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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투어리즘

편집부 | 보스토크프레스 | 2019년 09월 18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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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STOK 보스토크 매거진 (격월) : 17호 [2019]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594g | 170*240*20mm
ISBN13 9791170370161
ISBN10 117037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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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117

출판사 리뷰

인간이 만들어낸 파괴와 슬픔의 흔적들을 찾아가는,
사진가들의 검고 어두운 여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크 투어리즘’은 전쟁이나 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는 여행을 의미한다. 외국에서는 ‘죽음의 여행’, ‘슬픔의 여행’ 등으로 불리우기도 하는 이 낯선 외래어를 국립국어원은 ‘역사교훈여행’으로 다듬어 쓰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사진의 전통적인 기능 중 하나는 이런 ‘다크 투어’를 관람객들 대신 떠나 주는 일이다. 즉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이들이 직접 가볼 수 없는 전쟁과 학살, 정치적 부조리의 공간을 사진가들은 대신 방문해서, 그것을 사진의 형태로 우리에게 쏘아보내 준다. 그들로 인해 우리는 세계의 구석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함께 분노하거나 개선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번호 보스토크 매거진은 사진가들이 떠나는 어둠의 여행을 따라간다. 그 여정은 대략적으로 이렇다. 우리는 독재 정권의 고문실로 사용된 남영동에서 출발해 제주 4.3과 광주 5.18 항쟁, 오키나와와 같은 학살의 지역들, 지금 국가가 시민을 버리고 있는 후쿠시마와 미야기의 땅, 방사능으로 폐허가 된 체르노빌, 세계 대전의 지뢰가 남은 벨기에의 전선과 홀로코스트의 유적지에 도착한다. 국내외에서 일어난 역사적 비극과 참사를 다룬 사진과 글로 엮인 이번호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우리는 충분한 지식과 분노를 지닌 채로 일상에 돌아갈 수 있게 될까.

이것은 사진의 모호한 괴로움에 대한 이야기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대답은 한없이 망설여진다. ‘다크 투어’의 이면에는 분명히 어떤 뒤틀린 즐거움이 숨겨져 있다. 그 즐거움은 폐허를 애호하고, ‘교훈’을 수집하며, 부조리를 고발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나온다. 물론 그 즐거움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모두 다르다. 어떤 사진가들은 세상을 낫게 만들고 있다는 강철 같은 확신으로 중무장하고, 어떤 사진가들은 카메라를 들고 달리면서도 자신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못한다.

보스토크 매거진이 사랑하는 작가들은 명백히 후자의 부류다. 우리는 도대체 명쾌한 결론이라는 것을 낼 수도, 믿을 수도 없다. 사진을 찍는 이들처럼 사진 잡지를 만드는 이들에게도 ‘다크 투어’가 주는 분노와 공포와 함께 어떤 기묘한 즐거움이 있다. 보스토크 매거진 역시 그 감각을 의심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따라서 이번호에 수록된 작가들은 대개 자신들의 작업과 마음을 조각조각 저며내면서 그 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들여다보려는 이들이다. 세상은 결코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고, 현실 또한 제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이번호에 수록된 대분의 사진 작업들이 명쾌한 교훈이나 선명한 메시지 대신 모호한 의심과 물음을 거듭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즈음의 디지털 환경은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단어에 담긴 슬픔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그 쾌감만을 겹겹이 증폭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검색해 보면, 분명 이 단어에 관련된 무언가가 어그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체르노빌의 폐허를 찾아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후쿠시마의 텅 빈 편의점을 뒤져 일정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이들, 앙코르와트와 아우슈비츠를 돌아다니며 활짝 웃는 이들의 위악적인 모습은 기이하고, 낯설고, 두렵기까지 하다. 그들의 모습에서 ‘교훈’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찍고 보여주는 사진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이들은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닐까? 온라인 네트워크로 모두 연결된 세상 속에서 현실은 액정에서 펼쳐지며 증강된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가서 사진을 생산하는 것은 어떤 선명한 교훈을 얻기보다 혼란을 감당하는 일에 가깝다. 그동안 내가 알았던 것은 무엇이었나, 지금 바라보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인가. 이 멈출 수 없는 물음과 의심은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의 오래된 화두다. 그리고 그 질문의 무게는, 이 기이한 디지털의 시대에도 전혀 덜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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