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의 열풍은 ‘인터넷의 생활화’를 완성한 것처럼 보인다. 전세계를 명실상부한 ‘지구촌’으로 변모시킨 듯하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은 법. ‘국민 여배우’를 (적어도 부분적으로) 죽음으로 내몬 인터넷의 악성 댓글 문제, 개똥녀나 된장녀 등 숱한 ‘개인 신상 털기’ 행태가 빚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익명의 힘을 빌려 무고한 네티즌들을 괴롭히는 사이버 폭력 문제 등 인터넷의 어두운 면, 음습하고 불길한 시궁창과도 같은 인터넷의 불편한 면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두드러진다. 이 책 『불편한 인터넷』은 인터넷과 SNS 시대의 그늘과 부작용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자 해법이다.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인터넷 평판, 명예 훼손, 소셜미디어 등에서 손꼽히는 전문 학자들이 빛나는 통찰을 제공한다.
인터넷은 ‘자유 지대’로 낭만시 되어 왔다. 정교한 기술과 낮은 진입 장벽, 수백만 이용자들에게 즉각 접근할 수 있다는 점 등의 매력적인 조합은 자유론자와 공동사회주의자 양쪽을 다 매료시켰다. 입법자들이 여기에 가세해, 인터넷에서 무차별적인 담론이 벌어져도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ISP)에게는 아무런 법적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통신품위법을 통과시켰다. 모두 표현의 자유를 강화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규제되지 않은 인터넷은 모욕적인 언행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문제, 익명성과 법적 책임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감독의 결여 탓에 가능해진 온라인 모욕과 학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과 철학 분야의 내로라 하는 학자들이 모여, 인터넷 상의 모욕과 학대, 차별이 법적 규제의 결여와 연결되어 있음을 밝힌다. 모욕적 표현과 폭민정치(mobocracy)는 신기술의 불가피한 결과라는 단순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이들은 현재의 인터넷 오용이 기존의 사회적, 기술적, 법률적 선택의 범위를 넘어선 데서 연유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분명히 인식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대해 더 합리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개척지나 변경으로 더 널리 인식되는 인터넷 분야에서, 이 책은 그런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 채팅 방, 블로그, 포럼 등에서 벌어지는 온갖 학대와 모욕과 명예 훼손의 사례들을 통해, 저자들은 법과 기술의 불균형적인 조합이 얼마나 악의적이고 증오에 가득 찬 표현들을 양산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이어서 그러한 사실을 꼼꼼히 분석하고, 어떤 정책 처방이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은 더 이상 인터넷을 장밋빛으로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 쏟아진 각계의 찬사
인터넷이 얼마나 엄청난 정보를 가졌는지, 그런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얼마나 높였는지, 이전까지 소외되었던 소수의 목소리에 어떤 힘을 주었는지, 그리고 진입 장벽을 현저히 낮춤으로써 얼마나 자유를 신장시켰는지 등을 다룬 글은 많았다. 시카고 대학의 레브모어 교수와 누스바움 교수가 편저한 『불편한 인터넷』은 이러한 양지의 뒤를 살핀다. 규제되지 않은 인터넷 자유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고, 온라인 한 켠을 오염시키고 있는 사악하고 유해한 표현들을 세상에 폭로한다. 인터넷 정책과 문화, 기술 등에 해박한 이들로 구성된 필진은 이 책의 권위를 더욱 높인다.
인터넷은 이제 더 이상 소수의 기술 신봉자나 테크노 긱(geek), 너드(nerd) 들만의 특화된 도구가 아니라 일반 대중 누구나 이용하는 매체로 발전했다. 이 책은 그런 진화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보지 않으면 안될 중요한 질문들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표현의 자유는 계속 보호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비방, 명예 훼손, 모욕, 따돌림 등의 부작용은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개인의 온라인 프라이버시를 적절히 보호할 수 있을까?’ ‘온라인의 특성상 개인의 평판과 명예를 영원히 훼손할 수도 있는 거짓 소문, 중상, 비방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등등.
이 같은 질문에 대한 해법을 찾는 이들에게 『불편한 인터넷』은 필독서다. 프라이버시와 평판,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어느 한 쪽도 다른 가치 때문에 등한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 책의 논점은 더없이 설득력 있다. 전문가든 일반 독자든 이 책을 통해 인터넷에 관한 깊고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레이첼 브리지워터 / 「라이브러리저널」의 추천 리뷰
『불편한 인터넷』이 펼치는 논점은 도발적이다. 인터넷에 부여된 자유는 흔히 마땅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급진주의, 인종차별주의, 심지어 카프카적 부조리가 횡행하는 암흑의 인터넷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 이 책의 전문 필진들은 인터넷이 지닌 빛과 그늘의 양면성에 주목하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 명예 훼손과 사이버 폭력(cyber bullying) 등의 문제를 짚고 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옮긴이의 말
‘오토어드밋(AutoAdmit)'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적어도 겉으로 내세운 사이트의 취지는 로스쿨 학생, 지망생들의 정보 공유지였다. 로스쿨에 대한 ‘아고라’인 셈이었다. 하지만 그 실제 양상은 그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인터넷의 어두운 면과 사악한 면, 익명성의 치명적 부작용을 표나게 드러낸 사이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사태의 발단은 오토어드밋을 통해 뭇 남학생들이 예일대 로스쿨의 두 여학생을 무자비하게 중상 비방하고,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심지어 위협까지 일삼은 일이었다. 로스쿨의 우등생이던 두 여학생은 오토어드밋이라는 ‘사이버 시궁창’에서 졸지에 성병 환자가 됐고, 창녀가 됐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온갖 욕설과 비방의 표적이 됐다.
문제는 그 남자들이 하나같이 익명으로 두 여학생을 공격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오토어드밋의 관리자가 문제의 게시물과 댓글을 삭제해 달라는 여학생들의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토론장만 제공할 뿐, 거기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대답이었다. “완전한 표현의 자유가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경쟁 시장’을 형성해 양질의 표현이 저질 표현을 자연스럽게 몰아낼 것”이라는 그럴듯한 명분도 뒤따랐다. 결국 두 여학생은 오토어드밋의 관리자와, 익명의 공격자들을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사안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유명 변호사가 무료 변론을 자처하며 이들을 돕고, 예일대 로스쿨을 비롯한 법조 관계자들이 오토어드밋에서 벌어진 사태를 비난하며 여학생들을 응원했지만, 이들이 얻은 것은 IP 주소 추적 등을 통해 일부 공격자의 신원을 알아냈다는 정도를 크게 넘지 못했다. 그 대신 이들은 사실 무근의 비방 때문에 유명 법률 회사에 취업하지 못하는 치명적 불이익을 당해야 했다. 설령 그런 비방이 거짓이고 사실 무근임을 알더라도, 법률 회사들로서는 아무런 논란 거리가 없는 후보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오토어드밋 사태는 우리가 인터넷에서 하루빨리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를 제시한다. 정화해야 할 시궁창, 걷어내야 할 그늘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책 『불편한 인터넷』은 그 같은 인터넷의 음지, 하루빨리 진지한 성찰의 빛을 던져야 할 음습한 인터넷의 늪지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인터넷이 전통적인 신문이나 방송 매체보다 도리어 더 넓고 깊은 파급력과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인터넷이 아직도 서부 개척시대의 무법천지에 더 가깝게 돌아가느냐고, 왜 신문이나 방송에 가해진 여러 타당한 감시와 견제, 법적 제도적 규제가 유독 인터넷만은 비켜 가느냐고, 이 책의 필자들은 묻는다.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인터넷을 통한 명예 훼손의 부작용과 그 대응책, 인터넷 익명성의 빛과 그늘, 인터넷을 통한 평판 관리의 문제, 소셜미디어 붐이 몰고 온 인터넷 문화의 지각 변동과 그 파장 등,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 고민해 봤을 사안에 대해 이 책은 정공법으로 맞서고, 실천 가능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러한 정면 돌파가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필진의 남다른 전문성이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명예 훼손, 인터넷 평판 등 그들이 몸 담은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학자로 명실공히 인정 받은 실력파들이다. 이렇게 각 분야의 내로라 하는 ‘브레인’들을 한 곳에 모은 것이 신기해 보일 정도다. 이 책은 보기에 따라 전문서로 분류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학계나 법조계 인사들에 국한된 것이 결코 아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 아직도 인터넷을 쓰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 누구나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만 할 사안들이다. 내용도 어렵지 않다. 이들 필자를 ‘실력파’라고 한 것은 비단 전문 분야에 대한 그들의 식견만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평이하게 풀어 쓰는 재주에서도 이들은 타의 모범을 보여준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의 남다른 유효성이다. 나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미국 사람들보다 한국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도리어 더 유효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고인이 된 ‘국민 여배우’ 최진실을 (적어도 부분적으로) 죽음으로 내몬 인터넷의 악성 댓글 문제, 개똥녀나 된장녀 등 숱한 ‘신상 털기’ 행태가 빚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 익명의 힘을 빌려 무고한 네티즌들을 괴롭히는 사이버 폭력(cyber bullying)의 문제 등 지금 한국의 인터넷 현실에서, 이 책보다 더 시의 적절한 경종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온라인에서 평판이 형성되고 변형되는 속도는 인터넷이 몰고 온 숱한 변화상의 단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그 변화의 대부분이 긍정적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부정적 정보의 표적이 된 사람에게는, 그 정보가 본인 스스로 내놓았으나 돌이킬 수 없게 된 경우든, 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온 것이든, 인터넷은 저주다.” 또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집단 따돌림, 학대, 숨겨진 과거 같은 흉측한 이야기들에 이끌린다. 그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인터넷은 많은 이용자들에게 모욕적일 수 있고, 특히 그로부터 나오는 학대나 공격을 모면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끔찍한 악몽일 수 있다.” 인터넷을 저주라고 통탄하는 사람이 혹시 당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현실에서 인터넷의 악몽을 꾸는 사람이 바로 당신일 수도, 혹은 당신의 친구나 가족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필자들은 이렇게 진단한다. “한때 기밀이라고 여겼던 일단의 정보는 이제 인터넷 덕택에 전세계를 뒤덮고, 한 사람에 대한 그릇되고 명예 훼손된 정보는 그 사람의 인터넷 신원의 일부처럼 돼버려서, 그의 대인 관계와 취업 기회에 두고두고 악영향을 끼친다. 연인 간의 결별은 인터넷 상의 복수극으로 이어져 성관계의 세세한 내용이 공개되고, 그로 인해 어느 한 쪽의 평판과 정신적 평정이 훼손될 수 있다.” 어디에선가 한 번쯤 본 내용이 아닌가? 『불편한 인터넷』은 인터넷의 저주를 걷어내고, 악몽을 선몽으로 바꾸고, 공평하고 공정한 개인 정보가 인터넷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지만 진지한 시도다. 바라건대 많은 독자들이 이 책으로부터 그러한 희망을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