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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컬 마켓

공정한 사회를 위한 근본적 개혁

에릭 포즈너, 글렌 웨일 저/박기영 역/하상응 감수 | 부키 | 2019년 09월 27일 리뷰 총점9.1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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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9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672g | 147*225*23mm
ISBN13 9788960517424
ISBN10 8960517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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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4명)

시카고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문 분야는 금융 규제, 국제법, 계약법, 파산법이다. 미국학술원과 미국법률협회 회원으로, 2013~2017년 가장 많이 인용된 법학자 중 3위에 올랐다. 예일대학교에서 철학 학사 및 석사, 하버드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와 뉴욕대학교·컬럼비아대학교 법학대학원 초빙교수, 「법학저널(The Journal of Leg... 시카고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문 분야는 금융 규제, 국제법, 계약법, 파산법이다. 미국학술원과 미국법률협회 회원으로, 2013~2017년 가장 많이 인용된 법학자 중 3위에 올랐다. 예일대학교에서 철학 학사 및 석사, 하버드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와 뉴욕대학교·컬럼비아대학교 법학대학원 초빙교수, 「법학저널(The Journal of Legal Studies)」 편집장을 역임했다. 지금까지 국제법, 외교관계법, 헌법, 계약법, 게임 이론과 관련 법, 비용 편익 분석 등 다양한 주제로 논문과 책을 집필해 왔다. 저서로 『래디컬 마켓』 외에 『마지막 수단: 금융 위기와 구제 금융의 미래(Last Resort: The Financial Crisis and the Future of Bailouts)』 『인권법의 황혼(The Twilight of Human Rights Law)』 『국제법의 경제적 기반(Economic Foundations of International Law)』 『제약에서 풀려난 행정부: 매디슨주의 공화국 이후(The Executive Unbound: After the Madisonian Republic)』 『법과 사회 규범(Law and Social Norms)』 등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Microsoft Research)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해 학교 전체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1년 만에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 소사이어티 오브 펠로스(Harvard Society of Fellows) 연구원과 시카고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했다. 《와이어드》 선정 향후 25년간 테크놀로지를 이끌 리더 25인에 올랐다. ...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Microsoft Research)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해 학교 전체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1년 만에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 소사이어티 오브 펠로스(Harvard Society of Fellows) 연구원과 시카고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했다. 《와이어드》 선정 향후 25년간 테크놀로지를 이끌 리더 25인에 올랐다. 전문 분야는 정치경제로 현대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을 두루 연구하면서 사회 제도의 알고리즘 설계인 ‘소셜 테크놀로지’를 구축, 개발해 폭넓은 부의 공유와 사회적 협력을 이끌어 내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논문을 「사이언스」 「아메리칸이코노믹리뷰」 「ACM 콘퍼런스 회지」 「하버드법률리뷰」 「하버드정치학리뷰」 「철학과 경제학」 등에 발표해 왔다. 최근에는 연구에만 국한하지 않고 활동가 집단 대상 강연, 정부와 정당 컨설턴트, 스타트업(특히 블록체인) 자문, 예술가와 협업 등 활발한 현장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세대 경제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이후 시카고 대학에서 공저자 중 한 명인 아티프 미안 교수의 지도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로 금융 시장과 거시 경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빚으로 지은 집』이 있다. 연세대 경제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이후 시카고 대학에서 공저자 중 한 명인 아티프 미안 교수의 지도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로 금융 시장과 거시 경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빚으로 지은 집』이 있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문 분야는 정치심리학이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문 분야는 정치심리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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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67

출판사 리뷰

?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경제경영서
? 「비즈니스위크」 올해를 빛낸 아이콘 ‘블룸버그 50’
?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강력 추천

리우는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인가

리우데자네이루는 아름다운 언덕들이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 언덕들에 기본적인 위생과 교통 시설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도시 빈민촌이 난립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에는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일 ‘레블론’이 위치해 있다. 이 극과 극의 풍경에서 드러나듯 브라질은 경제적으로 서반구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다. 소수 가문이 대부분의 부를 독점하고 있으며 인구의 약 10퍼센트가 국제 빈곤선 아래에 속한다. 기업가 정신은 희박하고, 최근의 대통령들은 줄줄이 권한 남용과 부패 혐의로 탄핵당하거나 감옥에 갔다.

그렇다면 선진국은 다를까? 답은 “크게 다르지 않다”이다. 선진국 역시 불평등 심화, 경제 침체, 정치 갈등과 부패 증가를 겪고 있다. 이제 브라질 같은 “개발도상국”이 미국 같은 “선진국”으로 올라설 거라는 오랜 믿음은 흔들리고 있으며, 오히려 그 정반대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즉 리우는 앞으로 뉴욕, 런던, 도쿄가 겪을 운명을 예고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가 불평등, 독점, 경기 침체, 정치 불안, 포퓰리즘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우파, 좌파 모두 지난 50년간 한결같이 그래 왔듯 부자 증세와 재분배, 민영화와 규제 완화 같은 식상할뿐더러 개선 효과도 거의 없는 처방만 내놓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위기를 해결할 새로운 사상은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불평등 심화와 경기 침체의 원흉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으나 이에 대한 대안은 없다. 자유민주주의는 부패와 무능함으로 비난받아 왔으나 그렇다고 권위주의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출구 없는 터널과 같은 현재의 경제, 정치 상황을 타개할 대안은 정녕 없는 것일까?

사유는 독점이다

『래디컬 마켓』은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야심 찬 시도다. 세계적 법학자 에릭 포즈너와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연구원 글렌 웨일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특별한 책에서, 저자들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뜯어고쳐 시장과 사회를 전면 재설계하자고 주장한다. 그 실체가 바로 “래디컬 마켓”으로, ‘래디컬’은 ‘근본적’이란 뜻과 ‘급진적’이란 뜻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근대 사회 조직의 창시자들인 애덤 스미스, 마르키 드 콩도르세, 제러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헨리 조지, 레옹 왈라스, 비어트리스 웨브에게로 돌아가는데, 그런 점에서 근본적이다. 또한 이들 급진적 철학자 무리의 이상과 개혁안처럼, 오늘날 우파의 자유지상주의적 열망과 좌파의 평등주의적 목표라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두 관점을 결합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급진적이다. 실제로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보다 앞서 나온 책에서 “시장을 단순히 생산을 증진하는 도구가 아니라 더 깊은 의미에서 평등을 증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았다.”

저자들은 “사적 소유는 독점”이라며 사유 재산(권)으로 인한 부와 권력의 집중이야말로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한다. 그런 동시에 “시장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진정으로 자유롭고 열려 있는 경쟁 시장을 만들어 이를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우리 사회는 경쟁 시장으로 구성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막상 가장 중요한 시장들은 독점화되어 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실현 방안으로 놀랍게도 “경매” 제도에 기반해 운영되는 사회 시스템을 제시하면서 이를 통해 부와 성장, 평등을 한꺼번에 극대화할 수 있음을 논증한다. “우리가 구상하는 래디컬 마켓은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경쟁에 기반한 자유 교환?이라는 근본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적 합의다. 이런 맥락에서 경매는 래디컬 마켓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구상을 재산권과 세금 제도(1장), 투표와 정치 제도(2장), 노동 시장과 이민 제도(3장), 금융 산업과 투자 제도(4장), 디지털 경제와 데이터 가치(5장)에 구체적으로 적용해 새로운 사회가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 준다.

이러한 정치경제 실험은 저자들 스스로 인정하듯 “이상주의적”이다. 그러나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신선할뿐더러, 실제로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효과가 대단히 설득력 있어 빠져들게 만든다. 노벨상 수상자 장 티롤의 표현대로 기존 세계관을 산산조각 내는 이 책은 “자유주의를 재부팅하기 위한 특별하고 매력적인 선언” “밀턴 프리드먼 이래로 민주주의와 시장을 재고하는 가장 야심 찬 시도”라는 평에 정확히 부합한다.

낙수 효과는 없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악의 제국”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었을 때, “자유주의 질서”는 최종 승리를 거두고 중요한 사회 문제들은 해결된 듯 보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2016년에 이르러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명백해졌다. “경기 침체 이전에 이룩했던 경제 발전은 사실상 환상에 불과했으며 혜택의 대부분은 아주 부유한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희망과는 반대로 현실은 불평등 심화, 생활 수준 저하, 경제적 불안정성 증가, 외국인 혐오와 포퓰리즘의 득세로 치달았던 것이다.

저자들은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평등 심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상위 1퍼센트의 소득이 국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 중반 8퍼센트에서 최근 16퍼센트로 급증했고 노동 소득 분배율은 10퍼센트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에 1950~1972년 사이 전 세계 생산성 증가율은 5~7퍼센트였으나 지난 10년간은 한 자리 수에 불과하며 최근에는 더 악화되고 있다. 1970년대 실업률과 물가가 동반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은 완전 고용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케인스학파의 주장을 깨뜨렸듯이, 오늘날에는 경기 침체와 불평등 심화의 동시 진행이 세율 인하, 탈규제, 민영화로 경제 성장을 이루고 낙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사상과 “공급 중시” 경제학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불평등은 경제적 활력을 위한 대가였다. 그러나 실상은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경제적 활력 역시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동시에 경제도 저성장하는 현상을 저자들은 ‘스태그인이퀄러티(stagnequality)’라 명명한다.

극좌파가 주장한 대안인 “중앙집중식 계획” 역시 소비에트 연방 해체에서 보듯 실패로 끝났다. 일부 평론가들은 스태그인이퀄러티는 인력으로 통제 불가능한 전반적인 경제 환경과 인구 변화 때문이라고 믿지만 저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사상의 빈곤 때문이라 본다. “좌파와 우파의 경제학적 통찰 모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 구조에서 연유한 긴장 관계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극단적인 좌우 이념 대립에서 벗어나 편견과 기득권에 저항했던 급진주의자들의 정신을 되살릴 수 있을까? 시장이 시장 지배력(저자들이 “독점 문제”라고 부르는 것)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필요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진정한 “자유, 경쟁, 개방” 시장을 경제와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급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모든 재산이 경매에 부쳐진다면?

사유 재산권으로 인한 독점 문제를 우려한 정치경제학자들은 중앙집중식 계획 방식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했다. 경제 사상에서 이른바 “한계 혁명”을 이끈 세 인물 중 윌리엄 제번스는 “사유 재산권은 독점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단언했으며, 레옹 왈라스는 “개인의 토지 소유와 독점”을 철폐함으로써 “봉건주의의 진정한 원인”을 “제거”하려 했다. 토지를 임대만 가능할 뿐 소유할 수 없는 이 방식은 “경쟁적 공동 소유제”로 불렸다. 1879년 걸작 「진보와 빈곤」에서 “물질적 풍요가 극대화되었는데도 왜 절대적 빈곤, 힘겨운 생존 투쟁, 최악의 비자발적 실업을 목도해야 하는가?”라고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판했던 헨리 조지는 지대를 세금으로 환수해 공공의 이익에 사용하는 토지세를 제안했다. 그러나 토지가 가진 모든 가치를 세금으로 걷는다는 이 발상은 독점 문제를 해결하고 “배분 효율성”을 높이지만 “투자 효율성”은 저해하는 맹점을 안고 있다. 199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메커니즘 디자인”의 아버지인 윌리엄 비크리는 헨리 조지의 사상을 이어받아 “모든 재산이 공동 소유되며 이를 임대하고 사용할 권리가 끊임없이 경매에 부쳐지는” 방식을 주창한다. 낙찰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누구든 재산이나 재화를 사용할 수 있고, 임대료 수입은 공공재와 사회적 배당금의 재원으로 쓰인다. 이러한 유토피아적 세상을 저자들은 “비크리 코먼스”라 일컫는다. 하지만 이 획기적인 “경매” 방식 또한 투자 효율성 문제를 낳기는 마찬가지다.

더 나은 접근법은 투자 효율성과 배분 효율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저자들은 이를 “부분적 공동 소유제”라 부른다. “공동 소유제는 독점 문제를 방지할 수 있고 사유 재산제는 투자를 도모하므로, 부분적 공동 소유제를 통해 단일한 재산권 제도 아래에서 배분 효율성과 투자 효율성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이미 존재했고 1962년 시카고대 아널드 하버거 교수가 제안한 “각자 재산을 평가하고 평가액을 공표한 뒤 해당 금액에 누구나 살 수 있게 만드는” 방식에 착안해 부에 대한 “공동 소유 자기평가세(common ownership self-assessed tax, COST)”라는 대안을 내놓는다.

공동 소유 자기평가세는 사회와 소유자의 공동 소유제로 소유자는 일종의 임차인이 된다. “임차 계약은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용자가 나타나면 종결되며 새로운 사용자가 계약을 이어받는다.” 이런 식으로 개인들이 본인 재산에 스스로 값을 매겨 공개하고 거기에 따라 세금을 내면 “투자 효율성을 거의 해치지 않지만 배분 효율성은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데, 저자들에 따르면 적정 세율은 7퍼센트다. 이 제도는 영구적 소유권에 기반한 낡은 시장을 대체하며 사용권이 자유롭게 거래되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만든다. 이로 인한 편익은 막대한데 일례로 경제 전체 생산의 25퍼센트에 달하는 비효율적 배분으로 인한 자원 낭비가 없어지며, 국민 소득의 20퍼센트에 이르는 세수를 올릴 수 있고 이를 공공재, 저소득층 복지, 사회적 배당금에 쓰면 불평등을 크게 해소할 수 있다.

투표를 저축해서 재량껏 사용한다

“공동 소유 자기평가세”에 이어서 이 책은 “제곱 투표(Quadratic Voting, QV)” “개인 간 비자(Visas Between Individual Program, VIP)” “기관 투자자의 독점 금지” “데이터 노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래디컬 마켓의 또 다른 비전들을 선보이면서 가능성을 탐구한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다수결(과반수) 제도와 1인1표제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유럽 대륙의 경험은 소수 집단에 대한 강력한 보호가 없이 이런 방식으로 민주주의가 운용될 때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 주었다고 저자들은 진단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히틀러다. 히틀러의 정적 제거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해치는 짓이었지만 당시 히틀러는 과반수 이상 지지를 얻고 있었기에 어떤 의미에서 그 행위는 “민주적”이라 볼 수 있었다. 저자들은 이를 정치학자 리처드 매켈비가 말한 “과반수 제도의 반복적 적용” 논리로 설명한다. “소수 집단을 부당하게 착취하고 탄압할 수 있는 과반수 제도는 결국 소수 파벌의 지배로 변질되거나 심지어 일인 독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민주주의는 소수 집단의 권리 침해, 다수의 횡포, 자질 부족 후보자의 역설적 선출, 다수결의 반복적 사용을 통한 독재 체제 구축, 식견 있는 유권자의 견해 무시 등 여러 가지 결함을 노출해 왔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극단적 정치 대립, 진부한 표현(더 나쁜 혐오 표현)으로 점철된 정치적 수사, 대부분의 대중이 느끼는 무력감, 대중의 실제 시각과 유리된 완고한 정치 지형, 정치 엘리트들의 악의, 대중 신뢰의 붕괴”, 특히 포퓰리즘의 득세라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저자들은 이 모두가 사람들의 필요와 이해관계의 강도, 그 리고 특출난 지혜나 전문성을 가진 유권자의 견해를 반영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제곱 투표”다.

제곱 투표에서는 매년 모든 시민에게 “보이스 크레디트”가 주어지고 이를 그해 투표에 사용하거나 다음해로 이월해 쓸 수 있다. 보이스 크레디트를 표로 전환할 때는 주어진 보이스 크레디트 한도 내에서 마음껏 쓸 수 있다. 단, 표로 전환하려면 보이스 크레디트를 제곱만큼 사용해야 한다. 즉 1표는 1개의 보이스 크레디트, 2표는 4개의 보이스 크레디트, 3표 9개의 보이스 크레디트에 해당하는 식이다. 이 제도는 자신이 알거나 강한 관심 또는 이해관계를 가진 사안에 1표가 아니라 10, 20, 30표를 행사할 수 있어 사람들 개인의 선호 강도를 잘 반영한다. 따라서 이를 통해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는데, 첫째, 열정적인 소수가 무관심한 다수를 이겨 다수의 횡포가 해결되며, 둘째, 선거 결과에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의견이 두루 반영되어 모두의 후생을 극대화한다. 제곱 투표의 활용 가능성은 정치를 넘어서는데, 우리 사회와 경제는 곳곳에서 집단적 의사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 기업, 주거 단지 공동 소유자, 독서 모임, 온라인 게임 길드, 노조, 동호회, 크라우드 펀딩 등 무수히 많다. 요컨대 제곱 투표는 “거의 모든 집단적 의사 결정 문제에서 사회적으로 최적의 결과를 달성”해 “완전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한 일관된 기초를 제공한다.”

개인이 이주 노동자를 후원한다

세계화는 우리 사회의 많은 모습을 변화시켰는데 예를 들어 대외 무역, 자본 이동, 관광, 숙련 노동자의 이민을 증가시켰다. 그러나 전혀 영향받지 않은 영역도 있다. 바로 평범한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의 이민이다. 저자들이 “이민 불균형”이라 부르는 이 현상은 경제 이론의 관점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모든’ 생산 요소(재화, 서비스, 자본, 노동)가 가장 생산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자유롭게 이동 가능할 때 전 세계의 부가 증가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자본과 고학력 노동자의 국가 간 이동은 자유로운 반면에 저학력 노동자는 그렇지 못했으며 이는 또 다른 불평등을 야기하고 국제 질서의 불균형을 초래했다”라고 지적한다.

이민 문제 역시 경매 제도로 해결할 수 있다. 이민자 수의 쿼터를 정하고 최고액 입찰자에게 이민을 허용하는 것이다. “경매 기반 시스템은 이민자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면서 정부 역시 큰 수입을 얻어서 일반 대중의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돈이 이민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놓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들이 제시하는 것이 바로 “개인 간 비자” 제도다. 일반 시민 아무나(개인 또는 지역 사회) 이주 노동자와 계약을 맺어 후원하고 이익을 서로 나누는 제도로, 여러 이주 노동자들을 차례로 후원하거나 평생에 걸쳐 한 사람을 후원할 수 있다. 후원자가 기업이나 고용주, 가족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오늘날 종족중심주의로 인해 이민자에 대한 혐오와 반감이 극심하다. 그러나 개인 간 비자 제도는 “이처럼 상호 이익이 되는 교류를 통해 이민에 대한 정치적 반감을 누그러뜨리면서 후원자와 이주자 사이에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또한 자신들의 문화를 지역 사회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급격한 변화로 인해 가질 수 있는 부정적 감정을 반감시킬 수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문어발 자르기

인류 역사에서 로마제국 이래로 가장 큰 금융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눈에 띄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이른바 “기관 투자자”라 불리는 블랙록, 뱅가드, 피델리티, 스테이트 스트리트 같은 회사들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주식 시가 총액의 4분의 1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선진국 주식 시장들까지 지배하고 있다. 이 자산 운용 기관들의 존재감이 미미해 보인 이유는 여러 분야 회사에 두루 투자하는 ‘분산’ 투자를 하면서 ‘패시브’ 투자도 병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관 투자자로 인해 소비자 가격 인상, 투자와 고용 감소, 임금 수준 하락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큰 피해가 발생해 왔다는 점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기관 투자자들은 절대적 규모로 덩치를 키웠을 뿐 아니라 미국 주요 회사들의 대주주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가격 경쟁을 하지 말도록 기업들에 압력을 행사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경쟁 저하는 당연히 서비스와 재화 가격 인상을 불러오며, 기업들의 노동에 대한 “수요 독점”을 통해 임금 하락을 초래한다.

저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개혁책을 제시한다. 바로 “기관 투자자들의 산업 내 분산 투자를 금지하고 산업 ‘간’ 분산 투자는 허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블랙록은 한 항공사 주식은 원하는 만큼 보유할 수 있지만 다른 항공사들 주식은 취득할 수 없다. 이처럼 기관 투자자의 주식 보유에 상한선을 씌우면 자본 시장을 변화시켜 국민 소득 2퍼센트에 해당하는 부를 창출하는 효과를 낳고, 동일한 비율이 자본 소유자로부터 대중에게 이전되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게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정당이 하나만 있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듯 경쟁 없는 시장은 시장이라 부를 수 없다”면서 “투자자들은 독점을 통해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에 시장은 끊임없이 독점화의 위협에 직면”한다고 경고한다. 결국 시장 경쟁을 유지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끊임없는 감시뿐이다.”

데이터 노동의 대가를 받는다

오늘날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테크놀로지 회사들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든 원천은 무엇일까? 인공 지능과 머신 러닝에 대한 대중의 인식 부족을 이용해 무상으로 수집하고 있는 데이터, 즉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제공하는 정보다. 이들 기업이 매년 노동자(프로그래머)에게 지불하는 돈은 창출 가치의 1퍼센트에 불과한데(반면 월마트는 약 40 퍼센트), 나머지 노동은 사용자가 공짜로 제공하고 있는 덕분이다. “사람들이 하는 데이터 생산자 역할은 공평하게 쓰이고 있지 않으며 적절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저해하고, 데이터 생산의 대가가 대중에서 널리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똑똑한 사람들에게 흘러가게 한다.” 또한 표본 복잡도가 높은 머신 러닝과 인공 지능 서비스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며 그런 점에서 현재 디지털 경제에는 어느 때보다 사람이 가장 필요한데, 오히려 많은 이들이 인공 지능 발전으로 일자리가 줄고 대규모 실업이 발생한다는 잘못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사용자가 들인 시간의 가치는 푼돈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동영상에서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사이렌 서버들은 뉴스부터 음악까지 창조적인 콘텐츠의 가치를 절하하고 콘텐츠를 만든 사람에게 돌아갈 몫을 자신들이 가져가고 있다.” 저자들은 이를 “기술 봉건주의”라고 부른다.

저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전 세계 데이터 노동자들이 단결해 데이터 노동 운동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점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데이터 노동조합은 예전의 노동조합 방식과 달리 조업 중단과 소비자 보이콧을 결합하고 온라인으로 “피켓 라인”을 유지함으로써 정당한 대가를 받아내는 단체 행동에 나설 수 있다. 나아가 “데이터를 소수의 강력한 사이렌 서버들의 손아귀로부터 해방시켜 디지털 경제의 경쟁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자들은 이들 기업이 데이터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면, 경제 규모는 3퍼센트 커지고 자본가의 소득 9퍼센트가 노동자에게로 이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

저자들이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이러한 모든 제안들은 좌우를 아우르며 넘어서고자 하는 것이어서, 너무나 도발적이고 심지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저자들 역시 이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제안들은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일으키면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소규모 단위로 실험되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예를 들어 제곱 투표는 집단적 의사 결정을 하는 소집단에, 공동 소유 자기평가세는 기존의 국공유 재산에 먼저 적용할 수 있으며, 개인 간 비자 제도는 경제특구 시범 사업을 통해 실행해 볼 수 있다.

저자들은 결론에서 각 제안들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데, 그런 통합과 실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접근법의 논리와 한계를 밝히고 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근본 원인을 이해하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나아가 문제 해결을 위한 씨앗을 뿌렸다고 볼 수 있다. “진부한 사상들은 설 곳이 없으며, 가장 큰 위험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번영과 진보를 바란다면 오래된 진실에 의문을 던지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사상을 실험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시도하고자 했던 것이다.”

추천평

경쟁 유지와 정보 분권화의 실현이라는 독특한 제안에 동의하든 않든 이 책은 지금껏 고수해 오던 세계관에 대한 자신감을 산산조각 내고 말 것이다.
- 장 티롤 (201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 이래로 민주주의와 시장을 재고하는 가장 야심 찬 시도다. 지금부터 20년 뒤에도 사람들은 이 책을 두고 이야기할 것이다.
-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교수,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소비자들이 ‘무료로’ 제공해 주는 데이터를 통해 ‘기술 봉건 영주’가 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지배하는 세상을 깨는 래디컬한 제안이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이 책은 자유와 평등이 동시에 극대화되는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강력하고 독특한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 김윤 (SK텔레콤 AI센터장)

시장주의적 접근법을 “가진 자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신자유주의”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래디컬 마켓》은 이러한 시각이 얼마나 오해인지 여실히 보여 준다. 저자들은 기존 주류 경제학의 문제는 애덤 스미스로부터 출발한 시장주의적 처방을 대담하고도 근본적으로 구상하고 집행하지 못한 데 있다고 주장한다.
- 이상승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 책은 “시장=효율성, 국가=부패”라는 보수적 경제관과 “시장=착취, 국가=정의”라는 진보적 경제관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레고리 맨큐와 폴 크루그먼에 싫증을 느낀다면 신선한 지적 자극을 얻을 역작이다.
- 하상응 (서강대학교 정치외교과학 교수)

아무도 새로운 뭔가를 내놓지 않는다고? 우상 파괴, 인습 타파에 앞장서는 그들의 책은 폭발하는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 「비즈니스위크」

자유주의를 재부팅하기 위한 특별하고 매력적인 선언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 「이코노미스트」

여기 자유주의 진영의 선두주자들이 급진적인 접근법을 내놓는다. 우리의 부, 경제, 데이터 그리고 정치까지 독점의 손아귀에서 끊어 내기 위해 시장 메커니즘을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치자고.
- 「월스트리트저널」

‘시장과 정치와 사회가 어떻게 서로 만나는가’라는 거대한 질문과 씨름하는 대단히 흥미롭고 혁신적인 시도다.
-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세계적인 불평등, 이민, 공공 문화의 경직성으로 인한 불안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이 어려운 시대에, 상식을 거부하는 동시에 신선한 매력으로 가득한 이 책은 앞으로 전 지구적 쟁점을 둘러싼 모든 논의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 마사 누스바움 (시카고대학교 교수.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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