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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김인선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07월 05일 리뷰 총점9.7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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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140*204*30mm
ISBN13 9791157061624
ISBN10 115706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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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문득 내가 잃어버린 게 오리가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을 비롯해 몇몇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했다. 사람이 많은 곳과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과 매일 출근해야 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으며 ‘인스퍼레이션’이 없다는 이유로 회사를 금세 그만두곤 했다. 마흔이 넘어 집안이 쫄딱 망한 이... “문득 내가 잃어버린 게 오리가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을 비롯해 몇몇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했다. 사람이 많은 곳과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과 매일 출근해야 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으며 ‘인스퍼레이션’이 없다는 이유로 회사를 금세 그만두곤 했다.
마흔이 넘어 집안이 쫄딱 망한 이후 경기도 산자락 마을에서 지냈는데, 타고난 낙천가인지라 괴로운 생활에서도 나름 즐거움을 찾았다. 소일거리로 밭농사를 지으며 남들이 하찮아 하는 개와 닭과 오리를 돌보고 새의 언어를 연구하고 곤충의 행태를 관찰하면서 태평할 수도, 한심할 수도 있는 세월을 보냈다.
오페라 해설지 번역으로 푼돈을 벌고 온라인에서 닉네임으로 글을 썼으나 곤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명인 채 서둘러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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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46~347

출판사 리뷰

“맘대로 하라 그래! 난 더 잃어버릴 것이 없어!”
모든 것을 잃고 떠나온 곳에서 발견한 자연의 원초적인 힘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대개 2005년 이후 십여 년 집필되었으며, 경기도의 전원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서울토박이였던 김인선은 마흔 무렵 집안이 쫄딱 망한 후 산자락 마을에서 지내게 되면서 뜻밖에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도시의 바쁘고 시끄러운 일상을 견디기 어려워하던 그는 산과 들에 핀 온갖 식물의 이름을 불러주고 새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자연을 재발견한다. 자연에 대한 그의 연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여서, 병상에 누운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꽃 한 송이도 꺾지 못해 망설이고, 버려진 개며 닭과 오리들을 보살피는 것은 물론,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며 길가의 죽은 고라니까지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한다.
그의 글 속에서 자연은 정다운 존재일 뿐 아니라 때때로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어오기도 하는데, 까마귀는 “맘대로 하라 그래! 난 더 잃어버릴 것이 없어” 하고 울고, 붓꽃은 “이승의 바깥은 이승이더라구요” 하고 선문답처럼 비밀을 털어놓는다. 물아일체의 경지일까,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 살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든, 심지어 징그러운 벌레들까지도 그에게 사색의 대상이 된다.
그 밖에 소일거리로 오이며 고추를 기르는 나날, 밭농사를 지으면서 벌어지는 동네 사람들 사이의 신경전, 산길을 달리는 기쁨, 장을 보거나 버스를 기다리면서 만난 낯선 이들과의 정담도 김인선의 독특한 프리즘을 통과하면 서정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고, 소박하면서도 신비로운 한 편의 수필로 탄생한다.
“둥둥 떠다니는 수밖에/ 허공의 뒷골목으로
달빛으로 누더기를 깁는/ 길 잃은 귀신들과 어울려“
이토록 낭만적인 괴담이라니
각 부의 뒤쪽에는 저자가 ‘괴담’이라고 이름붙인 기이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었다. 말년에 그는 현대판 『금오신화』를 염두에 두고 괴담집을 집필하고 있었는데 미완성으로 남게 된 원고의 일부를 추려 이 책에 실은 것이다. 「물귀신들의 봄」 「중음신」 「시인의 죽음」 「고갯마루의 염정 미스터리」 「참외장수」 「엉덩이에 대한 추억」 등이 그에 해당하는데, 공포를 자극하는 내용보다는 환상적이고 비일상적인 경험이 주를 이룬다.
저자는 느닷없이 일상에 출현한 불가해한 존재들과 부조리한 상황, 미스터리한 장소들에 대해 자못 진지한 말투로 눙치며 현실과 몽환, 실재와 헛것의 경계를 어렴풋하게 만든다. 낯설면서도 일상적인 새로운 경지의 판타지를 보여주는 괴담이라는 형식은 당혹과 함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김인선의 괴담 속에서는 선녀나 신선, 잡귀 같은 기이한 존재들도 인간과 다를 바 없이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수영선수처럼 자유형과 접영을 섞어 하던 물귀신들은 겨울이 되어 저수지가 얼면 수면 아래 갇히는 신세가 되고, 기억을 잃은 중음신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괴로움에 자학한다. 그래서 그들은 그저 죽은 채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보람 없는 죽음보다 더 서글픈 건 세상에 없다.”
자기실현적인 예언과 죽음의 그림자


김인선은 남의 자서전을 대필하는 일로 돈을 벌기도 했지만 평생 신용불량자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속적인 생활고에 시달렸다. 글에서도 그런 모습이 종종 위악적으로, 또는 실없이 해학적으로 묘사된다.
그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나무 꼭대기나 낡은 슬레이트 지붕 위에 열렸다가 썩어버린 호박이나 값이 떨어져 수확되지 못한 채 얼어버린 배추를 보고 자신의 모습을 연상하며, 한바탕 울고 싶은데 눈물마저 마음대로 나오지 않음을 한탄한다. 반대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친구에게 음식과 연탄을 청하는 내용을 마침표 없는 타령조로 우스꽝스럽게 늘어놓기도 하고, 현실을 외면한 채 전래동화나 무협지에서나 볼 법한 상상의 세계에서 터무니없이 행복한 공상을 펼치기도 한다.
한편, 이상하게도 김인선의 글에는 마치 자신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예감하기라도 한 듯 시종 죽음의 그림자가 서성이고 있다. 그는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만 그것들은 계속해서 달아나고, 사라지는 것들에 홀린 그는 그것들이 어디로 가는지를 궁금해한다. 실제로 책 곳곳에서 죽음이라든가 영혼, 사후와 내세에 대한 생각이 드러난다. 여러 편의 글에서 그가 가장 사랑했던 어머니, 동네에서 마주치던 노인들, 함께 뒷산을 산책하던 충성스러운 개들, 정성스레 돌보던 닭이나 오리들이 떠나가며 죽음이 항상 가까이 있음을 환기시킨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은 상당한 분량으로 서술되었는데, 영면하는 순간에 대한 묘사는 저자가 가진 죽음에 대한 생각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김인선은 작품 속 인물의 입을 빌려 “한 시인이 진정한 시인으로 사는 것은 첫 시집을 내기 직전까지”라고 말하며, 요절한 시인에게 “그대의 저렴한 단명을 설워 마소. 시의 완성은 무명無名이려니” 하고 직접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하는데, 이제 그 위로를 그 자신에게 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 부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작가’ 김인선을 오래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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