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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7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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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42.20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0.2만자, 약 3.4만 단어, A4 약 64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62850350 |
2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림책은 아직은 글이 낯선 아이들에게 수많은 생각과 다양한 감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엄마, 아빠의 무릎에 앉아서, 엄마, 아빠와 마주보며 눈을 맞추며 보는 그림책은 그것을 공유하는 그 시간 자체로도 아이들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따뜻한 기억이 된다. 그 분위기가 주는 느낌이 좋아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다보니 아이와 함께 보는 그림책 자체도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들이 생긴다. 아이와 그림책을 보다보면 내가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읽기가 가능해지고 그러면서 책도, 아이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평소 그닥 즉흥적인 성격의 내가 아닌데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읽고 싶다 생각했다. <나는 힘이 들 때 그림책을 읽는다>라는 제목이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떠한 배경을 가진 저자가 어떠한 마음으로 썼는지 미리 찾아보지도 않았다. 책을 고를 때 저자가 누구인지를 꼭 찾아보는 나의 책 고르기 방식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작이었다. 하지만 마치 나의 이야기를 담았을 것만 같았던 책, 역시나 첫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 바로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된 그녀의 이야기였다.
저자 역시 나와 같은 엄마다. 엄연히 이야기하자면 나보다 '육아 선배'인 엄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니 그런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모두 저마다 다른 모습과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과 같아서 누가 먼저 해봤고 누가 이렇게 해봤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더라.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하는 것을 아무리 보고 들어도 배운대로 되지 않는 것이 육아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육아의 기술을 논하는 책이 아닌, '나를 기르는 육아'를 하며 겪는 경험과 감정에 대한 "공감" 덕분이었을 것이다.
책은 1장부터 5장까지 저마다의 주제를 가지고 풀어나간다. 소제목을 가진 단편적인 이야기들은 그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의 끝에는 이야기와 관련된 그림책을 한 권, 혹은 여러 권 소개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 나에게 반가운 책들도 있었고, 이런 책은 나도 찾아봐야지 싶은 책들도 있었다.
가장 첫번째 장인 "엄마도 처음이야"에서는 곳곳에 나오는 이야기가 마치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 책에 통째로 밑줄을 긋고 싶었다. 앞서 말한대로 육아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육아 이야기를 담은 책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래서 모두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데는 수만번의 시행착오를 허락하고 기다리지만 부모가 된다는 것에는 그러한 과정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엄마 스스로 용서치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아이가 처음이듯 부모도 처음인 것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질텐데 우리는 왜 그렇지 못했을까.
"엄마, 왜 울어?"
"그냥, 엄마도 울고 싶을 때가 있어. 엄마 좀 울게"
얘기하고 나니 이제 엉엉 소리까지 내며 울고 있다. 바보같아.
큰 아이가 가만히 날 안아준다. 이 작은 아이의 품이, 나의 등을 토닥여주는 작은 손이 따뜻하다.
- 45페이지 중
아이를 낳기 전 뱃 속의 반짝이(현재 딸래미의 태명)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있다.
"반짝아, 반짝이가 태어나 겪을 모든 일들이 처음이듯 엄마, 아빠에게도 이 모든 일들이 처음이야. 그런 엄마, 아빠를 바라보는 너도 고생이 많겠지만 엄마, 아빠 열심히 노력해볼게. 우리 함께 잘 해보자."
뱃 속에 있어 눈 앞에 보이지 않을 때는 이렇게 부탁도 해가며 아이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내 두 눈 앞에 아이를 마주하니 마치 나는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는 듯 행동해야만 했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그런 일상을 연속적으로 보내다보면 힘들고 지칠 때가 있기도 한데, 그럴 때 손을 내미는건 나의 현재를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뱃 속에 있을 때 부탁해두길 참 잘했다는 생각과 내가 남자 하나 보는 눈은 참 탁월했다는 생각이 뒤따라온다.
첫번째 장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의 꼬리를 따라오기라도 한건지 두번째 장에서는 저자도 자신의 현재를 글로 담아내며 "사랑하는 나의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번 장을 읽으면서는 나도 문득 엄마가 보고 싶었고, 나도 아이에게 편지가 쓰고 싶었고, 저자가 '나의 이야기 같았다'던 책을 어느샌가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넣고 있었다. 남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내려갈 때는 나의 남편이 어찌나 보고싶어지던지. 오늘 저녁에는 맛있는걸 해놓고 퇴근하는 남편을 웃으며 맞이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책을 통틀어 이 두번째 장이 훗날 아이들과 남편에게 큰 선물이 되어 다가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림책들은 그것들을 함께 공유한 그 시간 자체도 아이들에게,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 즐거움이 되고, 이러한 선물을 남길 수 있도록 저자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도 동시에 해내고 있었다.
세번째 장 "괴롭고 힘든 시간들"을 읽으면서는 어느새 저자의 용기를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의 다양한 모습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던 시절에 자라면서 마음 속 상처를 가지고 살아왔던 그녀가 이렇게 마음 속 이야기를 활자로 담아내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결단력이 필요한지 알고있기에. 그리고 이러한 궁금증은 책의 후반부에 자연스럽게 해소되기도 하였다.
저자가 자기치유적인 글의 속성을 잘 활용하기도 했고 그것이 저자의 삶에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응원의 마음과 동시에 글과 그림책과의 연관성을 100% 공감하며 연결시키기 어려운 이야기도 분명 있었다. <그날, 어둠이 찾아왔어>는 저자의 글 '어둠 속의 나'에 유기적으로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괜찮아, 울어도 돼'와 <릴리의 눈물 이야기>는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책을 읽다보니 느끼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는 저자의 감정이 너무나도 묵직하게 담겨있었기 때문에 그림책 이야기가 끼어들 틈이 없었던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그림책은 저자가 그녀의 감정을 꺼내놓으며 자기치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과거, 현재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덕분에 이제 스스로의 미래를 내다볼 수도 있게 되었다. 비단 활자로 된 장황한 책만이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화가의 인생과 철학을 담은 예술 작품들이 보는 사람마다 그 속에서 각기 다른 영감을 느낄 수 있듯이 그림책도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림책을 보며 그러한 경험을 한 것을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전해주었다.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만으로는 100%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독자들도 그림책을 보며 느꼈을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한 덕분에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던 이야기도 어느새 공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도록 해주는 것 같다.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저자는 힘이 들 때만 그림책을 읽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림책을 항상 곁에 두고 읽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기쁨과 슬픔, 힘듦과 보람, 어두움과 밝음을 발견하고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그림책들을 통해 저자와 나의 경험이 맞닿을 수 있었던 기회가 참으로 반갑게 느껴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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