모든 것은 훈의 감정을 쌓아올리기 위한 장치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화 포스터로도 사용된 장면,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격발'이라는 단어 외에 다른 단어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그 키스씬을 위한 장치이죠.
애나를 감옥으로 실어가야 할 버스는 자욱한 안개 때문에 휴게소에 잠시 멈추고, 그 휴게소에서 옥자의 남편은 기어이 훈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모텔에서 시체로 발견된 옥자의 소식을 전하며 왜 그녀를 죽였냐고 묻습니다. 자신과 함께 도망가서 살자는 옥자를 달래어 모텔방에 들여보낸 훈의 친절은 불륜관계에 있었던 여성의 살인범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겁니다.
남편을 살해하고 이제 감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애나, 그리고 이제 내연녀의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게 될 훈.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던 두 남녀의 운명이 겹쳐지는 순간, 훈은 비로소 제 감정을 격발시키며 애나에게 격정적인 키스를 퍼붓습니다. 그 어떤 베드신보다도 격렬한 그 키스신의 포쓰는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을 멍~해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합니다.
2년이 지나고, 출소한 애나는 훈과 만나기로 한 그 휴게소로 향하지만 훈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는 오지 않은 훈에게 인사를 건네는 애나를 오래도록 비추며 끝나는데요, 애나는 훈이 오지 않는 그 상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상황극을 끝내고 진짜 애나가 되어 훈에게 말을 건넵니다. "오랜만이에요"라고요.
영화는 여러 편의 영화가 겹쳐 보이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데, 그래서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매우 다른 영화로도 보일 것 같습니다. 거칠지만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이 영화는 경쾌하지 않은 <비포 선라이즈>이기도 하고, 후일담이 거세된 <러브어페어>이기도, 치정극으로 변질된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이기도, 좀 더 질척거리는 <러브 토크>이기도 한데요, 그 영화들보다 좀 더 긴 여운을 남겨줍니다.
이미 <파주>의 푸르고 시린 질감을 경험한 다음에 보기에는 분명 영화의 화면들이 성에 차지 않는 느낌이지만 관객을 생각하게 만드는 카메라웍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탕웨이 얘기를 하느라 우리 빈군 얘기에 소홀한 감이 있죠? 현빈은, 음, <깊고 푸른 밤>의 안성기와 <젊은 남자> 이정재 사이에서 묘하게 배회하는데, 늘 신사다운 안성기나, 자뻑스러운 페로몬을 뿜어내는 이정재와는 달리 자기 감정 터뜨려야 하는 씬에서는 기어이 제 인장을 찍고야 마는, 무서운 배우의 내면을 슬쩍 들여다본 느낌을 받았어요. <만추> 털어내는 대로 임수정과 찍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도 곧 봐야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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