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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정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10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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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2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98쪽 | 414g | 145*210*20mm
ISBN13 9788954619387
ISBN10 89546193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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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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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전혜정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명지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7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해협의 빛」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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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그로테스크함 속에 자리한 서정성,
소설의 문틈에서 새어나오는 기괴한 아름다움이 서서히 우리를 휘감는다.


잘 정돈된 집 안에서 퍼져나오는 비밀스러운 풀냄새, 어떤 기미도 없이 고층건물 아래로 몸을 던지는 사람들, 납빛의 바닷가에서 떠내려오는 시체와 이를 끌어올리는 병사 들, 부드러운 살덩이를 흰 뼛조각으로 변모시키는 죽음의 시간…… 전혜정이 써내려가는 이야기는 기묘한 이미지들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이미지들을 따라가는 일은 흡사 먹구름이 내려앉은 벌판을 헤매는 일과도 같은 것. 끊임없이 떠돌다 저 멀리 내비치는 희미한 빛 한줄기를 발견했을 때 이는 과연 진실일까 착각일까. 희망도 절망도 아닌 그 기묘한 빛을 따라 우리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이윽고 그로테스크함 속에 자리한 서정성, 소설의 문틈에서 새어나오는 기괴한 아름다움이 서서히 우리를 휘감는다.

신인답지 않은 능수능란함을 지나 도달한 곳,
그녀만이 쓸 수 있는 위험한 이야기들.


2007년 가을, 표제작 「해협의 빛」으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래 꼭 오 년 만인 2012년 가을, 전혜정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등단 당시, 그녀에게 쏟아진 찬사는 그녀가 어떤 시간을 통과해온 소설가인지 분명하게 지적해주는 것이었다. “밀도 있는 묘사문에서 만만찮은 내공이 엿보인다”는 평에서 “알레고리 판타지에서 정통 소설에 이르기까지 이 응모자는 다양한 경향 모두에 있어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올 라운드 플레이어다”라는 평까지, 이는 그녀가 오로지 소설가로서의 시간-성실하게 문장을 제련하고 이를 재료 삼아 단단한 소설세계를 구축하는-을 보내왔음을 짐작케 해주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 능수능란함이 개성적이고 독보적인 단 하나의 작가를 발굴하려는 심사자들에게는 조금 염려스러웠을까. 이 찬사들 옆에는 “다양한 형식을 실험해보는 데서 벗어나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무엇을 쓰고 싶지 알아내는 일, 자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기를 바란다”는 당부가 덧붙여졌다. 그리고 오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녀가 세상에 내보내는 첫 소설집은 그녀가 아니라면 감히 쓸 수 없는, 금기를 넘어서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금기의 땅에 들어서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발걸음,
‘마녀’가 들려주는 인간의 진실


그러니까 전혜정보다 무표정하고 또 고요한 자태로 금기의 땅에 발을 들여놓기란 어려운 일일 터이다. 그녀는 마치 바람이 불고 해가 진다는 심상한 말이라도 하듯 더럽고 추악한 세계를 다룬다. 또한 잔혹하고 비참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면서도 그 심연에 놓인 인간의 진실을 탐구하는 일에는 흔들림이 없으니, 우리는 금기를 넘어서는 그녀의 발걸음을 감히 ‘아름답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너른 대지에서 자라나는 초록의 풀과 그 위로 부서지는 햇빛으로 이루어진 세계에만 아름답다는 말이 허락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니, 누가 이러한 세계에서 벗어나 죽음충동과 파괴본능으로 뒤범벅된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길 원하겠는가? 진실에 대한 열망이 없다면 그 위험한 땅 위에 감히 발을 들여놓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전혜정의 아름다움은 깊이를 확보한 아름다움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금기의 땅에 조용히 또 아름답게 발을 들여놓는 일, 그리고는 두려움 없이 그 금기의 땅을 방랑하는 일, 이것이 그녀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독특하고 개성적인 작업이 아닐까. 금기를 넘어서는 일이 무어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가, 반문이라도 하는 것처럼 담담하고 건조한 문장을 구사하는 그녀를 ‘인간의 얼굴을 한 마녀’라고 부르지 않을 재간이 없다.

물론, 새삼스러운 지적이지만 마녀는 사실 인간이다. 암흑의 중세시대, 그녀들이 발견한 삶의 비의와 새로운 지식을 두려워한 이들이 마녀라는 이름을 붙인 것일 뿐. 그러니까 이 소설가를 ‘인간의 얼굴을 한 마녀’라고 부르는 일은 매우 당연할뿐더러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가 당도한 인간의 심연, 그곳에서 발견된 진실은 그녀를 마녀라고 부르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움을 안겨준다. 이 소설집에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나와 미스 마를렌」「죽음의 도시」「해협의 빛」「봉인된 시간」「침묵」)과 한 편의 중편소설(「노예들의 땅에서」)이 실려 있다. 이 한 권의 소설집에서 전혜정은 단편소설의 미학을 보여주는 한편 모처럼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매혹적인 중편소설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소설을 지배하는 경향에 따라 이야기들은 두 계열로 나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사건이 일어나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나와 미스 마를렌」「죽음의 도시」) 그리고 인물들이 무작위한 폭력과 재난의 대상, 희생제물처럼 흐릿하게 그려져 있는 관념적인 작품(「봉인된 시간」「침묵」「해협의 빛」「노예들의 땅에서」)이 각각 그것이다.

「나와 미스 마를렌」 아버지의 유산인 암소에 독일 여배우 마를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살아가는 남자, 그의 집에서는 언제나 건초 냄새가 희미하게 풍긴다. 강의 자리를 얻지 못한 탓에 아내에게 얹혀사는 ‘나’는 남자의 집에 찾아가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나는 아내로부터 동네에 떠도는 망측한 소문―남자가 암소와 ‘그 짓’을 한다는―을 듣게 되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런 남자를 혐오한 누군가의 방화로 남자의 집에는 화재가 발생하고, 남자는 타버린 암소 밑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이후 악화된 경제사정으로 나는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지만 불타오르는 암소의 이미지는 끊임없이 눈앞에 나타난다, 마치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죽음의 도시」 도시에 굉음이 울린 이후, 끝없는 자살 행렬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달리는 버스에 돌진하고, 핸드폰을 목구멍에 밀어넣고,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린다. 그러나 정부는 굉음의 원인을 거짓으로 둘러대고 언론은 더이상 자살자들의 소식을 보도하지 않는다. 결국 도시는 폐쇄되기에 이른다. 어느 날 이안은 아내가 그랬듯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끈을 샤워기 걸이에 매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샤워기 걸이가 떨어져나가는 바람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정신이 돌아온 그는 두려움에 떠는 아이를 끌어안고 속삭인다. “나도 무서워. 하지만 지금은 우선 아침을 먹을 거야. 그러고 나서 다시 무서워해도 늦지 않아.”

「해협의 빛」 ‘나’는 바다에서 사체를 인양하는 병사. 신의 저주로 역병에 걸린 도시 D……의 배교자들의 시신이 바다로 떠내려오는 것이다. 병사들은 수포와 피고름으로 뒤덮인 사체를 갈고리로 끌어올리고 불에 태워버림으로써 자신들의 소임을 다한다. 그런데 병사들에게도 역병이 발발하고 그들은 혼란과 공포와 배신감이 뒤섞인 감정을 느낀다. 역병은 배교자를 벌하려는 신의 뜻, 선민인 자신들에게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들은 두려움을 잊기 위해 금지된 사냥과 음주, 도박에 빠져든다. 어느 날 군목이 숨겨둔 보고서가 발견되고 거기에는 누구도 믿지 못할 진실이 적혀 있다. 본래 병사들은 신의 뜻을 행하는 선민이 아니라 D…… 출신인 이교도들의 자식이기에 이곳에 고립된 채 위험하고 의미 없는 작업들을 행해왔다는. 나는 그간 지옥으로 알고 있었던 도시 D……로 떠나고자 결심한다.

「봉인된 시간」 전쟁으로 P국에 점령당한 작은 마을. 마을의 어린 소녀 마라의 아름다움에 반한 장교들은 그녀의 육체를 탐하고 그 대가로 마라의 가족들에게 먹을 것을 내어준다. 덕분에 가족들은 굶주림을 면하고, 마을 사람들도 자신의 어린 딸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그들은 점령에 점점 익숙해지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마라를 매춘부라 비난한다. 곧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고, 마을에서 유일하게 P국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까닭에 병사들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식자공은 마라에게 이 마을을 떠나라 이른다. 병사들이 분주하게 막사를 정리하는 소리를 들으며 마라는 무작정 산에 오른다. 그 산에서 내려다본 마을. 그곳엔 헐벗은 나무만이 가득했다.
「침묵」 우리는 양의 가죽을 등에 꿰매 입고 네 발로 기며 살아가는 족속. ‘그들’은 우리가 대죄를 지었기 때문에 이러한 형벌을 받는 것이라 했다. ‘그들’이 마을에 오기 전, 우리는 주일마다 신부에게 설교를 들었는데 그는 여자를 탐하는 사람이었고 우리는 그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그가 탐한 붉은 머리의 여자애가 지르는 음탕한 소리를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여자애는 집사와도 난잡한 관계를 맺었는데 신부와의 관계를 알게 된 집사가 분노하며 마을을 떠났고 금욕을 강조하는 ‘그들’을 마을로 데려왔다. ‘그들’은 우리에게 모진 고문을 가하며 심문했고 회개하라고 명했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그러겠노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우리는 이처럼 냄새 나는 양들 틈에 섞여 양으로 살아간다. 이 형벌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노예들의 땅에서」 외교적인 이유로 적국 황제의 네번째 부인이 된 와스디. 시종장은 그녀가 어린 왕자를 앞세워 음모를 꾸밀지도 모른다고 판단, 그녀를 감시하고자 곁에 아름다운 젊은 남자 노예를 붙여둔다. 젊은 남자 노예는 원래 자유민으로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었으나 부친의 무리한 욕심 때문에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왕비 와스디의 외로움을 이해한 노예는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 채 이내 격렬한 사랑에 빠져든다. 그러나 이 관계를 눈치챈 황제에 의해 그들은 무참히 살해당한다. 자루에 담겨 벼랑 아래로 던져진 이들의 사체는 수시렁이와 독수리떼, 들쥐떼, 파리떼에 의해 그 형체가 사정없이 훼손되고 마침내 흰 뼛조각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그들은 ‘죽음의 골짜기’의 일원이 된다.

최근의 한국소설에서 보기 드문 관념적이고도 깊이 있는 상상력을 유장한 문체로 잘 풀어내 보여주었다. - ‘문학동네신인상’ 심사평 중에서

추천평

가상의 시공간에 카프카적인 현실성을 담고 있어 읽는 사람을 짙은 페이소스로 사로잡는다.
서영채 (문학평론가)
이 관념적인 이야기들이 빚어내는 묘한 현실적 긴장감에 전혜정 소설의 힘이 있다. 나와 타자를 구분하고 배제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과 안위를 보장받는 우리 시대 권력의 구조는 이 소설을 관통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신수정 (문학평론가)
어떤 책들은 싸늘한 밤에도 혼자서 타오르며 아무도 찾지 않는 새벽에도 끝까지 남아 외롭게 신음한다. 불태워질 운명을 타고난 소설은 독서의 시련을 기꺼이 수락하는 사람들을 항상 주변에 불러모으곤 했다. 전혜정의 소설은, 아무래도 그런 위험한 책들의 기운을 타고난 듯하다.
이소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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